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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오랜만에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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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오가는 행인 열 중 아홉이 상인이었다. 본디 대리석 채석장은 재물을 좇는 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법이지만, 보름 만에 열린 경매에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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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석맥(石脈)이 그렇게 크다고 들었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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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가득하다고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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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이 굵은 밧줄로 큼지막한 대리석을 묶고, 통나무를 깐 바닥 위에서 구령을 외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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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의 몇 배는 되는 질 좋은 대리석이 산처럼 쌓여갔다. 외지인들에게는 그것조차 큰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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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역인들도 많이 참여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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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송월 노인의 목소리가 겨우 닿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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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칼과 창을 든 무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애초에 대리석은 시장에서 흔히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가장 큰 거래처인 황실의 눈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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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색이 추레한 이들은 접근조차 못했다. 채석장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들만 족히 수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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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제발 들여보내 주십시오! 소인은 저 멀리 절강에서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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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하기 전에 물러가라. 두 번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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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을 오가는 상인들은 모두가 부호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의 행색 자체가 곧 신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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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그들을 호위하는 무인들의 수준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검집에 손을 얹고, 여차하면 출수할 듯한 기세를 내뿜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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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확인은 오죽 철저한지,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상인들이 삼 할에 달했다. 사마련 팔천이 패퇴한 지 달포가 겨우 지난 시점이다. 이처럼 철저한 검문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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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이들이 서연 일행은 단번에 들여보냈다. 신녀문주의 위명이 관에까지 퍼진 덕분이라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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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시선이 다 끌리는구나. 어찌하여 절세고수들이 두문분출하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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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와 호승심, 그 둘이 반반으로 갈려 모든 이들의 눈빛에 깃들었다. 명색이 상단의 호위 무인들이었으나, 그들조차 기세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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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행인 태반이 남성이었던 탓도 있었다. 여인만 셋인 서연 일행에게 시선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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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만 받는 문파라도 되는가? 아미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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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무인이 어찌하여 이런 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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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취미라도 있나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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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하기에 신녀문주는 정파의 초고수였다. 그중에서도 도가에 속하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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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도인들이 사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금 신녀문주의 행보는 그들이 알던 통념 속 도사와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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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감히 그 사실을 입 밖에 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서연의 행보가 도사치고는 패도적이라는 소문을 익히 전해 들은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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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의 장문인 정도는 나서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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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점창파의 벽호검이 자신보다 몇 수 위라 판단했다 하더이다. 장문인 급은 몰라도, 최소한 대문파의 대장로보다 윗줄로 봐야 마땅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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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서연의 눈치를 보며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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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다. 어떤 크기의 대리석을 사야 할지 고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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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하남까지 가져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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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이 문파인데, 그럴듯한 조각품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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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경매장에 놓인 대리석들은 크기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하품의 대리석조차 금자 열 개를 거뜬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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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안 그래도 암석 중에 최고로 치는 대리석이다. 모든 대리석을 통틀어 이곳 대리에서 나오는 대리석을 최고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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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모은 돈을 오늘 전부 쓸 지도 모르겠구나. 자금이 아슬아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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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장에 달하는 거대한 대리석을 구매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곧장 철회했다. 적당히 장정만한 크기의 대리석을 구매하는 것으로 타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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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위명이 자자하신 문주님을 이리 뵙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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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고관이나 쓸 법한 고풍스러운 말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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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 자체가 굉장히 능숙했는데, 목소리를 듣고도 성별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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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이었다. 일전에 악산 부윤에게 황태자의 전서를 건넸던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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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고관으로 분류되는 그가 이곳을 방문한 연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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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을 보고 눈웃음을 짓던 환관의 시선이 당소소와 화련에게로 옮겨갔다. 옷태 너머로 드러난 육체의 결을 흝어보고는 감탄사를 토해냈다. 무학의 수준을 가늠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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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역시 그러한 눈길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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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들은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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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보다 먼저 놀라움을 느꼈다. 범상치 않은 안법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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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전신을 살폈다면, 그들이 익힌 무공의 운용법까지 짐작했을 법했다. 허나 환관은 제자들의 손만 가볍게 훑어보고는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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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은 범화(范華)라 합니다. 수련궁교두(修練宮敎頭)의 직책을 맡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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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 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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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담담히 포권했으나, 부복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을 일개 무인이 아닌 문주로 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몸을 굽혔다가는 오히려 상대를 무시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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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범화는 서연을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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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분들의 자질이 너무 훌륭하여, 본의 아니게 기도를 훑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를 어찌 만회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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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의 안법으로도 무학을 제대로 흝을 수가 없구나. 범화는 그렇게 속으로 뇌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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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당랑암화에게서 당가의 무학 몇 가지를 읽어낸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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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전서를 사천 일대에 전달하고 운남에 도달했다. 신녀문주가 황실의 보검을 자처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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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가 그 말을 전해 듣고 어떻게 반응할지, 범화의 눈에 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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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황실을 섬겨온 충신이었다. 당연히 신녀문주에게 호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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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명분도 없이 호의를 건넸다가는 신녀문주의 성정상 당연히 거절할 터. 그렇기에 안법으로 제자들의 육신을 훑는 무례를 저질러 억지로 흠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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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의 관점으로 보면 엄연한 무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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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제자들의 실력조차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검법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만 얼핏 알아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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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까지 새로 창안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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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위치한 황태자가 절세의 심공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황족들이 익히는 심공에 준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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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대종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거늘, 한단계 더 나아가 검법까지 창안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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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화는 장차 뒤바뀔 천명검의 편제를 짐작하며 서연의 호의를 사기 위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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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찾아오신 것을 보면 필시 대리석을 구하기 위함이라 봐야겠지요. 특상품 이상의 대리석들은 이곳이 아닌 실내에서 거래된답니다. 고관대작들이나 출입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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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화의 어조는 나긋나긋했다. 무엇보다 말투에 호의가 가득했다. 주변에서 힐끗거리는 행인들조차 그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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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상품의 대리석은 기름 묻힌 천으로 닦지 않아도 광이 나지요. 