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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길고 지루한 강제 휴가가 드디어 끝났다.

나는 탑에 들어섰다. 오늘은 13층을 등반할 차례.

거의 한 달 만에 들어가는 탑의 공기는 각별했다.

“음, 향긋한 정글 냄새.”

문을 통과하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너무 진한 풀 내음, 온몸에 달라붙는 축축한 습기,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정체 모를 벌레들까지.

모든 것이 여전히 짜증스러운 지형이었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필드 정상화.”

내 발밑에서부터 모래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질척이던 땅이 마르고, 무성한 수풀이 바스러지더니 모래로 변한다.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 같은데?”

사막화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마력 소모량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며칠 밤낮으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풍화를 연구했던 수행이 헛되지는 않았던 모양.

“아, 독기도 신경 써야지.”

10층 대는 올라갈수록 독기가 심해진다.

힐러 없이는 버티기 힘든 수준의 디버프가 계속해서 중첩된다는 글을 갤러리에서 본 기억이 났다.

나는 품속에서 11층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얻었던 구슬을 꺼냈다.

세계수의 씨앗.

다른 사람들은 돈을 주고 산다는 정화의 씨앗.

이름을 볼 때, 아마도 상위 호환 아이템이 분명했다.

푸른 구슬이 내 손바닥 위에서 희미한 빛을 발하며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공기 중에 가득했던 독기가 옅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씨앗의 크기도 아주 미세하게 커진 것 같았다.

“이걸 계속 이렇게만 키우면 된다고?”

마법사 갤러리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씨앗을 최대 크기로 키우는 것이 20층 히든 피스의 열쇠라고 한다.

나는 씨앗을 여전히 한 손에 든 채로, 오늘의 목표를 찾아 나섰다.

오늘의 목표는 10층 대의 핵심 몬스터 중 하나. 트렌트.

나무 모양을 한 몬스터로 층마다 하나씩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드에서는 세 마리까지도 봤다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익스트림에서는 더 많은 트렌트가 나올 테였다.

물론 랜덤이라 운이 없으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나는 12층에서 놈들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그냥 12층을 한 번 더 돌 걸 그랬나?”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다.

탑은 같은 층에 한해서 다섯 번까지 반복해서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보스 층은 예외.

그마저도 반복 공략 시에는 경험치는 없이 마석만 줬지만.

“탑의 시스템이란 거, 생각해보면 의도가 투명하단 말이지….”

이 탑이 왜 생겼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어쨌든 이 탑은 어떻게든 헌터들이 계속해서 위로 오르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것.

일정 기간 오르지 않으면 붕괴하고, 한 층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다.

고위 헌터가 저층을 대신 클리어해 주는 것도 불가능.

무조건 최대한 많은 헌터가 각자의 위치에서 탑을 오르도록 만들어진 구조.

왜일까? 이 탑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하지만 당장 내게 중요한 것은 그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A급 턱걸이 기준이라는 하드 20층을 돌파하고 싶었다.

저능아지만 힘만은 무식하게 강해서 아무도 제지할 수 없는 걸어 다니는 전술핵. 데미갓.

그가 나를 잡으려고 작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S급 헌터가 되는 것은 이제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가 되었다.

“S급 몇 명이 덤볐는데도 가볍게 이겨버렸다는 미친놈을 내가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먼 미래의 일을 지금부터 걱정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그와 맞서 싸우든, 아니면 평생을 도망치며 살든, 결국 힘을 키워야 선택지가 생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탑을 오르는 것.

계속해서 트렌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마지막 층에 가서 반복 파밍을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트렌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몬스터였다.

놈들에겐 두 가지 특수 기믹이 있었다.

첫째, 중립 위장 몬스터.

일단 때려보기 전까지는 일반 나무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선공을 하면 두 번째 기믹이자 트렌트 사냥의 핵심인 열매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트렌트에게는 열매가 열린다.

이 열매는 섭취 시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효능이 있었다.

당연히 개당 1억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어차피 저난이도를 선택해, 20층을 넘어서도 A급으로 가기 힘든 헌터들이라면 여기에서 C급, B급으로 머무르기를 택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파밍은 쉽지 않다.

열매에는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다.

진짜 열매를 잘라내면 트렌트는 여전히 중립 상태를 유지한다.

이 진짜 열매가 바로 스탯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핵심 물건.

하지만 가짜 열매는 건드리는 그 순간, 선공 판정으로 간주되어 바로 공격 패턴에 돌입한다.

“탐색 스킬 없으면 파밍은 엄두도 못 낸단 말이지….”

1차 관문으로 이 정글 숲의 수많은 나무 중에서 한두 그루의 트렌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다음 관문으로 열매 뽑기까지 성공해야 했다.

운으로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난이도.

그래서 이곳에서 파밍을 하려면 탐지 관련 스킬을 가진 파티원이 필수적이었다.

“진짜 파티 플레이도 고민을 해봐야 하나…?”

앞으로도 계속 탑에서는 탐지 스킬이 점점 더 유용해진다고 했다.

정말로 파티 플레이는 필수적인 걸까?

“하지만 내 속도에 맞춰서 탑을 오를 헌터가 있을 리가 없는데.”

나는 반복 플레이 없이 쭉쭉 탑을 오르고 있으니까.

보통은 모든 층에서 최대한 마석을 캐면서 올라간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장비를 맞추고, 상층에 도전할 스펙이 되면 그제야 안전하게 등반에 도전한다.

“나도 벌써 파티원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나….”

