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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스킬 : 샌드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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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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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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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를 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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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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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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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모래 지렁이를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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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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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수라면 이미 초호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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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또 다른 소환수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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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스킬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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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신입니다. 경의를 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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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스킬 설명보다도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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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조금 큰 지렁이 따위가 땅의 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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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황당한 문구에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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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꽝을 뽑은 것 같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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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녀석이 튀어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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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시험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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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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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쓰면 난리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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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의 크기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정도의 크기만 소환돼도 시내는 난리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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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형 사고를 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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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랭킹 1등 보상받으려면 다시 클리어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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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얼거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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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층에 다시 도전할 때라면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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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써보자. 나는 다음 등반을 기대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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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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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지하실에 지팡이와 산의 심장, 초호기를 대충 던져두려다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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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일을 겪고도 산의 심장과 다른 물건들을 같이 둘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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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덩이를 담은 상자를 한층 더 보강하고는 지하실 구석에 박아둔 뒤, 지팡이와 초호기는 1층으로 들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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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것도 처리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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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한편에 여전히 대충 쌓여있는 오리할콘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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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먹을 양은 충분했으니, 남은 것들은 전부 팔아서 돈으로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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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걸 언제 다 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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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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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국에서 1년 동안 캐낸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르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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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한 번에 시장에 풀었다가는 시세가 폭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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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반적인 경로로는 한번에 매입해주지도 않을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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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를 통해 조금씩 처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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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사 당시 잠시 떠올렸던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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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에게 매니저를 제안하려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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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그 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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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들어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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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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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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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폰 화면에는 어김없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브로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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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과 한 박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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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그런 거 필요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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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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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황량한 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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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텅 빈 거실을 둘러보며 혀를 찼더니, 문득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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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집은 가을인데 왜 이렇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어? 감기 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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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럴 이유가 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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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실 문을 힐끗거리며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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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해 두긴 했지만 산의 심장이 내뿜는 열기는 여전히 집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가동해야만 하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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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는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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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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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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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지하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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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팔 물건이 좀 많아서. 직접 보는 게 나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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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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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문을 열자 마주한 풍경에 브로커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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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와 냉기가 뒤섞인 기묘한 공기. 그리고 모래밭의 3분의 1이 녹아내려 유리와 흑요석으로 변해버린 비현실적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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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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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하다가 실수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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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태연한 대답에 브로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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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실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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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오리할콘 더미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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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내가 보여주려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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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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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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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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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홀린 듯 광물 더미로 다가가 가장 위에 놓인 분홍빛의 금속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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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전부 오리할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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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감촉과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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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순수한 오리할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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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이런 걸? 아니, 어떻게 이런 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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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눈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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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양은 평생 보기도 힘들 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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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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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는 태연하게 금속 더미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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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제 다 팔지? 세금 처리도 해야 하고… 혼자서는 할 줄도 모르고, 신경 쓸게 너무 많아서 귀찮아 죽겠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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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투덜거림에 브로커는 잠시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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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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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그냥 내 매니저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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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브로커는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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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그는 피식, 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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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농담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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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내 제안을 완전히 농담으로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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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했다. 그는 여전히 나를 험한 일을 겪은 불쌍하고 어린 소녀로 보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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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오해를 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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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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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을 그에게 내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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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손가락이 모두 멀쩡하게 달려있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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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아홉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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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요. 다친 적도 없어. 그냥 마법 부작용 같은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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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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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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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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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곧 예리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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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은 여전히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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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초호기를 만들어서 그런데…. 생활에 불편함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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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속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초호기를 꺼내 브로커에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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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래 인형이 멀뚱멀뚱한 눈으로 브로커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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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짓하자 녀석은 꾸벅, 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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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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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처음 보는 기묘한 생명체의 등장에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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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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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속에서 마지막 증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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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만들어준 비공식 A급 헌터 등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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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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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등록증을 받아 들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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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이라는 이름과 함께 선명하게 박혀 있는 A급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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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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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제 한국에 다섯밖에 없는 마법사고요. A급 헌터예요. 