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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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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고수들은 둘이 한 조를 이루어 움직였으니, 이를 점창쌍검(點蒼雙劍)이라 일컬었다.
수백 년 전 대리국이 멸망했을 때, 운남 일대에 발호한 사마외도를 막아내다 패사한 도사들이 많았던 연유로 생긴 전통이었다.
사천당문의 독이 그보다 두 수 위의 고수를 상대케 하듯, 점창쌍검 또한 그러했다. 소림의 나한진처럼 고절한 합격은 아니었다. 허나 위력만큼은 그에 비할만 했다.
한 명이 목숨을 걸고 극도로 빠른 찌르기로 틈을 만들면, 다른 하나가 분광삼십육검(分光三十六劍)으로 베어 넘겼다.
사실상 동귀어진이나 다름없는 수단을 가감 없이 펼쳤으니, 아무리 고수라 해도 그 기세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수백 년 세월 동안 사마외도에 맞서며 지극히 실전적인 무학을 익혔으니, 뭇 사마외도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사마련 팔천 둘이 연합했음에도 점창파 산문이 뚫리지 않은 것은 전부 그 덕분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맑은 선기를 더하던 전각들이 굵직한 연기를 피워냈다. 점창산 일대를 덮은 산불도 함께였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널브러진 도사들의 시신은, 참극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많이도 스러졌구나.”
헌앙한 외모의 사내였다. 이립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가 품었다기에는 믿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기운이었다.
허나 장포 곳곳이 아무렇게나 찢어져 있었다. 주인을 구분하지 못할 핏물들이 흰 장포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점창 장문인 유원평(兪元平)이었다.
인체의 시간을 거스르는 반로환동의 경지를 이뤄낸 초고수였다.
그의 곁에는 음혈종과 흑룡회의 무인들이 처참하게 꿰뚫린 채로 죽어 있었다. 그 숫자는 죽은 점창파 도사들의 배를 넘겼다.
유원평은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며 납검했다. 흑룡회와 음혈종이 퇴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혈종의 혈귀들은 급소를 꿰뚫리고도 쉬이 죽지 않으니, 이를 간과치 마라. 죽은 듯 보여도 언제 되살아나 덮칠지 모르니, 필히 목을 베고 불태워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장문인.”
살아남은 점창의 도사들이 다급히 전열을 가다듬었다.
음혈종주와 흑룡회주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둘이 동시에 나섰다면, 점창파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멸문했을 터였다.
이는 유원평이 방어를 도외시하고 필히 한 명은 데려갈 각오로 맞섰기 때문이었다. 점창파를 멸문시킨다 한들, 제가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흑룡회주와 음혈종주가 소모전을 이어나가게 된 경위는 그러했다.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점창파가 날려보내는 전서구를 족족 처리했다. 이따금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려는 점창쌍검들을 모조리 처형했다.
점창파는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유원평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음혈종과 흑룡회는 망설이지 않고 점창파 산문을 부수고 편액을 짓밟을 것이었다.
“장문인.”
유원평이 고개를 돌리니, 행색이 초라한 노인 하나가 뒤에 서 있었다.
점창파의 대장로였다. 어찌나 혹독한 전투를 겪었는지, 전신에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이제 본산에 남은 일대제자가 셋뿐입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할 때인 듯합니다.”
대장로가 말하는 결단은 항복을 의미하지 않았다.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대장로였다. 부끄러운 삶보다 영예로운 죽음을 바랬다.
점창파는 활로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궁신 후예(后羿)를 섬겼다. 일생을 화살처럼 살아가며 후예의 화살이 되기를 자처했다.
대장로와 일대제자들은 화살이 되기를 바랐다. 점창의 어린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창 장문인의 희생이 전제되었다. 음혈종주와 흑룡회주의 시선을 끌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유원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진기를 가다듬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대장로는 유원평이 이미 각오를 마쳤음을 깨달았다.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하겠습니다.”
대장로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
“이 늙은이는 여기 있겠습니다. 더 가봐야 짐만 될 겁니다. 차라리 이곳에 남아 부상자들을 감당하는 것이 몇 배는 나을 겁니다.”
