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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흡수한 빛을 다시 내게로 보냈다. 마치 안테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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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이질적인 힘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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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많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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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하나 정도 되는 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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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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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저번에 샌드웜이 말했던 신앙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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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모아 격을 올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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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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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적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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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비슷한 길의 초입에 들어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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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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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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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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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중에 천천히 알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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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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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죠? 축제라도 열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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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샤론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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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로 현자님을 위한 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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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은 35층에서 내가 사라진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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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승리는 기울어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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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당 오크들도 모래시계 문양만 보면 도망가는 통에 금세 처리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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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축제는 승리를 기념하고, 현자를 기리기 위한 첫 축제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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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왕국은 이미 멸망했을 겁니다. 저흰 현자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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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뭘 그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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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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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심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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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야 너무 위엄 없어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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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라고 불리면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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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럴 때 쓰다듬을 수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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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싸울 오크도 없나? 이번 층은 그냥 축제만 즐기다 가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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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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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심 경계하면서도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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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단상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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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 옆에서는 초호기가 여전히 위풍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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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기서 녀석이 가장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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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진짜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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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국왕이 나를 부르더니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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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잠시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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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중앙에 있던 거대한 천막이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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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직 미완성으로 보이는 거대한 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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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로브를 걸치고, 한 손을 내민 채 서 있는 모습. 바로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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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세히 보니 실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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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5살에서 10살은 더 먹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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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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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의 석상이라고? 이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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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의 위업을 영원히 기리고자, 왕국 최고의 장인들을 모아 현자님의 석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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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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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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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려오는 감동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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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전에 하고자 했던 걸 여기서 먼저 이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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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탑 안에선 배울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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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빨리 한국을 탑 안의 사회처럼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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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사진 좀 찍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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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대전에도 비슷한 물건을 만들 때 참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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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석상이 내 실제 모습보다 더 위엄이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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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모델이 되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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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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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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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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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광장 전체에 불쾌한 이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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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흥겨운 음악 소리가 순식간에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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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당황하며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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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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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바닥의 돌 틈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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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의 보스에서 본 것과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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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와 같은 특별한 위압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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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불쾌하고 기분 나쁜, 원한 덩어리 같은 존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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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뭐지…?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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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의 주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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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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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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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망령은 사람들을 위협하듯이, 광장을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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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장 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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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의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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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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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닿은 부분부터, 석상이 마치 산성 용액에 닿은 것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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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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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잃은 거대한 석상이 옆으로 기울며,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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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석상이 순식간에 흉측한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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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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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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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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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개판이 되어버린 축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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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극악무도함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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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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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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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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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아래의 땅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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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컨테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땅이 사람들을 안전한 광장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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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광장은 나와 몇몇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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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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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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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에서 만났던 오크 대군주의 영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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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에 비하면 하찮은 유령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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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흐르는 마력의 총량 자체도 보잘것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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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까짓 게 감히 내 석상을 부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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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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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탄환이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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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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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슈슈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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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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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탄환은 아무런 저항 없이 녀석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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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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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나를 비웃는 듯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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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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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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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지난 35층의 재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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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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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다른 마법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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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기회를 주시면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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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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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궁정 마법사 제라드님의 수석 제자입니다. 저런 하찮은 원혼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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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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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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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예전에도 봤던 파이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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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덩이가 망령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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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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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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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마법이 안 통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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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자라서 별 볼일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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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씨는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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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노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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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풀리는 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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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공격이 안 통하면 남은 공격 수단이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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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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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쓰는 신성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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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여긴 사제 같은 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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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제요? 있긴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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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었는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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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자님을 기리는 게 악마 숭배라고 난리를 치다가…. 대부분이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이제 한 두 명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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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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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마라고? 진짜 악마가 뭔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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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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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제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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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으로 한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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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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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은 방금 얻은 힘을 써보라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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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얻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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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모여 만들어진 힘. 그것이 곧 신성력의 씨앗. 저런 하급 원혼을 정화하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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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의 말에 나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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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새로운 힘이 생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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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임 없이 몸 안의 힘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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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격을 하기 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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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소모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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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쓰면 끝. 