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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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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잇~.”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오크에게 겨눈다.
모래 탄환이 공기를 갈랐다.
오크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강철 방패를 들어 올렸다.
“어림도 없지.”
콰직-!
강철 방패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탄환은 기세를 잃지 않고 그대로 오크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두개골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거대한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확실히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개안 스킬을 얻기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워어어어어어-!”
그때, 초원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오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분노에 찬 전투 함성.
방금 제 동족이 쓰러진 것을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오크는 내게 달려오지 못했다.
“하루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
나와 똑같이 생긴 모래 토템 두 개가 오크의 몸통을 양쪽에서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몇 번의 전투를 통해 깨달은 사실.
모래 분신으로 오크와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격투기라고는 초등학교때 배운 태권도가 고작인 나.
그런 내가 조작해봐야 분신은 그저 샌드백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전략을 수정했다.
그냥 붙잡고 늘어지는 것.
내 모습을 한 모래 인형들이 끙끙거리며 오크를 붙잡고 있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플래티넘 스킬을 얻은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단순히 마법의 위력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마나통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덕분에 이전에는 버거웠던 모래 토템을 이제는 네 개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스킬을 동시에 많이 쓰는 만큼 그에 따라 모래의 소모량도 격심해졌다.
처음 시전했던 모래늪의 모래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체의 10%도 채 남지 않은 듯했다.
지금도 마나보다 모래가 먼저 바닥난 상황.
토템을 두 마리까지 밖에 소환하지 못했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오크를 붙잡고 있던 두 개의 모래 토템이 내 의지에 따라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우워어어!”
지근거리에서 폭발을 맞은 오크는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곧이어 나타나는 익숙한 알람.
[탑 9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은 뒤, 나는 7층부터 9층까지 거침없이 돌파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쉬웠다.
“좋아. 내일은 10층이네.”
어느새 다시 마주한 보스전.
보스몹 자체는 별로 두렵지 않다.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9층까지 막힘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약간의 불안감은 존재했다.
5층 보스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그 미친 마법사를 만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번엔 히든피스가 있어도 그냥 빠질까…?”
물론 좋은 보상을 얻기는 했다.
무적의 분탕 VPN.
덤으로 아주 사소하지만 골드 스킬북도 줬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으니까.
“에이, 안 나올 수도 있지…. 애초에 히든피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뭘.”
머리를 흔들어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일단 갤러리부터 확인해보자.
집에 오자마자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갤러리에 접속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헌터 갤러리는 마침 내 이야기에 대한 떡밥으로 뜨거웠다.
[제목 : 요즘 1층부터 9층까지 랭킹 갈아엎고 있는 애 누구냐?]
1위부터 9위까지 싹 다 ‘ㅇㅇ’이라는 닉네임인데 점수 차이가 말도 안 됨.
2등이랑 기본 3배 차이 나는데 이거 실화냐?
“앗, 그거 난데.”
내 이야기가 갤러리를 달구고 있다는 사실에 도파민이 솟구쳤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그런데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ㄴ 데미갓 오늘도 SNS에 분노의 타이핑 중 ㅋㅋ
ㄴ 근데 진짜 누구지? 정부에서 몰래 키우는 헌터인가?
ㄴ 한국일 리가 있겠냐?
ㄴ ㄹㅇ. 한국이 뭔 수로 미국도 못 해낸 걸 함 ㅋㅋ
ㄴ 근데 ㅇㅇ 이잖아. 한국인 아니면 누가 ㅇㅇ이라고 함?
ㄴ 그거 ㅇ이 아니라 o나 0라는데? 외국에선 더블오라고 함.
“더블오? 내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 제목 : 국정원 피셜) 랭킹 1위는 중국산 비밀병기다.]
뇌피셜 아님 ㅇㅇ.
최근 중국 공산당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임 ㅇㅇ.
만리장성 프로젝트라고, 국가 차원에서 10대 영재들 모아서 탑에 밀어 넣고 S급 헌터 뽑기 함.
아마 이번에 랭킹 갈아치운 00도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
ㄴ 뇌피셜아님특) 증거 없는 뇌피셜임
ㄴ 중국은 이미 팀 차이나 했다가 데미갓에게 개발렸는데 뭔 헛소리임
ㄴㄴ 그러니까 자존심 상해서 또 몰래 만든 거지
ㄴ 00은 그럼 실험체 번호임?
ㄴㄴ 99 넘어서 00번째 된 거냐 그럼 ㅋㅋ
ㄴㄴ 중국이 우습냐? 99가 아니라 999999명이다
“뭐? 중국? 웬 중국이야?”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
[✪ 제목 : 판테온 길드가 지금 뭐 숨기고 있는 거 아님?]
다들 중국이니 뭐니 헛다리 짚고 있는데, 진짜는 따로 있다.
세계 1위 길드, 판테온 알지?
거기 길드장 크로프트가 자기 딸을 후계자로 키우려고 하는 건 다들 알거임.
근데 그 딸이 몇 달 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럼 지금 랭킹 1위가 크로프트 딸인 건 뻔한 거 아니겠음?
