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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의 토론을 다시 읽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냉장고의 제안대로, 능력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공격, 방어, 그리고 유틸.
각 분야에서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광물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섭취하기로 했다.
공격에 텅스텐과 다이아.
방어에 오리할콘
마지막은 마법 관련 유틸을 위한 미스릴.
오리할콘과 미스릴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판타지 최고급 금속이었다.
다만 그 양이 고층에서도 극히 드물어 충분한 양을 섭취하기엔 힘들 수도 있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제 땅을 계속 파낼 시간이었다.
나는 초호기에게 세 종류의 광물 견본을 보여주며, 이것들만 집중적으로 채굴하라고 명령했다.
초호기는 안전모를 고쳐 쓰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똑같은 과정이 몇 번 더 반복되었다.
코볼트와 분신들이 광물을 캐오면, 나는 가만히 앉아 그것을 먹고 소화시키기를 반복했다.
내 몸은 매번 새로운 광물을 받아들이며 점차 변화했다.
무리하지 않고, 한 종류씩 천천히.
몸을 구성하는 모래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새로운 성질들.
마침내 23층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을 때, 나는 내 몸에 영구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이전과는 다른 힘과 가능성이 온몸에 넘치는 것 같았다.
이제 새 능력을 실험해 볼 시간이었다.
지하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발밑을 부드럽게 간질이는 새로 산 모래들.
지난 며칠간 섭취한 광물 중, 내 몸에 완벽하게 소화되어 자리 잡은 것은 텅스텐과 다이아몬드였다.
유이하게 그 양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두 광물을 더 먹어봐야 몸의 균형만 해칠 뿐, 의미가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에 비해 오리할콘과 미스릴은 아직 완전해지기엔 그 양이 모자랐다.
특히나 미스릴은 얼마나 귀한지 몇 번 보지도 못했다.
오리할콘은 80%, 미스릴은 10% 정도 섭취한 상태.
그래도 큰 걱정은 없었다.
24층, 혹은 그 이상의 층에서 추가분을 캐낸다면 완벽해질 수 있을테니까.
“우선 공격기부터 실험해 볼까.”
실험 대상은 나의 가장 유일한 방어기, 모래 방벽.
나는 내 앞에 두껍고 단단한 모래 방벽 하나를 세웠다.
다음으로 손바닥 위에 익숙한 모래 탄환을 띄웠다.
어떤 불순물도 없는 순수한 모래로 만든 탄환.
이것은 나의 기준점이다.
나는 탄환을 방벽을 향해 가볍게 쏘았다.
캉-!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래 탄환이 방벽에 부딪혀 허무하게 부서져 내렸다.
방벽에는 긁힌 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예상한 수준의 방어력.
“좋아. 그럼 이번에는….”
나는 다시 한번 손바닥 위에 모래 탄환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흡수된 텅스텐을 끌어올렸다.
사실 나는 텅스텐보다 다이아몬드 탄환이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니까? 가장 강하지 않을까?
마찬가지 원리로 방어에도 다이아몬드를 쓰는 게 더 튼튼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사 갤러리의 브레인, 냉장고의 말에 따르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모양이었다.
냉장고는 관통력은 경도뿐만 아니라 질량과 밀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느니, 다이아몬드는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운동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비효율적이라느니, 강도도 약해서 쉽게 깨지고, 취성과 인성이 어쩌고 저쩌고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문과인 나는 그 설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에이, 결과만 알면 된 거지 뭐.”
나는 설명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결론만 외우기로 했다.
아무튼 칼날처럼 베는 무기는 다이아몬드로, 탄환처럼 때려 박는 무기는 텅스텐으로 만들라는 소리잖아?
내 손 위의 모래가 묵직한 금속의 질감으로 변했다.
나는 다시 한번 모래 방벽을 향해 탄환을 쏘았다
카아앙-!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금속음.
