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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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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시나요?”
화련의 물음에 서연은 손에 든 빈 서책과 붓을 내려놓았다.
“방금 무어라 했니?”
“뭐를 그렇게 열심히 쓰시나 궁금해서요. 스승님께서 객잔에서 글을 쓰시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랬어요.”
서연은 화련의 말에 간략하게 대꾸했다.
“예전에 썼던 책을 수정하고 있단다. 들어보니 추가해야할 내용이 많더구나.”
“노사나불과 관련된 책인가요……?”
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종이를 옆으로 치웠다. 마침 음식을 잔뜩 든 점소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꾸나.”
용문석굴에서 빠져나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서연 일행은 근처의 객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근래 들어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따로 방을 잡고 식사하는 일이 잦았다. 혹여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염려한 탓이었다.
서연은 문득 하남 땅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눈에 띄지 않도록 문 가까운 자리에 앉아 소면 한 그릇에 만두 몇 점만 시켜 놓고는 주위를 살피기 바빴다. 일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달아나기 위함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상상조차 어렵구나.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라난다는 말에 틀림이 없었다. 명문 정파와 세가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어린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이유를 알 듯했다. 성장하려면 풍파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하남에만 있었다면 이를 알지 못했겠지.
확실히 운남과 낙양의 분위기는 천지 차이였다.
낙양의 거리는 운남에 비해 훨씬 정갈했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칼날을 마주할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당장 객잔에서 칼을 찬 무인을 고용하지 않은 것만 봐도 차이가 명확했다. 관부의 철저한 치안과 더불어,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이 인근에 자리한 덕분이리라.
예로부터 하남은 사마외도들이 발붙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소림 나한들의 법력 무공이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상성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천하를 놓고 보면 소수에 불과한 소림 나한들이 명성을 떨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비연천공을 노사나불을 만드는 도중에 창안했던 탓일까, 서연은 제자들의 숨결에서 법력 무공 특유의 신령스러운 경파를 느꼈다.
겉으로는 도가의 기운이 먼저 드러나는 탓에 평범한 무인들은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
‘청허 스님도 언젠가 찾아뵈어야 할 텐데.
오직 법력만을 타고난 무공을 새로 만들어 익히게 한다면, 훗날 제자들을 강호로 내보낼 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제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중간중간 새로운 심득이 있을 때마다 복원록을 적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이 다 찼다고? 오늘 점심은 꼭 이 집에서 먹으려 했건만.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 집이 국수를 잘해.”
“어허, 실망이네 주인장. 우리가 여태 올려준 매상이 얼만데.”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몇 번 울릴 때마다 정명한 기도가 문틈으로 흘러들어왔다.
서연의 기감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진 결과였다.
잠시 후, 주인장이 조심스러운 얼굴로 방문을 두드렸다.
“저, 손님. 혹시 식사 다 하셨습니까요?”
“무슨 일인가요?”
“저희 가게의 귀인 분들이 오늘 생신이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혹 식사를 마치시면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서연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화련이 입을 크게 벌린 채 마지막 남은 만두를 꿀꺽 삼키고 있었다.
“차로 입가심만 하고 나가지요.”
“아이고,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장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갔다.
그때 찻잔을 조용히 기울이던 당소소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용문석굴을 다녀온 후 처음 하는 말이었다.
“……어찌하여 권세가들이 각예품을 집에 들이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개안한다는 감각이 이러할까요. 스승님의 제자가 아니었더라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
화련은 노사나불을 복원 중에 몇 번 마주했던 적이 있었지만, 당소소는 아니었다.
타고난 안목에 더해 스승이 서연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져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사매……? 아미파로 가려고?”
“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미파에는 저만한 위용을 풍기는 노사나불이 없겠지요. 감상을 말하다 보니 스승님이 예전에 만드셨다던 삼신세불도 보고 싶군요. 자그마치 여드레를 선 채로 조각을 이어나가셨다는데, 신녀라는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소림이 금녀의 원칙을 내세우지만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찾아갔을텐데 말입니다.”
서연이 점소이를 불러 계산을 할 때까지 당소소는 감상을 읊고 있었다.
자연스레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내 무리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금룡상단의 셋째, 금진송이었다.
낙양에 처음 당도했을 때부터 큰 도움을 주었던 사내였다. 화련에게도 친절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목소리가 낯익다 했더니.
금진송의 생일인 듯, 그의 일행은 생일을 축하하며 시끌벅적했다. 서연은 잠시 축하를 해줄까 망설였지만, 가볍게 목례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으, 은인……!”
그때, 시선이 마주친 금진송이 서연을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다가왔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한없이 붉어져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동안 뵈지 못해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잘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은인?”
금진송과 함께 있던 이들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먼저 들어가 있게들. 할 일이 있네.”
“양갓집 규수를 소개시켜준대도 코웃음만 치더니. 이유가 있었군 그래?”
“헛소리들 말고 들어가게!”
사내들은 껄껄대며 웃다가 이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금진송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반복하다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혈기왕성한 나이니 그럴 수 있지요. 이해합니다.”
그 정도는 웃어넘길 만한 장난이었다. 애초에 목적부터가 금진송을 놀리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혹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금진송이 조심스레 물었다. 맨땅을 보고 그리 묻는 것이 퍽 요상했다.
“금룡상단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수령해야 할 물건이 있는지라.”
본디 낙양에 온 목적부터가 수련궁교두에게 받은 대리석들을 수령하기 위함이었다. 금룡상단이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진송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직접 동행하지는 못하겠지만, 제 시종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면식이 있으시지요?”
