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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고수들은 둘이 한 조를 이루어 움직였으니, 이를 점창쌍검(點蒼雙劍)이라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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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 대리국이 멸망했을 때, 운남 일대에 발호한 사마외도를 막아내다 패사한 도사들이 많았던 연유로 생긴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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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독이 그보다 두 수 위의 고수를 상대케 하듯, 점창쌍검 또한 그러했다. 소림의 나한진처럼 고절한 합격은 아니었다. 허나 위력만큼은 그에 비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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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목숨을 걸고 극도로 빠른 찌르기로 틈을 만들면, 다른 하나가 분광삼십육검(分光三十六劍)으로 베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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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동귀어진이나 다름없는 수단을 가감 없이 펼쳤으니, 아무리 고수라 해도 그 기세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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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세월 동안 사마외도에 맞서며 지극히 실전적인 무학을 익혔으니, 뭇 사마외도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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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련 팔천 둘이 연합했음에도 점창파 산문이 뚫리지 않은 것은 전부 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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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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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선기를 더하던 전각들이 굵직한 연기를 피워냈다. 점창산 일대를 덮은 산불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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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가리지 않고 널브러진 도사들의 시신은, 참극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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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도 스러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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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앙한 외모의 사내였다. 이립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가 품었다기에는 믿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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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장포 곳곳이 아무렇게나 찢어져 있었다. 주인을 구분하지 못할 핏물들이 흰 장포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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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장문인 유원평(兪元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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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시간을 거스르는 반로환동의 경지를 이뤄낸 초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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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곁에는 음혈종과 흑룡회의 무인들이 처참하게 꿰뚫린 채로 죽어 있었다. 그 숫자는 죽은 점창파 도사들의 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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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평은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며 납검했다. 흑룡회와 음혈종이 퇴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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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의 혈귀들은 급소를 꿰뚫리고도 쉬이 죽지 않으니, 이를 간과치 마라. 죽은 듯 보여도 언제 되살아나 덮칠지 모르니, 필히 목을 베고 불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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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장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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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점창의 도사들이 다급히 전열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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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와 흑룡회주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둘이 동시에 나섰다면, 점창파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멸문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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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원평이 방어를 도외시하고 필히 한 명은 데려갈 각오로 맞섰기 때문이었다. 점창파를 멸문시킨다 한들, 제가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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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주와 음혈종주가 소모전을 이어나가게 된 경위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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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점창파가 날려보내는 전서구를 족족 처리했다. 이따금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려는 점창쌍검들을 모조리 처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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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는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유원평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음혈종과 흑룡회는 망설이지 않고 점창파 산문을 부수고 편액을 짓밟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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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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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평이 고개를 돌리니, 행색이 초라한 노인 하나가 뒤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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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대장로였다. 어찌나 혹독한 전투를 겪었는지, 전신에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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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산에 남은 일대제자가 셋뿐입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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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가 말하는 결단은 항복을 의미하지 않았다.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대장로였다. 부끄러운 삶보다 영예로운 죽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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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는 활로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궁신 후예(后羿)를 섬겼다. 일생을 화살처럼 살아가며 후예의 화살이 되기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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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와 일대제자들은 화살이 되기를 바랐다. 점창의 어린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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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점창 장문인의 희생이 전제되었다. 음혈종주와 흑룡회주의 시선을 끌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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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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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진기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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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충분했다. 대장로는 유원평이 이미 각오를 마쳤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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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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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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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늙은이는 여기 있겠습니다. 더 가봐야 짐만 될 겁니다. 차라리 이곳에 남아 부상자들을 감당하는 것이 몇 배는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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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었다. 송월 노인이 서연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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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도 동의하는 바였다. 점창산에 가까워질수록 사파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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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혼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그랬다. 옛 대리국 일대를 사파 무리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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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은 성채나 마찬가지였다. 점창산 주변에 광대하게 펼쳐진 포위망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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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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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여기 있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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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반문하지 않았다. 둘 모두 나이치고 비범한 눈치를 지녔다. 스승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시면 빠져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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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스승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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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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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포권을 취하는 대신 고개를 꾸벅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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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여기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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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르려던 백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주인을 등에 태우고 산을 질주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보모 역을 떠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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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어쩌겠는가, 주인이 원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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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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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과 짐승 하나는 멀어지는 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점창파 장문제자인 위지향이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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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 도사들에게 서연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함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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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점창의 장문제자로서 병상에 누워만 있는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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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족의 육체는 회복이 빨랐다. 꺾였던 손목이 원래대로 돌아온지 오래였다. 한 명이라도 더 베어넘겨 먼저 떠나간 사질들의 고혼을 위로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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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주와 음혈종주는 분명 다른 곳에 머무르고 있을 겁니다. 동맹이라 한들 본래 사이가 좋지 않은 집단입니다. 사마련주의 힘 아래 억지로 같은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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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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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둘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여태 대문파의 장로를 몇 격살했다고는 하나, 서연은 자만하여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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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사마련 팔천의 종주들이다. 구파의 장문인과 동급으로 치부해야 옳았다. 그만한 강자들과 싸움이 성립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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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세월부터 달랐다. 자고로 무인이란 생물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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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차이가 압도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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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한들,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는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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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창산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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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음혈종이나 흑룡회의 장로를 한둘만 맡아줘도 점창파 도사들의 전투가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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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가 습격당한지 칠주야가 넘었다고 들었다. 점창파의 저항이 그만큼 거세다는 뜻이다. 자신이 추가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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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도 오고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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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북경과 운남간의 거리가 수천 리도 넘는다지만, 당장 패검대만 해도 최근에 사천 땅에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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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조로 소통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쯤 운남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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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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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던 위지향이 멈춰섰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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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그것도 영물의 길안내를 받았기에 여태 걸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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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목족이 다듬은 보신경을 사용할 때가 왔다. 