길드 파워로 온갖 지원 다 해주고, 훈련 마치고 나온거지.
아마 20층 뚫는 순간 ‘판테온의 공주, S급으로 화려하게 데뷔! 이딴 기사 뜰 거다.
내 손모가지 검 ㅇㅇ.
ㄴ 이거 꽤 그럴듯하네.
ㄴ 판테온이면 데미갓 소속 길드 아님? 같은 길드원 팀킬한다고?
ㄴㄴ 엄밀히 말하면 데미갓은 정부 직속이고 판테온은 협력관계일 뿐임.
ㄴㄴ 크로프트랑 데미갓 사이 생각하면, 판테온이 데미갓 엿먹이려고 하는거 말 되긴 하네.
“아니 말이 되긴 뭘 돼. 장난하나.”
중국의 비밀 병기, 세계 1위 길드의 공주.
그 밖에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는 자칭 관계자들의 글이 잔뜩이었다.
너희가 찾는 사람 여기 있다고!
나는 속으로 외쳤다.
참으로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내 정체를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영광의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강렬한 욕망.
‘조금만 정보를 풀어볼까?
나는 은근슬쩍 유동으로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제목 : 그거 사실 여기에 있는 사람 아님?]
작성자 : ㅇㅇ(1A1.11E)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여기 예전에 익스트림 난이도 인증한 사람 있었잖아. 그 사람 아닐까?
“아, 씨발! 아이피!”
마깍노 개새끼야! 온오프 기능은 넣어줬어야지!
나는 빛의 속도로 글을 삭제했다.
다행히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아무도 못 봤겠지?
나는 곧장 마법사 갤러리로 도망쳤다.
그리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목 : 급함) 나 대신 헌갤에 글 써줄 사람 구함]
작성자 : ㅇㅇ(99L.99C)
내용은 이거임.
‘요즘 랭킹 1위 먹는 애, 예전에 익스트림 인증했던 걔 아님?
이렇게만 좀 써주라.
부탁한다.
갤러리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한심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ㄴ 냉장고 :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콘)
ㄴ 마법은화력 : 아 이건 좀…. 쉽지 않네….
ㄴ 풍뎅이 : …그냥 20층까지 꾹 참는 게 어때? 그게 안전하잖아.
“역시 이것까진 좀 많이 병신같았나…?”
나는 뒤늦게 몰려오는 자괴감에 글을 삭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댓글이 하나 달렸다.
p깟쮸였다.
ㄴ p깟쮸 : ㅋㅋㅋㅋㅋ 재밌겠다에요. 갤러리에서 여론 주작하는 거 진짜 해보는 거냐에요! 내가 써주겠다에요!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의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솟구치는 기대감 앞에서 금세 사라졌다.
그래,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영광은 영원하다.
“살다보니 딴 갤러리에서 주작 요청하는 걸 진짜 해보네.”
잠시 후, 헌터 갤러리에 정말로 p깟쮸가 쓴 글이 올라왔다.
눈치도 빠르게 고정닉네임이 아닌 유동으로 쓴 글.
[제목 : 랭킹 1위 걔, 혹시 예전에 익스클 인증했던 걔 아님?]
작성자 : ㅇㅇ(211.47)
왜 며칠 전에 잠깐 인증하고 사라진 사람 있잖아.
그때 분명 랭킹도 1등이었음
념글도 몇 개 가고 그랬는데.
ㄴ 그런 사람이 있었나?
ㄴ 아, 있었던 것 같기도. 가물가물하네.
ㄴ 찾아보려고 하니까 글 다 지워지고 없네? 뭐지?
ㄴ 그거 주작이었다 아님?
“아니 이 새끼들 진짜 대가리에 문제가 있나?”
나는 분통이 터져 가슴을 팡팡 쳤다.
아니 고작해야 며칠 전의 일인데 이렇게 까먹는다고?
아무리 갤러리 똥글은 10초 지나면 잊어먹는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그때 관련 념글도 몇 개가 올라갔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미적지근했다.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
마치 단체로 마법이라도 걸린 듯한….
기껏 던진 떡밥은 몇 개의 댓글이 달리고는 금세 다른 글들에 묻혀버렸다.
“화력이 부족해서 그래. 뒷광고의 화력이 너무 약해….”
나는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진짜 미치겠다….”
적당히 떡밥을 물어줘야 ‘아, 그거 사실 접니다. 하고 멋지게 등장할 수 있는 건데.
왜 아무도 추리를 하지 않는 거야?
나라고! 나!
나와야 할 도파민이 나오지 않자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몸이 근질거리고,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
사리 분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마약 중독자처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쳤다.
[제목 : 1위 그거 사실 나인데…]
“헉!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나는 황급히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참자. 참는 거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자.
“스읍… 하아….”
그래, 인증은 20층을 깨고 해도 늦지 않다.
기다리자. 누군가 먼저 추리의 조각을 맞춰줄 때까지….
“제발, 누가 좀 먼저 알아채 줘….”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