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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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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금세 끝났다. 나는 초호기에게 다가갔다.
“이제 혼자서도 밥값은 하겠는데?”
초호기는 내 칭찬에 대답하듯,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꽂으며 가슴을 폈다.
나는 녀석을 다시 원래의 크기로 되돌려 어깨에 얹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러자 중요한 사실이 다시 뇌리를 스쳤다.
여기는 28층. 옆집 아저씨 정만호의 최고 기록은 27층.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대전 탑은 내 건가?”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흥분과 함께 몰려오는 약간의 긴장감.
풍뎅이의 말이 떠올랐다.
탑의 주인이 바뀌면 새로운 닉네임을 설정하는 창이 뜰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기존 랭킹 닉네임인 ‘ㅇㅇ’이 그대로 박제되어 버린다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전 세계가 내가 대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셈.
나는 초조하게 시스템 메시지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반드시 풍뎅이의 말이 맞아야 했다.
곧 내 눈앞에 기다리던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탑 28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늘 보던 익숙한 메시지와 보상들.
나는 대충 넘기고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다.
마침내 가장 중요한 알림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대전 탑의 최고 등반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탑 랭킹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이름은 층별 랭킹에 사용되는 닉네임과는 별개로 설정됩니다.]
“…휴.”
마지막 문장을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풍뎅이의 말이 맞았다. 살았다.
곧이어 내 눈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지역 탑 랭킹에 등록할 이름을 입력하십시오.]
[이름:_____]
커서가 깜빡이며 나의 입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뭐라고 적어 넣지….”
‘ㅇㅇ’은 당연히 안 된다. 그렇다고 내 공식 신분인 김한별을 쓸 수도 없는 노릇.
최대한 나라는 사실을 숨기면서도, 알 사람들은 알만한 임팩트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나는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망설임 없이 허공에 뜬 키보드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이름을 입력했다.
[해당 이름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나는 망설임 없이 ‘예’를 눌렀다.
***
한편, 같은 시각. 철혈단 길드의 회의실.
대전 탑의 지배자이자 A급 헌터인 정만호는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는 보좌관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28층의 잡몹들의 패턴은 총 세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 번째는 전기 레이저 패턴으로, 이때는 반드시 한발 물러서서….”
정만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턱을 괸 채, 텅 빈 눈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떠 있는 기계 몬스터의 3D 모델링을 노려볼 뿐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탑의 붕괴 카운트다운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대전 탑의 지배자인 그에게는 탑을 공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게다가 파업을 주도 중인 협회도 정말로 탑이 붕괴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협회조차도 정만호에게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넣고 있는 상횡.
결국 등 떠밀리듯 28층 공략을 준비하게 되었다.
“하아….”
길드의 자원을 쏟아부어 다른 헌터들의 공략 데이터를 수집하고, 밤낮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다 돈이었다.
정만호는 진심으로 가기 싫었다.
‘하아, 나도 마법사 같은 직업이었으면 편하게 가는 건데….
A급 헌터라는 명예, 길드장이라는 직위, 탑의 지배자라는 칭호. 다 좋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위해 매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비서가 고개를 내밀었다.
“길드장님, 죄송하지만 전화가 왔습니다. 화연 길드의 정태연 길드장님이십니다.”
정만호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에이, 씨발! 바쁘다고 해! 회의 중인 거 안 보여?!”
고함에 회의실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보좌관이 하던 말을 멈추고 어색하게 자세를 고쳤다.
정태연. 그 여자는 하루가 멀다고 전화를 걸어 탑은 언제 오를 거냐며 그를 들들 볶아댔다.
“그래봐야 같은 A급이면서! 동업자를 이렇게 못살게 굴어도 되는 거냐고!”
정만호는 할 수만 있다면 법원에라도 달려가 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동업자 간의 도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비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꼭 받으셔야 할 것 같다고…”
“아, 진짜!”
정만호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어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는 비서에게서 휴대폰을 거의 빼앗다시피 받아 들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 내일은 진짜 간다고! 진짜 적당히 좀…!”
정만호가 불만을 쏟아내려던 순간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즐거운 목소리였다.
[만호 씨? 방금 탑 올랐더라? 축하해. 난 또 마지막 날까지 버티다 억지로 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결심했네? 정말이지 아주 기특해! 이대로 파업도 그만두면 좋겠는데….]
칭찬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정만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준비했던 모든 욕설과 분노가 머릿속에서 증발해 버렸다.
“어… 어?”
정만호는 어리둥절한 채로 의미 없는 소리만 내뱉었다. 정태연은 그런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건을 마쳤으니 됐다는 듯 상냥하게 말했다.
[아무튼 바쁠 테니 이만 끊을게. 수고해!]
뚝.
전화가 끊겼다. 정만호는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었다.
‘뭐지? 내가 뭘 잘했다는 거야?
그는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띵동-
주머니 속 다른 휴대폰에서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A급 헌터들의 공식 공지방이었다.
정만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박상철: 대한민국 대전 탑의 최고 등반 기록이 방금 28층으로 경신되었습니다. 정만호 님의 등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게 뭐야.”
정만호의 눈이 커졌다. 그는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급하게 채팅방의 대화 기록을 훑었다. 온통 자신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현우: 정만호 길드장님 축하드립니다!]
[최수진:🎉🥳👏]
[김정한: 축하드립니다! 닉네임도 재치있게 바꾸셨네요?]
[박상철: 우리 헌터 협회는 보시다시피 대한민국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을 향한 수많은 축하 메시지들.
당연히, 기쁨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28층을 클리어했다고 믿고 있었다.
정태연이 그에게 전화를 한 이유도 그것 때문.
하지만 자신은 분명 회의실에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내 탑을 깼다고? 대체 누가?”
