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21 lines
14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ambiguous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훈련받은 살수라는 것을 한 수에 느꼈다. 팔과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는데도 신음을 흘리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독무를 뿌려라.”
세검을 치켜들고 있던 노인이 명령하듯 말했다. 지팡이에서 진검을 꺼냈던 그 노인이었다.
살수들의 우두머리인 듯했다. 잘려나간 왼팔에서는 핏물이 분수처럼 콸콸 쏟아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법으로 왼팔을 몇 번 두드려 상처를 강제로 틀어막았다. 저 정도면 노인이 아니라 노고수라고 봐야 맞았다.
‘…….
평생을 살수로 살아오며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만났다. 생사를 수없이 겨루었음에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실력을 증명했다.
장차 대문파의 장문인으로 거듭날지도 모르는 인물을 암살하는 일. 실수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신녀문주가 대살문의 특급 살수부터 처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사람으로 대하지 마라. 구파의 괴력난신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상대해라.”
신녀문주가 저만한 경신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듣도보도 못한 장법 역시 마찬가지다.
‘범위가 대체.
소림의 백보신권이라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차라리 술법에 가까울 지경이었다.
신생 문파의 문주가 가질만한 무학이 아니다. 족히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무학을 발전시킨 문파나 가질법했다.
협상의 여지는 당연히 없었다. 그 정도는 신녀문주의 날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자는 자신들을 비충만도 못한 존재로 보고 있었다.
전신이 터지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는 것만 봐도 심성을 짐작할 만했다. 죽이는 선에서 끝낼 생각이 없는 괴인이다.
‘정파인이라 믿기 힘든 손속이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살수들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짙은 독무가 퍼져나갔다.
동시에 살아남은 흑룡회의 무인들과 대살문의 살수들이 사방으로 도주했다.
신녀문주는 그들을 쫓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살수를 상대해본 경험이 많은 듯했다.
사실 이것은 꽤 묘한 심리전이었다.
신녀문주가 도주하는 이들을 쫓아갔더라면 누군가가 천향루로 찾아가 그녀의 제자들을 노렸을 것이다.
본디 살수들의 무학은 팔다리가 한 둘쯤 잘려나가도 위력의 감소가 크지 않은 탓이다.
노인장은 미간을 좁힌 채로 몸을 틀었다. 주변의 살수들에게 전음을 속삭이면서.
―시간을 끌고 늘어져라. 민간인들을 붙잡아도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신녀문주의 제자들을 죽인다는 본래의 목적이라도 달성해야했다.
퍼져나가는 독무에 닿지 않으려 황급히 물러나는 군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방금 저들이 흑룡회를 입에 담는 것을 들었소!”
“움직임만 봤을 때는 살수 같소만. 차라리 대살문이 맞지 않겠소?”
“독, 독이다……! 다들 물러나!”
“신녀문주께서 악적들을 물리치실게다. 구천현녀의 환생이시라는 말을 호광에서 들었음이야.”
“할머니! 어서 도망치자니깐요!”
사방이 민초들로 가득했다.
하늘에 피어올랐던 큼지막한 연꽃을 구경하던 이들이다. 뒤이어 이어진 싸움을 신장들의 전투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누가 악적인지는 명확했다.
신녀문주의 검이 달빛을 머금는다. 옅은 바람이 근처에 퍼져 있던 도화색 진기를 끌어와 도신에 휘감았다.
“네놈들의 도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신녀문주의 담담한 말이 이어진 직후였다.
서걱―!
섬뜩한 소음이 들려왔다. 육신에서 난 소리였다. 노인은 불현듯 반대쪽 어깨가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노인의 눈이 커졌다. 터무니없는 기예다. 민초들 틈 사이에 있었는데 정확히 그의 육신만 베어넘겼다.
천녀유검의 절초, 파벽참원이었다.
수많은 대상 가운데 원하는 것만 베어낼 수 있었다.
유려하게 납검하고 나서야 피가 튀었다. 육체가 잘렸다는 사실을 한참 뒤의 인지할 수준의 검격이었다.
