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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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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들은 내가 아무리 좋은 강의를 틀어주어도 10분을 채 집중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바로 자극적인 쇼츠로 채널을 돌리곤 했다.
결국 분신 훈련의 방향을 틀었다.
자동사냥 날먹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머리를 조금 더 쓰기로 했을 뿐.
나는 고민 끝에 저렴한 공기계 스마트폰을 하나 더 사 왔다.
그다음, 앱스토어에서 청소년 유해매체 필터링 앱을 찾았다.
“별점이 0점인 거 보니 이게 가장 좋겠군.”
자고로 이런 앱은 별점이 낮고 리뷰에 욕이 많을수록 성능이 보장되는 법.
리뷰에는 학생 인권 침해를 멈추라는 욕설들이 한가득이었다.
인권? 분신에게 인권이 어딨어?
이제 분신이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허락한 교육 영상뿐이었다.
나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작게 만든 미니 분신 몇 마리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 앞에 잠금장치가 된 핸드폰을 세워놓았다.
“자, 오늘은 이거다.”
오늘 틀 영상은 창술 교육 영상.
나는 녀석들에게 무기로 삼을 이쑤시개를 하나씩 쥐여주었다.
“역시 무기는 창이지.”
쉽게 익힐 수 있고, 대형을 갖췄을 때 위력이 극대화된다.
다수의 모래 분신을 운용할 나에게는 검보다는 창이 어울렸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헌터 갤러리에서 ‘검 vs 창’ 떡밥으로 키배가 벌어질 때마다 지겹도록 읽은 논리였으니.
“자, 똑바로 집중해서 따라 해 봐.”
미니 분신들은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무술가의 동작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녀석들 중 몇몇이 일어나서 행동을 따라 했다.
여전히 그 동작은 어설펐다.
하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천천히 배우는 거야.”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늘 하던 대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전투 훈련은 저 녀석들 알아서 하도록 맡겨둘 것이다.
나는 나의 본업에 집중할 시간.
오늘도 늘 그렇듯이 헌터 갤러리에 접속한다.
“오늘은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나에겐 뭔가 새로운 떡밥이 필요했다.
뇌를 빼놓고 스크롤을 내리던 도중이었다.
“응?”
헌터 갤러리 개념글 목록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보였다.
평소보다 조회수나 추천 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글.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게시글을 클릭했다.
[제목 : A급 헌터 은미래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헌터 갤러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더 이상 혼자 끙끙 앓을 수 없어,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제가 고발하려는 대상은 A급 빙결 마12법사이자, 정부 산하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은미래씨입니다.
은미래 씨는 저를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헌터로 각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의 실체는 끔찍한 고문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시설에서 30일간 다음과 같은 행위를 강요당했습니다.
30일 동안 매일 흙 한 사발씩 강제로 퍼먹기.
30일 동안 매일같이 죽지 않을 만큼의 전기 충격을 가하기….
그 밖에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을 당했습니다.
저희가 이 모든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 것은 오직 헌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뒤, 저희 중 각성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저희를 속인 것입니다.
A급 헌터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저희 같은 일반인들을 실험용 쥐처럼 써먹었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 글이 널리 퍼져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나는 글을 다 읽고 잠시 동안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내 이야기잖아.”
내가 따라 했던 마법 빌런의 댓글.
흙을 먹으면 대지 마법사, 감전되면 번개 마법사가 될 수 있다던 그 댓글.
그걸 진짜로 실험해 봤다고? 그것도 일반인을 데려다가?
아니나 다를까, 댓글창은 이미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ㄴ 진짜면 미친 거 아님?
ㄴ [기자] 안녕하세요, XX일보 기자입니다. 메일로 자세한 내용 제보 부탁드립니다.
ㄴ 주작이겠지 설마. A급 헌터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짓을 함?
ㄴ ㄹㅇ 인증 하나도 없는걸 뭘 보고 믿음?
ㄴ 난 일단 중립 기어 박는다.
욕설과 비난, 주작이라는 주장, 그리고 특종의 냄새를 맡은 기자들까지 뒤엉킨 갤러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평소보다 댓글이 몇 배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갤러리가 불타오르던 와중.
새로운 개념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성자는 다름 아닌 은미래 본인이었다.
[제목 : 은미래입니다. 현재 논란에 대해 해명합니다.]
이어진 해명문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 정연했다.
첫째, 해당 실험은 강압적인 고문이 아닌, 상호 동의하에 진행된 정식 연구 프로젝트였다.
둘째, 모든 참가자는 실험의 자세한 과정과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받았다.
또한 각성 실패 및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명시된 계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셋째, 참가자들에게는 계약금으로 1인당 1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지급되었다.
넷째, 실험 기간 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힐러들이 24시간 대기하며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를 일대일로 체크했다.
또한 현재까지 장애나 건강 이상을 호소한 참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참가자들은 언제든지 원할 때 실험을 중도포기할 수 있었다. 그 경우에도 10억 원을 지급했다.
글의 마지막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계약서 사본과 거액의 이체 내역 인증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반박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해명.
해명 글이 올라오자 마지, 들끓던 여론은 순식간에 180도 뒤집혔다.
ㄴ 예? 10억이요??
ㄴ 야, 10억 주면 나도 한다. 당장 시켜줘라.
ㄴ 이런 꿀알바를 혼자 하고 있었냐?
ㄴ 그럼 지금 10억을 받아먹고 각성 못 했다고 폭로한 거임??
ㄴ 저 흙 잘 먹습니다. 흙수저 경력 20년입니다. 어디로 지원하면 됩니까?
폭로자는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순식간에 고발자가 천하의 협잡꾼이 되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왜 그런 실험을 했는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곧 헌터 갤러리의 고인물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ㄴ 근데 저 실험 내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냐?
