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415 lines
12 KiB
Markdown

심심할 때는 갤러리를 킨다.
잠시 뒤, 어느새 모든 글이 읽음 처리되어 있는 갤러리.
나는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누르며 뭔가 새로운 글이 뜨길 기다렸다.
재미있어 보이는 글이 올라오자마자 즉시 클릭.
[제목 : 단검 >>> 야구방망이인 건 팩트 아님?]
영화만 본 애들이 꼭 야구 빠따가 리치 때문에 유리하다고 하지, 현실은 완전 다름.
1:1 야차룰로 붙으면 무조건 단검이 이김.
헌터들도 단검 들지 빳따 든 헌터 본 적 있냐?
걍 대인전에서는 단검 >>> 빳따임
댓글
ㄴ 그건 암살자 직업군이 있어서 그런거고 ㅡㅡ
ㄴ ㄹㅇ 탱커들은 다 둔기 드는데 헛소리임
ㄴ 야구하던 애들 중에 헌터 하는 거 본 적 있냐?
ㄴ 각성한 거 숨기고 겜하다 걸려서 문 닫은 스포츠가 무슨 뜻 ㅋㅋ
멍하니 헌터 갤러리를 쓱쓱 넘기다 발견한 글.
이 녀석들은 언제나 한결같구나.
언제나 같은 떡밥과 댓글.
아마 10년 후에도 같은 주제로 떠들고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ㄴ ㅇㅇ(A11.111) : 어 빳따든 검이든 마12법이 다 이겨~
ㄴㄴ 어 탑 유동이네.
ㄴㄴ 님도 혹시 법사임?
ㄴㄴ 겠냐? 법사는 극소수라 이미 신상 공공재인데
저번의 그 글을 쓴 이후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종종 생겨났다.
내 별명은 탑 유동.
가끔 아스가르드 유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괴랄한 IP주소 때문에 탑에서 갤질하는거 아니냐며 떠들다가 붙은 명칭이었다.
무적의 분탕 기술을 얻었지만, 오히려 자제하고 있다.
그야, 나 정도로 유명하면 이제 무게감이 있는 갤질을 해야 하거든.
댓글과 게시물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써야 한다.
무조건 사람들이 누를 수밖에 없는 제목과 내용을 선정해서 글을 쓴다.
[제목 : 불 끄고 내 이불 안으로 들어와 봐]
작성자 : ㅇㅇ(2E2.E22)
(대충 모래로 만든 사람 키만 한 티라노 짤)
개쩌는 모래공룡이다. 내가 만듦.
[댓글 : 0]
어 이럴리가 없는데?
왜 반응이 없지? 개쩌는 공룡이라고.
“진짜 열심히 만든건데….”
속이 시커메지는 것 같다.
계속 이런 무관심이 이어지다간 흑화할지도 모른다.
“뭐로 어그로를 끌지? 익스클 인증이나 다시 올려봐?”
추적에서도 자유로워졌겠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적극적인 어필을 해도 될 지도?
그때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어느새 해가 뜨기 시작한 밖.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저 너머 모든 불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거대한 검은 기둥이 보였다.
슬슬 탑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놀 만큼 놀았다.
이제 일하러 가야지.
***
나는 오늘도 다시 탑에 들어갔다.
어제의 찝찝함은 어제의 일. 오늘의 나는 오늘의 탑을 오른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속 출근 중인 내 모습이 대견하다.
마법사 갤러리의 조언은 명확했다.
탑을 올라라. 레벨을 올려서 최대 마나량을 늘려라. 아니면 새 스킬을 찾던가.
간단하고 명쾌한 해답.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분신 두 개를 동시에 조종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전술이었으니까.
“게다가 슬슬 레벨업 할 때가 되긴 했지.”
마법 갤러리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8층 근처에서 레벨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하드 유저의 기준.
하드 유저들이 3층과 8층 즈음에서 레벨업을 한다고 치면, 1층에서 레벨업 한 나는 6층쯤에서 레벨업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익스트림은 훨씬 많은 몬스터를 잡으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탑에 발을 디딘다.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익숙한 감각.
눈앞에는 이전에 보았던, 이음새 하나 없는 흰색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못 보던 상태창도.
[파티 초대]
6층부터는 파티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했다.
같은 탑에 들어온 사람들끼리 파티를 맺고 함께 공략할 수 있는 기능.
나중에는 다른 지역의 탑에 있는 헌터와도 파티를 맺을 수 있게 된다고 들었다.
물론 내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쭉 솔플 유저니까.
무엇보다 이제 내게는 든든한 탱커가 생겼다.
나는 망설임 없이 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탑 6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눈앞의 풍경은 넓은 초원이었다.
이제 축축한 동굴은 끝인 모양.
나를 반겨주는 몬스터도 지긋지긋한 고블린이 아니었다.
녹색 피부의 거대한 덩치. 조잡한 가죽 갑옷과 어깨에 짊어진 거대한 양날 도끼.
“취이익….”
오크였다.
적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노말이랑 같은 구성이라고?”
게다가 하드 난이도에서는 오크 두 마리가 나온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한 마리라고?
이젠 나도 안다. 이것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익스트림 난이도에서 몬스터의 수가 줄어들었다면, 그건 질적으로 훨씬 더 강한 놈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크가 든 도끼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서늘한 기운을 줄기줄기 내뿜는 도끼날.
