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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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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을 찾아, 그곳에 거대 건축물들을 짓는 거다.

움직이는 3m 공룡이라거나.

물론 그냥 움직이면 마법인게 들킬 수 있으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것처럼 후편집을 해야겠지만.

너튜브 쇼츠를 보다가 떠올린 발상.

이건 분명히 념글감이다. 아니, 월간베스트에도 갈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상상만 해도 도파민이 솟구치는 기분.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 차가 없네….”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서해안까지 가려면 차로 두 시간이 족히 걸렸다.

탑이 생겨나고 세상이 한 번 뒤집힌 이후, 사회 인프라는 예전 같지 않았다.

대중교통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

특히 대전에서 바다로 향하는 버스 노선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법사인데 무슨 순간이동 스킬 같은 건 없나?”

나는 혹시 몰라 인터넷에 마법사들의 이동기에 대해 찾아보았다.

검색 결과는 허무했다.

그나마 나오는 것은 바람 속성 마법사의 비행 마법뿐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걔네는 날아가면 그만이니까.

나는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어? 나도 모래 띄울 수 있잖아?”

그래, 발판을 만들어서 날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즉시 집 앞 공터로 나갔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발밑에 단단한 모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오, 된다!”

성공이었다.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높이는 약 1m정도.

하지만 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발판 위에 올라갔을 때였다.

“어…. 생각보다 무서운데…?”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는 발판.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났다.

떨어지면 최소 골절.

아니, 내 연약한 몸이면 사망이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땅으로 내려왔다.

“나한테 고소 공포증이 있었나…?”

겨우 1m인데…?

“아니야, 키가 줄어들어서 그래. 평소 눈높이가 너무 낮아져서…. 내가 쫄보일 리가 없어….”

달갑지 않은 발견이었다.

높이를 낮추어도 보았지만, 땅에 가까워질 수록 바닥과의 간섭이 심해져 컨트롤이 어려워졌기에 그만두었다.

결국 비행은 무리였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일렀다.

나는 곧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굳이 날아서 갈 필요가 있나? 그냥 땅에 붙어서 가면 되지.”

나는 사막화 스킬을 작게 시전했다.

내 발 앞의 땅이 순식간에 모래로 변했다.

나는 그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나 자신은 가만히 둔 채, 발밑의 모래만 앞으로 이동시켰다.

스르륵-.

몸이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모래를 계속 띄워서 이동하는 것보다 컨트롤도 훨씬 편한 느낌.

“오, 편하네. 좋네 이거.”

하지만 이 방법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내가 지나간 길에 선명한 모래 길이 남는다는 것.

이런 식으로 바다까지 가면 내 동선이 만천하에 공개될 터였다.

“풍화를 되돌릴 수만 있으면….”

모래로 만든 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완벽한 이동기가 될 터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스킬을 역으로 사용하는 것을 시도했다.

“으으….”

하지만 어려웠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스킬을 역으로 발동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마법사 갤러리에 물어보는 것.

[제목: 스킬 역으로 써본 사람 있음?]

작성자: ㅇㅇ(C33.33D)

스킬을 반대로 써서 모래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데, 방법 아는 사람?

내 질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p깟쮸와 풍뎅이였다.

ㄴ p깟쮸: 스킬을 역으로 쓴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에요? 시간 되감기라도 하겠다는 거냐에요?

ㄴ 풍뎅이: 스킬을 역으로 발동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지 않아?

스킬은 정해진 효과를 발동시키는 거니까. 발동 전 취소는 몰라도.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리는 게 가능해?

그들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역시 불가능한 영역인 걸까.

그때, 마법은화력과 냉장고가 나섰다.

ㄴ 마법은화력: 흠, 이미 생긴 불을 끄는 건 자신 있지.

그냥 꺼져라 하고 강하게 생각하면 되던데? 중요한 건 감각이야. 이미지를 강하게 연상해봐.

ㄴ 냉장고: 얼음을 다시 물로 만드는 건 간단해. 열에너지와 상태 변화 원리를 생각하면 돼.

열을 빼내는 게 아니라, 다시 집어넣는 느낌으로. 이론적으로 접근해야지.

두 사람의 조언은 정반대였다.

한 명은 감각을, 다른 한 명은 이론을 강조했다.

나는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나는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방 안은 온통 모래투성이가 된 지 오래.

다이소에서 사 온 플라스틱 컵, 나무젓가락, 지우개 따위가 모래가 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 채 바닥에 쌓여갔다.

연습의 연습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마법은화력의 조언대로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했다.

손바닥 위의 모래를 느끼며, 그것이 원래의 컵으로 돌아가기를 강하게 염원했다.

하지만 모래는 내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힘없이 무너져 내릴 뿐이었다.

다음은 냉장고의 방식이었다.

나는 개안 스킬을 이용해 사물의 구조를 철저히 분석하고, 풍화의 과정을 역으로 계산하려 했다.

에너지의 흐름을 반대로 돌리고, 분자 구조를 재조립하는 상상.

하지만 내 머릿속의 조잡한 이론은 현실의 모래를 움직이지 못했다.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다.

“젠장, 뭐가 문제야….”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두 사람의 조언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완벽한 해답은 아니었다.

마치 자물쇠는 있는데 열쇠가 반으로 쪼개진 기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방에만 박혀 있어 시간 개념은 희미했으나, 창밖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것을 보며 어렴풋이 사나흘이 지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흐아아….”

어느 순간, 나는 지쳤다.

온몸의 마력이 바닥나고, 정신력은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모래알이 등을 찌르는 감촉이 불쾌했다.

“그냥 포기할까….”

애초에 이런 걸 왜 시작했더라.

아, 맞다. 바다.