그 중에는 불순물 한 점 없이 목련처럼 하얀 것들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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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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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채석장에서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잘라가실 수 있도록 본관이 말을 해놓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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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운반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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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다마다요. 다만, 크기가 다섯 장이 넘어가면 운남 밖으로 이동하는 데에만 보름이 넘게 걸린다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 이후에는 배에 싣고 장강을 따라 이동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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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였다. 천하에서 심계가 가장 깊은 자들만 머문다는 북경의 환관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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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내가 신녀문주라서 이러는 것만은 아닌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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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없는 호의처럼 보이지 않았다. 받지 않는 것이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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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이 구파나 세가의 무인들을 사사로히 부렸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은 없었으나, 조심하여 나쁠 것은 없어보였다. 그리 결론 내리고 입을 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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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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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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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말이 멎었다. 온 산에서 돌부스러기가 떨어진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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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산맥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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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과광! 쩌저저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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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진동을 느낄 것도 없었다. 당장 정면에서 바위산 자체가 산산히 부서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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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산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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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기를 챙길 시간에 물러나라! 휩쓸렸다간 시체도 못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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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호위……! 나를 버리고 가면 어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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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일반적인 바위산보다 몇 배는 가파랐다. 대리석을 캐는 것을 몇 백년 동안 반복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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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토양과 섞여 황토색을 띄어야 할 분진이 돌가루와 같은 잿빛만을 토해내는 것만 봐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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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곧장 제자들부터 살폈다. 화련을 업고, 소소를 옆구리에 끼고, 송월 노인을 등에 업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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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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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도망가려다 넘어지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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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 다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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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범화는 아직 도망가지 않은 채였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실력이 뒤떨어져보이는 시종들 역시 그의 곁에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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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탄이라도 터뜨린 듯하군요. 대명의 유능한 관리들이 이를 계산하지 않았을 리 없을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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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를 바라보며 미간을 강하게 좁혔다. 일전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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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화약은 황실에서 엄중히 통제하는 물건이었다. 시중에 저리 풀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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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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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야겠군요. 신녀문주도 제자들을 데리고 속히 피신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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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삭이려는 듯, 범화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허나 그는 끝내 말을 끝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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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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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서 있던 신녀문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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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느새 무너지는 산사태의 정면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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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사태를 코앞에 둔 서연은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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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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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장이 아득히 넘는 기암괴석들이 능선을 따라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앞으로 수 초면 자신을 덮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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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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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하고 의식을 가다듬었다. 일전에 범화가 보였던 안법을 되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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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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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빈약한 상상력이 재능의 한계를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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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상대하면서도 힘에 부쳤던 적이 한 번이 없었다. 자만할 것이 두려워 본신의 강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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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러면서도 능력의 한계를 알아볼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것이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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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화가 보였던 경맥의 흐름을 재현한다. 전신 혈도에 흐르는 기운이 양 눈에 집중되며 인지를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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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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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들의 추락이 더뎌졌다. 이전보다 세상이 느리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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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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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으로 직접 창안한 심공의 구결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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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견진 보시자비(靜中見眞 普施慈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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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에서 벗어났다. 사방을 가득 메웠던 소음이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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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찰나에 내면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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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심공의 이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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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飛鳶)의 연은 맹금을 뜻했다. 기러기처럼 세상을 자유로히 거닐기 위해서는, 먼저 솔개와도 같은 힘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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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하늘이다. 그렇기에 천공(天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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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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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사방에서 번뜩였다. 다룰 수 있는 진기의 양이 한순간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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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함을 되찾아간다고 느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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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과도 같은 찰나가 지나갔다. 눈꺼풀을 다시 들어올렸을 때, 기암괴석들은 이전보다 아주 조금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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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한계까지 느려졌다. 얼핏 보면 멈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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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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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고민하기 전에 손이 먼저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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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뽑혀나온 잔향이 도화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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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서연의 팔이 흐릿해지더니, 산사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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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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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쏟아졌을 때보다 지면이 거세게 흔들렸다. 휘청이고 쓰러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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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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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에 닿은 기암괴석들이 무수히 작은 조각으로 쪼개졌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조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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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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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밀려나기는 커녕 오히려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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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합에 거석들이 산산조각나는 광경이 서연의 시야를 느리게 스쳤다. 개중에는 뺨이나 머리에 실선을 새기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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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당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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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한계를 목도하기 위해 다시금 잔향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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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와 맞닿을 때마다 돌가루와 꽃잎이 이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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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않았던 무학의 절초가 그녀의 손끝에서 완전히 발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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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돌려 도망치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선 채 같은 방향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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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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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울려퍼진 굉음과 함께 산맥이 발악하듯 성벽과도 같은 기암괴석을 다섯 개나 토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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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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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검끝에서 피어오른 도화경이 일대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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