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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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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알려줬지….”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분명, 자신에게 먼저 이야기해 줬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선생님을 경호했을 것이다.
길드의 관계자들을 속으로 원망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옆에서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릴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순진하게 물었다.
“응? 무슨 소리야? 애초에 전이 같은 긴급 출동은 대기 중인 번개조만 가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엘리스가 간 거고.”
루나는 그제서야 떠올렸다.
최근 출동 대기조가 되었다며 투정했던 엘리스의 앙탈이.
“아……?”
루나는 놀랐다.
아.
그랬구나.
엘리스가, 특별한 뜻이 있어서 선생님을 경호하러 간 게 아니었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방금 전까지, 루나의 마음을 시커멓게 태우던 불길이 부끄러움이 되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루나는 그 즉시 두 손을 모아,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했다.
***
바쁘다.
바빠 죽겠다.
전이가 발생될 것이라 추정되는 서울숲 중심지.
그 혼돈의 근처에 세워진, 협회의 임시 현장 지휘소는 상당히 번잡스러웠다.
“이거 투명 보호구 착용해 주시고…. 인이어랑….”
이 세계의 기술은 전이 이후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처음에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후에야 경보음을 울리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파동을 분석하고 어디서 일어날지, 또 얼마나 강한 이방인인지 추측까지 가능하게 됐다.
즉 내게도 아주 약간의,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세계에 막 도착한 내담자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투명한 소재의 보호구.
지휘 본부와의 통신을 위한 작은 인이어까지.
나는 대충 준비를 마치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후….”
이제 나의 첫, 임무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 삐비비빅.
그때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진동과 함께 울렸다.
[진세아]
진세아였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는 그녀의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선우야….
“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 나야 아무 일 없지……. 선우 너, 너는 괜찮아? 몸조심해야 해. 하아… 진짜. 우리 길드가 경호를 섰어야 했는데… 담당 길드가 아니면, 그쪽으로는 갈 수도 없어서….
아무래도 진세아는 내 걱정을 한 듯했다.
직접 올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한 모습이었다.
타 길드가 이방인과 즉시 접촉을 못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막 이 세계에 도착한 이방인에게 접근하는 길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규율이 생긴 듯했다.
“괜찮아. 유니온에서도 경호 잘 붙여줬어. 엘리스 헌터, 알지?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장 확실한 이름을 꺼냈다.
- 엘리스…?
수화기 너머의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어 S급 헌터 있잖….”
“선생님~ 괜찮아여?”
바로 그때였다.
지휘소의 천막을 슥 하고 들추며 엘리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통화 중인 나를 발견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엘리스님 오셨군요. 잠시만···.”
나는 그녀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엘리스는 그 신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게로 다가와, 허리를 짚으며 투덜거렸다.
물론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도 전부 들릴 만큼의 명랑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괜찮을지 몰라도 저는 전~혀 안 괜찮아여. 어제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허리 부러질 뻔 했잖아여. 오늘 경호도 못 올 뻔.”
그녀가 말한 건, 어제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연달아 토끼 목마를 태워줬던 일이었다.
나는 신난 아이들을 엘리스 등 위에 마구 올려놨고, 종국에는 엘리스도 꽤나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한다.
- … 방금 저거 무슨 소리야? 선우야. 선우야?
그리고 엘리스를 따라 협회의 직원이 들어왔다.
작전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 이제 브리핑 시작하려고 한다. 별일 없을 거야 끝나고 전화할게.”
- 아니, 잠시만, 허리가 왜 아프….
- 뚜….
나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아예 꺼버렸다.
지금은 일단 이게 더 중요하니까.
“누구에여? 여자 친구?”
전화를 끊은 나의 등 뒤에서, 엘리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그 대답에 엘리스의 귀가 쫑긋, 하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녀의 장난에 어울려 줄 시간이 없었다.
협회 직원의 브리핑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상담사님. 금일 06시 03분, 서울숲 부지 일대에서 규정된 세계, 중원(中原)의 전이 파동이 감지됐습니다.”
직원은 지휘소 중앙의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경고 표시와 복잡한 데이터들이 떠 있었다.
