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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461 lines
15 K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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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열기.
나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거실로 나갔다. 지하실로 향하는 문틈으로 희미한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지하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앗 뜨거!”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떼었다. 금속 손잡이가 불에 달군 쇠처럼 뜨거웠다.
빨갛게 달아오른 손바닥.
나는 모래로 손을 감싼 뒤에야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
철컥.
문을 열자 후끈한 열풍이 내 얼굴을 덮쳤다.
긴급사태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초호기는?”
지하실은 녀석의 방.
어젯밤에도 녀석은 그곳에서 잠들었다.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열기를 견디며 계단을 내려갔다.
“이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처참했다.
지하실은 더 이상 아늑한 모래사장이 아니었다.
방의 3분의 1 정도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모래가 녹아내렸다가 다시 굳으며 생긴 유리와 흑요석의 바닥. 마치 화산 폭발의 현장 같았다.
그 모든 중심에는 산의 심장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서 주기적으로 붉은빛을 내뿜으며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돌덩이.
아무래도 어제 먹인 25층 보스의 코어가 기폭제가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초호기를 찾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초호기!”
돌아오지 않는 대답.
나는 초조함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설마 유리가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눈앞이 캄캄해지려는 찰나였다.
증기 너머, 방 한쪽 구석에 유달리 멀쩡해 보이는 구역이 보였다.
세계수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가 꽂혀 있던 곳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의 지팡이는 스스로 은은한 기운을 뿜어내며, 주변을 덮치는 열기로부터 작은 공간을 지켜내고 있었다. 마치 결계처럼.
그리고 그 지팡이의 바로 밑동엔 작은 형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초호기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작은 몸을 웅크리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
멀쩡했다. 살아있었다.
“하….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나는 곧장 달려가 조심스럽게 지팡이와 초호기를 함께 빼내 왔다.
내 품에 안기자 녀석이 잠에서 깨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뒤에야 상황 파악이 된 초호기가 내 목에 매달려왔다.
작은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여주며 안심시켰다.
그때, 초호기가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시무룩한 표정.
녀석은 자신의 머리를 톡톡 가리켰다.
내가 만들어줬던 안전모.
녀석이 아끼던 그 모자의 한쪽 귀퉁이가 색이 그을려 있었다.
녀석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나와 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참나, 이 와중에 걱정하는 게 고작 모자라니.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초호기를 달랬다.
“괜찮아. 나중에 더 멋진 걸로 새로 만들어줄게. 다이아몬드도 써서, 번쩍번쩍 빛나는 걸로.”
내 말에 초호기는 그제야 조금 기운을 차린 듯, 내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녀석을 품에 안고 엉망이 된 지하실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일단 저 돌덩이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지하실 바닥의 3분의 1 정도만 녹아내린 수준이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탑을 계속 오르며 더 강력한 기계 코어를 저 돌에 먹일수록 열기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만약 30층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어느 정도일까?
“설마 천장에 구멍이라도 뚫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어떻게 해야 저걸 처리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법사 갤러리의 냉장고였다.
A급 빙결 마법사인 그녀라면, 저 정도 열기는 쉽게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에게 도움을 구해볼까 잠시 고민했다.
“아니야, 별로 좋은 생각 같지가 않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기각했다.
첫째, 그녀도 이 정체불명의 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을 것이다. 이건 익스트림의 보상으로 나온 물건이니까.
둘째, 설령 그녀가 냉각 마법으로 열기를 잠재운다 해도, 그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마법의 효과가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다.
내가 30층에 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지하실을 냉각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내가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열을 막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단열재가 필요했다.
내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적합한 재료는 오리할콘이었다.
나는 체내에 비축해 두었던 오리할콘의 힘을 모두 끌어냈다.
모래와 바위들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분홍색의 금속 빛을 띤 모래들이 압축되며, 두껍고 견고한 상자를 만들어냈다.
이음새 하나 없는 완벽한 밀폐 구조.
