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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층에 들어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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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알아두었던 정보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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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층의 테마는 요새 방어전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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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과 동시에 헌터는 성벽 위의 병사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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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몰려드는 오크들의 웨이브를 30분 동안 버텨내면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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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성문이 뚫리지 않도록 최대한 틀어막는 것이며, 만약 문이 뚫린다면 도망치면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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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성벽 위에서 마법이나 난사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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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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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30분 동안 몰려오는 잡몹들을 쓸어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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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탑의 입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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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32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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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시야가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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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성벽 위의 풍경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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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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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도, 오크의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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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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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환된 곳은 성벽 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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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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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중앙에는 거대한 지도가 놓인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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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변으로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와, 로브를 걸친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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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석에는 왕관을 쓴 늙은 왕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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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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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회의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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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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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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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낮게 대화를 나누던 목소리들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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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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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 가득한 외침과 함께, 기사들이 일제히 허리춤의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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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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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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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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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층에서 내가 구해 주었던 그 기사, 시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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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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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의 너덜너덜한 갑옷이 아닌, 그들 중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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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던 사이에 승진이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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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얼굴에 그때엔 없던 흉터가 생긴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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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칼을 거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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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가 주변인들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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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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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이분이 제가 말씀드렸던 그 대현자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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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말하는 대현자라면…. 손짓 한 번에 오크 부대를 단신으로 격파했다는 그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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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로 그분입니다! 이 분이 협력해 주신다면, 승률은 몇 배나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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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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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층에서 벌어졌던 이벤트가 32층의 시작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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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귀빈으로서 이 전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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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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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엄숙하게 보이기 위해 자세를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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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내게 수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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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흘러내리는 로브를 입고 있으니 영 폼이 안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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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감상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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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의 흥분에 찬 외침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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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 어린 외모를 보고는 영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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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렁이는 소리가 회의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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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아이가 현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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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귀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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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라도 태워주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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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께서 충격으로 헛것이라도 본 것인가? 저렇게 어린아이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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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현자가 아니라, 몰래 옷을 훔쳐 입고 나온 손녀 같아 보이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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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왕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늙은 마법사가 노골적으로 나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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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왕국의 궁정마법사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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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코웃음을 치며 시모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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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단장, 마법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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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님. 하지만 저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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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게. 자네가 마법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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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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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모르는 무식한 기사 놈이 어디서 사기를 당해왔냐는 듯한 투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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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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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 마법사 제라드는 노골적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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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마력은 제법 가지고 있는 듯하나, 저 정도 마력량은 조금 재능 있는 학생 수준일 뿐이오. 저 아이가 현자라면, 나는 전설의 마도사라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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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마법사의 노골적인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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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간의 짜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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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골적인 무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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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 레벨의 마법사를 만난 것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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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를 만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예의상 관찰을 안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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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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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만에 내 안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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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안으로 마법사의 몸을 샅샅이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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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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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보는 마법사의 몸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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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치 해부도를 보는 것처럼 그의 몸을 살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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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의 몸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 그리고 그 양. 심장에 위치한 특이한 기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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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마력량은 형편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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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그의 마력 총량은 내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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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노인은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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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지 능력이 형편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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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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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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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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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의 몸에서 마력이 흐르는 방식은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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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싶어서 옆의 사람들과도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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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급이 낮은 마법사들 몇몇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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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가 제라드와 같은 방식의 흐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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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과는 분명히 다른, 인위적인 방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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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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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나보다 훨씬 적었지만, 그 흐름은 훨씬 안정적이고 세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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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발견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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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것을 따라 해 보려고 몸의 마력을 조금 움직여 보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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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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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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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회의실의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병사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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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드립니다! 적의 총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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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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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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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전투 준비! 