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507 lines
16 KiB
Markdown
507 lines
16 KiB
Markdown
|
||
은미래가 나를 데려간 곳은 아까의 검사실보다 훨씬 작은 방이었다.
|
||
|
||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상자.
|
||
|
||
은미래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
||
|
||
안에는 금속 파편 하나가 들어 있었다.
|
||
|
||
표면은 심하게 마모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알 수 없는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
||
|
||
확실히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모양.
|
||
|
||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
|
||
|
||
“이게 그 유물이에요?”
|
||
|
||
“응. 탑 20층 후반에서 발견된 거야. 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
|
||
|
||
은미래는 한숨을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
||
|
||
“뭐, 원래는 드워프들이 만들었는지도 몰랐지만…. 네 덕분에 짐작이라도 하게 된 거지.”
|
||
|
||
“한번 확인해 볼게요.”
|
||
|
||
“그래.”
|
||
|
||
나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활성화했다.
|
||
|
||
눈앞에 두꺼운 책이 떠올랐다.
|
||
|
||
수백, 수천 가지의 설계도가 담긴 드워프의 책.
|
||
|
||
나는 비슷한 문양이 그려진 물건이 있는지 열심히 책을 뒤졌다.
|
||
|
||
다행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
||
|
||
[마법 배터리]
|
||
|
||
[등급: 에픽]
|
||
|
||
[긴급상황! 캐스팅 시간이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
||
|
||
[저장된 마법을 즉시 발동!]
|
||
|
||
[마법 재능이 없어도 걱정X! 원터치로 즉시 발동!]
|
||
|
||
[저장할 마법의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
||
|
||
[문의: 비형네 불공방]
|
||
|
||
“무슨 광고도 있네….”
|
||
|
||
마법 배터리의 효과는 간단했다.
|
||
|
||
원하는 마법 하나를 저장할 수 있는 물건.
|
||
|
||
꽤 유용할 것 같았다.
|
||
|
||
미리 강력한 마법을 하나 저장해 두었다가, 위급한 상황에 비장의 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
|
||
‘게다가 다른 사람의 마법도 저장할 수 있다는 게 특히 마음에 들어….’
|
||
|
||
나는 흔쾌히 복원하기로 마음먹었다.
|
||
|
||
“찾았어요. 마법 배터리라는 물건이네요.”
|
||
|
||
“복원할 수 있겠어?”
|
||
|
||
“네. 그런데….”
|
||
|
||
나는 책의 설명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
|
||
|
||
“제작 레벨이 딱 2 레벨 부족하네요.”
|
||
|
||
“흠….”
|
||
|
||
내 말에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
||
|
||
“그럼 여기서 좀 올려.”
|
||
|
||
“네?”
|
||
|
||
“필요한 재료는 저쪽 창고에 전부 있으니까. 여기서 레벨 업하고 바로 복원 작업 시작하면 되겠네.”
|
||
|
||
은미래의 말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쾌했다.
|
||
|
||
나는 잠시 망설였다.
|
||
|
||
제작 레벨을 올리려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
||
|
||
마침 내게는 꼭 만들어야 할 물건이 하나 있었다.
|
||
|
||
“음… 그럼 이걸 만들어서 레벨을 올려도 될까요? 재료가 좀 들긴 하는데.”
|
||
|
||
나는 눈여겨보았던 설계도 중 하나를 떠올렸다.
|
||
|
||
흐르는 손.
|
||
|
||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마법 의수.
|
||
|
||
자꾸만 도망가곤 하는 내 손가락을 대체할 수 있는,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
||
|
||
재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 미뤄두고 있었는데.
|
||
|
||
은미래는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
||
|
||
“물론이지. 재료는 마음껏 써.”
|
||
|
||
나는 책에 쓰인 아이템의 설명과 복원재료를 말했다.
|
||
|
||
은미래는 한번 듣고 전부 외운 듯.
|
||
|
||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
|
||
“잠깐만 기다려.”
|
||
|
||
방을 나간 은미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
||
|
||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재료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상자.
|
||
|
||
마치 거대한 마트의 창고를 통째로 옮겨온 것 같았다.
|
||
|
||
“와….”