아직 뉴스에는 안 나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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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몰아치는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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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던 불쌍한 상처 입은 소녀가 아니다. 국가 최상위 전력, A급 마법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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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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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등록증과 나, 그리고 초호기를 번갈아 쳐다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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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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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당연히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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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헌터의 전속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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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국에 단 다섯뿐인 마법사의 매니저가 된다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음지와 양지의 회색지대에서 해왔던 일과는 차원이 다른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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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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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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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헌터 등록증을 내게 돌려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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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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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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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이 네 매니저를 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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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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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상치 못한 거절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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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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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색지대에서 일을 해온 브로커야. 그런 내가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A급 헌터의 매니저를 맡는 건, 네 앞길에 흠집만 내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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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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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A급 헌터고, 5명밖에 없는 마법사야. 그렇다면 대형 길드에 들어가거나, 국내 최고의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하는 게 맞아. 국가에서 붙여주는 최고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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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사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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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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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네 미래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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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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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를 위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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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매니지를 구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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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나 매니지먼트 회사, 국가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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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내가 그런 곳에 적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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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조력자만 있으면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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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로커를 다시 한번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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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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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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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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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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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가 아무것도 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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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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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서 뭘 뜯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 오히려 손해 보면서까지 나를 도와줬지. 그냥, 선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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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그의 어깨가 살짝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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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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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빚지고 사는 건 싫어요. 특히나 그런 종류의 빚은 더더욱. 나는 빚을 갚고 싶을 뿐이야. 이건 비즈니스 제안이지만, 동시에 내 감사 표시라고 생각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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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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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 매니지먼트 회사? 내가 그런 곳에서 버틸 수나 있을까? 난 내 매니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저씨였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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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심 어린 설득에 브로커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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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포기했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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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졌다,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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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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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더 거절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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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약은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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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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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만날 때마다 손을 숨길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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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럽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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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부탁해요, 매니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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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내 작은 손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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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잘 부탁합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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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내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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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회사 이름도 생각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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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존댓말 쓰지 마요. 오글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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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우리 딸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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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브로커는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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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을 보고 나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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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 하나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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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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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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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절대로, 갤러리에 내 이야기 쓰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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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처음에 그거…. 그 후로는 안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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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브로커는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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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심을 담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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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으니까. 다시 한번만 더 그러면, 그땐 진짜 끝이야.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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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다. 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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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상한 메신저 말투도 좀 고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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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노력해 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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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속을 끝으로 첫 번째 업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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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내기 매니저가 된 브로커는 곧바로 지하실에 쌓인 오리할콘 더미를 처리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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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들을 차에 조심스럽게 옮겨 실었다. 무게가 너무 나가서 몇 번에 나눠 이동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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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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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잡다한 일은 전부 저 아저씨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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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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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6층의 랭킹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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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략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최단 시간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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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는 확실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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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스킬 : 샌드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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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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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신입니다. 경의를 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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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와 동급, 레인보우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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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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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신이라니? 나에게 잘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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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26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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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폐허가 나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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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이지 않고 지팡이를 땅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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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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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처럼 모래의 파동이 땅 전체를 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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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병사들은 조립되기도 전에 모래알이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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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거대한 미스릴 성벽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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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지난번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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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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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벽을 향해 걸어가며 새로운 스킬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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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샌드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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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등급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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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 거대한 미스릴 벽 정도는 한입에 부숴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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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대감에 부푼 채로 지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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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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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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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요한 모래사막만이 펼쳐져 있을 뿐. 내 마력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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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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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부족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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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분명 스킬이 발동되는 감각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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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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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치에서 무언가 볼록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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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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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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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손가락만 한 굵기의 지렁이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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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걔…. 겨우 이 정도 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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