정만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바로 헌터 협회 사이트에 접속, 탑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록된 닉네임을 확인했다.
[서울 탑: 김수호 (53층)]
[대전 탑: 정만호 옆집 팔찌 도둑 (28층)]
“옆집? 팔찌?”
순간 정만호의 머릿속에 한 아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 집이 흔들렸을 때 만났던 그 꼬마.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니었다.
“이건 그 집 부모님이잖아! 젠장, 처음부터 느낌이 싸하더라니…!”
정만호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 어린아이가 A급 헌터일 리는 없었다.
분명 그 아이의 부모가 정체 불명의 A급일것이다.
이사할 때부터 이것까지 계획했던 것이겠지? 그 치밀함과 악랄함에 이가 떨렸다.
“회의 끝내! 등반 취소다!”
정만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어리둥절한 간부들을 뒤로한 채 곧장 창고로 향했다.
망설임 없이 보관해 두었던 상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 1회용 방어 아티팩트가 담긴 상자.
개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이 한 상자 가득이었다.
정만호는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주차장으로 달려가 자신의 검은색 세단에 몸을 던졌다.
“어떻게든 구슬려서 우리 길드로…. 아니, 최소한 동맹이라도 맺어야 해.”
부아앙-!
굉음과 함께 정만호의 세단이 집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
나는 탑에서 돌아온 직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내가 며칠 전부터 준비해 둔 팻말이 있었다.
땅을 파고 팻말을 단단히 고정시킨 뒤, 한 걸음 물러서서 나의 작품을 감상했다.
팻말에는 내가 페인트로 직접 쓴 문구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대전 탑의 지배자가 거주하는 집입니다.]
[본 구역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므로, 반경 200m 이내에서는 제한속도 20km/h를 유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 과속 시 타이어가 펑크 날 수 있음.]
마지막 경고 문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팻말을 툭툭 두드렸다.
이제 이 동네 어린이의 등하교 안전은 내가 지킨다.
막 작업을 마쳤을 때였다.
끼이이익-!
요란한 급정거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를 덮쳤다.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내 집 앞에 거칠게 멈춰 섰다.
정만호였다. 올 거라고 생각했지.
정만호가 내게로 다가오다가, 내가 막 설치한 팻말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얼굴이 팻말과 나를 번갈아 오가며 경련을 일으켰다.
“이게 대체 뭐야?”
나는 팻말을 한번 쓱 쳐다보고는 해맑게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순진한 표정.
“아, 이거요? 부모님 심부름이에요.”
“부… 부모님?”
정만호의 얼굴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어…. 그래. 부모님은 지금 어디 계시니?”
“없는데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정만호의 얼굴은 어지간히도 혼란에 빠진 듯했다.
나는 그의 뒤에 서 있는 번쩍이는 검은색 세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제를 돌렸다.
“아저씨 차.”
“차? 차를 달라고?!”
정만호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마치 새끼를 지키는 어미처럼 차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절규했다.
“그, 그것만은 안 된다! 이건 내 영혼과도 같은…!”
“아니…. 그냥 한번 태워달라고요. 드라이브.”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 말에 정만호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마지못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타, 타렴.”
결국 나는 정만호의 영혼이 담긴 세단에 앉는 데 성공했다.
푹신한 가죽 시트에 몸을 묻자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 같아서는 운전하게 해달라고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지.
애초에 키가 작아서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어디로 가면 될까?”
정만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는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주소를 찍었다.
“여기로 가주세요.”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나는 창밖 풍경을 구경하는 척하며 힐끔힐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정만호는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떻게든 내 부모님, 즉 새로운 탑의 주인과 접촉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차는 곧 깔끔한 신축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원스타 매니지먼트’라는, 여전히 적응 안 되는 이름의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
예전에 찾아가고 했던 허름한 오피스텔은 이제 없었다.
“여기 세워주세요.”
차가 멈추자 나는 휴대폰을 꺼내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저예요. 잠깐 내려와 보세요.”
몇 초 뒤, 건물의 유리문이 열리고 익숙한 인영이 나타났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그에게 손짓했다.
브로커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정만호의 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타세요, 아저씨.”
브로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은 정만호와 옆 자리의 브로커 사이에 어색하고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정만호가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보호자 되십니까?”
“아, 아닙니다. 아니지, 맞습니다.”
브로커는 부인하다가 긍정하는 둥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매니저입니다만….”
“매니저요?”
정만호의 얼굴에 실망과 혼란이 동시에 떠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드라이브가 다시 시작되었다.
차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나는 그 어색한 공기를 즐기며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정만호가 먼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조수석의 브로커에게 말을 걸었다.
“저, 매니저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철혈단의 정만호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전의 주인 아니십니까?”
“이젠 아니게 됐지만 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 아이의 부모님…. 그러니까 대표님을 꼭 한번 뵙고 싶은데, 자리를 마련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브로커는 잠시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 프로페셔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는 당분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으십니다.”
정만호의 얼굴에 노골적인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앞에 다시 도착했을 때, 정만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렸다.
그는 자신이 들고 왔던 선물 상자를 내게 건넸다.
“이건 부모님께 전해드리렴.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꼭 말하고.”
상자 안에는 1회용 방어 아티팩트가 가득 들어있었다. 꽤 비싼 물건들이었다.
나는 순순히 선물을 받았다.
그 간절함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어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명함에는 ‘원스타 매니지먼트’라는 이름과 함께 브로커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세요.”
정만호는 명함을 받아 들고 잠시 망설였다.
“… 알겠다. 오늘 고마웠다.”
“바이바이~.”
그는 차를 몰고 사라졌다. 손에 들린 묵직한 선물 상자가 꽤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