ㄴ ㅇㅈ. 흙 먹고 감전되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ㄴ 아, 그거네. 마12법 빌런 댓글.
ㄴㄴ 맞네 ㅋㅋㅋㅋㅋ 미친 그걸 진짜 해봤다고? ㅋㅋㅋㅋㅋ
갤러리는 또다시 새로운 떡밥으로 불타올랐다.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일하는 A급 헌터.
은미래가 고작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을 진지하게 실험했다는 사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안주거리를 제공했다.
ㄴ 어그로 댓글에 인당 10억? 세금 살살 녹는다~
ㄴ 와 이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ㅋㅋㅋ 나도 안 믿는 건데 ㅋㅋㅋ
ㄴ 나는 맨날 짜장면 먹는데. 짜장 법사 각성 안 하냐???
ㄴㄴ 짜장 법사는 뭔 능력인데 ㅋㅋ
ㄴㄴ 상대 머릿속에 짜장면 소환시켜서 죽이는 거임.
ㄴㄴ 짜장짜장 열매같은 소리하네
대부분의 반응은 비웃음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는 진짜 각성했는데.”
풍뎅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소동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나는 마법사 갤러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는 사건의 중심인물인 냉장고가 한탄 섞인 글을 막 올린 참이었다.
[제목: ㅆㅂ 뉴스 인터뷰 요청 존나 오네….]
작성자: 냉장고
짜증 나네. 하아….
짧은 글. 그 아래에 익숙한 닉네임들이 댓글을 달고 있었다.
ㄴ 마법은화력 : 저번에 내가 그거 먹어보고 안 된다고 했잖아. 그걸 진짜 하냐.
ㄴ 냉장고 : 비각성자가 하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
ㄴ p깟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번에 예산 얼마나 날려먹은 거냐에요? 이제 짤리는 거 아니냐에요? ㅋㅋㅋㅋㅋ
ㄴ 냉장고 : 닥쳐. 심란하니까.
ㄴ 냉장고 : 풍뎅아 혹시 지금이라도 정보 출처 밝혀줄 생각 없음? 그것만 알았어도 연구 진행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데.
하지만 풍뎅이는 언제나처럼 묵묵부답이었다.
바로 그때, 내가 등판했다.
ㄴ ㅇㅇ(D55.555) : 야, 이거 나한테 저작권료 같은 거 줘야 하는 거 아님? 10억씩 줄 돈 있으면 나한테 좀 주지 그랬냐~ 하아. 그럼 내가 다 알려줬을 텐데.
언제나처럼 가볍게 던진 어그로성 댓글.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갑자기 냉장고가 진지하게 나왔다.
ㄴ 냉장고 : 진짜 해볼래?
ㄴ 냉장고 : 여기 우리 연구소로 오면 돈 줄게.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ㄴ ㅇㅇ(D55.555) : 아, 역시 아직 정모는 좀 이른 것 같네요. ㅎㅎ;
나는 능청스럽게 한발 뺐다. 냉장고가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ㄴ 냉장고 : 봐봐. 저 녀석 절대 안 나온다니까.
ㄴ 냉장고 : 아, 근데 진짜 왜 안 됐지? 야, 너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 다른 거 뭐 있었던 거 아니야?
끈질기게 파고드는 질문.
하지만 나도 그들과 나의 차이가 뭔지 몰랐다.
ㄴ ㅇㅇ(D55.555) : 우웅… 뜌땨땨… 뉴비는 그런 거 몰라….
ㄴ 냉장고 : 아, 이젠 전부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댓글에서부터 그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했다.
***
며칠 뒤,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마침 저녁 뉴스에서 며칠 전의 그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화면에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은미래가 직접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잖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딱 달라붙는 검은색 니트 원피스.
그 위로 걸친 새하얀 연구용 가운.
짙은 청발을 깔끔하게 올려 묶은 머리가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전형적인 쿨뷰티 엘리트의 모습이랄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은미래 연구원님은 국내 최고의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 아니십니까?”
“네, 제가 좀 많이 잘났죠.”
“…그런데 어째서 흙을 먹이는 것과 같은,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실험을 진행했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이에 대해….”
“대중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건 과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겠죠. 전 과학자고요.”
“…실험의 비인도성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끼시진 않나요?”
“비싼 힐도 팍팍 써주고, 10억 원이나 받았으면 조용히 해야 하는 건 그쪽 아닐까요?”
그녀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기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화면 너머로, 그 차가운 표정 아래에 숨겨진 깊은 짜증이 느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곧장 마법사 갤러리를 켰다.
뉴스 화면 캡쳐본을 그대로 업로드하려고 했을 때였다.
“…뭐야, 벌써 올렸잖아? 뭐가 이렇게 빨라.”
[제목 : 냉장고 뉴스 떴다에요 ㅋㅋㅋㅋ]
작성자 : p깟쮸
진짜 빡친거 다 보인다에요 ㅋㅋㅋ
ㄴ 냉장고 : 야 글 내려라 ㅡㅡ
ㄴ ㅇㅇ(T11.111) : TV 잘 봤습니다. 팬이에요.
ㄴ p깟쮸: 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겠다에요. 참느라 고생했다에요. ㅋㅋ
ㄴ ㅇㅇ(T11.111) : 표정 보니까 못참은거 같은데? ㅋㅋㅋㅋ
ㄴ 냉장고 : 아, 진짜 그만하라고 미친놈들아!!
ㄴ p깟쮸: 삐졌다에요. 귀엽다에요.
ㄴ 냉장고 : 아오 씨발….
결국 냉장고는 ‘나 진짜 탈갤함. 니들끼리 놀아라.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