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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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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넓은 독방.

말이 감옥이지, 사실상 주의 등급의 이방인의 숙소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솔직히 말해 호텔의 스위트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도 여러 개에, 내가 특별히 요청했던 사항은 확실히 이행된 듯했다.

침대는 상당히 푹신해 보였다.

이방인의 교화 가능성을 높이고, 이 세계의 문물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접하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나도 그 인도적인 방법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상담실의 문을 열자 넓은 방의 풍경이 확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방은 지금 내 눈앞에 투명하고 두꺼운 강화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설유월이 달려들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는 유리 쪽으로 다가가 방의 내부를 천천히 살폈다.

긴장은 풀지 않았다. 아까처럼 훅 하고 달려들어 유리를 두들기며 놀래킬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발견했다.

방 한구석에 웅크린 채, 무릎에 얼굴을 박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

아까랑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분명 그녀의 기감이라면 누가 왔는지 알아챘을 것이다.

이곳은 소통이 가능하게끔 소리는 그대로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

나는 능력을 사용했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천마의 일격에 기절하고, 마인에게 끌려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를 매우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무기력증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60%]

[진정하십시오 소저. 여긴 그대가 아는 중원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적합률 자체가 매우 낮다.

그만큼 그녀의 심리상태가 불안하다는 증거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진정하십시오 소저. 여긴 그대가 아는 중원이 아닙니다.”

나의 나직한 목소리에 설유월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흑백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차갑고 푸른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

그녀는 한참이나 나를 쏘아보다가 마른 입술을 열었다.

“이곳은 서역입니까.”

“……….”

“아니면, 남만입니까.”

그래.

이 반응은 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중원이 아니라고 하니까 마교에게 패배해 어디 다른 지방의 감옥으로 끌려왔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방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이 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토콜들이 존재했다.

그것부터 빠르게 간다.

“소저. 잠시 여기를 보시겠습니까?”

나는 그녀의 방 안에 있는 벽걸이 모니터의 화면을 켰다.

“……!”

검고 거대한 유리판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과 소리가 흘러나오자 설유월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난생처음 보는 그 수상한 물건을 향해 적개심을 내비쳤다.

나는 그녀의 그 경계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훈교육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이거부터 해야.

[좋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될 것 같아서.


“으흥흥~”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의 상담소로 향했다.

엘리스의 짧은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걱정을 많이 했던 선생님의 경호도 무사히 끝났고.

오늘은 이대로 퇴근.

게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까지 받게 되어서, 그녀의 기분은 굉장히 좋은 상태였다.

‘그 옆의 바닐라 케이크는 엘리스님 몫입니다.

루나 언니를 위한 딸기 케이크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자기를 위한 케이크를 만들어줬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었다.

아무래도 지난 보육원에서 느꼈던 그 친밀감이 그녀만의 착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수인이라는 종족의 이미지 때문에 굉장히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척 행동했지만.

사실 남성과의 교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엘리스의 모든 도발적인 행동은 무시당하기 싫어하는 어린 짐승의 서툰 방어기제일 뿐이었다.

  • 찰칵.

“오.”

선생님이 준 것은 열쇠 꾸러미였지만, 운 좋게도 단 한 번에 상담소에 맞는 열쇠를 찾아냈다.

역시 기분 좋은 날에는 뭘 해도 되는구나.

엘리스는 기쁘게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상담실 안은 조용했다.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른 아침 구워졌던 빵의 달콤한 향과, 그가 마셨을 커피의 씁쓸한 향이 아주 희미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수인이 아니었으면 맡지도 못했을 정도.

선생님의 손짓을 기억하자면… 주방은 저기다.

그녀는 상담실 안쪽의 작은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담한 주방이 있었고, 주방에는 하얀색 냉장고가 있었다.

엘리스는 냉장고의 문고리를 잡았다.

“우와….”

그녀는 냉장고 안에 놓인, 예쁘게 포장된 두 개의 케이크 박스를 보고 감탄했다.

엘리스는 보물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들어,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으로 향하던, 바로 그때였다.

“흡….”

엘리스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상담실 밖 로비에서는 그렇게까지 느끼지 못했고.

들어오고 나서는 케이크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맡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민한 코에는 선생님의 향이, 아주 강하게 나고 있었다.

“왜… 이러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남성의 향이야 지겹도록 맡아왔고, 아는 향이다.

그런데, 이거는 조금 달라….