텅스텐 - 모래 탄환이 벽을 두부처럼 꿰뚫고 지나갔다.
깔끔하게 뚫린 구멍 너머 탄환이 훈련장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좋네.”
나는 구멍 너머의 벽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A급 헌터의 훈련에도 버틸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강화벽에 선명한 흠집이 나 있었다.
“그 드릴 녀석들한테 한번 시험해 봐야겠는데?”
이제 녀석들의 장갑을 뚫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다음은 방어력 테스트.
나는 방금 전 뚫려버린 모래 방벽을 허물었다.
이번에는 오리할콘의 성분을 층층이 섞은 새로운 방벽을 세웠다.
전부 오리할콘으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오리할콘은 사서 먹기도 너무 비싼데, 탑 보상 같은 걸로 안 주려나?”
곧 모래 방벽의 색이 변했다.
빛을 받자 아름답게 빛나는 장벽.
“어차피 그냥 탄환은 튕겨낼 거 같고….”
나는 가장 강력한 공격 기술을 준비했다.
15층의 보스를 끝장냈고, 20층의 오염된 세계수를 단번에 두 동강 냈던 내 필살기.
나는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주변의 모래가 내 의지에 따라 소용돌이치며 모이기 시작했다.
이내 상상을 초월하는 밀도로 압축된 거대한 말뚝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텅스텐을 아낌없이 말뚝에 쏟아부었다.
이것이 현재 나의 최대 출력.
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신의 지팡이가 간다!”
내 외침과 함께 텅스텐 말뚝이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
집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벽에 걸려 있던 훈련용 무기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층에서도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개 없는 가구가 쓰러지는 소리일 것이다.
‘컴퓨터는 말짱하겠지…?’
한쪽 구석에서 구경하던 초호기가 중심을 잃고 모래바닥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녀석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머리에 쓴 안전모가 비뚤어져 시야를 가렸다.
나는 녀석의 모자를 바로잡아주었다.
잠시 뒤, 자욱했던 모래 먼지가 가라앉았다.
그곳에는 반쯤 무너진 장벽이 있었다.
섞인 오리할콘은 소량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 방어력이라니?
이제는 그 어떤 물리 공격도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모니터 새로 사야 되네….”
충격의 여파로 어지럽혀진 집을 대충 치우고 있을 때였다.
쾅쾅쾅!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부서져라 내리치는 수준의 노크.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 잡힌 것은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씩씩거리고 있는 정만호였다.
그의 뒤로는 어김없이 번쩍거리는 검은색 세단이 서 있었다.
“아니, 이 사람은 왜 옆집 오면서 자꾸 차를 몰고 오는 거지?”
걸어오면 10초도 안 걸릴 거리인데.
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자, 정만호는 아예 문고리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 없어!”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정만호가 고함을 질렀다.
“방금 그 충격파는 대체 뭐야?”
그는 내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자기 할 말만 쏟아냈다.
“내 방에 있던 상감청자가 박살 났단 말이다! 그거 얼마나 비싼 건지 알아?”
나는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갈수록 연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네? 저는 잘 모르겠는데…. 방금 지진난 거 아니었나요?”
“지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네 집에서 난 충격파잖아! 부모님 모시고 와!”
이런 망할….
나는 절로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이 남자는 대화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막무가내로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성큼 발을 들였다.
“부모님 안 계시는데요.”
“비켜!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으니!”
정만호가 내 어깨를 거칠게 밀치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손이 내 몸에 닿기 직전,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자동으로 발동된 모래 방벽.
‘어?’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
나는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자동 실드를 해제했다.
“…?”
정만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자신의 손과, 그 손을 막아섰던 허공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미 허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 뭐였지?”
정만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번 나를 밀쳤다.
이번에는 방벽이 발동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내 작은 어깨에 그대로 닿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엣콩….”
하지만 조금 어설펐다.
그가 미는 힘과 내가 넘어지는 타이밍이 한 박자 어긋났다.