|
||
|
||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
||
|
||
이 재료들을 시장에서 구하려면 수십억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
||
|
||
이게 국가 기관 연구소?
|
||
|
||
역시 스케일이 달랐다.
|
||
|
||
“어디 보자….”
|
||
|
||
나는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
||
|
||
그리고 제작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
||
|
||
푸른 마력의 모루와 망치가 만들어졌다.
|
||
|
||
나는 재료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
||
|
||
캉! 캉! 캉!
|
||
|
||
규칙적인 망치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
||
|
||
은미래는 턱을 괸 채, 이 모든 광경을 아주 흥미롭다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
|
||
마침내 내 손에서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은빛 의수가 완성되었다.
|
||
|
||
액체 금속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 손목에는 정교한 마력 회로가 새겨져 있었다.
|
||
|
||
[아이템 ‘흐르는 손’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
||
|
||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
[제작 레벨이 2 상승했습니다!]
|
||
|
||
제작 한 번에 레벨이 2나 올랐다.
|
||
|
||
이제 마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
||
|
||
내가 막 다음 제작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
||
|
||
조용히 지켜보던 은미래가 입을 열었다.
|
||
|
||
“그거, 샘플로 남겨놔야 하니까 내 것도 하나 더 만들어줘.”
|
||
|
||
그녀는 방금 내가 만든 ‘흐르는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
||
|
||
“두 개나 만들면 재료가 바닥날 텐데요?”
|
||
|
||
나는 상자 안에 얼마 남지 않은 재료들을 보며 말했다.
|
||
|
||
그러자 은미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
||
|
||
“괜찮아. 어차피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너뿐이야.”
|
||
|
||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
||
|
||
“하나 만드는 데 재료가 정확히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 사람은 세상에 너랑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지.”
|
||
|
||
나는 순간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
||
|
||
그리고 몇 초 후, 그 의미를 깨닫고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
|
||
“… 횡령 아닌가요?”
|
||
|
||
내 말에 은미래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
||
|
||
그녀는 내게 다가와, 칭찬이라도 하듯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
|
||
“어려운 말도 아네. 대단한걸.”
|
||
|
||
쓰담쓰담.
|
||
|
||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지만, 왠지 그녀의 손길이 싫지는 않았다.
|
||
|
||
은미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밀을 알려주듯 속삭였다.
|
||
|
||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훌륭한 연구원의 자질 중 하나란다.”
|
||
|
||
나는 그녀의 궤변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
|
||
“어… 그, 그렇군요.”
|
||
|
||
결국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
“그리고 이왕 연구 자원을 확보하는 김에, 이 과정 자체도 완벽한 데이터로 남겨야지.”
|
||
|
||
은미래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
|
||
“어, 동영상을 찍는 건가요?”
|
||
|
||
“당연하지. 이건 인류 역사에 남을 순간이니까.”
|
||
|
||
“… 그 정도인가요?”
|
||
|
||
“내가 그렇다고 정했으면 그런 거야.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실험 과정 데이터는 남겨둬야 해. 그래야 결재를 받을 수 있거든.”
|
||
|
||
자료 보존용이라는 그럴듯한 명목.
|
||
|
||
나는 덕분에 공짜 재료로 레벨을 올리게 되었으니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
||
|
||
“자, 우선은 인사와 자기소개부터.”
|
||
|
||
“아, 안녕하세요.”
|
||
|
||
나는 그녀가 내미는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이어지는 망치질.
|
||
|
||
깡! 깡! 깡!
|
||
|
||
완벽하게 똑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
||
|
||
“으아…. 끝났다.”
|
||
|
||
두 번째 ‘흐르는 손’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
||
|
||
못이나 고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처음.
|
||
|
||
단순히 마력 소모를 넘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
|
||
|
||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는 속도가 상당했다.
|
||
|
||
특히 손과 팔이 욱신거리며 열이 나는 것 같았다.
|
||
|
||
“아우, 손이야….”
|
||
|
||
“고생했어.”
|
||
|
||
은미래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
||
|
||
그녀는 빨갛게 변한 내 팔과 손을 보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내 손목을 잡았다.
|
||
|
||
“냉찜질이 효과적일 거야. 있어봐.”