늦은 밤이었다. 송월 노인이 서연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서연도 동의하는 바였다. 점창산에 가까워질수록 사파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유혼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그랬다. 옛 대리국 일대를 사파 무리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저 앞은 성채나 마찬가지였다. 점창산 주변에 광대하게 펼쳐진 포위망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서연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여기 있으려무나.”
둘은 반문하지 않았다. 둘 모두 나이치고 비범한 눈치를 지녔다. 스승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시면 빠져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네, 스승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다녀오십시오.”
화련은 포권을 취하는 대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너도 여기 있으렴.”
뒤따르려던 백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주인을 등에 태우고 산을 질주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보모 역을 떠맡게 된 것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주인이 원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박.
세 사람과 짐승 하나는 멀어지는 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점창파 장문제자인 위지향이 뒤따르고 있었다.
점창파 도사들에게 서연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함이라 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점창의 장문제자로서 병상에 누워만 있는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청목족의 육체는 회복이 빨랐다. 꺾였던 손목이 원래대로 돌아온지 오래였다. 한 명이라도 더 베어넘겨 먼저 떠나간 사질들의 고혼을 위로해야 마땅했다.
“흑룡회주와 음혈종주는 분명 다른 곳에 머무르고 있을 겁니다. 동맹이라 한들 본래 사이가 좋지 않은 집단입니다. 사마련주의 힘 아래 억지로 같은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이지요.”
“……그렇군요.”
서연은 둘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여태 대문파의 장로를 몇 격살했다고는 하나, 서연은 자만하여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상대는 사마련 팔천의 종주들이다. 구파의 장문인과 동급으로 치부해야 옳았다. 그만한 강자들과 싸움이 성립될 리가 없었다.
살아온 세월부터 달랐다. 자고로 무인이란 생물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기 마련이다.
‘경험의 차이가 압도적이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한들,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는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창산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음혈종이나 흑룡회의 장로를 한둘만 맡아줘도 점창파 도사들의 전투가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창파가 습격당한지 칠주야가 넘었다고 들었다. 점창파의 저항이 그만큼 거세다는 뜻이다. 자신이 추가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천명검도 오고있을테니.
아무리 북경과 운남간의 거리가 수천 리도 넘는다지만, 당장 패검대만 해도 최근에 사천 땅에 머무르고 있었다.
은비조로 소통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쯤 운남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
앞으로 나아가던 위지향이 멈춰섰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새벽녘에, 그것도 영물의 길안내를 받았기에 여태 걸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목족이 다듬은 보신경을 사용할 때가 왔다. 은밀하고 빠르기로는 천하에서 한 손에 꼽혔다.
―여기서부터는 일족의 보신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합…….
전음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사박.
서연이 나뭇잎 한가닥을 밟고 섰다. 달빛에 장포가 새하얗게 너울졌는데, 강호를 주유한 경험이 적지 않았던 위지향으로서도 생전 처음 목도한 아름다움이었다.
적진의 한복판이라는 사실도 잊고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계속 가시지요.
서연이 저를 내려다보며 전음을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위지향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보신경이…….
그녀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도중에도 뒤를 힐끗 살폈다. 분명히 일족의 보신경은 아닌데,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우아했다.
대성을 이룬 자신이 보신경을 펼칠 때도 옅은 바람 소리 정도는 들리기 마련인데, 신녀문주는 그렇지 않았다.
자연이 동조하여 고요함을 강제했다. 실로 놀라울 정도의 통제력이었다.
‘……옛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보법은 다른가보다.
혼자서 그렇게 납득했다.
그렇게 일다경을 더 나아갔다.
전부 타버려 잿더미만 남은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틈새로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전투를 증명했다.
불이 꺼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일대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위지향은 시체들 틈에서 유독 새하얀 빛을 내뿜는 검신을 보았다. 점창쌍검들에게 주어지는 검이었다.
타버린 검의 손잡이를 붙잡으려던 때였다.
불현듯, 하늘에 백광이 일었다.
점창파 산문이 있는 방향이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위지향의 시선에, 달무리를 가리던 구름이 담겼다.
