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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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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20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드디어 20층.

헌터들에게 이 층은 특별하다.

하드 기준으로, A급의 관문이기 때문.

아마 남들은 이곳에 들어올 때 감회가 남다를 테지.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 머릿속은 온통 히든피스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마법사 갤러리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20층의 히든피스는 간단했다.

보스를 잡고 난 뒤, 그 자리에 정화의 씨앗을 심는 것.

그럼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난다. 그 나무는 생김새와 효과가 트렌트와 비슷했다.

나무에서는 스탯을 무려 20이나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특별한 열매가 열린다.

“에이, 이제 와서 그 정도로는 만족 못하지.”

내게는 세계수의 씨앗이 있다.

이름부터가 다르다. 무려 세계수.

분명 하드 같은 범부들이 쓰는 정화의 씨앗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물건일 터.

“생각해 보면 이거 하나로 이득을 엄청 봤네….”

10 층대의 지독한 독기를 무한하게 정화해 준 것도 이 녀석.

18층에서는 펜던트와 공명하여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다크엘프의 기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난 연구자가 아니라 관심은 없었지만….

다만 집 안을 정글로 만들어버리는 아주 사소한 부작용도 있었다.

이런 사기 아이템이 고작 스탯 조금 올려주는 열매 따위로 끝날 리가 없었다.

뭔지는 몰라도 훨씬 더 엄청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겨우 열매 몇 개 정도로 끝난다면….

나는 매우 화가 날 것이다.

그때는 심어놓은 세계수를 다시 풍화로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이게 엘프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세계를 정화할 수 있다고?

알 게 뭐야.

그렇게 소중하면 그만큼 비싼 걸 보상으로 내놔야지.

“집중하자, 집중.”

당장은 보상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오늘은 보스전.

나는 매 보스전마다 늘 쉽지 않은 일이 발생했던 것을 떠올렸다.

익스트림 난이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오직 단 하나.

이번에도 상당히 성가신 적이 나오리란 것.

나는 머리 위를 가볍게 톡톡 쳤다.

내 머리카락 사이에 둥지를 튼 작은 모래 분신, 초호기가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내밀었다.

이 녀석은 안전하게 키워야 했다.

며칠 동안 공들여 교육한 데이터가 날아가면 상당히 슬플 테니.

초호기는 나중에 큰 역할을 맡아줘야 했다.

“계속 아꼈다가 똥 되는 건 아닌지 몰라….”

하지만 역시 보스전에 투입하기엔 걱정스러웠다.

나는 초호기를 머리 위에 그대로 둔 채, 전방을 주시했다.

“좋아, 시작해 볼까.”

나는 본격적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익숙하게 사막화 스킬을 발동했다.

정글이 순식간에 내 영역인 모래밭으로 변해갔다.

이어서 나는 스무 개에 가까운 모래 분신들을 소환했다.

내 모습을 한 모래 인형들이 사막 위에 도열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정도 수의 분신을 동시에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

시도했다가는 15층 보스전 때처럼 뇌에 과부하가 걸려 쓰러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에게는 마법 깎는 청년에게서 빼앗은 레전더리 로브가 있으니까.

“인공 마나 코어 부여.”

내 명령에 따라 분신들의 몸에 마력 회로가 새겨졌다.

이제 이 녀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내가 상시 유지 중인 초호기와는 다르게, 소환 시마다 학습 내용 상당 수가 증발해버리기는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다.

비율로 따지면 1할 정도가 계속해서 누적되는 느낌.

적어도 이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 가보자.”

분신들이 흩어지자마자 사방의 풀숲이 거칠게 흔들렸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많은 적들이었다.

날카로운 검과 활을 든 다크엘프들.

그리고 19층에서 만난, 놈들과 트렌트가 뒤틀린 형태로 융합된 끔찍한 괴물들.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마치 정글이 놈들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쉭-!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내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타악-!

