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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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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밝았다.
창 밖으로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귀빈을 모시는 방의 창가에서 찬바람이 한차례 몰아쳤다.
한겨울의 찬바람이다. 침소에서 막 일어난 터라 추위를 느낄만도 하였으나, 서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갈무리했다.
명백한 한서불침의 화후였다. 최근에야 그것을 인지했다.
‘예전에는 그저 추위에 강한 줄만 알았거늘.
서연은 곧장 옷을 챙겨입은 다음 바깥으로 나섰다.
제자들은 아침부터 수련장에 서 있었다.
“……후우, 하아.”
“스승님, 죄송합니다. 문안,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심법을 펼치고 있었는지 호흡이 가파랐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며칠만에 일취월장한 듯했다.
당장 당소소만 해도 입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화련은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사지에 무게추를 매단 사람이나 보일 법한 걸음이었다.
‘열심히 하는구나.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할텐데.
서연은 그런 제자들을 보며 기특함을 느꼈다.
환관 범화가 서찰을 보내왔다. 서연이 말했던 대리석들을 하남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했다.
높은 사람과 인연을 맺어두어 나쁠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행낭에 곱게 넣어두었다.
낙양 부윤에게 받았던 명예 관직 임명서나 장문인들에게 건네받은 각패들 역시 이곳에 넣어두었다.
범화의 서찰 역시 이곳에 넣어둘 만했다.
[……앞으로 두어 달이면 낙양에 대리석이 도착할 겁니다. 신녀문주께서 언제 하남으로 돌아가실지 모르니, 일단은 금룡표국에 맡겨 놓기로 했습니다. 말은 해두었으니 언제든 수령하실 수 있을겁니다.
본관은 환관인지라, 본의 아니게 문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자연스레 예전에 각예대회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기왕이면 연이 있는 상단에 맡기는 것이 좋을 듯하여 그리 진행하였습니다.
양이 아주 많습니다. 웬만한 공방에서도 수 년을 족히 쓸 수 있는 양이지요. 제자들과 함께 사용하셔도 부족함이 없을겁니다.
본디 역적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서는 아니되지만, 신녀문주를 외인으로 치부할 수 없으니 말씀드리지요. 궁금하실 것 아닙니까.
대월국에서 온 자들인 듯 합니다. 억양부터 중원인이 아니더군요.
할 일이 많은지라, 이만 줄이겠습니다.
수련궁교두 범화.]
역적들을 쫓는 중에 급하게 써올리기라도 했는지, 글씨의 획이 군데군데 흔들려 있었다.
‘환관들도 북경에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말로만 민초들의 안위를 입에 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여태 돌아다니며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본 적은 없었으니…….
기껏해야 예전에 회화루주를 징치했을 때 만났던 지현 정도가 부패했다고 해야할까.
천명검과 여타 관리들이 그만큼 잘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으리라.
어느새 서연은 제 몸통만한 대리석 덩어리 앞에 당도해 있었다. 모든 대리석을 하남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이곳, 점창파의 속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검술도 소홀히 할 수 없지.
서연이 창안한 유검, 제자들은 천녀유검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러대기는 하였지만, 아무튼.
유검의 본질은 각예다. 검의 끝을 보려면 각예의 끝을 봐야 했다. 적어도 서연은 그렇게 여겼다.
허나 서연은 곧장 각예를 시작하는 대신 한동안 대리석을 노려보기만 했다. 몇 번 사용해보지 못한 재료였으나,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알았다. 일전에 산사태에 저항하며 파악했기 때문이다.
초고수의 검흔이 그 자체로 깨달음이 되듯, 서연 역시 각예로 그만한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다.
한동안 적막이 계속됐다.
신녀문주에게 아침을 전달하기 위해 열린 문으로 들어오려던 시비들이 어색하게 몸을 돌렸다. 식은 밥을 들고 되돌아온 시비들을 문책하려던 주인도 신녀문주의 등을 보고는 별말 않고 돌아섰다.
어느새 소문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해가 중천까지 뜬 시점이었다.
하늘은 눈구름으로 가득했다. 그 탓에 바깥이 꽤나 어둑했다.
“……점심은 어찌 하셨느냐?”
“거르셨습니다. 완전히 몰입하신 듯하여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저같은 무지렁이가 잘못 건드렸다가 화를 입으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다들 기척을 죽인 채로 신녀문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칼질이라도 하시려는 걸까.”
“단순히 검파의 위력을 가다듬을 요량이시라면 청강석을 사용하셨을 터인데.”