좀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닐라 같은….

엘리스는 그대로 멈춰 선 채로 냄새, 아니 그 향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상담사 유선우]

의자 등받이에, 그가 벗어두고 간 하얀 의사 가운이었다.

근원지를 인식하니 향이 더 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

그 어떤 경고도 없이, 엘리스의 머리를 이상한 충동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홀린 듯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지금 무슨 짓을….

엘리스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그대로 케이크를 들고 돌아서 뛰쳐나왔다.

상담실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는 TV를 통해 중계되는 이방인에 대한 상황을 지겨보고 있었다.

전이 침식으로 인해 선생님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었다.

‘괜찮아, 괜찮아 루나.

옆에서 릴리가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지 않았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 서울숲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말 힘겨울 정도로 인내심의 시간 이후 선생님은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잘 해결된 듯했다.

그대로 중계는 끝났다.

그녀는 아무래도 오늘 선생님이 이곳에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느꼈다.

그래서 헌터 개인 쉼터로 돌아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던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간만의 여유시간이었다.

최근에는 계속 쫓기는 듯한 느낌만 들어 독서라는 행위는 상상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아주 많이 편안해졌다.

“…….”

그녀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고요하다.

루나는 이런 평범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있게끔 해준, 선생님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책을 읽었을까.

  • 와 맛있겠다!

  • 잠시만!

쉼터 바깥, 라운지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엘리스 왔구나.”

그녀의 사랑하는 동생이 임무에서 돌아온 듯했다. 마침 책도 다 읽은 참이었다.

선생님을 잘 경호해 준 엘리스를 칭찬하고, 감사 인사를 전해주기 위해 루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안 돼! 내 거야!”

그러나 라운지의 모습을 본 루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엘리스는 다른 헌터들에게 둘러싸여, 하얀 케이크 상자 하나를 품에 꽉 껴안고 있었다.

  • 킁킁.

바닐라 향이 코끝을 스쳤다.

상자 밖으로 보이는 케이크의 모양과 디테일은, 어디 하나 손색이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루나는 단번에 저 케이크의 제작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저 정도의 디테일은 선생님의 쿠키와 샌드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선생님….

케이크?

왜?

엘리스가 경호를 잘 해줬으니, 감사해서?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케이크를 구울 시간 따위는 없었잖아?

루나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던 바로 그때.

“언니!”

저 멀리서 엘리스가 그녀를 발견하고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루나는 차마 받아줄 힘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간신히 손을 들어 엘리스의 인사를 받았다.

엘리스는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부럽다.

나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데.

엘리스는 그런 루나의 마음도 모른 채, 딸기 그림이 그려진 케이크 상자를 그녀의 앞으로 쑥 내밀었다.

“… 어?”

정신 차려보니 루나의 손에는 바닐라 케이크 상자와 똑같은 상자가 하나 더 들려 있었다.

“짜잔! 선생님이 언니 주려고 아침부터 만든 거래!”

엘리스는 덧붙였다.

“그리고 언니 꺼 만들면서, 겸사겸사 내 것도 하나 만들어 주셨지롱. 킥킥.”

그런… 거였구나.

루나는 깨달았다.

선생님은 섬세하니까,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엘리스의 것까지 준비한 것이었다.

애초에 루나를 주기 위한… 케이크였다.

루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살면서 본 케이크 중, 가장 예쁜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새하얀 생크림이 겨울철 눈처럼 폭신하게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반짝이는, 붉은 딸기 여럿이 꽃처럼 피어 있다.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검지손가락으로 그 하얀 생크림을 콕 찍었다.

그리고.

  • 핥짝.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핥았다.

그녀의 붉은 혀가 하얀 크림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훑어냈다.

혀로 입술을 살짝 쓸어내리며, 그녀는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달아….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생크림의 달콤한 맛에, 그녀의 온몸이 찌릿하게 떨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주 깊고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또 위험한 맛이었다.

“…….”

루나는 문뜩 주변이 조용해졌음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라운지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어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라운지에 있던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그녀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 그래요?”

루나가 순진한 눈으로 묻자 그녀와 가까이 있던 릴리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니… 그니까 방금….”

그러나 릴리는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루나의 모습이.

그녀의 반쯤 감긴 듯한 눈과, 달뜬 한숨, 그리고 크림을 핥던 그 혀의 움직임이.

여우 수인인 자신의 유혹보다도 훨씬 더 관능적으로 보였다는 그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