모래 방벽이 자동으로 솟아나 화살을 튕겨냈다.

완벽한 자동 방어 시스템.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분신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돌격 앞으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래 분신들이 일제히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무 명의 분신과 수십에 달하는 적이 격돌했다.

사방에서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한발 물러서서 전장을 둘러보았다.

분신들이 미처 막지 못하는 적은 내가 모래 탄환을 쏘아 처리했다.

내가 뒤에서 분신을 지원하자 수적으로 불리한 전황이 점차 대등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분명히 쓰러뜨렸던 적들이 하나둘씩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놈들은 터져 나간 팔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다시 붙이며 일어섰다.

완벽한 불사의 군대.

“이건 또 뭐야?”

나는 당황하여 안력을 끌어올렸다.

쓰러진 적들의 몸에서부터 연결된 마력의 길이 보였다.

땅속으로 연결된 그 길은 마치 나무의 뿌리 같았다.

저 멀리 정글 깊숙한 곳의 단 하나의 존재에게로 연결되어 있는 뿌리.

“보스한테서 생명력을 공급받고 있는 거네…. 곤란한데.”

이래서야 아무리 잡아도 끝이 없을 터.

아무래도 이것이 익스트림 난이도의 차이인 모양이었다.

하드와는 차원이 다른 무한에 가까운 물량 공세.

쓰러지지 않는 좀비 군단을 상대로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

나는 곧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이 녀석들을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없잖아?”

나는 흩어져 있던 모래 분신들을 전부 집결시켰다.

그다음, 그 모래를 전부 한 곳으로 모아 거대한 형상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5m 높이의 거대한 모래 분신이 내 앞에 우뚝 섰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래 장벽.”

거대 분신과 비슷한 높이의 거대한 모래 장벽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나는 거대 분신의 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거인의 다른 손으로는 거대한 장벽을 방패처럼 밀게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저 안쪽까지, 전부 박살 내면서 돌파해.”

거인이 내 명령에 따라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거인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렸다.

나는 거인의 손 위에서 휘청거리는 몸의 균형을 잡았다.

거인이 뛰기 시작하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리며 내 눈을 찔렀다.

하지만 나는 곧 내 선택을 후회해야만 했다.

“아…. 맞다. 나 고소 공포증 있었지….”

5미터의 높이는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마자 현기증이 났다.

나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1m 높이에서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였다.

“미, 미쳤어….”

나는 비명을 지르며 거인의 손가락을 꽉 붙잡았다.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는 내 발을 모래로 만들어, 아예 거인의 손바닥에 뿌리를 박아버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건 심리적인 문제였다.

아무리 몸을 단단히 고정해도, 이 미칠 듯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아래를 보지 않으면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울부짖듯이 명령을 내렸다.

“그냥, 그냥 앞으로 쭉 달려! 전부 들이받아!”

내 절규와 함께, 거인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거대한 모래 방패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며 나아갔다.

나무가 부러지고, 적들이 튕겨나갔다.

발밑에서는 미처 피하지 못한 적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이 끔찍한 놀이기구가 끝나기만을 빌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거인의 육중한 발걸음이 마침내 멈췄다.

나를 미치게 하던 끔찍한 흔들림이 사라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살며시 한쪽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을 삼켰다.

정글의 가장 깊숙한 곳.

그곳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나무.

줄기는 시커멓게 뒤틀려 있었고, 껍질 곳곳에서는 검은 수액이 고름처럼 흘러내렸다.

뒤틀린 나뭇가지들은 사방을 향해 뻗은 채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것이 19층 유적의 벽화에서 보았던 바로 그 나무, 오염된 세계수였다.

세계수의 흉측한 모습에 압도당한 것도 잠시.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가 꿈틀거리더니, 수십 개의 검은 줄기들이 쏘아졌다.

줄기들은 내가 타고 있는 거대 모래 분신에게 빨대를 꽂았다.

생명력을 흡수하려는 듯한 모양새.

