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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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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오크에게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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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탄환이 공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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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강철 방패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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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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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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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방패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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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은 기세를 잃지 않고 그대로 오크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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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거대한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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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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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 스킬을 얻기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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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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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초원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오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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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찬 전투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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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제 동족이 쓰러진 것을 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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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오크는 내게 달려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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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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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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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이 생긴 모래 토템 두 개가 오크의 몸통을 양쪽에서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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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전투를 통해 깨달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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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분신으로 오크와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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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라고는 초등학교때 배운 태권도가 고작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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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가 조작해봐야 분신은 그저 샌드백이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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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략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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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붙잡고 늘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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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을 한 모래 인형들이 끙끙거리며 오크를 붙잡고 있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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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스킬을 얻은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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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마법의 위력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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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통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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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전에는 버거웠던 모래 토템을 이제는 네 개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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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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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동시에 많이 쓰는 만큼 그에 따라 모래의 소모량도 격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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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전했던 모래늪의 모래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체의 10%도 채 남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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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나보다 모래가 먼저 바닥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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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을 두 마리까지 밖에 소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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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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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를 붙잡고 있던 두 개의 모래 토템이 내 의지에 따라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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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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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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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에서 폭발을 맞은 오크는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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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나타나는 익숙한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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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9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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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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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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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킬을 얻은 뒤, 나는 7층부터 9층까지 거침없이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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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너무나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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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내일은 10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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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시 마주한 보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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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몹 자체는 별로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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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9층까지 막힘이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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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약간의 불안감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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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보스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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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에도 그 미친 마법사를 만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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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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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히든피스가 있어도 그냥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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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보상을 얻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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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의 분탕 V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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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아주 사소하지만 골드 스킬북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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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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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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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안 나올 수도 있지…. 애초에 히든피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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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흔들어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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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갤러리부터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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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갤러리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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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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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갤러리는 마침 내 이야기에 대한 떡밥으로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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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즘 1층부터 9층까지 랭킹 갈아엎고 있는 애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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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부터 9위까지 싹 다 ‘ㅇㅇ’이라는 닉네임인데 점수 차이가 말도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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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이랑 기본 3배 차이 나는데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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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거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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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가 갤러리를 달구고 있다는 사실에 도파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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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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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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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데미갓 오늘도 SNS에 분노의 타이핑 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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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근데 진짜 누구지? 정부에서 몰래 키우는 헌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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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한국일 리가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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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ㄹㅇ. 한국이 뭔 수로 미국도 못 해낸 걸 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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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근데 ㅇㅇ 이잖아. 한국인 아니면 누가 ㅇㅇ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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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거 ㅇ이 아니라 o나 0라는데? 외국에선 더블오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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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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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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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국정원 피셜) 랭킹 1위는 중국산 비밀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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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피셜 아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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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공산당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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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프로젝트라고, 국가 차원에서 10대 영재들 모아서 탑에 밀어 넣고 S급 헌터 뽑기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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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에 랭킹 갈아치운 ‘00’도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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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뇌피셜아님특) 증거 없는 뇌피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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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중국은 이미 팀 차이나 했다가 데미갓에게 개발렸는데 뭔 헛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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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그러니까 자존심 상해서 또 몰래 만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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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00은 그럼 실험체 번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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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99 넘어서 00번째 된 거냐 그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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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중국이 우습냐? 99가 아니라 99999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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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중국? 웬 중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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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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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판테온 길드가 지금 뭐 숨기고 있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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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중국이니 뭐니 헛다리 짚고 있는데, 진짜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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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길드, 판테온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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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길드장 크로프트가 자기 딸을 후계자로 키우려고 하는 건 다들 알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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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딸이 몇 달 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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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랭킹 1위가 크로프트 딸인 건 뻔한 거 아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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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파워로 온갖 지원 다 해주고, 훈련 마치고 나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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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층 뚫는 순간 ‘판테온의 공주, S급으로 화려하게 데뷔!’ 이딴 기사 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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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모가지 검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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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거 꽤 그럴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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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판테온이면 데미갓 소속 길드 아님? 같은 길드원 팀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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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엄밀히 말하면 데미갓은 정부 직속이고 판테온은 협력관계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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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크로프트랑 데미갓 사이 생각하면, 판테온이 데미갓 엿먹이려고 하는거 말 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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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말이 되긴 뭘 돼. 장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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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비밀 병기, 세계 1위 길드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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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는 자칭 관계자들의 글이 잔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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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찾는 사람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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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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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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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체를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영광의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강렬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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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정보를 풀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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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근슬쩍 유동으로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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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거 사실 여기에 있는 사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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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ㅇㅇ(1A1.1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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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여기 예전에 익스트림 난이도 인증한 사람 있었잖아. 그 사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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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아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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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깍노 개새끼야! 온오프 기능은 넣어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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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의 속도로 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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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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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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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마법사 갤러리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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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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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급함) 나 대신 헌갤에 글 써줄 사람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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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ㅇㅇ(99L.9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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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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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랭킹 1위 먹는 애, 예전에 익스트림 인증했던 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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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좀 써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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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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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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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한심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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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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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아 이건 좀….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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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 …그냥 20층까지 꾹 참는 게 어때? 그게 안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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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것까진 좀 많이 병신같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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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늦게 몰려오는 자괴감에 글을 삭제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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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댓글이 하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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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깟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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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ㅋㅋㅋㅋㅋ 재밌겠다에요. 갤러리에서 여론 주작하는 거 진짜 해보는 거냐에요! 내가 써주겠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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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의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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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감정은 솟구치는 기대감 앞에서 금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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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영광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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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딴 갤러리에서 주작 요청하는 걸 진짜 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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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헌터 갤러리에 정말로 p깟쮸가 쓴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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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도 빠르게 고정닉네임이 아닌 유동으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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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랭킹 1위 걔, 혹시 예전에 익스클 인증했던 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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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ㅇㅇ(2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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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며칠 전에 잠깐 인증하고 사라진 사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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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분명 랭킹도 1등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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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글도 몇 개 가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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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런 사람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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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아, 있었던 것 같기도. 가물가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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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찾아보려고 하니까 글 다 지워지고 없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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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거 주작이었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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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새끼들 진짜 대가리에 문제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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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통이 터져 가슴을 팡팡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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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작해야 며칠 전의 일인데 이렇게 까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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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갤러리 똥글은 10초 지나면 잊어먹는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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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관련 념글도 몇 개가 올라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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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미적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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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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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단체로 마법이라도 걸린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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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던진 떡밥은 몇 개의 댓글이 달리고는 금세 다른 글들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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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이 부족해서 그래. 뒷광고의 화력이 너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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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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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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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떡밥을 물어줘야 ‘아, 그거 사실 접니다.’ 하고 멋지게 등장할 수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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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추리를 하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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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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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야 할 도파민이 나오지 않자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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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근질거리고,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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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 분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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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약 중독자처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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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위 그거 사실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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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가 지금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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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급히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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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 참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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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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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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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증은 20층을 깨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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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자. 누군가 먼저 추리의 조각을 맞춰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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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누가 좀 먼저 알아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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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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