|
||
|
||
“아얏….”
|
||
|
||
은미래는 차가운 손으로 내 팔과 손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
||
|
||
A급 마법사의 훌륭한 냉찜질 마사지.
|
||
|
||
차가운 손이 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꼼꼼하게 식혀주었다.
|
||
|
||
화끈거리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고, 시원한 감각이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
||
|
||
“아, 맞아. 영상 저도 보고 싶은데 괜찮아요?”
|
||
|
||
“물론이지.”
|
||
|
||
은미래는 순순히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
||
|
||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
||
|
||
화면에는 마력의 망치를 들고 아이템을 제작하는 내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
|
||
“어라?”
|
||
|
||
그런데 영상의 구도가 영 이상했다.
|
||
|
||
분명 아이템 제작 과정을 찍는다고 했는데.
|
||
|
||
화면은 완성되어 가는 의수보다 내 얼굴을 비추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
||
|
||
집중하느라 살짝 찡그린 미간, 이마에 맺힌 땀방울 같은 것들만 잔뜩 찍혀 있었다.
|
||
|
||
“저기… 이거 괜찮은 거예요? 아이템은 거의 안 나오는데요.”
|
||
|
||
내 지적에 은미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
||
|
||
“아, 그건 다 편집할 거니까 걱정 마.”
|
||
|
||
“편집이요?”
|
||
|
||
“응. 다른 사람이 네 얼굴을 볼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
||
|
||
“뭐…. 그래요.”
|
||
|
||
나는 적당히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
||
|
||
내 얼굴이 팔려나가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
||
|
||
우리는 잠시 쉬면서 잡담을 나눴다.
|
||
|
||
“대전에서 산다고? 그럼 거기서부터 김수호가 데려다 준거야?”
|
||
|
||
“아니, 그건 아니고. 중간까진 마법 쓰면서 왔어요.”
|
||
|
||
“대전이라…. 나도 예전에 살았었는데.”
|
||
|
||
“어? 고향이 대전이세요?”
|
||
|
||
나는 왠지 모를 반가움에 고개를 확 들었다.
|
||
|
||
은미래가 내 모습을 보고 작게 웃더니, 은근한 자랑이 묻어 나오는 얼굴로 말했다.
|
||
|
||
“아니, 대학교를 거기서 다녔거든.”
|
||
|
||
“아, 혹시 그…”
|
||
|
||
나는 왠지 모르게 느낄 수 있었다.
|
||
|
||
은미래가 자신의 출신 대학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
||
|
||
그리고 내가 그 이름을 정확히 맞혀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
||
|
||
괜히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
||
|
||
“아! 대전대 나오셨구나! 와, 동문이네요.”
|
||
|
||
“…이 녀석이.”
|
||
|
||
은미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
|
||
그녀는 내가 일부러 틀렸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
||
|
||
“지금 알고 그러는 거지?”
|
||
|
||
딱!
|
||
|
||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가락이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
||
|
||
어라? 갑자기 꿀밤을 맞는 빈도가 늘어난 것 같은데?
|
||
|
||
물론 이번에도 아프지는 않았다.
|
||
|
||
은미래가 황당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과 내 이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
|
||
“아휴,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
||
|
||
“제가 좀 단단해요.”
|
||
|
||
“진짜 신기한 체질이라니깐….”
|
||
|
||
짧은 휴식이 끝나고, 나는 다시 아이템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
||
|
||
이번에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
||
|
||
드워프의 유물을 되살리는 작업.
|
||
|
||
실패 시, 다시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니만큼 평소보다도 집중해야 했다.
|
||
|
||
나는 다시 마력의 모루와 망치를 만들었다.
|
||
|
||
모루의 중심에 파편을 두고, 그 주위로 필요한 재료들을 배치했다.
|
||
|
||
망치를 높게 들었다.
|
||
|
||
깡!
|
||
|
||
첫 타격이 가해지자, 주변의 새 재료들이 녹아내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
|
||
내 역할은 길잡이.
|
||
|
||
망치에 원래의 형상에 대한 정보를 담아 내리친다.
|
||
|
||
불꽃이 튀고, 마력의 파도가 일렁였다.
