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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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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의 방에 머물고 있는 화련은, 다과를 연거푸 먹어댔다.
“…….”
빈 그릇을 당소소가 말없이 채워주기 무섭게 화련은 순식간에 다과를 해치웠다. 당소소는 그런 화련의 모습을 보고 더욱 식욕을 잃었다.
창밖 나뭇가지에 앉은 유혼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완전히 애가 다 되었구나.
화련은 다과를 씹던 입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다 유혼 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 정도면 사소한 부작용이다. 혈맥과 근육을 어린아이의 것으로 되돌리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아느냐.
안다. 아니까 잠자코 있던 것이다.
의도가 불순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유혼이 펼친 술법인 영유아강술은 그야말로 대법이라 불릴만했다. 능히 반로환동의 하위호환이라 부를만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에게, 그것도 십 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말이다.
서연을 처음 만났을 때의 화련은 아슬아슬하게 십대의 끝자락에 놓여 있었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던 탓이다.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기는 하지만.
유혼이 괜찮다고 했으니 이리 성공한 것 아닌가.
물론 화련은 유혼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필시 십 대보다 나이가 더 많은 자에게는 술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유혼이 멋대로 규칙을 만들어냈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단 것을 먹지 못하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고도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소한 부작용을 제외하면, 어린 육신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더 가져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당소소는 저 작은 몸에 저리 많은 다과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나,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평소에 무표정으로 살아왔던 덕이다.
시종들? 전부 물려두었다. 당연히 화련의 호의를 얻기 위함이었다.
서연보다 화련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음, 괜찮아요.”
“그러면 차를 들고 오겠습니다. 섞을 꿀도 함께 가져오겠습니다.”
곧 당소소가 방 밖으로 나갔다. 침묵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유혼이었다.
―네 마음에 들려고 저리 열심이다. 말로 구슬리려 하지도 않고 묵묵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느냐?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주인님께 의견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아니더냐. 당가의 소소 아가씨가 아주 보기 좋다고.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유혼 님이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니고요?
유혼은 입가에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화련은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히 화련도 당소소가 싫지 않았다. 나이로도, 배분으로도 자신이 위였기 때문이다. 후임이 들어온다는데 어떤 선배가 싫어하겠는가.
'애가 싹싹해.'
어린아이의 외형을 한 자신에게 깍듯이 대하는 것만 봐도 그 인품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당소소는 요리를 아주 잘했다. 방금 먹은 다과도 전부 당소소가 직접 만든 것이라 했다.
스승님도 요리를 잘 하셨지만, 당과나 다과같은 간식거리를 만들어주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매라 불러야 하나.'
혼자 생각에 잠긴 화련을 지켜보던 유혼은 클클 웃으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이만 가마.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고. 주인을 실망시키지 말거라.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나 했더니, 곧 문이 열리며 당소소와 함께 서연이 나타났다. 당가주와 대면을 마친 모양이었다.
서연은 품에 자그마한 함들을 여러개 들고 있었다. 당가주가 선물을 저리 많이 챙겨준 것인가?
“화련아.”
“네, 스승님.”
“자리에 앉으렴. 네가 쓸 영약을 얻어왔단다.”
“네에?”
설마 스승님께서 자신이 쓸 물건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화련이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옆에 있는 당소소가 함을 열며 하나씩 설명했다.
“청령보정환(淸靈補精丸), 영지환(靈芝丸),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가주님께서 많이도 챙겨주셨군요, 순서만 지켜 먹으면 내공을 갑자도 넘게 얻겠습니다.”
당소소 또한 혀를 내둘렀다. 자신도 먹어보지 못한 영약들도 여럿 섞여 있었다.
중간에 시비가 다가와서 함 하나를 마저 건내주었는데, 그곳에는 암단화를 가공한 단약이 들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다과를 쉬지않고 집어먹었던 화련은 난감한 얼굴을 했다.
‘차만 마시고 마무리하려 했는데.