뚜껑까지 완벽하게 만든 뒤, 산의 심장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쿵!
뚜껑이 닫히는 순간 지하실을 가득 채웠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나는 상자 표면에 손을 대보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뿐, 주변을 녹일 정도는 아니었다.
“후우….”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겨우 임시방편으로 봉인에 성공했지만 가시지 않는 불안감.
“빨리 30층에 던져버리고 보상이나 받아와야겠네.”
나는 지하실을 청소하며 중얼거렸다.
***
[탑 26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폐광이 아니네?”
26층에 도착한 순간 잠시 당황했다.
거대한 동굴 안은 마치 전쟁이라도 겪은 듯했다.
이전 층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사방에 너부러진 코볼트들의 시체, 그 사이로 나뒹구는 박살 난 기계들의 잔해들. 바닥에는 거대한 포탄 자국이 움푹 패여 있었고,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그 폐허의 끝.
동굴의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성벽과 성문이 보였다.
성이라기보다는 해치에 가까운 모양의 문은 동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적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했다.
시체와 잔해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고요한 전장.
그 기묘한 정적이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키기기긱-!
내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기계 잔해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철인 줄 알았던 쇳조각들이 서로를 향해 이끌리듯 떠올라, 허공에서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다리 대신 달린 드릴, 머리대신 달린 캐터필러.
온갖 파편들이 기괴하게 합쳐져 새로운 형태의 기계 병사들을 만들어냈다.
“설마 이놈들도 미스릴은 아니겠지?”
25층의 보스를 떠올렸다. 설마, 이런 잡몹까지 그렇게 탄탄하진 않겠지?
나는 반사적으로 텅스텐 탄환을 만들어 쏘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기계 장치의 몸통이 정확히 꿰뚫리며 한방에 터져나갔다.
확실히 미스릴은 아닌 듯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한 번에 가자.”
나는 지팡이를 땅에 꽂고 마력을 폭발시켰다.
사막화 전력 전개.
내 발밑에서부터 시작된 모래의 파도가 맹렬하게 퍼져나갔다.
쿠르르르릉!
재조립을 마친 기계 병사들은 제대로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모래의 격류에 휩쓸려 갈려 나갔다.
코볼트들의 시체도, 기계들의 잔해도. 모두 한 줌의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잠시 후 파동이 멎었을 때, 동굴 안에는 거대한 성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전장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끝없는 모래사막과 그 뒤를 가로막는 요새만이 존재할 뿐.
“저 성문, 엄청 단단해 보이는데….”
나는 성벽을 향해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야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거겠지.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였다.
끼기기기긱!
그때, 성벽 위에서 수십 개의 구멍이 열렸다.
포탑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포탑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엇….”
콰콰콰콰콰쾅-!
경고도 없이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수십 발의 포탄이 불을 뿜으며 나에게로 날아왔다.
나는 즉시 나를 감싸는 두꺼운 모래 방벽을 세웠다.
오리할콘을 아낌없이 섞어 만든, 지금껏 만들었던 그 어떤 방벽보다도 두껍고 묵직한 방벽.
쾅! 쾅! 쾅!
포탄이 방벽에 부딪힐 때마다 세상이 뒤흔들렸다.
균열이 생겼다가 메워지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가끔씩은 푸른빛을 띤 포탄이 날아와, 방벽 위로 전류를 흘려보냈다.
“이런 미친….”
이대로는 성벽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정면으로 뚫는 것이 힘들다면 아래로 가면 된다.
나는 내 발밑의 모래를 참호처럼 파내려 갔다.
그리고 내 머리 위를 두꺼운 모래 장벽으로 덮으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한참 건물을 지어가며 전진했다.
성벽이 보였다. 땅 위로 고개를 내밀어 가까이서 본 성벽은 그야말로 압도적.
반경 수십 미터는 될 공간을 빈틈없이 막고 있다.