“……교교라 합니다.”
옆에 서 있던 여인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용문석굴의 안내를 맡았던 여인이었다.
‘예전에 호위 살수 일을 했었다던가.
그때는 무림과 연이 없다 여겨 신경쓰지 않았으나, 지금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살수들은 몸을 어떻게 짜냈을지도 궁금해졌다.
서연은 교교의 몸을 가볍게 흝었다.
‘근육이 단기 결전에 맞춰 짜여 있구나. 품에서 비수를 꺼내 내지르면 웬만한 고수들도 받아내기 힘들겠다.
보통의 살수로 보기 힘들었다. 한창 때에는 어느 정도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까.
‘하긴, 금룡상단의 적자에게 어찌 범상한 인물을 붙였을까.
불현듯.
시선을 느낀 교교가 떨떠름한 얼굴을 지었다. 과거 그녀가 서연에게 가졌던 감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가고수, 본 실력을 숨긴 채 도련님께 접근한 철면피, 젊은 목소리와 외양으로 방심을 일으켜 일격을 먹이는 계산적인 인간…….
맨 얼굴을 목도하고 나니 평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금진송 역시 어디가서 꿀릴 외모는 아니었으나, 서연에 비할 바는 아니라 여겼다.
작정하고 수작을 부리려 했으면 끝까지 금룡상단에 남았을 터. 미련없이 떠나갔던 순간부터 오해였음을 알았다.
“……모시겠습니다.”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언젠가 책잡힐 일을 했나 괜한 오해를 하면서다.
탁!
말을 끝으로 일행은 마차에 탑승했다. 본래 금진송이 타고 왔던 것이었다.
자신은 객잔에 꽤 오래 남아있을 예정이니 나중에 마차를 돌려보내주기만 하면 괜찮다고 했다. 탑승하면 괜한 검문을 생략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연은 그의 호의를 기꺼이 받기로 했다. 언젠가 각예품을 만들게 되면 금룡상단과 거래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채였다.
“본가에 방문하신 적이 없으신 걸로 압니다. 가문의 규율로 문을 넘어서부터는 마차를 탈 수 없는지라, 얼굴이 드러나실 겁니다. 미리 가릴 물건을 가져올까요?”
교교가 조심스레 물었다. 과거 서연이 면사까지 쓰고 다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이제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익숙해져야 할 터였다. 일문의 문주로서 언제까지고 얼굴을 감추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쿵!
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문지기들이 거대한 대문을 열어젖혔다. 금룡상단의 본가에는 처음 방문하는 서연이었다. 과거에는 금진송의 별장에서만 머물렀던 탓이다.
큼지막한 마당을 바삐 오가는 시종들과 한 켠에 줄서있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대륙에서 세 손가락에 꼽힌다는 상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섬서에서도 몇 번 보지 못했던 색목인들이 주변을 자유로이 왕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켠에 자리한 작은 연못에서는 온갖 사람들이 술잔을 든 채로 풍류를 즐기고 있었다.
금진송의 측근에 속하는 교교를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태도에서 그들의 위세를 짐작게 했다.
“그래서, 상단에서 맡고 있다는 대리석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만 융통해줄 수는 없겠는가? 이번에 호광에서 참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하는 말이네.”
“어허, 이 사람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상석에 손사래치는 사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주변에 아름다운 여인들을 끼고 웃고 있었다.
한량처럼 보이는 품행. 사람 자체가 굉장히 느긋해 보였다.
“……본가의 둘째, 금진명(金振明) 도련님이십니다.”
교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작금의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
“음.”
그때 금진명이 고개를 들었다.
재빨리 지나치려는 서연 일행을 흘깃 보더니, 들숨 소리가 커졌다. 매우 크게 놀란 듯했다.
“본가에 침어(沈魚)가 찾아오셨구려! 교교가 안내하는 것을 보니 아우의 손님이신 듯한데!”
이쪽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옛 경국지색을 언급하며 펼치는 동작이 퍽 과장스러웠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소? 본 공자가 성심성의껏 도와드리리다!”
그새 가죽신을 신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만취한 듯 보였는데도 발걸음에서 단련된 무인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품위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주기(酒氣)를 흩어낼 수 있는 무인임을 깨달았다. 명문가의 자제다웠다.
“여태 살아오며 마주한 여인 중에 그대가 둘째로 아름답소. 참고로 첫째는 본인의 모친이올시다. 혹 그대는 진송 아우의 연인이시오?”
“금진명 도련님, 언사가 과하십니다.”
교교가 서연의 앞을 가로막듯 나섰다.
“본가에서 받아가셔야 할 물건이 있어 찾아오신 분이십니다. 또한 금진송 도련님께서 은공으로 모시는 분이시기도 한 바, 이 이상의 무례는…….”
“안다, 알아. 찾아온 용무 정도는 물을 수 있지 않느냐.”
금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혹 그대도 본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운남산 대리석을 얻어가기 위해 찾아온 것이오? 그랬다면 헛걸음 했다고 할 수 있소. 그건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이외다.”
들어보니 방금까지 연못에서 나누던 대화 역시 이와 관련된 이야기인 듯했다.
금진명은 천천히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
“허나, 그대가 부탁한다면 내 친히 부친께 찾아가 일 할 정도는 떼어달라고 말씀드려 보리다. 듣도보도 못한 문파의 문주에게 건네주는 것보다야 천하절색인 그대에게 주는 편이 낫지 않겠소?”
“…….”
서연은 입을 다물었다. 두 제자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