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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님들 저 10층 깸. 축하 좀.]
작성자: ㅇㅇ(D22.2E2)
10층 보스, 쉽군~.
(대충 개구리가 따봉하고 있는 짤)
마법사 갤러리에 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댓글이 달린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니, 이 사람들 전부 A급 S급일 텐데 할 일이 없나?
어떻게 매번 글 올릴 때마다 바로바로 댓글을 다는거지?
설마 내가 글 쓰면 알람이 오게 해 둔 거는 아니겠지?
ㄴ 냉장고: 10층도 혼자 갔다고? 겁도 없네 진짜….
ㄴ p깟쮸 : 파티 좀 짜라에요. 보는 내가 다 무섭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신상 유출이 걱정되는 거라면 내가 길드에 시켜서 몰래 한두 명 붙여줄 수도 있는데…. 우리 등반 중인 좋은 탱커 많아.
ㄴ p깟쮸 : 저렇게 접근해서 슬쩍 영입할 생각인 거 다 보인다에요. 낚이지 말라에요.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하드 난이도에서도 10층은 혼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통했으니까.
ㄴ 풍뎅이: 장비도 없이 10층 보스를 혼자 잡는 게 가능한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풍뎅이의 댓글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ㄴ ㅇㅇ(E44.4Y4): 저번에 새로 얻은 스킬 덕분에 계속 편하게 미는 중.
ㄴ ㅇㅇ(E44.4Y4): 있어 봐. 전투영상 보여줄게.
[제목 : 사냥영상.gif]
내가 올린 것은 미리 편집해 둔 전투 영상이었다.
모래 분신 네 개가 오크 대족장의 팔다리에 매달려 시간을 버는 동안, 내가 거대 모래 말뚝으로 놈의 심장을 꿰뚫는 장면.
가장 극적인 순간만을 잘라내 만든 짧은 영상이었다.
내 영상을 본 갤러리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ㄴ 마법은화력 : 진짜 말이 안 나오네.
ㄴ 냉장고: 저거 두 마리 소환하고 기절했다더니? 이제 네 마리를 동시에 다루네?
ㄴㄴ ㅇㅇ(33C.33D) : 난 눈을 떠버린 거야…. 세상은 마나로 가득 차 있다는걸….
ㄴㄴ 냉장고 : 개안 스킬로 마나통 늘어났단 거지? 이해했어.
ㄴ 풍뎅이 : 저번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컨트롤 실력이 말이 안 되네. 이건 재능이다. 재능.
ㄴ 풍뎅이 : 저번에 나도 신체 집어넣는 방식 써봤거든?
컨트롤 편해지는 건 느껴졌는데, 저 정도로 능숙하게는 안 되더라고.
차이가 뭘까? 각성 방법이 달라서 그런가?
ㄴㄴ 냉장고 : 애초에 난 몸을 얼음으로 바꾸는 단계부터 집중 엄청해야 해서 포기했어….
그냥 관련 스킬 얻을 때까지는 관두려고.
쏟아지는 찬사에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하지만 단 한 사람, p깟쮸만은 이상한 포인트에 주목했다.
ㄴ p깟쮸: 근데 모래 분신 보니까 여자같다에요. 혹시 여자냐에요.
음, 가린다고 가렸는데 티가 났나?
모레토템은 내 몸을 그대로 닮아 있었기에, 최대한 모자이크와 편집을 해서 올렸다.
하지만 역시 성별까지는 속일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준비해온 구라를 치기 시작했다.
아 완전히 구라는 아닌가?
ㄴ ㅇㅇ(F11.111) : 아니, 난 그냥 여캐가 좋아서 여자로 만든 거고. 난 남자야.
ㄴㄴ p깟쮸 : 남자는 남캐만 하는 거 아니냐에요. 냄새가 난다에요.
ㄴ 풍뎅이 : ? 남자가 왜 남캐를 해. 그리고 뉴비 신상 캐려 하지 마.
ㄴ p깟쮸 : 성별 정도는 괜찮지 않냐에요….
ㄴ 풍뎅이 : 하지 마. 뉴비 나가면 네가 책임질래?
ㄴ p깟쮸 : 알겠다에요….
풍뎅이에 의해 금세 진압되는 분탕.