각자 위치로 이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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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과 함께, 회의실에 있던 모든 지휘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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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검을 움켜쥐며 각자의 부대를 향해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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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마법사 역시 나를 한번 쏘아보고는 지팡이를 쥔 채 회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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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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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난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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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회의실을 나온 나는 성벽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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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위치로 급하게 이동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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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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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마법사, 제라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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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며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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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법을 쓰는지 직접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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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는 성벽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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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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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에게 가까워졌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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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탑 한쪽에 세워져 있던 그의 전용 깃발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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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영웅이며, 수석 마법사이자, 궁정마법사, 제라드 아르칸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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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나도 깃발 들고 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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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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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쪽팔려서 들고 다니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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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는 그게 보편적인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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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깃발로 '그 긴거' 리스트 빵빠레를 울리며 다녔으면 무시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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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가 깃발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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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곳으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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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마력이 가장 강하게 느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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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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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라드 옆에 자연스럽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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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청스러운 대답에 제라드가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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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꼬마야. 네게도 재능이 있는 듯하니, 특별히 내 마법을 옆에서 볼 기회를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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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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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배우도록 해라. 진정한 마법사가 어떤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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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가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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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옆에 서서 그의 마력 흐름을 유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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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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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치자, 지팡이의 끝에서 불덩이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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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무리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키는 화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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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당한 오크는 비명을 지르며 잿더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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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강력한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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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가 의기양양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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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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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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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이제 알겠느냐? 너 같은 애송이가 현자라고 불리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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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꽤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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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법사들을 본 적은 없지만, 이 정도 화력이라면 A급은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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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량 자체는 나보다 훨씬 적었지만 이 효율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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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사람의 마법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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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천재라고 불릴 때가 있다. 특히 어릴수록 심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해. 진정한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자만에 취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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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대충 흘려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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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교한 마력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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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 개인 혼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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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마법사들에 의해 정립되고 발전해 온 하나의 학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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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내 말 똑바로 듣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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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까 회의실에서 보았던, 그리고 방금 그가 마법을 운용할 때 보여주었던 마나의 흐름을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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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정리된 수로 같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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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흉내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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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거대한 마력의 댐. 그 수문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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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를 억지로 비틀며, 새로운 길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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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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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법을 쓰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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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서 있던 제라드가 기겁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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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에 방금 전까지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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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눈앞에서 악마라도 본 것 같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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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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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가 나를 보고 무어라 소리치는 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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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했다. 나는 오직 내 몸 안의 마력 흐름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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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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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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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 나온 마력의 일부가 내 발밑의 성벽으로 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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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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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했던 성벽의 일부가 순식간에 고운 모래가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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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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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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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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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역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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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성벽 한쪽 구석이 움푹 파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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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쯤 무너져 내린 성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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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은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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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길을 찾자, 그 뒤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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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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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무너져 내린 성벽 위에서, 나는 마침내 새로운 마력의 흐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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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가벼워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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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해방감이 온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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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움직임 자체가 편해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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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벽의 가장자리에 서서, 밀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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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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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밑에서부터 모래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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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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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이 훨씬 더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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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성벽에서부터 처럼 쏟아져 나가 전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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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아래에 순식간에 거대한 모래 구덩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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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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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은 갑작스러운 지형 변화에 놀랐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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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발이 좀 빠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놈들은 다시 성벽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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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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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새 내 손가락에서 벗어난 샌드웜에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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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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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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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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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딛고 선 모래 전체가 소용돌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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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의 물처럼, 중심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모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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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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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은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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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장자리에 있던 녀석들 중 몇몇은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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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래 구덩이는 중심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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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허리까지 잠긴 오크들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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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지르며 속수무책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오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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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는 어느새 거대한 입을 벌린 샌드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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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은 입을 벌린 채, 자신을 향해 빨려 들어오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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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고블린, 심지어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공성 병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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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의 그린스킨들이 거대한 믹서기 속으로 갈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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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압도적인 광경을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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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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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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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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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성벽을 향해 돌격해 오던 그린스킨의 제1파가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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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는 고요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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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의 병사들은 물론, 내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제라드 역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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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방금 전 내가 무너뜨렸던 성벽을 향해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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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흩어져 있던 모래들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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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다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며, 무너졌던 성벽을 원래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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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 훨씬 더 견고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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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손을 털고, 얼어붙은 궁정마법사와 병사들을 뒤로한 채 성벽 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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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한, 이 성은 무너지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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