‘아니, 이 아저씨 힘이 왜 이렇게 없어?’
그의 미는 힘이 생각보다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었다.
성인 남성이 미는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A급 헌터라는 칭호가 무색할 지경.
덕분에 넘어지는 타이밍을 살짝 놓쳐버렸다.
“….?”
정만호는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아까보다 더한 혼란으로 차 있었다.
‘아, 망했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내 존엄을 위해 정말이지 쓰고 싶진 않았지만, 도리가 없었다.
나는 순식간에 모래를 조종해, 마치 원래부터 차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팔찌 하나를 급조해 냈다.
가운데가 부러진 모양의 팔찌.
나는 다음 작전으로 이행했다.
작전의 이름은 바로 선즙필승!
내 눈에 금세 커다란 눈물 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흐윽…. 흑….”
“뭐, 뭐야?”
“우와아아아아아앙!”
나는 어린아이가 낼 수 있는 가장 서럽고 처절한 울음을 터뜨렸다.
내 울음소리에 정신을 팔고 있던 정만호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바닥에 흩어진 박살 난 팔찌를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이거…. 흐윽…. 아저씨가… 부쉈어…!”
“어, 어? 뭔데? 팔찌?”
“이거 엄마가 사준 마법 팔찌란 말이야! 나쁜 아저씨가 밀어서 다 부서졌어! 우와아아아앙!”
“야! 뚝 그치지 못해! 이런 젠장….”
“어흐어어어어엉!”
나는 그의 정신을 빼놓을 기세로 울부짖었다.
내 정신도 같이 날아가는 것 같다.
…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다.
죽고 싶다. 죽고 싶어.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정만호의 얼굴이 더욱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박살 난 가짜 마법 팔찌와, 눈물범벅이 된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정만호.
나는 결정타를 날렸다.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옆집 아저씨가 내 마법 팔찌 부쉈다고!”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벌떡 일어나, 그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쿵쿵거리며 집 안으로 도망쳤다.
‘내가 진짜 미쳤지, 이게 무슨 짓….’
얼굴이 너무 뜨거웠다.
“…이게 무슨?”
정만호는 한동안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밀쳤을 때는 아찔했다.
힘조절에 실패해 다치게 하면 낭패였으니.
그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
그러나 아이가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 기묘한 감촉의 무언가가 자신의 손을 가로막았었다.
갑자기 아이가 울어재끼기 시작하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더 캐묻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고 말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A급 헌터.
곧 그럴싸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마법 팔찌라고 했지?”
그래, 팔찌.
아이가 그토록 서럽게 울부짖었던 바로 그것.
“혹시 1회용 방어형 아이템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하긴, 상식적으로 애를 항상 혼자 두고 다니진 않겠지.
최소한의 대책은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그럼 모든 게 설명되는군.”
정만호는 무릎을 탁 쳤다. 완벽한 논리.
하지만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저런 아이템이 있으면 수입이 상당한 녀석이란 건데…..”
애가 진짜 부모에게 이르면 골치 아프다.
아니, 일러바치지 않아도 부모는 반드시 알게 되겠지.
비싼 아이템이 사라졌는데 눈치채지 못할 사람은 없을 테니.
“…따지러오기 전에 비슷한 아이템 하나 구해두는 게 좋으려나?”
정만호는 찝찝함을 애써 억누르며 차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갔네.”
나는 정만호의 세단이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오늘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다.
내 존엄성을 모조리 팔아야 했지만.
하지만 분명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가 있을 테 였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저 아저씨가 사사건건 나를 귀찮게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슬슬 뺏으러 가볼까, 대전 탑.”
그런 다음 우리 집 대문 앞에 커다란 팻말을 하나 세워두는 것이다.
주의 : 대전의 주인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예의를 지키십시오. 뭐 이런 문구면 적당하겠지.
그럼 저 이웃과 충돌이 생길일도 없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