표면은 매끄럽게 가공되어 벽돌 간의 틈새도 하나 없는 것이, 벽돌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바위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것처럼 보였다. 완벽한 통짜 벽.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든 건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벽에 풍화를 시전해 보았다.
역시나.
지팡이 끝이 닿은 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부식될 뿐, 모래로 변하는 속도가 지독하게 느렸다.
“이것도 미스릴이야?”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미친놈들. 욕이 절로 나왔다.
돈이 썩어나나? 애네는 미스릴이 무슨 길가의 돌멩이처럼 넘쳐나는 거야?
이 거대한 성벽 전체를 통짜 미스릴로 만들다니.
“무슨 종족의 운명이 걸린 대전쟁이라도 준비한 건가?”
하지만 아무리 단단한 벽이라도 우회하면 그만이다.
나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성벽의 기초 아래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가, 벽 너머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젠장, 이 정도 발상은 예상했다 이거냐?”
하지만 내 계획은 금세 좌절되었다.
땅을 아무리 깊게 파내려 가도, 미스릴 벽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위로도, 아래로도, 피할 곳이 없었다.
“20 층대는 진짜 하나같이 다 징그러운 녀석들 뿐이네.”
나는 결국 땅 파기를 포기하고 다시 지상으로 나왔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정면 돌파.
가장 단단한 성문을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나는 다시 한번 다이아몬드의 힘을 끌어모았다.
이번에는 단순한 칼날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입자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거대한 드릴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전의 기술을 조금 더 응용한 것이다.
“기가… 드릴…. 브레이크!!!”
즉석에서 지어낸 기술명을 외치며, 거대한 다이아 드릴을 성문을 향해 돌진시켰다.
카카카카카카캉-!
끔찍한 마찰음이 동굴을 가득 메웠다.
다이아 드릴이 미스릴 성문에 부딪히며 격렬한 불꽃을 튀겼다.
다행히도 효과가 있었다.
빠르게 문이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이 얼마나 두꺼운지, 뚫는 데 한 세월이 걸렸다.
그 와중에도 성벽 위의 포탑들은 쉬지 않고 내 머리 위로 폭격을 퍼부어댔다.
머리가 울렸다. 마력이 미친 듯이 소모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의 5시간은 넘게 땅을 판 것 같다.
마침내 드릴 끝에 허공의 감촉이 느껴졌다.
“드디어 뚫었네….”
나는 완전히 탈진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이아 드릴과 머리 위의 방벽이 동시에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하아… 진짜 죽겠다.”
내가 그렇게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26층 EXTREME 난이도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익숙한 클리어 메시지.
하지만 평소와는 무언가 달랐다.
늘 따라붙던 랭킹 1위 보너스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1등이 아니라고?”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26 연속 1등 등반이 이렇게 깨지다니?
클리어 타임이 너무 질질 끌려서 그런가?
나는 억울함을 느꼈다.
EXTREME 난이도인데 보정 더 넉넉히 해줘야 할 거 아냐?
그때, 내 눈앞에 세 권의 스킬북이 떠올랐다.
“레벨업?”
두 권은 금색,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영롱한 백금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북.
내 눈도 반짝반짝 빛났다.
“와…. 드디어 맨땅에서 이걸 뽑아보네….”
다음 순간, 스킬북에서 약속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백금색 빛이 한층 더 강렬해지더니, 이내 무지갯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레인보우 등급.
풍화와 동급의 최상위 등급 스킬.
“그래, 이거 먹고 재도전하면 되잖아?”
나는 언제 불만이 있었냐는 듯 방긋 웃었다.
랭킹 1위?
풍화 같은 스킬이 하나 더 있으면 순위는 얼마든지 뺏어올 수 있다.
나는 홀린 듯이 레인보우 스킬북으로 손을 뻗었다.
빛의 입자가 되어 내 몸속으로 스며드는 스킬복.
동시에 새로운 지식과 힘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소환 스킬 : 샌드웜]
[등급 : 레인보우]
[땅의 신입니다.]
[경의를 표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