바다에 가서 초거대 모래 조각들을 만들고 갤러리에 자랑하려던 거였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의미 없이 손가락 하나를 모래 탄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으로 되돌렸다. 너무나도 쉽고, 자연스러운 과정.

“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뇌리를 스치는 깨달음.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왜 내 손가락은 이렇게 쉽게 돌아오는 거지?

“이거였잖아….”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매일 하고 있던 일.

답은 간단했다. 내 몸의 일부니까.

이 모래는 손가락이라는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저 바닥에 널브러진 모래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이 한때 컵이었는지, 지우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알려줘야 하는 거였어.”

먼저 나는 이론적인 방식을 썼다.

개안을 통해 사물의 구조를 완벽하게 머릿속에 기억한다.

그리고 감각파의 방식대로, 그 기억을 모래에 강하게 주입하며 그것이 너의 본모습이라고 명령한다.

이론과 감각. 두 개의 반쪽짜리 열쇠를 하나로 합치는 것.

나는 다시 식탁 위에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풍화를 시전했다.

스르륵.

평범한 도자기 잔이 순식간에 한 줌의 고운 모래가 되어 손바닥 위로 흘러내렸다.

이제 이걸 다시 되돌려야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개안으로 기억했던 잔의 모든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 기억의 설계도를 손바닥 위의 모래에 쏘아 보냈다.

‘너는 컵이다.

손바닥 위의 모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뭉쳐지며 원래의 형태를 찾아갔다.

마침내, 내 손 위에는 조금 전과 똑같은 커피잔이 놓여 있었다.

“성공이다…!”

나는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책상 위에 있던 콜라 캔을 집어 들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도자기보다 어려운 알루미늄 캔.

나는 다시 한번 역 풍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훨씬 어려웠다.

몇 번이고 실패가 이어졌다.

모래로 바꾸는 것은 쉬웠지만, 그것을 다시 원래의 금속으로 되돌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모래와 비슷한 물질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여나갔다.

유리컵, 플라스틱 숟가락, 쇠젓가락.

수많은 실패가 쌓여 경험이 되었다.

실패는 여전히 이어졌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제 갤러리에 인증을 하고 바다에 가겠다는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의 발견이,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뛰어넘는 이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내게 이런 지식욕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어쩌면 마법사가 되면서 나도 모르는 내면의 무언가가 함께 깨어난 건지도.

시간이 흘렀다.

성공하는 물건이 늘어났다.

점차 나는 더 어려운 물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관문은 책상 서랍에 있던 낡은 수능 시계였다.

수십 개의 미세한 톱니바퀴와 태엽, 나사로 이루어진 정밀 기계.

내가 지금껏 다룬 것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물건이었다.

나는 개안 스킬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시계의 모든 것을 스캔했다.

마력을 미세하게 흘려보내 내부 구조와 재질, 부품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전부 파악했다.

내 머릿속에 하나의 완벽한 설계도가 그려졌다.

이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할 기예.

내 원래의 두뇌 용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작업.

나도 모르게 코피가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했다. 시계를 모래로 돌리고, 다시 원래의 형태로 뭉쳤다.

하나, 둘, 셋… 쉰 번째의 시도.

그동안 수능 시계 쉰 개가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계를 내 손으로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해냈다!”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탑을 오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희열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과 컴퓨터를 차례대로 바라봤다.

이것도 이해만 한다면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물론, 핸드폰 수십 개를 날려 먹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찔해져서 시도할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혹시, 살아있는 것들도 가능할까…?”

갑자기, 얼마 전 모래 비둘기를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많은 희생을 치르기만 한다면….

“아니지, 그건 아니야.”

나는 순간 든 오싹한 생각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그런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무서운 일이었다.

“이것도 충분히 대단한 발견이지.”

여기에 만족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해답을 알려준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나의 발견을 인증할 시간이었다.

[제목: 역풍화 알아냄. ㄳㄳ]

작성자: ㅇㅇ(E5E.5F5)

(시계를 모래로 만들었다가 다시 복구하는 영상.gif)

님들 덕분에 성공함.

특히 마법은화력, 냉장고 ㄳㄳ.

원본 스킬이 풍화니까 퇴적으로 이름을 따로 붙이려다가, 어감이 별로라 그만둠.

스킬 이름 추천받는다.

ㄴ 냉장고: 아니, 저딴 걸 어떻게 해?

ㄴ 마법은화력: 내가 알려준 건 그냥 불 끄는 법이었는데…? 저건 차원이 다르잖아.

내 글을 본 갤러리 사람들은 경악했다.

심지어 내게 방법을 알려준 당사자들조차 기겁하는 반응이었다.

ㄴ p깟쮸: 나중엔 사람도 만들겠다에요.

ㄴ 풍뎅이: 이미 분신으로 만들고 있잖아.

ㄴ p깟쮸: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살아 움직이는 사람 말이다에요.

ㄴ 냉장고: 사람은 너무 갔고 작은 동물 같은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그런 스킬도 있긴 하던데.

ㄴ ㅇㅇ(E5E.5F5) : 님들도 다 했던 거 아님?

ㄴ 냉장고 : 야, 물을 얼음으로 바꾸는 거랑 시계를 모래로 바꿨다 되돌리는 게 같냐? 그게 될 것 같아?

ㄴㅇㅇ(E5E.5F5) : ㅋㅋ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좀 쩔긴 했음. 인정? 어 인정~

ㄴ 냉장고 : …이녀석 비틱 솜씨는 알아줘야 해 하여튼.

나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다시 확인받을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 것이 흙 속성 마법의 특징인 건지, 아니면 개안 스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해냈다는 것이었으니.

“…그러고 보니 바다는 결국 못 갔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한국의 탑 봉쇄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