은밀하고 빠르기로는 천하에서 한 손에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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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일족의 보신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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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음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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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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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나뭇잎 한가닥을 밟고 섰다. 달빛에 장포가 새하얗게 너울졌는데, 강호를 주유한 경험이 적지 않았던 위지향으로서도 생전 처음 목도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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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의 한복판이라는 사실도 잊고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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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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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저를 내려다보며 전음을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위지향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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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보신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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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도중에도 뒤를 힐끗 살폈다. 분명히 일족의 보신경은 아닌데,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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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을 이룬 자신이 보신경을 펼칠 때도 옅은 바람 소리 정도는 들리기 마련인데, 신녀문주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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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동조하여 고요함을 강제했다. 실로 놀라울 정도의 통제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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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보법은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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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그렇게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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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다경을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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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타버려 잿더미만 남은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틈새로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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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전투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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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일대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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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은 시체들 틈에서 유독 새하얀 빛을 내뿜는 검신을 보았다. 점창쌍검들에게 주어지는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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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검의 손잡이를 붙잡으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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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하늘에 백광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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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 산문이 있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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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위지향의 시선에, 달무리를 가리던 구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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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서 일어난 참격의 궤적을 따라, 뒤늦게 공기가 빨려들어가며 천공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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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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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에 소리가 뒤따랐다. 고절한 찌르기의 여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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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이 불어닥쳤다. 눈발과 잿가루가 동시에 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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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이 경악한 얼굴로 하늘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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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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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또한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다. 구파의 장문인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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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의 종주들도 저보다 못하지는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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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세월이 느껴졌다. 초식의 깊이부터 다르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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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몇 리는 떨어져 있음에도 거센 기파가 그대로 느껴졌다. 살갗이 저릿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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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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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큼지막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밤하늘 한켠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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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의 종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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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경지라고 믿기 힘들었다. 대면하면 몇 수 버티지 못하고 필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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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점창산이 소란스러워졌다. 포위망을 구성하던 사마련의 무인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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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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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호검(擘湖劍)이 점창제자들을 데리고 도주하고 있다! 당장 잡아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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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제자와 삼대제자들은 사로잡아라! 고문하여 점창의 비전을 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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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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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이 검파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검신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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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호검은 점창파 대장로의 별호였다. 그렇다는 즉슨, 장문인 홀로 산문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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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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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은 뛰어난 오성으로 전후사정을 짐작했다. 아무리 그녀가 점창의 장문제자라 한들, 팔천의 종주들을 상대로는 벌레에 불과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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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께 가서 돌파를 돕는 것이 옳다. 장문인도 그것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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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보신경을 최속으로 펼치며 나아가는 위지향을 응시했다. 정돈되어 있던 기파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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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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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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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서연은 연화비영보를 극성으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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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에 위지향을 앞섰다.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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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 도인들이 포위망을 뚫고 나아가고 있었다. 선두에 선 노인이 한자루의 검이 뻗어나가자, 나머지 도인들이 순식간에 뒤따라서 대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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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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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서 틀어막으려던 사마련의 무인들이 그야말로 갈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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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웬만한 경공을 펼치는 무인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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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병대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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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어린 이대제자들과 삼대제자들도 한 몸처럼 돌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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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고, 부수고, 나아갔다. 수십 배가 넘는 적을 뚫어내며 여태 한 명도 쓰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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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을 뚫고 있는 대장로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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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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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제자들이 말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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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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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이나 되는 포위망이 순식간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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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속도라면 자신의 도움이 없더라도 능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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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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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으로 물든 하늘 한켠이 일렁이더니, 수백 줄기로 얽힌 폭풍의 실타래 같은 것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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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살기가 담겨 있는 공격이었다. 명백히 점창파 대장로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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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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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에 공간을 가르며 거리를 좁힌다. 음혈종주의 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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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가 네놈들의 도주를 허락할 줄 알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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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리 바깥에서 점창파 장문인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기파를 흘려보냈다. 산하의 혈귀들을 단말처럼 부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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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 혈귀들의 눈이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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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점창파 대장로라 한들, 저만한 공격을 피해없이 받아낼 수는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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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을 타서 어린 도사들의 생살을 뜯어먹을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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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의 무학을 알려줄 포로야, 다섯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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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을 감춘 채로 벽호검이 균형을 잃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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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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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나타난 여인이 음혈종주의 절기 앞을 가로막듯 섰다. 잔향검을 상단세로 치켜든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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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에서 도화색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핏빛 절기를 덧없이 흩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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