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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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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귀빈을 모시는 방의 창가에서 찬바람이 한차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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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찬바람이다. 침소에서 막 일어난 터라 추위를 느낄만도 하였으나, 서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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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한서불침의 화후였다. 최근에야 그것을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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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저 추위에 강한 줄만 알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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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곧장 옷을 챙겨입은 다음 바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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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은 아침부터 수련장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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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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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죄송합니다. 문안,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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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심법을 펼치고 있었는지 호흡이 가파랐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며칠만에 일취월장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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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당소소만 해도 입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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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사지에 무게추를 매단 사람이나 보일 법한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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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구나.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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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제자들을 보며 기특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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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 범화가 서찰을 보내왔다. 서연이 말했던 대리석들을 하남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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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사람과 인연을 맺어두어 나쁠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행낭에 곱게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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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부윤에게 받았던 명예 관직 임명서나 장문인들에게 건네받은 각패들 역시 이곳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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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화의 서찰 역시 이곳에 넣어둘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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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어 달이면 낙양에 대리석이 도착할 겁니다. 신녀문주께서 언제 하남으로 돌아가실지 모르니, 일단은 금룡표국에 맡겨 놓기로 했습니다. 말은 해두었으니 언제든 수령하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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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은 환관인지라, 본의 아니게 문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자연스레 예전에 각예대회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기왕이면 연이 있는 상단에 맡기는 것이 좋을 듯하여 그리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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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아주 많습니다. 웬만한 공방에서도 수 년을 족히 쓸 수 있는 양이지요. 제자들과 함께 사용하셔도 부족함이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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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역적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서는 아니되지만, 신녀문주를 외인으로 치부할 수 없으니 말씀드리지요. 궁금하실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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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월국에서 온 자들인 듯 합니다. 억양부터 중원인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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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많은지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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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궁교두 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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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들을 쫓는 중에 급하게 써올리기라도 했는지, 글씨의 획이 군데군데 흔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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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들도 북경에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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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민초들의 안위를 입에 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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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여태 돌아다니며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본 적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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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예전에 회화루주를 징치했을 때 만났던 지현 정도가 부패했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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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과 여타 관리들이 그만큼 잘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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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연은 제 몸통만한 대리석 덩어리 앞에 당도해 있었다. 모든 대리석을 하남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이곳, 점창파의 속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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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도 소홀히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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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창안한 유검, 제자들은 천녀유검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러대기는 하였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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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검의 본질은 각예다. 검의 끝을 보려면 각예의 끝을 봐야 했다. 적어도 서연은 그렇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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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연은 곧장 각예를 시작하는 대신 한동안 대리석을 노려보기만 했다. 몇 번 사용해보지 못한 재료였으나,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알았다. 일전에 산사태에 저항하며 파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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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의 검흔이 그 자체로 깨달음이 되듯, 서연 역시 각예로 그만한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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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적막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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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에게 아침을 전달하기 위해 열린 문으로 들어오려던 시비들이 어색하게 몸을 돌렸다. 식은 밥을 들고 되돌아온 시비들을 문책하려던 주인도 신녀문주의 등을 보고는 별말 않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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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소문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해가 중천까지 뜬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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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눈구름으로 가득했다. 그 탓에 바깥이 꽤나 어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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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어찌 하셨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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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르셨습니다. 완전히 몰입하신 듯하여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저같은 무지렁이가 잘못 건드렸다가 화를 입으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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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는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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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척을 죽인 채로 신녀문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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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이라도 하시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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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검파의 위력을 가다듬을 요량이시라면 청강석을 사용하셨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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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만큼 단단하다는 암석을 말했다. 무림맹의 무사들을 뽑을 때 위력을 가늠하기 위해 사용한다던가. 명문 점창의 속가인 탓에, 시비들도 최소한의 안목과 견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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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들의 시선이 신녀문주의 손에 들린 조각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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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생긴 단도구나. 아니지, 각예에 사용하는 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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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모르지요. 신녀문주의 독문병기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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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에서 흘깃 안쪽을 살피는 이들이 늘었다. 당소소와 화련도 어느새 그들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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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심공을 운용하고 있던 터라 걸음이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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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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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의 한 손이 자연스럽게 위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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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부채를 펼치듯 느릿하게 종(縱)으로 올려치는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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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듯, 더없이 천천히 뻗어냈다. 자로 잰 듯 조각도 끝에서 피어오른 경파가 대리석에 흔적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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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의 일부가 대리석에 새겨진 것이다. 신녀문주가 정지한지 오래였음에도 새겨진 진기만큼은 멈출 줄 모르고 앞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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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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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종잇장을 베어넘기는 듯한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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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자의 안색이 더욱 희게 질렸다. 서연과 같은 심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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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검의 제일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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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비영보와 조화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언뜻 보면 조각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흠집을 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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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초 파풍유영까지도 그랬다. 이어지는 손짓에 대리석이 파편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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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격이 어찌나 정밀한지 절단면이 매끈했다. 검격이 지나간지 한참 지났음에도 표면에 도화색 진기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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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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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삼초부터는 달랐다. 빛줄기가 몰아치며 대리석의 표면에 선명한 획을 그었다. 일필휘지로 글귀를 써내려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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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모르는 타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매끄러운 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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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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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숨을 죽이고 침묵했다. 조각도 끝에 느껴지는 저항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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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늘어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조각도의 날보다 수십 배는 두꺼운 대리석이 두부처럼 잘려나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라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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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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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자는 달랐다. 심공을 익혀서 그런 것일까. 획이 그어진 순서가 선명하게 보였다. 정립된 무공의 수련법이 담긴 교범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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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면부절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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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은둔했던 여인이 첫 유랑을 마음먹었을 때 완성한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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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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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피어오르며 유검의 절초가 피어올랐다. 