차마 배가 부르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화련은 다과를 무작정 집어먹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한탄하며 가부좌를 튼 채로 자리에 앉았다.
“내가 기운을 갈무리하여 네게 넘겨줄 것이란다. 그러니 진기가 들어차도 당황하지 말거라.”
화련은 순간 죄책감을 느꼈다. 속이 더부룩한 것을 스승님이 눈치채고 저리 말하시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연은 그런 화련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댄 다음, 영약을 순서대로 삼켰다.
‘영약은 쓰구나. 공청석유가 맛이 좋은 편이었어.
잡념도 잠시였다. 서연의 체내에 들어온 약 기운들은 화들짝 놀라 활로를 찾아 해멨다.
공청석유도 스스로를 불순물이라 여길 정도로 정순한 육체다. 그보다 못한 영약들은 오죽하겠는가.
우웅-
서연은 손 끝으로 빠져나가는 기운들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
옆에서 지켜보던 당소소가 경악했다. 갑자기 은공께서 영약을 삼키신다기에 설마 했는데, 설마하니 진기도인을 직접 하실 줄은 몰랐다.
‘저걸 진기도인이라 할 수 있나?
약효만 저리 넘기는 것이 가능한지는 차치하고, 흘러가는 기운의 양으로만 보았을 때 약효가 전부 온전히 넘어간 듯 보였다.
자신의 기운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격체전력에 가까웠다.
“헉!”
“놀라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렴.”
동시에 서연은 비연천공을 하루빨리 완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단순히 호흡을 반복하는 것보다, 심법을 운용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무극지체라 했다.
웬만한 묘리를 한 번 보고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타인의 육신에 진기를 흘려넣을 기회가 흔치 않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공부를 제대로 해볼 작정이었다.
늦게나마 체질을 알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타인에게로 흘러들어간 진기의 흐름을 온전히 관조한다. 만족할 생각은 없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기경팔맥, 십이정경, 전신 세맥……점점 더 미세한 혈맥에 진기를 자유로이 흘려넣었다. 그 와중에 제자가 다치지 않도록 혈맥을 단단히 보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연의 진기는 순식간에 화련의 백회혈에 닿았다. 임독양맥을 연결하려면 백회혈을 틀어막고 있는 생사현관을 타통해야 한다.
본래 목숨을 걸만큼 위험한 일이다. 화련의 나이에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
허나 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기를 불어넣었다. 정순한 기운과 영약의 약효가 뒤섞여 순정하게 흘러들었다.
콰아아―
파도처럼 몰아치던 기운이 생사현관을 몇 번 두드리더니, 찰나지간에 뚫고 나아갔다. 그 과정이 오죽 자연스러웠는지, 당사자인 화련조차도 일말의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원체 잘 닦여 있는 육체였다.'
생사현관이 유독 부드러웠다. 그렇기에 간단히 타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곧 서연의 인도에 따라 한 곳으로 모인 진기는 자연스럽게 화련의 단전으로 나아갔다.
‘감싼다.
화련의 단전은 실시간으로 그 크기를 불렸다. 단 한 점의 손실도 없었다.
‘이게 진기를 다루는 감각이구나. 확실히 기억해야겠다.
단순히 감각에 의지하여 펼쳤을 때와, 확실히 인지하고 펼쳤을 때의 느낌은 천지 차이였다.
이를 응용하여 타인의 육신에 진기를 흘려넣고 뒤흔든다면 어렵지 않게 무력화시킬 수 있을 듯했다.
작게나마 깨달음을 얻었다. 이 묘리를 비연천공에 추가해도 좋을 듯했다.
“되었단다.”
서연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친 것은 화련이었다. 체내를 주유하는 막대한 기운에 긴장하여 그리 된 것이다.
단전에 들어찬 기운이 몇 배로 많아졌다. 지금이라면 연화비영보도 훨씬 쉽게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감사합니다…….”
화련의 눈동자는 더없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스승의 은혜가 한량없이 깊었다.
원래도 존경했으나 이제는 스승의 은혜에 감복하여 완전히 우러러보는 수준이었다.