산문에서 일어난 참격의 궤적을 따라, 뒤늦게 공기가 빨려들어가며 천공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앙―!
한참 뒤에 소리가 뒤따랐다. 고절한 찌르기의 여파였다.
강풍이 불어닥쳤다. 눈발과 잿가루가 동시에 비산했다.
위지향이 경악한 얼굴로 하늘을 주시했다.
‘……장문인!
서연 또한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다. 구파의 장문인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 깨달았다.
‘팔천의 종주들도 저보다 못하지는 않을텐데.
압도적인 세월이 느껴졌다. 초식의 깊이부터 다르다고 해야 할까.
족히 몇 리는 떨어져 있음에도 거센 기파가 그대로 느껴졌다. 살갗이 저릿거릴 정도였다.
콰아아아아―!
뒤이어 큼지막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밤하늘 한켠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팔천의 종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의 경지라고 믿기 힘들었다. 대면하면 몇 수 버티지 못하고 필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점창산이 소란스러워졌다. 포위망을 구성하던 사마련의 무인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저쪽이다!”
“벽호검(擘湖劍)이 점창제자들을 데리고 도주하고 있다! 당장 잡아 오라!”
“이대제자와 삼대제자들은 사로잡아라! 고문하여 점창의 비전을 캐야 한다!”
꽈악.
위지향이 검파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검신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벽호검은 점창파 대장로의 별호였다. 그렇다는 즉슨, 장문인 홀로 산문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장로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 합니다.”
위지향은 뛰어난 오성으로 전후사정을 짐작했다. 아무리 그녀가 점창의 장문제자라 한들, 팔천의 종주들을 상대로는 벌레에 불과할 터였다.
대장로께 가서 돌파를 돕는 것이 옳다. 장문인도 그것을 바랄 것이다.
서연은 보신경을 최속으로 펼치며 나아가는 위지향을 응시했다. 정돈되어 있던 기파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챙!
쾅!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서연은 연화비영보를 극성으로 펼쳤다.
한 걸음에 위지향을 앞섰다.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점창파 도인들이 포위망을 뚫고 나아가고 있었다. 선두에 선 노인이 한자루의 검이 뻗어나가자, 나머지 도인들이 순식간에 뒤따라서 대형을 유지했다.
두드드드!
전방에서 틀어막으려던 사마련의 무인들이 그야말로 갈려나갔다.
돌파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웬만한 경공을 펼치는 무인보다 빨랐다.
그야말로 기병대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격.
놀라운 것은, 어린 이대제자들과 삼대제자들도 한 몸처럼 돌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뚫고, 부수고, 나아갔다. 수십 배가 넘는 적을 뚫어내며 여태 한 명도 쓰러지지 않았다.
전방을 뚫고 있는 대장로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측으로.”
일대제자들이 말을 이어받았다.
“우측으로!”
몇 겹이나 되는 포위망이 순식간에 뚫렸다.
저 속도라면 자신의 도움이 없더라도 능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 한켠이 일렁이더니, 수백 줄기로 얽힌 폭풍의 실타래 같은 것이 쏘아졌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담겨 있는 공격이었다. 명백히 점창파 대장로를 향하고 있었다.
쩌저적―!
찰나에 공간을 가르며 거리를 좁힌다. 음혈종주의 절기였다.
[본좌가 네놈들의 도주를 허락할 줄 알았더냐.]
수 리 바깥에서 점창파 장문인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기파를 흘려보냈다. 산하의 혈귀들을 단말처럼 부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혈종 혈귀들의 눈이 붉게 빛났다.
아무리 점창파 대장로라 한들, 저만한 공격을 피해없이 받아낼 수는 없을 터.
그 틈을 타서 어린 도사들의 생살을 뜯어먹을 생각을 했다.
점창의 무학을 알려줄 포로야, 다섯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흥분을 감춘 채로 벽호검이 균형을 잃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사락.
홀연히 나타난 여인이 음혈종주의 절기 앞을 가로막듯 섰다. 잔향검을 상단세로 치켜든 채였다.
검신에서 도화색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핏빛 절기를 덧없이 흩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