‘보이지 않았다……!
신녀문주의 검격 중에 쾌검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이만한 검법을 여태 숨기고 있던 심계가 놀라웠다.
그는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균형을 잃은 상반신이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히 어금니 뒤쪽에 동여매둔 독단을 깨물어 자진하려 했다.
그때, 신녀문주의 눈빛이 번뜩였다.
“죽지도 못할 것이라 하였다.”
신녀문주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한 걸음을 뻗었다.
사박.
뒤이어 안면부에서 매끄러운 손아귀의 감촉이 느껴졌다. 노인은 곧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야가 일순간에 가려진 탓이다.
다시금 신녀문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뱉어라.”
“……!”
노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화산이 자랑하는 암향표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보법이기에 한 걸음에 수십 장을 좁힌단 말인가.
떨림조차 없는 손끝에서 전력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산보라도 나온 양, 손아귀에서 열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찰나에 일어난 일이다. 어쩌면 신녀문의 무학 중 가장 뛰어난 것은 경신법일지도 몰랐다.
“안 돼……!”
저도 모르게 다급히 소리친 순간, 전신의 근육이 멋대로 움직였다. 신녀문주의 진기가 육신을 파고든 탓이다.
우우웅―!
전신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토가 쏠리는 느낌을 참지 못하고 입에서 작은 구슬 같은 것을 뱉어냈다.
독단이었다.
허어억―!
뒤이어 진기가 역류하며 중하단전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격통이 뒤따랐다.
그런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굼벵이처럼 꿈틀대는 이들이 속출했다.
서연은 담담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콱!
땅을 데구루루 굴러가는 독단을 진기로 짓눌러 터뜨렸다.
“…….”
일대가 침묵으로 물들었다. 살수들이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생포당했다.
뭣 모르는 민초들만 자리한 것은 아니었다. 수준 높은 문파의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신녀문주의 무위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했다.
“이건 술법으로 봐야 맞지 않소? 당장 하늘 위에 피어올랐던 연꽃만 봐도…….”
“초고수들은 심상만으로 일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소. 당장 화산의 검수들만 보더라도 허공에서 매화를 피어올리지 않소이까.”
“……화산의 도사들이 세 장도 넘는 매화를 피워올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만.”
모두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서연이 몸을 돌렸다.
하늘에 떠 있던 연꽃이 천천히 흩어지며 사방으로 색을 흩뿌리는 중이었다. 그 탓에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움직임이 매우 고아하게 비쳤다.
도화색 진기가 서연의 육신으로 차차 침잠했다.
두두두―
근처에 상주하고 있던 병졸들이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선 준마에 탄 기병들이 사방으로 흙먼지를 뿌렸다.
상황을 전해들은 천호(千戶)가 행차한 것이다.
천 명의 군사를 거느린다는 정 5품의 관리였다. 일다경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곳까지 당도한 것에서 철저히 훈련된 정병임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장엄한 준마에 올라탄 천호가 서연을 응시했다.
“…….”
기묘한 대치에 거리가 긴장으로 물들었다.
갑작스러운 관군에 행차에 놀라 무릎을 꿇고 엎드린 민초들이 적지 않았다.
신녀문주가 고강한 내공으로 독무를 가라앉힌 탓에 피해를 입은 민초는 없었으나, 거리 한복판에서 학살극이 벌어질 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입할 명분이 충분했다.
신녀문주를 노린 살수이기 전에, 민초들을 향해 독무를 뿌리던 악적 무리라 여기는 것이다.
근래 호북에서 벽력탄이 터진 탓이 컸다. 관무불가침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그때.
천호가 준마에서 내려섰다.
철컥.
두꺼운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얼핏 보기에도 강직한 인상을 지닌 자였다.
엄숙하기 그지없는 표정부터가 그랬다. 사람 자체가 매우 진중해 보였다.
“…….”
서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고개를 숙이지 못했다. 문주로서의 권위와 본래 가졌던 예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탓이다.
엎드린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얼핏 들려왔다.