다시는 보충이 안 되는 신앙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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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잡몹 하나 잡자고 쓰자니 정말로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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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은 신앙은 신도들이 살아있기만 하면 다시 뽑아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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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스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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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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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가진 모든 신앙이 탄환 하나에 탈탈 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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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찔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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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위의 모래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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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달리, 눈부신 황금빛을 내뿜기 시작하는 모래 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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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신성해 보이는 모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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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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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가 경악하며 달아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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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자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의 등장을 감지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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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도망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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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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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석상을 부수고, 귀중한 내 신앙을 전부 쓰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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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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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가 뭉친 탄환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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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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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모래가 닿자,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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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초 만에, 녀석은 단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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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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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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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 녀석은 누가 봐도 잡몹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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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제 막 얻은 신앙을 전부 쏟아부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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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신앙이 너무 짜. 이 많은 사람에게서 얻었는데 고작 한발 쏘면 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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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언제 포인트를 모아 다음 단계로 승급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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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을 모아 얻는 이 힘은 너무나도 불안정하고, 일회용적인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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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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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소모전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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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단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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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 목표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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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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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층 EXTREME 난이도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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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벨업 보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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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세 권의 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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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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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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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 있는 스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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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백금색 빛을 발하는 두꺼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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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등급은 분명 플래티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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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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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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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보너스는 평소에는 올스텟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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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이 있었다면 스킬북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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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아주 단순하고 강력한 혜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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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는 플레티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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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티넘은 레인보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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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씩 올라가는 직관적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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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은 시작부터 플래티넘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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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에서 한 단계 올라가면… 레인보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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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고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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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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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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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너스]도 스킬북 등급을 올려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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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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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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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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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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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스킬북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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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의 빛은 이내 무지갯빛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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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예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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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에 나타난 것은 처음 보는 시스템 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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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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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레인보우 저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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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레인보우 다음 단계를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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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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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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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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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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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있다고 시스템이 공언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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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보만 알려져도 세상은 난리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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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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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대는 마음으로 다음 변화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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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등급 상승 기회가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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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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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빠라빠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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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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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레인보우 스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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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빠라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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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완전한 빛으로 화한 책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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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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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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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신경이 빛이 서서히 강해지는 스킬북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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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빛이 정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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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든 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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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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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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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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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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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소리와 함께, 모든 빛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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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빛이 사라진 여파인지, 세상이 암흑에 잠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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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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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바닥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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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까맣게 타 버린 재 한 줌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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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흘러내리는 검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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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스킬북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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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파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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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실패 확률도 있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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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어이가 가출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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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불은 안되나? 강화 안 해줘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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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시스템은 방금 전의 창을 다시 한번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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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스킬북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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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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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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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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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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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대로 끝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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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게임에서도 강화 실패하면 조각 같은 걸 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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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시스템 같은 게 분명 여기에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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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스킬북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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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사람을 자꾸 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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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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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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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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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 보상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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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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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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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역시 강화에도 천장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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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뭔가 다른 걸 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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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보상안의 정체는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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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으로 ‘탑의 비밀 뽑기’ 1회 이용권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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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뽑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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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가챠게임을 생각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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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테스트 다음에 또 운빨 테스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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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착하게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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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눈앞에 화려한 돌림판이 하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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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판에는 온갖 종류의 보상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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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보상의 목록이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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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돌려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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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층 스킵 티켓: 원하는 층 하나를 공략 없이 즉시 클리어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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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등급 상승 티켓: 보유 스킬 중 하나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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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상승 티켓: 플레이어의 격을 한 단계 영구적으로 상승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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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릭서: 죽음에 가까운 상처에서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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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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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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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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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스킵? 스킬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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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탑의 시스템을 수정하는 정도의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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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레인보우 스킬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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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확률은 극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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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목들은 실금 같은 칸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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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돌림판에는 [마석 100g]같은 꽝도 많이 섞여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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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희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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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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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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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보상해 준다면, 나쁘지 않은 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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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룰렛 중앙에 있는 [추첨 시작] 버튼을 망설임 없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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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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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보상 항목들이 눈앞을 휙휙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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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도 룰렛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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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렛의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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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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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등급 상승 티켓]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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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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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층 스킵 티켓]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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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 바퀴 더 안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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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렛은 계속해서 느려지더니, 마침내 한 글자 위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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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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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이전 층 재입장권’에 당첨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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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한 장의 티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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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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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켓을 집어 들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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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대박도, 그렇다고 완전한 꽝도 아닌, 지극히 애매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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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디에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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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 안의 티켓을 그저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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