더 두고 볼 필요도 없다. 나는 곧바로 모래늪을 시전했다.
오크는 빨랐다. 늪이 완성되기도 전에 놈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모래늪이 놈의 발목을 잠깐 잡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저 약간 귀찮다는 듯, 발을 한번 구르는 것만으로 모래의 저항을 떨쳐냈다.
역시 인간보다 덩치가 큰 몬스터에게 모래늪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내게는 새로운 스킬이 있으니까.
“모래 토템.”
나는 침착하게 스킬을 시전했다.
동시에 내 앞의 모래들이 빠르게 뭉쳐지며 거대한 기둥을 형성했다.
나는 익숙하게 새끼손가락을 잘라 토템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내면의 신에 집중했다.
나의 모습. 나의 형상을 떠올린다.
모래 기둥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나와 똑같은 모습의 인형으로 변했다.
문득 걱정이 들었다.
저렇게 작은 모습으로 저 큼지막한 도끼를 막아낼 수 있긴 할까?
“워어어어!”
오크가 포효하며 도끼를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토템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찍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앙!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토템이 서 있던 자리에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다행히 토템은 박살 나지 않았다.
비록 한쪽 어깨가 움푹 패이긴 했지만,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각보다 내구성이 튼튼했다.
“좋아, 일단 한방은 버티는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크가 다시 한번 도끼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토템을 조종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아니 이게 맞는다고?”
어설프게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인 분신은 오히려 정통으로 도끼를 얻어맞았다.
머리통이 장작처럼 쪼개지는 토템.
괜히 피해서 더 세게 처맞았다.
아무래도 근접전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이런 식으로 분신을 조종해봤자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격투기라도 배워둬야 하나?”
나는 짧은 상념을 끝냈다.
어차피 모래 토템은 고기 방패.
캐스팅 시간만 벌어주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그사이 준비해둔 모래 탄환을 오크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다.
슈우욱-!
탄환이 허공을 갈랐다.
“워어어어어!”
하지만 오크는 전투 함성을 한번 지르더니, 괴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도끼를 치켜들어 탄환을 막아냈다.
“미친, 이걸 반응해서 막는다고?”
다행히 그 두꺼운 도끼도 내 탄환의 위력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했다.
파캉!
오크의 도끼가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오크는 죽지 않았다.
도끼를 들고 있던 팔이 너덜너덜해진 것이 전부였다.
“역시 공격 스킬을 얻어야 하나?”
하긴, 이건 너튜브 영상만 보고 따라 한 기초 마법일 뿐이었다.
스킬도 없는 기본 공격의 한계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 얻어야 하는 스킬이 너무 많네…. 남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워어어어어!”
오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방금 공격으로 어그로가 내게로 끌린 것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모래 토템을 다시 조작했다.
어그로를 다시 토템에게로 옮겨야 했다.
모래 토템에 내장된 기능.
내 모습을 한 모래 분신이 상남자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날 봐- 라-!”
내 모습을 하고 상남자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아, 나도 몸 좋으면 저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끝나버린 꿈이었다.
오크의 붉은 눈이 분신에게로 휙 돌아갔다.
분노에 찬 오크는 분신을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퍼억!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할 정도로 통쾌한 주먹질이었다.
내 모습이 저렇게 처맞고 있으니 좀 슬프긴 하네.
모래 분신은 몇 대 버티지 못했다.
“하…루 종일이라도 할…수 있…어….”
뭉개지는 발음과 함께, 분신의 몸뚱이가 사정없이 터져나가며 다시 한 줌의 모래로 돌아갔다.
오크는 다시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그제야 구경을 마치고, 준비해둔 모든 탄환을 쏟아부었다.
모래늪으로 수급한 모래의 절반을 소모한, 수십 발의 탄환.
슈슈슈슈슉-!
오크의 거대한 몸뚱이는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그리고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탑 6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레벨 업을 축하합니다!]
[현재 레벨 : Lv3]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레벨업이었다.
내 앞 허공에 세 권의 책이 나타났다.
꽝을 상징하는 칙칙한 갈색 그리고 또 갈색.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
“잠깐, 은색이라고? 이거 혹시?”
기대감이 차오르는 순간, 새로운 알림이 연달아 떠올랐다.
[난이도 EXTREME의 최초 클리어자입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은색으로 빛나던 스킬북이 눈부신 금빛으로 변했다.
나는 기대감에 손을 불끈 쥐었다.
“이럼 설마?”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금빛으로 변했던 스킬북이 또 한 번 변화했다.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백금색의 스킬북.
“크으, 이거지. 이거지.”
아아, 영롱하다.
나도 플래티넘 스킬북을 얻어보는구나.
여기 중에서 고평가받는 스킬만 있어도 준 A급 전력으로 대우받는다던데.
나는 6층에서 그걸 주운 것이다.
홀린 듯이 은백색 스킬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쓸만한 딜링기 하나쯤 주겠지?”
손가락이 책에 닿는 순간, 스킬북은 빛 가루가 되어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나는 기대감에 차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뭐야? 패시브잖아?”
내가 처음으로 얻은 백색의 스킬북.
찬란하게 빛나는 그 이름은 [개안]이었다.
나는 스킬 설명을 읽었다.
[패시브 스킬 : 개안]
[설명 : 눈을 뜹니다.]
짧다 못해 불친절한 설명.
나는 어이가 없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