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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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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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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탑으로 출근을 한다.

보스층은 반복이 안되기 때문에 16층을 선택.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로브의 성능을 실험해 보는 것.

게다가 슬슬 레벨도 오를 때가 되었다.

못해도 다음 층에는 레벨업을 할 것 같았다.

[16층(EXTREME)에 입장하셨습니다.]

익숙하게 탑에 들어서자, 역시나 나를 반기는 것은 지긋지긋한 정글의 풍경.

“휴, 또 정글이야….”

이제는 지겹다 못해 정겨울 지경이었다.

매 층 올라갈수록 답답한 공기가 강해지고 있는 정글.

11층부터 이어진 이 환경이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다고 생각하자 눈앞이 캄캄했다.

이번 층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긴 했다.

정글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였다.

쉭,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빠르게 풀숲을 스치는 소리.

이윽고 내 앞 풀숲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처음 보는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자드맨이네.”

인간과 파충류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외형.

초록색 비늘로 뒤덮인 몸은 단단해 보였고, 양손에는 날카로운 뼈 창이 들려있었다.

수는 다섯.

놈들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리자드맨이 혀 낼름거리면 진짜 화난 거라는데.”

하지만 이제 이런 잡몹 따위가 나를 위협할 단계는 넘어섰다.

나는 효율충이 되기로 했다.

“사막화.”

내 발밑을 중심으로 건조한 모래가 순식간에 늪지를 집어삼켰다.

리자드맨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나는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모래 토템.”

소환한 토템의 수는 스물.

평소보다 몇 배는 넘는 숫자.

사막 위로 길쭉한 장승같은 모래 기둥들이 솟아올랐다.

나는 손끝을 살짝 허물어 모래로 만든 뒤, 각 토템에 신체 일부를 섞어 넣었다.

그러자 기둥이었던 토템들이 서서히 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내 앞에 나와 똑같이 생긴 스무 명의 모래 분신이 도열했다.

원래라면 절대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숫자의 분신.

문득 지난번 15층 보스전이 떠올랐다.

거대 골렘과 다수의 분신을 동시에 조종하다가 뇌에 과부하가 왔던 기억.

그때는 머리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낑낑거리며 레전더리 로브를 꺼내 입었다.

“으, 진짜 너무 크네.”

어린아이의 몸.

성인 남성에게도 살짝 큰 듯한 로브가 맞을 리 없었다.

“수선을 맡길 수도 없고….”

나는 투덜거리며 로브의 유일한 옵션을 사용했다.

스탯 보너스 하나 없이, 옵션이라고는 달랑 한 문장뿐인 로브.

[인공 마나 코어 제조.]

나는 로브에 깃든 마법을 활성화시켰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마법처럼, 새로운 스킬의 사용법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눈앞의 모래 분신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인공 마나 코어, 부여.”

분신들의 몸 위에 푸른빛을 내는 마력의 회로가 새겨졌다.

마치 인간의 혈관처럼 정교하게 흐르기 시작하는 마력.

그리고 그 중심,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밝게 빛나는 인공 핵이 생성되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분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좋아. 모두 공격!”

내가 일일이 움직임을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분신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무 명의 분신이 각자 리자드맨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1대 4의 싸움. 질 리가 없었다.

“역시 사냥은 자동사냥이지.”

나는 마음 편하게 한발 물러나, 내 분신들이 사냥해 오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제 극한의 날먹 사냥 체제가 완성된 셈.

“… 응?”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분신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엉성했다.

한 놈은 달려가다 제 발에 걸려 넘어졌고, 다른 놈은 주먹을 휘두르다 허공만 갈랐다.

모래 탄환을 쏘려고 시도했지만 발사가 되지 않아 허공에 시늉만 하고 있는 녀석도 하나.

리자드맨의 공격을 피하지도 못하고 정통으로 얻어맞는 놈까지 있었다.

퍽!

뼈 창에 맞은 분신의 가슴이 뻥 뚫리며 모래가 쏟아져 나왔다.

“아니, 저걸 왜 맞아줘?”

나는 혀를 찼다.

아무래도 내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결국 보다 못한 내가 직접 나섰다.

“에이, 진짜 쉽게 쉽게 가질 못하네.”

나는 모래 탄환을 쏴 리자드맨을 가볍게 정리했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애초에 이 녀석들은 이제 백 마리가 몰려와도 내 상대가 안된다.

나는 박살난 분신들을 회수하고, 아직 살아남은 리자드맨 몇 마리를 모래 감옥에 가둬버렸다.

훈련용 샌드백이 필요했다.

나는 남아있는 멀쩡한 분신들을 일렬로 세웠다.

손에는 적당히 모래로 만든 창 하나씩을 들려준 채였다.

“자, 잘 봐. 공격은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앞을 향해 팔을 뻗는 시늉을 했다.

