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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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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공격은 당위산의 내력을 일격에 모조리 파쇄했다.

당위산은 그 자리에서 튕겨나가는 동시에 허물어졌다. 처참한 몰골로 벽에 처박혀 있었다.

“흐으으…….”

먼지 너머로 끔찍한 신음이 울려퍼졌다. 당위산이 거친 숨을 토해내는 소리였다.

동시에 공동 내부에 침묵이 흘렀다.

사천당문의 무인들과 합을 겨루고 있던 녹림오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팔대세가의 전 장로가 일격에 완패했다.

“…….”

기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화련을 옆구리에 단단히 낀 채 묻는 이는 당소소였다. 무지막지한 충격파로부터 화련을 보호하려고 취한 자세였다.

화련은 잠깐 동안 쿨럭거리다가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화련은 제 몸을 억지로 끌어안은 당소소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외양만 보았을 때 자신은 열 살 언저리의 어린 소녀였다. 저리 나서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스승님의 위용을 알지 못하니 저럴 만도 하지.

이 공동 전체가 무너진다 한들 자신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터였다.

허나, 사천당문 같은 평범?한 가문에서 자란 당소소가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음.

묘한 우월감에 휩싸인 화련의 뺨이 씰룩거렸다.

모산파의 후계자로 살았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아무리 모산파의 위명이 높다고 한들, 사천당문에 비할 수 있었겠는가.

아무리 잘 쳐줘도 한 수 아래였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사천당문? 충분히 좋은 가문이다.

일생을 바쳐 정진한다면 스승님까지는 무리여도, 그 언저리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스승이 이토록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만으로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그만 내려주세요.”

“그러겠습니다.”

당소소는 순순히 화련을 내려놓았다. 화련은 과시하듯 어깨를 으쓱였으나, 당소소는 그 자그마한 우쭐거림을 눈치채지 못했다

대신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화련의 어린 육신을 품에 안았던 순간,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은공의 무학을 익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육체임을.

물론, 단번에 알아챈 것은 아니었다.

충격파를 피해 물러서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무심코 몸을 몇 번 더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말랑한 촉감이 만족스럽기는 했으나, 결코 고의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된 화련의 육체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골격과 근질, 피부의 탄력은 물론이고, 혈맥의 순환에도 한치 어긋남이 없었다. 조그마한 영약 하나라도 복용한다면 머지않아 임독양맥을 타통할 수 있을 듯했다.

이는 당소소가 웬만한 의원보다 육체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사천당문의 직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소소는 문득 자신이 몇 살에 임독양맥을 타통했는지 떠올렸다. 아마 열다섯, 그것도 온갖 영약을 복용한 후에 가주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이뤄낸 일이었다.

저 나이에 임독양맥을 타통하다니.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저 정도는 되어야 제자로 받아주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흠…….

당소소는 남몰래 화련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무학 앞에 어찌 나이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오직 실력과 잠재력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련 정도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충분히 작은 주인님으로 모실 만했다.

‘지금부터 미리 연습해야 하나.

당소소는 속으로 몇 가지 단어를 중얼거렸다.

은공께서 자신을 제자로 받아주시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그리 생각했다.

대신 죽는 날까지 시종 행세를 하며 그림자처럼 따른다면 곁에서 훔쳐보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실 듯싶었다.

당소소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살다 죽으면 충분히 호상이라 여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당소소는 걸음을 옮겼다. 땅바닥에 쓰러진 당위산의 뒤처리를 하기 위함이었다.

놀랍게도 당위산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갈비뼈가 죄다 부러져 폐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뱉어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살아있기는 했다.

당소소는 손속에 자비를 두었던 서연에게 속으로 또다시 감사를 표했다.

당문의 이름을 더럽힌 작자다. 단순히 목을 베어 죽이는 것으로는 모자랐다.

“네가……네가 누구를 데려온 줄 아느냐…….”

바람 빠지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은 말이 그것이었다. 당소소는 당위산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면 그쪽은 아십니까?”

당위산의 입꼬리가 흐릿하게 올라갔다. 말해주겠으니 가까이 오라는 의미였다.

콱!

당소소는 가까이 다가가는 척하다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더니, 비도를 꺼내 당위산의 사지를 향해 던졌다. 한순간에 사지근맥이 잘려나간 당위산이 짐승처럼 거친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악!”

“개수작 부리지 마십시오.”

단발을 귀 뒤로 쓸어 넘긴 당소소가 차갑게 대꾸했다.

“그쪽이 은공의 정체를 알았다면 순순히 모습을 드러냈겠습니까? 깨닫는 즉시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겠지요. 이 지경이 되고도 머리를 굴려대는 꼴이 같잖습니다. 지난 칠 년 동안 가주께 위치가 발각당할까 두려워 사천 땅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던 작자가.”

“…….”

“그쪽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방금 하려던 말은 그때 이어서 듣는 걸로 하지요.”

당소소는 그렇게 말하며 비도로 제 손끝을 그어 상처를 냈다. 비도를 타고 흐르는 핏물이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를 냈다.

당위산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도, 독인(毒人)……? 너같은 애송이가 어찌 그 경지에…….”

독공을 익히는 자들이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경지가 있다.

살점과 피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것이 극독으로 화하는 독인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문의 장로였던 당위산조차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천당문을 통틀어, 오직 당가주 한 명만이 도달했다고 알려진 경지였다.

“글쎄요.”

당소소는 빙그레 웃으며 핏물을 당위산의 입으로 떨어뜨렸다.

핏물이 혀에 닿는 순간 당위산이 눈을 부릅떴다.

?!

