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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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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繪花樓主)는 산적처럼 험악한 인상을 한 채로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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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데려오라 명한 여자는 어디에 두고 너희들만 왔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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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 떨던 왈패 하나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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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예화가 진짜로 여고수를 찾아낸 모양입니다. 영곽이가 저항도 못하고 맞았고, 그 와중에도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귀신같이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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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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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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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고, 그쪽에서 그냥 보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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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면서 무슨 말이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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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갈 테니 기다리라고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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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주변을 둘려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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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하는 여고수라더냐? 쓰는 무기는 또 무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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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패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차마 맨손으로 처맞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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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면 대답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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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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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도열해있던 간부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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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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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도 코웃음을 치며 왈패들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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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기보다 더 멍청한 놈들이었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돌아온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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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어디에 확 묻어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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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계속 비웃는 대신 자리에서 대뜸 일어나더니 왈패의 뺨을 쳤다. 짝! 소리와 함께 졸지에 뺨을 또 맞은 왈패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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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냐. 그 여인이 이것보다 아프게 때리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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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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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눈치가 있다면 여기서 회화루주의 공격이 더 아프다고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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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다시금 왈패의 뺨을 쳤다. 이번에는 약간이지만 내공도 실었다. 짜악- 소리가 방 내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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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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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사내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간부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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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주님. 그 여자는 아무래도 내공을 싣지 않았겠습니까? 분명 힘깨나 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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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많이 맞으면 감각이 둔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멍청한 놈이라 제가 아픈지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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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회화루주도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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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아예 한쪽 소매를 걷어붙이고 사내의 뺨을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벽까지 튕겨나가자, 회화루주는 그제서야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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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으니 멀리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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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루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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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왈패를 끌고 사라진 수하들을 지켜보던 회화루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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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패 놈들을 멀쩡히 돌려 보냈으니 흑도일 가능성은 낮았다. 흑도였다면 못해도 손가락이나 귀 정도는 잘라 보냈을 테고, 가끔 심한 놈들은 팔을 잘라 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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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속이 딱 정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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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복장부터가 도인 같다고 했다. 애초에 아미파의 승려라면 면사를 쓸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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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간부들의 면면을 차례차례 훑었다. 회화루주가 관리하는 주루는 총 세 개. 전부 불법과 합법의 선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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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지만 관과도 연이 닿아 있었다. 어찌 탐관오리들이 난세에만 존재하겠는가. 아무리 황제가 법을 엄중히 세우려 한다 해도, 흑도는 흑도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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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돈을 먹여보고, 난색을 표하면 여인을 같은 방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춘약을 탄 향초를 살살 피워 올리면 열에 아홉은 넘어왔다. 그 순간부터 관리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된다. 장부에 기록이 다 남아 버렸으니, 얌전히 돈을 받아먹고 쉬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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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여태 그렇게 살아왔다. 영리하고 비열하게 처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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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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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고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건장한 사내 셋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에서 제대로 싸울 줄 아는 무인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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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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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루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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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집안에서 난장판을 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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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만 주신다면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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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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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녀오시오. 수하들도 적당히 끌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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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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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 각주는 적당히 발이 날랜 놈들 몇 데리고 매 각주를 뒤따라 가게 해. 감당하지 못할 고수다 싶으면 보고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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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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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끝났으니 이제 물러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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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방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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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회화루주는 가만히 앉아 방 안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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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헛된 희망이나 심어줄 생각으로 여고수를 운운했건만, 예화 그 멍청한 년이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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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그냥 패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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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루주는 혀를 차며 바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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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곧장 회화루로 향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철방부터 들른 것은 무기를 사기 위함이다. 비록 가짜 심검이 있기는 하나, 섣불리 내보일 무기는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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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검 한 자루만 차고 다녀도 삼류 왈패들이 쉬이 접근치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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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주인이 서연을 맞았다. 구릿빛 근육이 선명한 것이, 마치 오랫동안 외공을 익힌 무인처럼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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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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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쓸만한 검 좀 골라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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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검, 장검, 단검 중에 어떤 검 말씀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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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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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서연의 몸을 쓱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치수를 가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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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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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쇠망치 소리 우렁찬 곳을 지나니, 몇 자루의 장검이 놓인 탁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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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용봉지회가 열렸을 때 납품하고 남았던 것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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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을 살폈다. 목검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검을 보는 눈은 제법 있었다. 이 정도면 단연 상품(上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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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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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결정에 철방 주인은 잠시 기다리라 청하고는, 숫돌을 돌려 다시금 검날을 갈았다. 안 그래도 날카로웠던 검은 빛을 받아 번들거릴 정도로 영롱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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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방 주인은 서연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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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방에선 못 보던 분인데, 새로 이사라도 오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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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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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검을 사러 오시는 분들의 눈빛만 봐도 대충 어떤 분들인지 짐작이 가오. 