“현재 파동의 규모로 보아… 넘어온 이방인은 단 한 명. 최소 A급의 강력한 이방인으로 추정됩니다. 중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높은 확률로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武人)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원… 무공….
나는 그 두 개의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던 그녀.
자화연.
그녀 또한 중원 출신의 이방인이었으니까.
직원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머지않아, 전이 현상이 완전히 끝마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이가 마무리되는 즉시… 그때, 진입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무게감이 더 실렸다.
“상담사님의 임무는… 명확합니다. 경호팀과 함께,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여 대상과의 최초 접촉을 시도해 주십시오.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대상의 위협 수준을 판단해 주시는 것이 상담사님의 임무입니다.”
직원은 내 손에 손바닥만 한 작은 장치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 위에는 세 가지 색의 버튼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각각 위험, 주의, 안전입니다. 대상에 대한 상담사님의 판단을 이 버튼으로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담을 하다가 대충 느낌이 오면 버튼을 누르란 소리였다.
“경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 주간 왕진 담당 길드인 유니온의 헌터인 엘리스 헌터님이 맡아주실 겁니다.”
내 뒤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마세여~”
나는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드는 엘리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콰과과과과광!!
지휘소 전체가.
아니 이 일대의 부지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굉음과 동시에, 지휘소의 모든 모니터가 붉은 경고 화면으로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침착하게 브리핑을 하던 직원이 내게 말했다.
“시작됐습니다. 상담사님.”
나와 엘리스 그리고 직원은, 서둘러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중무장한 헌터들이 거대한 반투명 역장을 여러 겹으로 펼쳐, 구역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장의 중심.
목표지점이 비현실적일 정도인 푸른색으로,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공간이 뒤틀린 듯한…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그 일렁임이 서서히 걷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 파동, 안정화 확인. 전이 종료. 진입하시면 됩니다.
그때 내 귀에 꽂힌 인이어를 통해 지휘본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서 있던 엘리스와 직원 또한 같은 연락을 받은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은 마지막 허가를 내렸다.
“파동, 안정화됐습니다. 지금부터 현장 통제권은 두 분께 이양됩니다.”
그리고 비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진입하시면, 됩니다.”
- 지지지직···.
우리는, 역장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 반투명의 막을 통과하는 순간 바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역장 바깥의 공중에서는 새로운 이방인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려는 듯, 수십 대의 카메라 드론이 붉은빛을 깜빡이며 우리를 쫓고 있었다.
그 모든 시선과 정적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긴장하지 마여. 선생님.”
그때, 내 옆을 걷던 엘리스가 나를 안심시키듯 나직하게 말했다.
“저… 보기보다 많이 세거든여?”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장난기와 더불어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든든하네요.”
나는 쓴웃음 대신, 진심이 담긴 미소로 대답했다.
알고 있다.
엘리스가 어떤 헌터인지.
애초에 S급 헌터라는 칭호가 주는 무게감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前) 헌터였던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수십 명의 어설픈 경호보다, 지금 내 옆의 이 강인한 토끼 한 마리가, 훨씬 더 안전했다.
모종의 안도감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전이의 근원지로 걸어가던 그때.
“그래, 너무 염려 말거라.”
“……?”
바로 옆에서,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좌의 의원이 정파의 목각인형에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이니.”
“네, 감사합…?”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려다 말을 멈췄다.
그리고 내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뭐야.
나와 엘리스.
단둘뿐이어야 할 이 공간의 어느새 한 명의 인영이 소리 없이 우리와 함께 걷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엘리스조차 그녀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그 불청객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무복의 차림의 천마, 자화연이 아주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또 보는구나. 의원.”
자화연은 다른 헌터들이 총력을 다해 펼친 이 거대한 역장을 마치 자신의 정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 한심하다는 눈으로 슥 훑어보았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마님… 여기는… 어떤 일로….”
“아… 본좌 말이더냐?”
자화연은 저 너머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전이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그 목소리에는 얼핏 희미한 기대감마저 섞여 있었다.
“저 너머에··· 아주 지독하고··· 또 불쾌한 기운이 느껴져서 말이지.”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러 왔노라.”​
자화연은 그 말을 끝으로, 아주 깊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