혓바닥이 타들어가는 감각, 그와 동시에 뻣뻣하게 굳어가는 전신.

“컥!”

당위산은 순식간에 충혈된 눈으로 당소소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당소소가 말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본가의 뇌옥에서 눈을 뜨게 될 겁니다.”

다음 순간, 당위산은 눈을 희번덕이며 혀를 까뒤집은 채 혼절했다.

당소소는 그런 당위산을 포박하고는 그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독단에 담긴 독기를 미리 빼두려는 의도였다.

독공을 익힌 무인들은 독단(毒丹)을 따로 만들어 그 안에 독기를 담아둔다.

단전과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전은 깨져도 내공만 잃을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나, 독단은 깨지는 순간 온몸이 중독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독단은 심장 바로 옆에 만든다. 어차피 그곳이 꿰뚫리면 죽기 때문이다.

‘없다.

허나 놀랍게도 독단에 담긴 독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당소소는 고개를 돌렸다. 녹림오호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는 서연을 향해서였다.


팽무성은.

도를 치켜든 채로 전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팽가의 보법은 엄밀히 말해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패검대에서 익힌 보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반면 서연의 보법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신속했다. 눈을 깜빡이는 찰나에 동굴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수준이었다.

괜히 끼어들었다간 오히려 방해만 될 것이 분명했다.

녹림의 보법이 본래 도주에 특화된 것이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승패는 갈렸을 것이다.

당문의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던 그들마저도 지금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이름만 녹림오호일 뿐, 이미 불혹에 가까운 중견 고수들이다. 그 힘은 웬만한 문파의 장로들과 견줄 만하다 들었다.

허나 서연에게 속절없이 압도당하고 있었다.

서연은 검을 내리쳐 부월째로 녹림오호를 짓눌렀다.

콰드득!

섬뜩한 소음이 일었다. 마지막 부월이 박살 나며, 무기를 쥐고 있던 두 팔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였다.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저보다 두 배는 거대한 사내를 상대로 차원이 다른 용력을 보였다.

“……!”

순식간에 양팔의 통제권을 잃은 녹림오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 와중에도 고통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청목족이더냐!”

서연은 대답 없이 검을 뻗었다. 상대의 근육이 단단했기에 단순히 팔을 베는 것으로는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때.

녹림오호가 거센 기합을 내지르며 다리를 뻗었다. 다리에 실린 기운이 어찌나 거센지, 주변의 대기가 일렁일 정도였다.

다리가 잘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연에게 일격을 날리려는 것이다.

허나 서연은 녹림오호가 다리를 내려치기도 전에 공격의 맥을 끊어버렸다.

콱!

한 손으로 제 허리보다 두꺼운 다리를 붙잡았다.

“허.”

녹림오호는 처음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양 팔이 쓸 수 없을 정도로 부러졌을 때도 전의를 잃지 않았던 그였다.

힘을 주어도 다리가 빠지지 않는다. 용력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일전에 합을 겨루며 느꼈지만, 이 정도로 차이날 줄은 몰랐다.

“……숫제 괴물이구나.”

녹림오호가 허탈하듯 말했다.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빛살이 일며 양쪽 발목이 잘려나갔다.

양팔이 부서지고, 발목마저 잘렸으니, 아무리 녹림오호라 한들 도망칠 길은 없었다.

서연은 쓰러진 녹림오호에게 손을 가져다댔다. 일전에 팽무성이 단전을 폐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이라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문과는……엮이지 말라더니…….”

녹림오호가 피를 토하며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그 순간 서연의 옷자락이 작게 펄럭였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내력이 녹림오호의 체내를 파고들더니, 그의 단전을 거칠게 깨부쉈다.

무인으로서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그 뒤에 따라오는 끔찍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연은 숨을 가다듬은 다음 도로 납검했다. 검신에는 핏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곧바로 동굴 바깥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부상자들이 몸을 추스를 시간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암단화를 저리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암단화는 격렬한 싸움이 끝난 뒤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검붉은 빛깔이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어느 정도 뒷정리를 마친 당소소가 입을 열었다.

“정해진 절차 없이 암단화를 건드렸다가는 목숨을 잃습니다.”

“피독주를 써도 그러한가?”

“예, 팽 나으리. 피독주를 써도 죽습니다.”

당소소는 어느새 암단화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당위산이 암단화를 캐지 못하고 내버려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완전히 무르익은 암단화가 품은 독은 당가의 무인들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피독주를 꺼내 암단화 근처에 떨어뜨렸다. 피독주는 땅에 닿기도 전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이제 보니 보통 물건이 아니군요. 최상품입니다. 못해도 오백 년 묵은 설삼과 동일 선상에 놓아야겠군요.”

당소소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이만한 암단화는 인위적으로 재배할 수 없다. 본래 자라 있던 것에 비료를 주어 키웠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 비료는 오가며 보았던 시체일테고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당소소가 서연을 바라보았다.

“은공, 어찌하시겠습니까?”

“어찌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희 당문도 염치란 것이 있습니다. 그 누가 은공 앞에서 암단화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저쪽의 팽 나으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순간 팽무성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소.”

서연이 다시 물었다.

“만지면 죽는다 하셨는데, 채집하는 방법을 알고 계신 건가요?”

“당연히 알고 있-.”

선뜻 대답하려던 당소소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은공, 제가 올해로 열여덟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편하게 반말로 대해주십시오. 존댓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하여 심히 부담스럽습니다.”

“열 여덟……?”

놀란 말투로 되뇌인 것은 화련이었다.

“흐음…….”

그녀는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눈빛만은 반짝반짝 빛내며 당소소를 응시했다. 으스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속으로 외쳤다.

‘내가 두 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