그저 새 무기를 자랑하러 오시는 분도 있고, 별생각 없이 오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아예 누군가를 해코지할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소. 헌데, 아주 가끔 손님 같은 분들이 찾아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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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방 주인은 가죽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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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싸우시려는지는 모르오나, 무운을 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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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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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잠시 철방 주인과 눈을 마주쳤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무림에 발을 걸친 사람이라 그런가, 눈썰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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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장검을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처음 잡아보는 검이었으나, 그 궤적이 참으로 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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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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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분노했던 탓일까. 평소라면 온갖 염려가 몰아쳤을 심상 속은 고요하기만 했다. 지켜야할 것이 있는 자들의 마음가짐이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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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에게서 회화루의 수준을 전해들은 서연은 제 승산을 아주 높게 쳤다. 예화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간부는 몇 명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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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서연은 예화 또한 아주 오랜 세월 마음속으로 칼을 갈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그 칼을 다룰 능력이 없어, 맞고 또 맞으면서 견디기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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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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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면 결국 직접 나서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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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도로 납검하고는 결심을 마쳤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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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방 바깥으로 나서자, 화련과 예화가 나란히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홑몸이었다면 이대로 예화를 따라가면 그만이었으나, 화련이 문제였다. 데려가자니 위험했고, 그렇다고 이곳에 두고 가자니 야산을 오르다 해코지라도 당할까 염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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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적당한 곳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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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이웃이 있는 게 좋다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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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내심 좁은 주변 관계를 한탄했다. 그런 한숨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화련과 예화는 서서 눈치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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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괜히 주변을 훑었다. 객잔에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마땅히 맡길 장소도 없었다. 진지하게 백호에게 부탁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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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방에 몇 명의 무인들이 말없이 걸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록색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등 뒤에는 '맹(盟)' 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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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일대의 치안을 관리하게 되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맹원들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행인들의 행색을 샅샅이 확인했다. 괜한 불안감을 퍼뜨릴 수 있었기에 그저 눈으로 훑어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흑도를 구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시선에서부터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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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을 향하는 시선을 느꼈는지, 걸음을 옮기던 맹원들이 일제히 돌아섰다. 서연이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에, 제일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미간을 좁힌 채로 서연을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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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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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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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립에 면사, 거기에 여자아이와 동행하시는 분은 흔치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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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라고 저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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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처음에 입을 열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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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서연 님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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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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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이선이라 합니다. 장산 조장님께 이야기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는 사정이 있어 직접 뵙진 못했지만, 이리 만나 뵙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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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도 얼떨결에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듣자하니 그때는 밥 심부름을 나가 서연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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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어디로 향하시는 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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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바쁘진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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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순찰 시간이라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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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혹여 서연을 만나게 되면 하던 일도 전부 내려놓고 나서서 도우라는 엄포를 들었기 때문이었으나, 그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 무림맹원들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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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다시금 무림맹원들의 심성에 감탄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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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자를 잠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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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라 하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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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비룡각에서 예화를 만나게 된 것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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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회화루로 갈 생각인데, 제자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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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혹 회화루에 혈교나 마교라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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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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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였습니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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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이선은 난처한 얼굴로 화련을 응시했다.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를 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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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무서운 분이시라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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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만나보니 또 아닌 것 같아 염이선은 혼란스러웠다. 초면부터 기세를 뿜어내셨다면 납작 엎드려 알겠습니다만 반복했을 터. 허나 지금은 진정 제자를 맡기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일을 해결하지 못해 직접 나서게 되었다고 문책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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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이런 경우는 동행하는 것보다 뒤를 밟는 쪽이 현명했다. 본래 흑도란 위기 탐지 능력만큼은 기가 막혀서, 상대가 저보다 많거나 조금이라도 강한 것 같으면 도망치려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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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노강호께서도 그걸 아시고 혼자 나서시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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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장님께 보고는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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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서연의 눈치를 살피던 염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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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자분은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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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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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렇게 말한 다음, 무릎을 숙여 화련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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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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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이선과 맹원들은 홀연히 사라지는 서연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서연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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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보고부터 드리고 오는 것이 좋겠다. 옷도 눈에 안 띄는 걸로 갈아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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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으로 달려가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노강호의 제자야 업고 가면 될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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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끼리 상의하는 맹원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화련이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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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련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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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이선이라 한단다. 내가 업어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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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이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화련은 껑충 뛰어서 순식간에 담벼락 위로 올라갔다. 어린 소녀가 보일 만한 경공은 아니었으나, 그 눈빛에는 경멸이 잔뜩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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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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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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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염이선을 노려보다가, 이 장(丈)이 넘는 거리를 좁혀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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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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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이선은 입을 다문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문득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앙칼진 막내 누이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한참 말 안 들을 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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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맡기고 가신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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