내 동작에 맞춰 분신들도 어설프게 창을 뻗었다.

휘적휘적. 흐느적흐느적.

힘이라고는 조금도 실리지 않은, 흐물거리는 움직임.

절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엔 방어!”

나는 창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분신들은 그마저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정신이 어지러웠다.

이게 정말 내 분신이란 말인가?

“생각해 보니 이거, 10층에서도 이랬었지….”

10층에서 나는 모래 분신에게 도끼를 들려주고 사용하게 했었다.

그러나 분신들이 내 경험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전투 능력이라곤 없어서 포기했었지.

이번엔 자동 운전 ai를 탑재해서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여전히 바보였다.

아무래도 스킬이 지식과 경험까지 제공해 주지는 못하는 모양.

“아니,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마법사 갤러리에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제목: 소환수 지능 어떻게 올림?]

작성자: ㅇㅇ(D55.555)

분신들 이제 자율 운전 탑재함.

이제 진짜 소환수라고 봐도 될 듯?

근데 너무 멍청해서 전투를 못해….

소환수 훈련 시키는 법, 뭐 그런 거 없냐?

ㄴ 마법은화력 : 골렘 계열은 원래 지능 낮음.

ㄴ 냉장고 : 소환수는 내가 좀 알지.

ㄴ 냉장고 : 평소에도 계속 꺼내놓고 네가 하는 행동을 보게 해. 그러다 보면 조금씩 학습할 거임.

냉장고의 댓글은 명쾌했다.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학습시켜라?

“그거 괜찮네.”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내 키와 비슷한 크기의 모래 분신 하나를 소환했다.

가뜩이나 어질러진 좁은 원룸이 순식간에 꽉 차는 느낌이었다.

“좋아. 이제 집안일이라도 시키면서 학습을 시켜볼까….”

나는 분신에게 인공 마나 코어를 부여하고 명령을 내렸다.

“야, 저기 설거지부터 좀 해봐.”

분신은 내 말을 들은 건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방 안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망설임 없이 내 침대로 걸어가 벌러덩 누워버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물음에 분신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피식-.

모래로 된 얼굴에 떠오른 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 새끼가…?”

감히 소환수 주제에 자아를 가졌다고 까불어? 넌 사형이다.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분신을 다시 모래로 되돌려버렸다.

바닥에 흩어지는 모래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열받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모래를 뭉쳐 새로운 분신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놈이길 바라며, 다시 한번 마나 코어를 부여했다.

“자, 이번엔….”

내가 무슨 일을 시킬까 고민하는 사이, 새로 태어난 분신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어디로 가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분신이 향한 곳은 내 컴퓨터 책상 앞이었다.

녀석은 자연스럽게 게이밍 의자에 앉더니,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뭘 하려는 거지?

나는 충격에 빠진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녀석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있는 브라우저를 실행하더니, 즐겨찾기 목록에서 무언가를 클릭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사이트였다.

헌터 갤러리.

“야, 이 미친년아!!”

나는 이번에도 분신을 가차 없이 모래로 되돌려버렸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이 자식들…. 내가 평소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거야?”

그렇다면 전부 말이 됐다.

첫 번째 분신이 침대에 누운 이유.

두 번째 분신이 갤질을 시작한 이유.

그것은 모두 내가 평소에 집에서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있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갤질을 하는 것.

그것 말고는 이 녀석들이 학습할 만한 내 행동이 없었다는 소리다.

갑자기 내 삶에 대한 깊은 반성이 밀려왔다.

“아니야, 내가 그렇게 쓰레기일 리가 없어….”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내 인간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컴퓨터를 다시 켠 나는 너튜브를 실행했다.

그리고 검색창에 실전 격투술이나 검술 같은 단어를 입력했다.

수많은 영상 중에서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골라 전체 화면으로 재생했다.

화면 속에서는 건장한 남자가 화려한 발차기와 주먹질을 선보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모래 분신을 만들었다.

“자, 똑바로 봐. 저렇게 움직이는 거야.”

분신은 화면 앞에서 미동도 없이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

‘좋아, 이번엔 효과가 있는 것 같군.

나는 안심하고 잠시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나 잠시 다녀올 생각이었다.

“갔다 올 동안 딴짓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고 있어라.”

나는 분신에게 단단히 이르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10분 뒤, 양손 가득 간식을 사 들고 돌아왔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모니터에서는 더 이상 격투술 영상이 나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온갖 자극적인 썸네일과 효과음으로 가득한 영상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탑에서 발견된 최악의 몬스터 TOP 5!]

[1시간만 들어도 마법사가 되는 주파수]

내가 틀어줬던 교육 영상은 꺼버리고, 쓰레기 같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중인 분신.

나는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바닥에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갈 길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