“오연하군. 천호 앞에서도…….”
“내 말했지 않는가. 필시 고귀한 신분이시라고.”
“구파의 장문인들은 고위 관리들도 아래로 본다지 않는가.”
천호는 곁눈질로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살수들을 살폈다.
멀쩡히 붙어있는 사지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죽은 이가 하나 없었다. 억지로 숨을 붙여두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다.
죽음으로도 죗값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고문이라도 할 생각인가.
배후를 캐내기에는 그만한 방법이 없었다. 허나 그 전에 민초들에게 피해를 입힌 악적들이다. 죄를 물어도 관에서 묻는 것이 맞았다.
그리 생각하며 신녀문주를 응시했다.
“…….”
한순간에 생각이 바뀌었다.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선녀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빼어난 외양은 말할 것도 없었다. 품고 있는 진기가 한없이 고강한 검객이었다.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외양이었다.
정 5품에 불과하기는 하나, 요충지인 하남에 상주하는 무관이었다. 북경 정계에 몸담은 가문 출신이라는 뜻이다.
당장 그의 조부부터가 한 성의 군을 통솔하는 정 2품 도지휘사(都指揮使)였다. 그 덕에 황실에서 내려왔다는 지엄한 명령을 얼핏 전해들을 수 있었다.
조부께서 하셨던 말씀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가문을 멸문시키고 싶지 않다면 도화를 품은 여인을 감히 건드리지 말라던가.
뭇 총독들과 그에 준하는 고위 관리들에게만 전달된 정보라고 하셨다. 그 탓에 자세히 설명해주시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직접 만나보니 알겠다.
‘조부의 말씀에 틀림이 없구나.
얼핏 보아도 고귀한 신분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쩌면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천명검의 대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천호, 이명산이라 합니다.”
눈치껏 먼저 포권을 취했다. 곧 신녀문주 역시 담담히 포권했다.
“신녀문주라 합니다.”
예법을 오래 익힌 사람이 아니라면 보일 수 없는 고아한 몸가짐이다. 거기서 천호 이명산은 확신했다.
‘대주가 맞았구나.
총독들조차 아래로 보는 품계라 하였다. 대체할 수 없는 황실의 보검들인 탓이다.
외부로 밝혀져서는 안되는 일인 듯하니, 과한 공대를 했다간 도리어 경을 칠 수도 있었다. 선을 잘 조절해야 했다.
“저들을 어찌하실 요량이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차분히 말했다.
서연은 그런 천호를 보며 참으로 공손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직한 인상은 악적들 앞에서만 드러내는 것일까.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깨닫고 곧장 예의를 차리는 것에서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만했다.
본래도 살수들을 어디에 가둬둘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럴만한 공간도 없었다.
단전도 파하고, 평생동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하였으니, 이후는 관아에 맡기려 했던 참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인물이라면 믿고 맡겨도 되지 않을까.
결심을 내린 서연이 한쪽 손을 가볍게 치켜들었다. 허공섭물을 발현한 것이다.
백 장 거리에 널브러져 있던 대살문의 암족부터, 바닥에 깊이 처박힌 채로 혼절했던 살수들이 하나 둘 허공으로 떠올랐다.
뿌드드득―!
박혀있던 식물을 뿌리채 뽑아올리는 듯했다. 살수가 하나씩 하늘로 떠오를 때마다 비명과 함께 섬뜩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그때마다 천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으나, 서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곧 살수들이 천호의 면전에 하나 둘 차곡차곡 쌓여가기 시작했다. 사지가 멀쩡하게 달려있는 이가 없었다.
구천현녀의 환생이라는 말에 틀림이 없었다. 실로 전쟁의 여선이나 보일 법한 행보다.
무관인 천호조차 그렇게 받아들일 지경인데, 평범한 민초들이 작금의 광경을 어찌 받아들였을지 눈에 훤했다.
남몰래 엎드려 작은 목소리로 죄를 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용서를 비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서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데려가시지요.”
“예?”
“옥에 잡아 넣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천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부의 말씀을 듣기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