보고만 있어도 속이 편해졌다.
분탕도 진압했으니, 나는 기세를 몰아 11층도 공략을 선언했다.
ㄴ ㅇㅇ(F1N.A1E): 이 정도면 11층부터도 계속 솔플로 밀 수 있을 것 같음!
ㄴ ㅇㅇ(F1N.A1E): 난 천 재 니 까.
하지만 나의 선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ㄴ 풍뎅이 : 아니, 그건 위험해. 11층부터는 차원이 달라. 패턴이 복잡한 녀석들이 나온다고.
ㄴ 냉장고 : 맞아. 지금까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통했지만, 11층부터는 진짜 공략 모르면 전멸할 수도 있어. 나도 거기서 몇 번이나 죽을 뻔했음.
ㄴ p깟쮸 : 게다가 익스트림인데, 뭐가 어떻게 변형되어서 나올지 모른다에요. 공략 없이 트라이해야 하는데….
ㄴ 마법은화력 : 뉴비야, 네가 천재인 건 알겠는데 이건 진짜 아니야. 슬슬 나랑 같이 파티 짜서 올라가자.
ㄴ 풍뎅이 : 파티 짜면 난이도도 중간으로 맞춰지거든? 배로 안정적일 거야.
훈수와 우려가 담긴 댓글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당신들은 익스트림 플레이어가 아니잖아?
그들의 상식이 내게 통할 리가 없다.
ㄴ ㅇㅇ(ACE.001) : 걱정 ㄴㄴ. 내일 11층 깨고 인증하러 옴.
ㄴ ㅇㅇ(ACE.001) : 아, 그리고 나 레인보우 스킬북도 하나 먹었거든. 이거 있으면 무조건 프리패스임.
그 순간 갑자기 갤러리의 반응이 싸해지기 시작했다.
ㄴ 마법은화력 : 무지개???? 10층에서?? ㅋㅋ.
ㄴ 냉장고 : (빤-히 쳐다보는 콘)
ㄴ 풍뎅이 : 엄.
ㄴ p깟쮸 : 슬슬 진짜 배 아프다에요….
갤러리의 민심이 순식간에 흉흉하게 변했다.
몇 년동안 탑을 올라도 보기 힘들다던 무지갯빛 스킬북.
그것을 이제 겨우 10층을 넘긴 햇병아리 뉴비가 먹었다.
심지어 자랑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 짬밥 10년. 나는 그 미묘한 공기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이건 위험 신호다.
싸함을 느낀 나는 빛의 속도로 브라우저 창을 닫았다.
일종의 긴급 탈출이었다.
“…이제 헌터갤러리 가서 자랑해야겠다.”
암, 자랑할 게 있으면 갤러리 순회를 해야지.
한편, 그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 해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해변의 한구석에선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어때, 해수욕은 좀 즐거웠나?”
데미갓의 비아냥거림에, 요원들은 오들오들 떨었다.
온몸이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였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데미갓은 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S급 헌터. 미국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수호신이니까.
“다음번엔 대서양에 처박아 줄까? 응?”
그리고, 세계 랭킹 1위의 자리를 빼앗기고 심기가 극도로 불편해진 폭군이기도 했다.
펜타곤의 직원들을 통째로 태평양 한가운데 던져 넣었다가 다시 건져오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왜 아직도 못 찾았어? 이 버러지 같은 새끼들….”
“그, 그게… 마법적인 무언가로 추적을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요원이 용기를 내어 보고했다.
요원의 변명에 데미갓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관련 스킬 있는 탐색자들도 붙여줬잖아! 그런데도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돼- !”
데미갓이 소리를 질렀다.
그 음파가 해변을 뒤흔들었다.
요원 몇몇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 광경에도 데미갓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안 되겠어. 특단의 조처를 해야지.”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지금 그 자식, 조만간 11층 등반 예정이지? 20층을 넘기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야 해.”
“하지만 어떻게….”
“내일부터 시간차를 두고 전 세계의 모든 탑 출입을 통제한다.”
“예? 데미갓 님, 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는 불가능합니다. 각국 정부의 반발이….”
“…특히 중국 같은 경우에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멍청한 놈들. 머리를 써 봐.”