|
||
|
||
파편이 새로운 금속과 연결되며 서서히 본래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
||
|
||
깡!
|
||
|
||
마지막 망치질과 함께,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
||
|
||
빛이 가라앉자 그 위에는 매끄러운 은색의 벨트가 놓여 있었다.
|
||
|
||
‘요즘 벨트를 자주 만지는 것 같네….’
|
||
|
||
너무나도 익숙한 모양새.
|
||
|
||
습관처럼 허리에 착용하고 변신을 외칠 뻔했다.
|
||
|
||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고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냈다.
|
||
|
||
“잘했어. 완벽하게 성공했네.”
|
||
|
||
복원에 성공한 아이템을 보고 은미래가 다가왔다.
|
||
|
||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은미래.
|
||
|
||
“연구만 끝내고 아이템은 네게 줄게.”
|
||
|
||
“진짜로요?”
|
||
|
||
“약속이었으니까. 게다가 뭐, 나는 탑을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
||
|
||
은미래가 벨트를 옆에 있는 분석 장비에 올려놓았다.
|
||
|
||
모니터에는 복잡한 데이터가 떠올랐다.
|
||
|
||
그것을 본 은미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
|
||
“이건….”
|
||
|
||
“왜 그래요? 뭐 잘못됐어요?”
|
||
|
||
“아니, 복원은 완벽해…. 문제가 있다면, 이 배터리가 비어있지를 않다는 거야.
|
||
|
||
“네?”
|
||
|
||
“이미 여기에 마법이 하나 담겨 있어. 복원되면서 함께 되살아난 모양인데….”
|
||
|
||
“어떤 마법인데요?”
|
||
|
||
“몰라. 그게 문제야.”
|
||
|
||
은미래의 말에 나도 심각해졌다.
|
||
|
||
나는 벨트를 받아 들고 살펴보았다.
|
||
|
||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이템일 뿐이었다.
|
||
|
||
“랜덤박스네.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
||
|
||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벨트를 바라보고 있자, 은미래가 덧붙였다.
|
||
|
||
“하지만, 이 마법이 착용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은 낮아. 이런 아이템을 자폭용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
||
|
||
“그건…. 다행이네요.”
|
||
|
||
“그렇다고 함부로 사용하지는 마.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니까. 정말 위급한 상황에 도박수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봉인해 두는 게 좋을 거야.”
|
||
|
||
나는 벨트를 받아 들었다.
|
||
|
||
손안에 들린 벨트가 왠지 모르게 묵직하게 느껴졌다.
|
||
|
||
은미래는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가, 데이터들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
||
|
||
“일단 데이터는 전부 받아놨으니까, 시간을 들여서 분석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
||
|
||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
||
|
||
“어쩌면… 이번에 내가 해외 학회에 나가는데, 그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전 세계의 마법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니 누군가는 알아볼 수 있을 지도.”
|
||
|
||
“해외 학회?”
|
||
|
||
“응. 전 세계의 마법 학자들이 모여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거야. 나도 매년 참석하고 있고.”
|
||
|
||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모이는 학회.
|
||
|
||
나는 그 말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
||
|
||
은미래는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툭 던지듯 물었다.
|
||
|
||
“너, 해외에 나가본 적 있어?”
|
||
|
||
“국내 여행도 제대로 다녀본 적 없는걸요.”
|
||
|
||
내 대답에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
|
||
그러더니 이내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말했다.
|
||
|
||
“그럼 나중에 견학 목적으로 한번 데려가 줄 수도 있는데, 어때?”
|
||
|
||
은미래의 제안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
||
|
||
하지만 나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
||
|
||
“나중에, 기회가 되면요.”
|
||
|
||
은미래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모든 볼일이 끝났다.
|
||
|
||
은미래는 연구소 로비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
||
|
||
헤어지기 직전, 은미래가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
||
|
||
“다음에 또 와도 되니까. 편할 때 연락해.”
|
||
|
||
은미래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희미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
||
|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연구소를 나섰다.
|
||
|
||
얼마 안 가 주변에 아무도 없어졌을 때, 나는 다시 샌드웜을 불러냈다.
|
||
|
||
***
|
||
|
||
그리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
||
|
||
“이게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