쇠만큼 단단하다는 암석을 말했다. 무림맹의 무사들을 뽑을 때 위력을 가늠하기 위해 사용한다던가. 명문 점창의 속가인 탓에, 시비들도 최소한의 안목과 견문이 있었다.
곧 그들의 시선이 신녀문주의 손에 들린 조각칼로 향했다.
“특이하게 생긴 단도구나. 아니지, 각예에 사용하는 칼인가.”
“혹 모르지요. 신녀문주의 독문병기일수도.”
문 너머에서 흘깃 안쪽을 살피는 이들이 늘었다. 당소소와 화련도 어느새 그들에 합류했다.
그 와중에도 심공을 운용하고 있던 터라 걸음이 더뎠다.
그때였다.
신녀문주의 한 손이 자연스럽게 위로 솟구쳤다.
쥘부채를 펼치듯 느릿하게 종(縱)으로 올려치는 일격이었다.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듯, 더없이 천천히 뻗어냈다. 자로 잰 듯 조각도 끝에서 피어오른 경파가 대리석에 흔적을 새겼다.
진기의 일부가 대리석에 새겨진 것이다. 신녀문주가 정지한지 오래였음에도 새겨진 진기만큼은 멈출 줄 모르고 앞서 나아갔다.
촤아악!
마치 종잇장을 베어넘기는 듯한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두 제자의 안색이 더욱 희게 질렸다. 서연과 같은 심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보았다.
천녀유검의 제일초였다.
연화비영보와 조화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언뜻 보면 조각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흠집을 내는 듯했다.
제이초 파풍유영까지도 그랬다. 이어지는 손짓에 대리석이 파편을 토해냈다.
검격이 어찌나 정밀한지 절단면이 매끈했다. 검격이 지나간지 한참 지났음에도 표면에 도화색 진기가 맴돌았다.
화아악!
제삼초부터는 달랐다. 빛줄기가 몰아치며 대리석의 표면에 선명한 획을 그었다. 일필휘지로 글귀를 써내려가는 듯했다.
뭣 모르는 타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매끄러운 궤적이었다.
“…….”
그것만으로도 숨을 죽이고 침묵했다. 조각도 끝에 느껴지는 저항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칼날이 늘어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조각도의 날보다 수십 배는 두꺼운 대리석이 두부처럼 잘려나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라기만 했다.
“아……!”
두 제자는 달랐다. 심공을 익혀서 그런 것일까. 획이 그어진 순서가 선명하게 보였다. 정립된 무공의 수련법이 담긴 교범이나 마찬가지였다.
면면부절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
오래간 은둔했던 여인이 첫 유랑을 마음먹었을 때 완성한 검이다.
모든 순간이 결심이었다.
빛이 피어오르며 유검의 절초가 피어올랐다. 일전에 산사태를 분쇄했던 일격이었다.
파벽참원(破壁斬願). 가로막는 것을 넘어 원하는 것만 베어넘긴다.
광채가 대리석을 통과하여 구름을 산란시켰다. 뒤이어 광채가 폭발하듯 선명했던 눈구름을 완전히 흝어놓았다.
분쇄되는 듯했다. 하늘이 한순간이나마 맑게 개였다.
‘좋다. 그때보다 훨씬 낫구나.
검법의 성격을 다시금 바꾼 것이다. 제자들이 이것을 익힌다면, 산사태에 휩쓸리더라도 몸 성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잔해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재해에 맞서는 것도 가능하리라.
“어…….”
당소소는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렸다가 입을 다물었다. 명백한 무례였음에도 타박하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다들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종남의 검과 닮았다. 천하삼십육검을 의미하는 것이다. 천하에서 틈이 없기로는 첫손에 꼽는다는 검법이었다.
허나 서연의 검법은 막아낸다기보다는 연이어 뻗어친다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투로가 최적의 경로를 담았다. 검법이 이어질수록 한겨울의 서늘한 공기가 점차 가열되는 듯했다.
사아아―
뚫린 구름의 틈 사이로 빛이 산란되어 반짝였다.
그 아래에 놓인 대리석은 내리쬐는 햇볕을 온전히 받아냈다.
마지막 검격은 하늘에 새긴 것이다. 일개 암석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음이다.
“…….”
두 제자는 경악을 감추지 않은 채로 제 스승의 등을 응시했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서연과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꼈다.
‘하늘을 베어야……. 대성한다고……?
‘맙소사.
아득함을 먼저 느꼈다. 도대체 포부가 얼마나 거대해야 구름에 대고 각예할 생각을 했을까.