“네가 잘 따라와준 덕분이란다.”
화련의 머리를 쓰다듬던 서연이 당소소를 힐끗 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연은 일전에 가주전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당소소가 저를 따라가고 싶다고 했었던 일 말이다.
대화를 나누어볼 필요가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평소에 각예를 즐겨 하곤 한단다. 세상을 주유하는 것도, 제자에게 각예를 가르치기 위함이었지.”
당소소는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연은 픽 웃으며 말했다.
“왜 나를 따라오고 싶다고 생각했니?”
당소소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답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했다가는 은공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한참 동안 입술을 여닫기만을 반복했다.
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
당소소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서연을 응시했다. 도화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편히 말하렴."
아름다웠다. 정신이 맑게 개이는 듯했다.
당소소가 서연을 따라가고자 했던 것은, 서연의 검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 손으로 직접 펼쳐보고 싶었다.
그것뿐인가?
‘아니.
당소소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시커먼 생각을 꺼내놓았다.
오랜 시간 그녀를 짓눌러온 자격지심이었다.
당소소는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오라비의 입지가 워낙 단단했던 탓이다. 당연히 만천화우 또한 익힐 수 없었다.
그래서 동생과 약조했다. 한 명은 암기술에 통달하고, 다른 한 명은 독공을 익혀, 각 분야의 최고가 되어 언젠가 오라비를 이겨보자고.
만천화우에는 관심이 없다고 여겼었다. 오라비가 천명검으로 떠나고, 동생이 후계자가 되기 전까지는.
웃는 동생을 축하해주면서도, 당소소는 어째서인지 속이 곪아가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도 그때쯤이었다. 주변인들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공에 몰두했다. 감당할 수 없는 독을 들고 폐관에 임했다.
그 정도도 판단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불안정했다.
천운이 따라 독인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핏물조차 남기지 못하고 녹아 없어졌으리라.
목숨보다 무학에 대한 집착이 컸다. 애써 외면했던 마음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렇기에 서연의 검격을 마주했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문을 등져서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시종 행세를 해서라도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배워서.
“오라비와 동생과 아버지께, 제가 배운 것이……만천화우보다 낫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소소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얕게 떨렸다.
“저도 은공을 따라가서, 배우고 싶습니다. 허락하지 않으신다면……정말 슬프겠지만, 본가에 남아서 은공이 보여주셨던 편린을 다듬고 또 다듬겠습니다.”
그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결국 서연을 찾아 떠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 말까지는 하지 못했다.
타인에게, 그것도 은인에게 제 시커먼 속내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도 무겁고 힘든 일이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당소소는 크게 심호흡했다.
서연이 품에서 작은 조각칼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만한 검으로 펼치는 검법을 말하는 거니?”
“……!”
“맞구나.”
서연의 눈이 빛났다. 영감이 발한 것이다.
본디 무공의 원류가 그러했다. 역사 깊은 구파에 동물과 자연의 형상을 본딴 무공이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조각을 본딴 검법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극지체라는데, 그것 하나 못할까.
제자에게 가르칠 마땅한 검법이 없었는데, 당소소 덕분에 완전히 가닥이 잡혔다.
더 없는 성과였다.
심공, 보법, 검법까지. 무학의 대략적인 틀이 잡힌 것이다.
‘만천화우보다 나을지는 모르겠다.
만천화우는 옛 절세고수가 창안한 무학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허투루 만들 생각은 없었다. 제자의 몸을 지켜줄 무학이다. 결코 대충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서연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항상 무표정하던 당소소가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일평생 명문가의 자제로 살아왔을텐데도, 이름조차 없던 제 검술을 더 높게 쳐주는 것도 고마웠고, 방금까지 우울했으면서 조각칼을 본 순간 눈동자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것도 귀여웠다.
“소소야.”
“네, 은공.”
서연은 당소소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가서 당가주님께 허락받고 오렴.”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외치는 당소소의 목소리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아이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