하지만 이것은 모래.

흡수 같은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곧 세계수는 방법을 바꿨다.

거대 분신의 몸이 순식간에 줄기에 휘감겼다.

분신의 단단한 모래 몸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놈의 힘은 15층의 슬라임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내 분신은 속수무책으로 붙잡혀 버렸다.

나는 붙잡힌 분신의 머리 위에서 재빨리 다음 수를 준비했다.

방패로 사용했던 모래 장벽을 허물었다.

거대한 모래알들이 내 주변으로 소용돌이치며 모여들었다.

나는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내 팔을 축으로, 모든 모래가 하나로 뭉쳐 거대한 말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15층의 보스를 끝장냈던 바로 그 기술.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달랐다.

“가라.”

거대한 모래 말뚝이 위에서 아래로,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내리 꽂혔다.

쐐애애액-!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말뚝은 오염된 세계수의 정중앙을 정확히 꿰뚫었다.

콰자자자작!

거대한 나무가, 마치 장작처럼 허무하게 반으로 쪼개졌다.

검은 수액이 분수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생명력을 잃은 나무는 거대한 두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양옆으로 쓰러졌다.

“이러면 세계수가 아니라 그냥 조금 큰 나무일 뿐이지.”

나는 미끄럼틀처럼 거인의 팔을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내가 만들어낸 거대한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모래 말뚝은 세계수를 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아래의 땅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구덩이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검고 붉은빛을 내며 박동하는, 거대한 심장과 같은 핵이 있었다.

그때였다.

반으로 쪼개졌던 세계수의 단면에서 검은 뿌리들이 꿈틀거리며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놈들은 서로를 향해 기어가며 다시 하나로 합쳐지려 하고 있었다.

“와, 더럽게 끈질기네 정말.”

나는 혀를 차며 손가락을 튕겼다.

응축된 모래 탄환 한 발이 정확하게 핵의 중심을 꿰뚫었다.

퍼엉!

핵이 산산조각 나며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세계수의 재생이 멈췄다.

이제 정말로 끝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커다란 구슬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탑을 올랐던 세계수의 씨앗.

나는 망설임 없이, 핵이 있던 자리에 씨앗을 심었다.

이것이 바로 10 층대 전부를 관통하는 하나의 히든 피스.

씨앗을 심은 자리에서 눈부신 녹색 빛과 함께 작은 새싹이 돋아났다.

동시에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수의 잔해가 순식간에 검은 먼지가 되어 바스러졌다.

동시에 저 멀리 있던 다크 엘프들과 융합체들도 재가 되어 사라졌다.

“으앗!”

새싹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땅을 부수고 솟는 여러 다발의 줄기들.

나는 그 맹렬한 기세에 몇 발자국 물러섰다.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로 성장한 새로운 세계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온 맑고 깨끗한 마나가 퍼져나가며, 주변의 오염된 땅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그때, 내 목에 걸려 있던 펜던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메마른 잎사귀가 새로 태어난 세계수와 공명합니다.]

[세계수의 메마른 잎사귀가 세계수의 되살아난 잎사귀로 진화합니다.]

[아이템의 등급이 ‘레어’에서 ‘에픽’으로 상승합니다.]

아이템의 등급 상승.

하지만 이 세계는 내게 기뻐할 틈도 주지 않았다.

펜던트에서 녹색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은 곧 공간을 찢으며 하나의 포탈을 만들어냈다.

포탈의 너머에서 낯선 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포탈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엘프?”

내가 지금까지 봐온 다크엘프와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새하얀 피부와 은빛의 머리카락.

타락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엘프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싸움 다 끝나고 나서야 나타나는 거 보소? 진짜 귀쟁이들 평균….

엘프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잠시 넋을 잃은 듯했다.

그들이 몇 번이나 새롭게 태어난 거대한 세계수와, 그 아래에 당당하게 서 있는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보상 수령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