데미갓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내 생각에 범인은 중국이 아니야. 그놈들이었으면 벌써부터 온 세상에 광고를 때리고도 남았을걸.”
‘언제는 중국이 분명하다고 난리를 치더니….’
하지만 펜타곤 직원은 프로 중의 프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안다.
데미갓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는 요원.
“그럼…?”
“오히려 중국과 협력하는 거야. 그놈들도 자기들 말고 다른 놈이 S급을 몰래 키우고 있다는 사실에 애가 타고 있을 거다.
‘더블오’를 찾는 데 협력하면, 찾아낸 뒤에 정보를 공유해주겠다고 제안해.”
“아!”
요원들의 얼굴에 감탄한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데미갓은 그 반응에 흡족해하며 자신의 계획을 읊어나갔다.
“유럽, 일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순서대로 통제에 들어간다. 시간차를 두고 한 지역씩.”
데미갓의 눈이 번뜩였다.
“만약 특정 지역의 탑이 통제됐는데도 ‘더블오’의 등반 기록이 갱신된다면, 그 지역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거겠지.
이런 식으로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결국 그 쥐새끼가 어디에 숨었는지 드러나게 될 거다.”
“역시 데미갓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젠장, 개고생하겠네…. 전세계를 무슨 수로 설득하라는 건지….'
'더블오가 눈치채고 탑을 안오르면 그만 아닌가…?'
요원들은 그런 속마음을 숨기며 아첨을 쏟아냈다.
데미갓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제목 : 뉴비 스킬북 먹었는데 이거 좋은 건가요?]
작성자 : ㅇㅇ(111.11E)
(레인보우 스킬북 인증샷.jpg)
당연히 좋지, 레인보우인데 ㅋㅋㅋㅋㅋ
(대충 개구리가 춤추는 짤 1)
(대충 개구리가 술잔 들어올리는 짤 2)
(대충 개구리가 팝콘던지는 짤 3)
ㄴ 아 이 새끼 차단도 안 되고 레전드네 그냥.
ㄴ 이 씨발 레인보우를 처먹네. 난 3년차인데도 못 먹은 건데.
ㄴ 어 레인보우라고 다 좋은 거 아니랬어~ 아무튼 꽝이야~
“후후후….”
쏟아지는 극찬.
만족스럽게 자랑을 마치고, 갤러리를 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탑에서 얻은 전리품들을 처분해야 했다.
방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거대한 양날 도끼를 챙겨 들었다.
묵직한 무게.
유니크 등급이라 그런지, 숨기려고 해도 은은한 기운이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도끼를 두꺼운 천에 감아, 미리 주문해둔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 넣는다.
"하아… 그 아저씨를 또 봐야 해?"
나는 한숨을 쉬며 브로커 아저씨를 떠올렸다.
지난번의 그 기묘하고 찝찝한 경험.
그리고 헌터 갤러리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아재 감성의 개념글까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내가 아는 거래 루트는 그 아저씨뿐이었다.
짐을 챙긴 나는 브로커 아재에게 연락을 취했다.
[물건 팔 거 있는데. 이번엔 좀 커요.]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나는 질색하며 그의 답장을 확인했다.
[SSalDaPam : 어이구 우리 아가씨 왔구나~^^;; 삼촌한테 또 연락을 다 주고,,,ㅎㅎ 무슨 일 있니?]
[SSalDaPam : 근데 물건이 크다니? 혹시 또 어디서 위험한 일 한 건 아니지? ㅠ_ㅠ 삼촌 걱정된다,,,]
“으엑….”
나는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이모티콘과 노골적인 걱정.
오프라인에서의 험상궂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다정함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욕을 해라….
그게 덜 소름 끼치겠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쳤다.
[아무튼, 돼요 안 돼요?]
[SSalDaPam : 당연히 가능하지~ 언제 시간 괜찮니? 아가씨 편한 시간에 삼촌이 맞춰야지~ 허허^^]
[내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SSalDaPam : 오냐~ 알겠다! 그럼 내일 보자! 오는 길에 위험하니까 꼭 사람 많은 큰길로 다녀야 한다~!! ^^]
“어휴, 징그러….”
나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읽지도 않고 텔레그램 창을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