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83 lines
14 KiB
Markdown
283 lines
14 KiB
Markdown
|
||
“사매, 전부 안전한 곳으로 빼돌렸어. 그나저나 독 잘 쓰더라. 전부 깊이 잠들어 있어서 옮기기 편했어.”
|
||
|
||
작은 손바닥이 당소소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
||
|
||
서연이 손수 만들어준 목검을 들고 있는 소녀, 화련이었다.
|
||
|
||
전투에 돌입하니 평소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간데없고, 보다 진중한 눈빛만이 남아있었다.
|
||
|
||
“우리도 어서 자리를 뜨자. 여기 있다간 스승님에게 방해만 될거야. 분명 우리 때문에 힘을 억누르고 계시겠지. 풍마나찰도라면 사파에서도 손에 꼽히는 도객이니까.”
|
||
|
||
재잘거리는 와중에도 칠흑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주변을 훑었다.
|
||
|
||
주술로 부리는 작은 산새들이 전장 위를 맴돌며 그녀의 눈이 되어주고 있었다. 잠입이 수월했던 것도, 뇌옥의 위치를 순식간에 파악한 것도 모두 화련의 능력 덕이 컸다.
|
||
|
||
당소소는 솔직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마냥 아이 같던 사저가 이 순간만큼은 자신보다도 노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
|
||
쿠웅!
|
||
|
||
그 순간에도 서연과 풍마나찰도의 충돌에 전각이 몇 채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흙먼지가 세차게 몰아쳤다.
|
||
|
||
화련은 눈을 슬쩍 돌려 위지향을 응시했다. 귀가 뾰족한 것이 청목족이 분명해 보였다.
|
||
|
||
“청운검 위 소저가 맞으시죠? 저는 신녀문(神女門)의 화련이라 해요.”
|
||
|
||
“신녀문……?”
|
||
|
||
위지향이 눈을 크게 떴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문파였기 때문이다.
|
||
|
||
“사저?”
|
||
|
||
당소소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신녀문이라니? 스승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파를 세우기라도 하셨단 말인가?
|
||
|
||
화련이 당소소에게 속삭였다. 풍마나찰도를 몰아붙이는 서연을 보면서다.
|
||
|
||
“사천당문의 전 장로와 음혈종의 혈면수라를 한 수에 쓰러뜨리신 스승님이 신녀가 아니면 대체 누가 신녀겠어. 이제 거기에 풍마나찰도까지 추가될 텐데, 언제까지고 이름으로만 소개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 은거하시던 스승님께서 속세로 나와서 명성을 떨치려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
||
|
||
화련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
||
|
||
“스승님이 뭐라 하시면 그때 사과드리면 되지 않을까? 나는 어린애니까, 나중에 청운검이 의문을 가져도 아이가 헛바람들어서 괜한 말을 했다고 무마하면 돼. 스승님도 꿀밤 한 대 치고 마실거야.”
|
||
|
||
“…….”
|
||
|
||
당소소는 속으로 경악했다. 화련의 영악한 면을 처음 봐서다.
|
||
|
||
허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입신양명을 꿈꾸는 법.
|
||
|
||
스승님이 오랫동안 은거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필시 큰 뜻을 품으셨기엔 속세로 나오셨을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
“사매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스승님은 무려 소림 방장과도 친분이 있으셔. 게다가 화산의 검후, 종남 장문인, 최근에는 사천당문 가주님과도 교분을 맺으셨지.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야. 전낭에는 검존의 각패도 들어 있다고.”
|
||
|
||
“……검존!”
|
||
|
||
“거기에 점창까지 추가된다면? 이제 스승님의 원대한 계획을 알 것 같지 않니?”
|
||
|
||
당소소가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갑자기 스승님의 원대한 계획이 보이고 깊은 철학이 느껴지는 듯했다.
|
||
|
||
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섰다. 당소소는 조심스레 말했다.
|
||
|
||
“저희가 괜히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따로 생각하신 명칭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괜히 신녀문이라고 이름붙였다가…….”