창천을 오간다는 교룡이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잠은 다 잤구나.
화련의 눈동자는 어느새 생기를 잃었다.
*****
그새 구경꾼이 이렇게나 많이 모였던가. 서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미처 몰랐다. 점창파의 속가 내부라서 거기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다. 검식을 정립하느라 물아일체에 들었던 탓이 컸다.
‘그래도, 검식의 진의를 깨우칠만한 사람은 없어보이니.
점창파 장문인은 와야 알아보지 않을까. 이 정도는 그간 거처를 선뜻 내어준 것에 대한 호의라 생각해도 될 듯했다.
‘이건 나중에 제자들을 가르칠 때 써야겠다.
비슷하게만 깎아내도 검법을 완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유검의 검격이 새겨진 대리석을 집어든 순간이었다.
근처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점창 속가의 담장 너머였다.
“광동진가(廣東陳家)가 멸문했소! 섬뢰도광(閃雷刀光)이 마영종주에게 패사했더이다!”
“팔대세가가 멸문했단 말이오……?”
“세상이 흉흉하구려. 어찌 이런 일이…….”
좌중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음?”
팔대세가의 가주가 허망하게 죽었다. 서연이 황망하다는 얼굴을 했다.
운남에서 광동까지의 거리는 족히 수천 리가 넘었다. 그렇다는 뜻은, 점창파와 비슷한 시기에 습격당했다는 뜻이었다.
“……사마련이 이곳으로 다시 쳐들어오면 어찌해야 하오?”
“점창파가 봉문했다고는 하나, 사마련의 악적들이 그런 사정을 봐줄 리가 없소.”
“지금이라도 피난을 가야 하는가.”
“신녀문주께서 계시지 않소.”
“예끼, 이 사람아! 그 분은 곧 떠나실 분이야! 인세에 계실 분이 아니라고!”
민심이 동요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담장 너머에 있었는데도 굳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죽했으면 점창 속가 시비들의 표정마저 심각하게 변했을 정도였다.
곧장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무림맹이 당도하였으니 강호 동도들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사자후와도 같은 외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목소리에 담은 공력이 어찌나 방대한지, 지붕이나 담벼락에 쌓여 있던 눈송이가 한순간에 사방으로 흩어질 정도였다.
웅성거림이 멈췄다. 서연의 시선 역시 어느새 담벼락 너머를 향해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적지 않은 무인들이 맹원의 복장을 한 채로 서 있었다. 무력대 하나가 통째로 운남 땅으로 내려온 듯했다.
섬서성 서안에서 여기까지 아득한 거리를 달려온 것이다. 일이 터지자마자 나섰다고 봐야 옳았다.
하나같이 극한까지 단련된 무인이었다. 화산이 자랑하는 매화검수들이 저러할까.
‘무림맹주는 절세고수가 아니라 들었는데.
절세고수에 근접한 고수이리라 짐작했다. 제자들을 직접 가르쳐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의 훈련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천하에서 손에 꼽는 초고수의 가르침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동요하는 민심을 다독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저 정도라면, 운남의 암중에서 돌아다니는 세력은 저것보다 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서연의 눈가에, 낯익은 여인이 들어왔다.
“……천명검은 나서지 않는 걸까요?”
“천명단주가 직접 왔다 갔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경고가 되었다고 여기는 것이겠죠. 후폭풍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민초를 수호한다는 기치를 내세우다니. 모순 덩어리에요.”
“임 소저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녀문주를 뵈고 싶어요. 그만한 여고수가 새로 등장한 것이 얼마 만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문파라 하던데. 대체 얼마나 고강하기에 깐깐한 개방의 거지들이 그렇게 평했을지 궁금해요.”
푸른색 유삼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수많은 후기지수들이 떠드는 와중에도 홀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돋보이는 외모를 가진 탓에, 맹원들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민초들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검봉(劍鳳), 남궁설화.
그녀는 다른 후기지수들의 말에 적당히 호응하며 주변을 살폈다. 절세의 안법으로 자신들에게 살기를 보내는 사마외도를 가려내려는 의도였다.
‘음?
순간 남궁설화는 갑자기 자신의 검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우우웅―!
일 년 전, 절세 여고수에게서 선물받았던 목검이었다.
뒤이어 남궁설화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세찬 시선을 느꼈다.
“……!”
점창 속가의 담벼락 너머에서, 웬 여인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신에서 새어나오는 기파로 인해 이목구비가 흐릿했다. 남궁설화는 저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