듣자 하니 A급 정도 되면 함께 오를 동 레벨의 파티원이 없어서 골치를 앓는 경우도 생긴다던데.

나도 슬슬 대책을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걸까.

뭐, 계속해서 솔플이 되면 좋겠지만.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파티 문제는 닥쳤을 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눈앞에 집중할 때였다.

나는 사막화 스킬을 발동하며 정글을 가로질렀다.

중간중간 마나가 바닥나 잠시 멈춰 서서 명상을 해야 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명상을 하니 마나가 평소보다 더 빨리 차올랐다.

심지어는 최대 마나량 자체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마저 느껴졌다.

개안을 한 눈으로 마력의 흐름을 자세히 눈여겨보니, 대기 중의 마나 농도 자체가 탑 밖과는 차원이 달라서 생기는 일인 듯 했다.

“이제 틈틈이 명상을 계속해봐야겠네….”

최대 마나통은 크면 클수록 좋으니까.

시간제한도 없으니 버틸 수 있는 만큼 마나를 흡수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방법인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내 눈앞에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만들어낸 사막 한가운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들.

트렌트였다.

그사이에 간간이 튀어나오는 고블린들은 이제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가볍게 정리하고 트렌트의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와, 열 마리나 된다고?”

몬스터가 이렇게나 많은데 오히려 신이 난다.

열매 가챠를 열 번이나 할 수 있다니.

하나당 1억. 운이 더럽게 없지만 않다면 최소 5억원.

정말 운이 억세게 좋다면 10억도 가능했다.

“10억 가챠 드가자~.”

나는 신나서 트렌트 앞으로 다가갔다.

바닥이 전부 모래인데 나무 열 그루가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어색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사막화는 공격 판정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왜 이 녀석들은 반쯤 식물인데도 풍화되지 않았을까?

궁금증을 느끼며 트렌트 한 그루 앞에 서서 놈을 관찰했다.

순간, 내 눈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엑스레이처럼 모든 것을 투과하는 마력의 시야가 켜졌다.

나는 트렌트의 몸속에서 어떤 마력의 흐름이, 이미 모래로 변해버린 땅속 깊은 곳과 여전히 공명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열매를 보니 두 종류가 있었다.

희미하게 마력이 흐르는 열매와, 전혀 흐르지 않는 열매.

“대박인데…. 이게 보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었다.

둘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

“일단 처음은 찍는 수밖에 없네…. 별수 없지.”

어차피 기회는 10번이나 있으니까.

첫 번째 턴. 나는 마력이 없는 열매가 진짜라는 것에 걸었다.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낸 작은 모래 탄환이 정확하게 열매의 꼭지를 끊어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르르….”

눈앞의 나무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뒤틀리기 시작했다.

나무껍질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시뻘건 안광이 번뜩였다.

“꽝이네.”

나뭇가지들이 거대한 팔처럼 변해 나를 향해 뻗어왔다.

동시에 땅속에서 굵은 뿌리들이 뛰쳐나왔다.

놈은 단단한 뿌리로 땅을 박차고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땅이 아니었다.

이미 이곳의 발판은 나의 영역.

우당탕!

트렌트의 뿌리가 모래를 허무하게 파헤쳤다.

단단히 지탱해야 할 발이 푹 꺼져버리자, 거대한 몸뚱이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크르르…?”

“….”

나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놈은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발이 계속 모래에 빠져 헛발질만 해댔다.

“나 참, 어이가 없네.”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모래 탄환 몇 발을 놈의 몸체에 쏟아부었다.

퍼퍼펑!

트렌트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 한 줌의 나무 부스러기로 변했다.

“에이, 1억원 날렸네….”

그래도 이제 확실해졌다. 마력이 흐르는 열매가 진짜.

나는 다음 트렌트로 향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마력이 흐르는 열매를 향해 탄환을 쏘았다.

열매가 바닥에 떨어졌다. 트렌트는 미동도 없었다. 완벽한 성공.

나는 떨어진 열매를 주워들었다.

그때였다.

내 다른 손에 있던 세계수의 씨앗이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스스로 열매를 삼켜버렸다.

“뭐?”

씨앗은 열매를 우물우물 씹더니,퉷하는 소리와 함께 뱉어버렸다.

씨앗이 토해낸 열매는 쭈글쭈글하게 말라 있었다. 누가 봐도 값어치를 못 하게 생긴 상황.

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 미친 새끼야! 내 1억원 토해내!”

발작도 잠시, 나는 곧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다. 이건 분명 히든 피스의 일부일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해….”

이렇게 된 거, 일생일대의 도박을 해보자.

나는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여덟 그루의 트렌트에게서도 진짜 열매를 모두 수확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세계수의 씨앗에게 먹였다.

“옳지 옳지, 잘 처먹는다 우리 개새끼….”

열매를 모두 처먹은 씨앗은 이제 아기 머리통만 한 크기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제발 히든피스…. 제발 히든피스….”

이게 어떻게 돌아올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챙겨두자.

그쯤에서 나는 일부러 살려두었던 마지막 고블린에게 모래 탄환을 날렸다.

놈이 쓰러지자마자 익숙한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눈앞에 스킬북이 나타났다.

갈색과 갈색.

그 사이, 보너스를 받아 등급이 상승해 눈부시게 빛나는 백금색의 스킬북이 하나.

간만의 레벨업이었다.

나는 흡족해진 마음으로 보상을 수령했다.

[패시브 스킬 : 개안]

“지랄?”

뭐야? 중복이라고? 설마 무효?

이것이 현실일 리가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