|
||
|
||
“운남은 멀어도 너무 멀어. 분명 일이 마무리되면 하남으로 돌아가실텐데, 전서구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아도 족히 세 달은 걸릴거야. 임시로나마 이름을 알려서 문파의 명성을 끌어모으고, 추후에 바로잡는 편이 나을거야.”
|
||
|
||
막무가내다. 허나 열 살 아이가 한 말이라 생각하면 점창 장문인도 너그러히 넘어갈 것 같기는 했다.
|
||
|
||
‘어찌 이런 심계를…….’
|
||
|
||
마냥 순진한 아이라 여겼는데, 열 살짜리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영악한 심계를 지니고 있었다.
|
||
|
||
그건 그렇고, 들어보니 스승님도 보통 분이 아니셨다. 마냥 성격 좋고 겸손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문의 장문인을 맡게 될 사람답게 심계가 보통이 아니었다.
|
||
|
||
‘소림사, 남궁세가, 당문, 종남파, 화산파에 점창까지.’
|
||
|
||
이제 보니 구파와 팔대세가에서도 이름이 굵직한 문파들만 만나셨다.
|
||
|
||
아직 검선이 있는 무당파에는 들르지 않으셨지만, 여태 말한 인사들의 인정만으로도 정파의 거두로 인정받기 충분했다.
|
||
|
||
화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
“일단 그러려면 점창파 장문제자부터 안전한 곳으로 돌려보내야 해. 그게 스승님을 도와드리는 길이야.”
|
||
|
||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시선을 돌렸다. 스승의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다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
||
|
||
이러한 상황 속에서.
|
||
|
||
백호는 사로잡혀 있던 마지막 민간인마저 물어다 날랐다. 원래 덩치로 돌아간다면 한 입에 너덧 명씩 나를 수 있었을텐데, 새끼범만큼 작아진 탓에 오래 걸렸다.
|
||
|
||
“오만하기 짝이 없다. 누가 보면 네 년이 검후라도 되는 줄 알겠구나.”
|
||
|
||
풍마나찰도가 입을 열었다. 서연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내색하지 않았다.
|
||
|
||
허나 허장성세였다. 검격을 받아낸 손끝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
워낙 막대한 진기가 담겨 있던 일격이었다. 보통 진기로는 막아낼 수 없었다. 급히 내력을 끌어올리다 무리를 한 것이다.
|
||
|
||
서연이 코웃음쳤다.
|
||
|
||
“비천도문이 검후를 들먹일 수 있을 정도로 세가 컸나 보군. 내 견문이 짧아서 여태 알지 못했던 모양이야.”
|
||
|
||
“…….”
|
||
|
||
참으로 당돌한 도발이다. 설마 자신을 아직까지 비천도문주 취급할 줄은 몰랐다.
|
||
|
||
허나 풍마나찰도는 섣불리 출수하지 못했다.
|
||
|
||
오른손이 아직도 저릿했기 때문이다.
|
||
|
||
흑룡회주의 오른팔인 그는 장강 이남에서 초고수로 통했다. 그를 단신으로 상대하려면 구파의 최고수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
||
|
||
그말은 즉슨, 눈 앞의 여도사가 구파의 최고수에 비견될 실력자라는 것이다.
|
||
|
||
‘누구냐.’
|
||
|
||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서연이 일검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
||
|
||
오른팔의 힘줄이 뚜렷하게 보였다. 검이 닿기도 전에 진기의 폭발이 일었다.
|
||
|
||
폭풍이 먼저 몰아치며 검이 나아갈 길을 열었다. 흙먼지가 좌우로 갈라지며 백광이 내리꽂혔다.
|
||
|
||
콰아아아―!
|
||
|
||
풍마나찰도는 절세의 초식을 마주했다. 그 역시 초고수의 영역에 닿아 있었기에, 검격을 직시하자마자 생사의 경계에 놓였음을 직감했다.