일전에 산사태를 분쇄했던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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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벽참원(破壁斬願). 가로막는 것을 넘어 원하는 것만 베어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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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채가 대리석을 통과하여 구름을 산란시켰다. 뒤이어 광채가 폭발하듯 선명했던 눈구름을 완전히 흝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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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되는 듯했다. 하늘이 한순간이나마 맑게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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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그때보다 훨씬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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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의 성격을 다시금 바꾼 것이다. 제자들이 이것을 익힌다면, 산사태에 휩쓸리더라도 몸 성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잔해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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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재해에 맞서는 것도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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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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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렸다가 입을 다물었다. 명백한 무례였음에도 타박하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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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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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검과 닮았다. 천하삼십육검을 의미하는 것이다. 천하에서 틈이 없기로는 첫손에 꼽는다는 검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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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연의 검법은 막아낸다기보다는 연이어 뻗어친다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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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로가 최적의 경로를 담았다. 검법이 이어질수록 한겨울의 서늘한 공기가 점차 가열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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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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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구름의 틈 사이로 빛이 산란되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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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 놓인 대리석은 내리쬐는 햇볕을 온전히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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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검격은 하늘에 새긴 것이다. 일개 암석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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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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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자는 경악을 감추지 않은 채로 제 스승의 등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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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서연과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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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베어야……. 대성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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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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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함을 먼저 느꼈다. 도대체 포부가 얼마나 거대해야 구름에 대고 각예할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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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을 오간다는 교룡이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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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은 다 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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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의 눈동자는 어느새 생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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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구경꾼이 이렇게나 많이 모였던가. 서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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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다. 점창파의 속가 내부라서 거기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다. 검식을 정립하느라 물아일체에 들었던 탓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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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검식의 진의를 깨우칠만한 사람은 없어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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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 장문인은 와야 알아보지 않을까. 이 정도는 그간 거처를 선뜻 내어준 것에 대한 호의라 생각해도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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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중에 제자들을 가르칠 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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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만 깎아내도 검법을 완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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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유검의 검격이 새겨진 대리석을 집어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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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점창 속가의 담장 너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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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진가(廣東陳家)가 멸문했소! 섬뢰도광(閃雷刀光)이 마영종주에게 패사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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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대세가가 멸문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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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흉흉하구려. 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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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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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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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대세가의 가주가 허망하게 죽었다. 서연이 황망하다는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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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에서 광동까지의 거리는 족히 수천 리가 넘었다. 그렇다는 뜻은, 점창파와 비슷한 시기에 습격당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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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련이 이곳으로 다시 쳐들어오면 어찌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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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가 봉문했다고는 하나, 사마련의 악적들이 그런 사정을 봐줄 리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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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피난을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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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께서 계시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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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끼, 이 사람아! 그 분은 곧 떠나실 분이야! 인세에 계실 분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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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동요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담장 너머에 있었는데도 굳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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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점창 속가 시비들의 표정마저 심각하게 변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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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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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이 당도하였으니 강호 동도들께서는 안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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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와도 같은 외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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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 담은 공력이 어찌나 방대한지, 지붕이나 담벼락에 쌓여 있던 눈송이가 한순간에 사방으로 흩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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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거림이 멈췄다. 서연의 시선 역시 어느새 담벼락 너머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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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도 적지 않은 무인들이 맹원의 복장을 한 채로 서 있었다. 무력대 하나가 통째로 운남 땅으로 내려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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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성 서안에서 여기까지 아득한 거리를 달려온 것이다. 일이 터지자마자 나섰다고 봐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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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극한까지 단련된 무인이었다. 화산이 자랑하는 매화검수들이 저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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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주는 절세고수가 아니라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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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고수에 근접한 고수이리라 짐작했다. 제자들을 직접 가르쳐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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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훈련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천하에서 손에 꼽는 초고수의 가르침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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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는 민심을 다독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저 정도라면, 운남의 암중에서 돌아다니는 세력은 저것보다 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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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던 서연의 눈가에, 낯익은 여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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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은 나서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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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단주가 직접 왔다 갔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경고가 되었다고 여기는 것이겠죠. 후폭풍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민초를 수호한다는 기치를 내세우다니. 모순 덩어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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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저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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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녀문주를 뵈고 싶어요. 그만한 여고수가 새로 등장한 것이 얼마 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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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문파라 하던데. 대체 얼마나 고강하기에 깐깐한 개방의 거지들이 그렇게 평했을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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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유삼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수많은 후기지수들이 떠드는 와중에도 홀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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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외모를 가진 탓에, 맹원들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민초들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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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봉(劍鳳), 남궁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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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른 후기지수들의 말에 적당히 호응하며 주변을 살폈다. 절세의 안법으로 자신들에게 살기를 보내는 사마외도를 가려내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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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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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남궁설화는 갑자기 자신의 검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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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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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절세 여고수에게서 선물받았던 목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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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남궁설화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세찬 시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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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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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속가의 담벼락 너머에서, 웬 여인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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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에서 새어나오는 기파로 인해 이목구비가 흐릿했다. 남궁설화는 저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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