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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알려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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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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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신에게 먼저 이야기해 줬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선생님을 경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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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의 관계자들을 속으로 원망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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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릴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순진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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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무슨 소리야? 애초에 전이 같은 긴급 출동은 대기 중인 번개조만 가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엘리스가 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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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그제서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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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동 대기조가 되었다며 투정했던 엘리스의 앙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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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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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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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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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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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가, 특별한 뜻이 있어서 선생님을 경호하러 간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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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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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루나의 마음을 시커멓게 태우던 불길이 부끄러움이 되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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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루나는 그 즉시 두 손을 모아,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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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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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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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가 발생될 것이라 추정되는 서울숲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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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혼돈의 근처에 세워진, 협회의 임시 현장 지휘소는 상당히 번잡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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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투명 보호구 착용해 주시고…. 인이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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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기술은 전이 이후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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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후에야 경보음을 울리는 정도에 그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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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파동을 분석하고 어디서 일어날지, 또 얼마나 강한 이방인인지 추측까지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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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게도 아주 약간의,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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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 막 도착한 내담자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투명한 소재의 보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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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본부와의 통신을 위한 작은 인이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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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충 준비를 마치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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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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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첫, 임무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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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비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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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진동과 함께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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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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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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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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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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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는 그녀의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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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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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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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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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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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아무 일 없지……. 선우 너, 너는 괜찮아? 몸조심해야 해. 하아… 진짜. 우리 길드가 경호를 섰어야 했는데… 담당 길드가 아니면, 그쪽으로는 갈 수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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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진세아는 내 걱정을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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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올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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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길드가 이방인과 즉시 접촉을 못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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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이 세계에 도착한 이방인에게 접근하는 길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규율이 생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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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유니온에서도 경호 잘 붙여줬어. 엘리스 헌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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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장 확실한 이름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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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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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의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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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S급 헌터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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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괜찮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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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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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소의 천막을 슥 하고 들추며 엘리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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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통화 중인 나를 발견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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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엘리스님 오셨군요.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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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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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엘리스는 그 신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게로 다가와, 허리를 짚으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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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도 전부 들릴 만큼의 명랑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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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괜찮을지 몰라도 저는 전~혀 안 괜찮아여. 어제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허리 부러질 뻔 했잖아여. 오늘 경호도 못 올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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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한 건, 어제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연달아 토끼 목마를 태워줬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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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난 아이들을 엘리스 등 위에 마구 올려놨고, 종국에는 엘리스도 꽤나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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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금 저거 무슨 소리야? 선우야. 선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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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엘리스를 따라 협회의 직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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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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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제 브리핑 시작하려고 한다. 별일 없을 거야 끝나고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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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잠시만, 허리가 왜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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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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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아예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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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단 이게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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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여? 여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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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나의 등 뒤에서, 엘리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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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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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답에 엘리스의 귀가 쫑긋, 하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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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녀의 장난에 어울려 줄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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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의 브리핑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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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상담사님. 금일 06시 03분, 서울숲 부지 일대에서 규정된 세계, 중원(中原)의 전이 파동이 감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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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지휘소 중앙의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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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경고 표시와 복잡한 데이터들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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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파동의 규모로 보아… 넘어온 이방인은 단 한 명. 최소 A급의 강력한 이방인으로 추정됩니다. 중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높은 확률로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武人)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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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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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두 개의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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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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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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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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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중원 출신의 이방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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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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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전이 현상이 완전히 끝마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이가 마무리되는 즉시… 그때, 진입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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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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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에는 무게감이 더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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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님의 임무는… 명확합니다. 경호팀과 함께,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여 대상과의 최초 접촉을 시도해 주십시오.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대상의 위협 수준을 판단해 주시는 것이 상담사님의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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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내 손에 손바닥만 한 작은 장치 하나를 쥐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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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는 세 가지 색의 버튼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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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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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위험, 주의, 안전입니다. 대상에 대한 상담사님의 판단을 이 버튼으로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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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담을 하다가 대충 느낌이 오면 버튼을 누르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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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 주간 왕진 담당 길드인 유니온의 헌터인 엘리스 헌터님이 맡아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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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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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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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드는 엘리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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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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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과과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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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소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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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일대의 부지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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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동시에, 지휘소의 모든 모니터가 붉은 경고 화면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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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침착하게 브리핑을 하던 직원이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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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습니다.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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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엘리스 그리고 직원은, 서둘러 천막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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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는 중무장한 헌터들이 거대한 반투명 역장을 여러 겹으로 펼쳐, 구역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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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역장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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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지점이 비현실적일 정도인 푸른색으로,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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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뒤틀린 듯한…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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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렁임이 서서히 걷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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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동, 안정화 확인. 전이 종료. 진입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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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귀에 꽂힌 인이어를 통해 지휘본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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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서 있던 엘리스와 직원 또한 같은 연락을 받은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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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마지막 허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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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 안정화됐습니다. 지금부터 현장 통제권은 두 분께 이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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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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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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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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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장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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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 반투명의 막을 통과하는 순간 바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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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 바깥의 공중에서는 새로운 이방인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려는 듯, 수십 대의 카메라 드론이 붉은빛을 깜빡이며 우리를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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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시선과 정적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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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하지 마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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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옆을 걷던 엘리스가 나를 안심시키듯 나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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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기보다 많이 세거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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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장난기와 더불어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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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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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쓴웃음 대신, 진심이 담긴 미소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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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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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가 어떤 헌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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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S급 헌터라는 칭호가 주는 무게감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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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헌터였던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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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수십 명의 어설픈 경호보다, 지금 내 옆의 이 강인한 토끼 한 마리가, 훨씬 더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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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안도감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전이의 근원지로 걸어가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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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무 염려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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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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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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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의 의원이 정파의 목각인형에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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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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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려다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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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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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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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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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뿐이어야 할 이 공간의 어느새 한 명의 인영이 소리 없이 우리와 함께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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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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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조차 그녀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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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그 불청객을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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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검은 무복의 차림의 천마, 자화연이 아주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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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는구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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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다른 헌터들이 총력을 다해 펼친 이 거대한 역장을 마치 자신의 정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 한심하다는 눈으로 슥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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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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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여기는… 어떤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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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본좌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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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저 너머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전이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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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에는 얼핏 희미한 기대감마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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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에··· 아주 지독하고··· 또 불쾌한 기운이 느껴져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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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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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러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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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그 말을 끝으로, 아주 깊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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