|
||
|
||
명줄이 위협당하는 감각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다. 온 살갗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
||
|
||
“…….”
|
||
|
||
이만한 여고수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
||
|
||
당황하는 대신 전신을 무형의 기파로 감쌌다. 사파 특유의 패도적인 기운이 주변 공기를 일그러뜨렸다.
|
||
|
||
파악!
|
||
|
||
대도를 양손으로 쥐고 발검하듯 내질렀다. 절초 하나하나에 전력을 실었다.
|
||
|
||
나찰의 춤사위가 시작됐다.
|
||
|
||
그가 익힌 나찰도법은 순간적인 힘의 집중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묘리였다. 절초가 더해질 때마다 가해지는 힘이 곱절씩 늘어난다는 뜻이다.
|
||
|
||
콰앙!
|
||
|
||
그 증거로 풍마나찰도의 대도를 물들인 묵빛 검강이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
||
|
||
하지만 풍마나찰도의 사나운 공격은 서연의 백광에 닿기 무섭게 먼지처럼 소멸했다.
|
||
|
||
너무나 밝은 빛에 어둠째로 잡아먹혔다.
|
||
|
||
“……!”
|
||
|
||
일전에 겪었던 초식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등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
||
|
||
점차 하얗게 물드는 세상에서, 이번 공격이 마지막이라는 담담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
||
|
||
순간, 느릿하게 다가오던 백광이 한순간에 점멸했다.
|
||
|
||
사아아―
|
||
|
||
빛이 폭발했다.
|
||
|
||
풍마나찰도는 감각에만 의지하여 세상에서 대도를 치켜들었다. 백광을 막아내려는 것이다.
|
||
|
||
막을 수 없음을 직감했음에도 양 손으로 도면을 치켜들었다. 막대한 충격에 대비하여 전력으로 진기를 끌어올렸다.
|
||
|
||
콰아악!
|
||
|
||
닿았다. 한 호흡이 억겁처럼 느껴졌다.
|
||
|
||
압도적인 무게감에 짓눌리는 듯했다. 양 다리가 무릎까지 파묻혔다. 그를 중심으로 대지가 쩍쩍 갈라졌다.
|
||
|
||
쿠우웅!
|
||
|
||
그제서야 눈 앞의 여도사가 구파 장문인에 버금가는 무력을 가졌음을 깨달았다. 하반신이 완전히 땅 속에 틀어박힐 무렵이었다.
|
||
|
||
압도적인 세월이 아니라면 펼칠 수 없는 불가해의 기예였다.
|
||
|
||
정순한 법력과 도기가 섞여 묵빛 검강을 찢고 부쉈다. 희롱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
||
|
||
‘대체.’
|
||
|
||
양 팔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
||
|
||
상대를 처음부터 구파의 장문인이라 상정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승부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
||
|
||
본래 초고수들 간의 싸움은 찰나의 일격으로 승패가 갈리는 법. 초장에 상대를 경시했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
||
|
||
“이름!”
|
||
|
||
제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백광을 뒤따른 엄청난 소음 때문이다.
|
||
|
||
그럼에도 풍마나찰도는 입술을 달싹였다.
|
||
|
||
“이름을……말해라!”
|
||
|
||
전신이 짓눌리는 와중에도 최후를 장식할 무인의 대명(大名)을 묻는다.
|
||
|
||
여도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
||
|
||
한철로 만든 멸천도(滅天刀)가 일절의 소음 없이 잘려나갔다. 풍마나찰도의 한쪽 어깨가 통째로 잘려나간 것은 그 다음이었다.
|
||
|
||
검이 완전히 땅에 닿고 나서야 삭풍이 몰아쳤다.
|
||
|
||
쿠우우웅!
|
||
|
||
주변이 적막으로 물들었다.
|
||
|
||
서연은 어느새 잔향을 납검한 채였다.
|
||
|
||
흙먼지 너머로, 정신을 잃고 혼절한 풍마나찰도의 모습이 보였다. 한 손을 높이 치켜든 채였다.
|
||
|
||
어깨가 잘려나간 그 순간에도 서연의 멱을 붙잡으려 했다.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손 끝에 느껴지는 경력의 기파가 사나웠다.
|
||
|
||
한 치 차이로 서연에게 닿지 못했다. 접근을 허용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
||
|
||
‘사마외도란 맹수와도 같구나.’
|
||
|
||
독사는 머리가 잘려도 상대를 물 수 있다던가. 작금의 싸움도 그러했다. 마지막에 방심했다면 일수를 허용했을 것이다.
|
||
|
||
‘흑룡회 산하의 문주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
||
|
||
부채가 떨리지 않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몰아붙였는데, 자칫 당할 뻔했다.
|
||
|
||
같은 사마련 팔천이라고 해도 힘 차이가 심한 것일까. 아니면 혈면수라와 상성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
||
|
||
서연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
||
|
||
*****
|
||
|
||
“…….”
|
||
|
||
위지향은 입을 다문 채로 마차 반대편에 앉은 여인을 응시했다.
|
||
|
||
면사 너머로 비치는 고아한 잔영에서 범상치 않은 자태가 느껴졌다. 청목족 특유의 예리한 눈썰미 덕분이었다.
|
||
|
||
많아야 이립 정도 되는 나이. 씨족보다 아름다운 외양.
|
||
|
||
거기에 신선과도 같은 특유의 분위기까지.
|
||
|
||
‘홀로 풍마나찰도를 격살하다니…….’
|
||
|
||
서연을 홀린 듯 바라보던 위지향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곧장 흐트러진 자세부터 바로잡았다.
|
||
|
||
자신은 점창의 장문제자였다.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에 걸맞는 품위를 보여야 했다.
|
||
|
||
‘문주님이라 불러야 마땅할까.’
|
||
|
||
신녀문의 문주라 했다.
|
||
|
||
처음 들어보는 문파였다. 청목족으로서 좁지 않은 견문을 가졌음에도 생소했으니, 필시 속세와 거리를 둔 신비문파일 가능성이 높았다.
|
||
|
||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씨족의 어르신일수도.’
|
||
|
||
영목이 내뿜는 특유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쥘부채와 종남 장문인의 각패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을 위지향은 알지 못했다.
|
||
|
||
일월상단을 포함한 서연 일행은 점창산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
||
|
||
사경을 헤매는 점창 제자들이 적지 않았으나, 당소소의 의술 덕에 전부 안정기에 돌입했다. 당장 위지향의 손목을 고정하는 부목 또한 당소소가 손수 만들어 준 것이었다.
|
||
|
||
‘저것도 분명 영물인데.’
|
||
|
||
품에 안겨있는 새끼 범을 쓰다듬는 모습마저 기품이 흘렀다. 영목과 소통한다는 옛 어르신들에게서나 느껴볼 법한 경건함이었다.
|
||
|
||
분명 영물이다. 저를 또렷이 쳐다보는 푸른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
|
||
“…….”
|
||
|
||
본의 아니게 눈싸움을 하던 때였다.
|
||
|
||
무언가가 마차 창가에 내려앉았다. 창공을 비행하다 내려앉은 것이다.
|
||
|
||
은빛 깃털을 뽐내는 올빼미였다. 일월상단이 습격받지 않고 무사히 지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저 올빼미가 길을 안내해준 덕분이었다.
|
||
|
||
멋스럽게 늘어뜨린 깃털에서 품격이 느껴졌다. 보는 이로 하여금 한 번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불어일으킬 정도였다.
|
||
|
||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올빼미가 즉각 반응했다. 고개를 돌려 위지향을 쳐다보았다.
|
||
|
||
삽시간에 얼굴이 정색으로 바뀐다. 경멸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
|
||
미간을 잔뜩 좁히다가 창 밖으로 빠져나갔다.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면서다.
|
||
|
||
“…….”
|
||
|
||
위지향은 이유 모를 수모를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