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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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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길드 최상층에 위치한 헌터 전용 라운지.

고급스러운 가죽 쇼파와,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

유니온이라는 길드가 그렇듯 다양한 외모를 가진 헌터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의 커피는 어째서 이리도 쓴 맛만 나는지 모르겠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아… 제국에서 마시던 루키아 산 원두가 그립도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전투복을 입은 제국 자작가의 아들 빅토르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의 주위에는 그와 비슷한 부류의, 한때는 귀족이라 불렸던 이방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곳 지구의 모든 것이 자신들의 고상한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며, 은근한 경멸이 담긴 대화를 이어갔다.

지구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의 오만함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째 그 불경한 짐승이 보이지를 않는군. 잘나신 길드의 얼굴께서 자리를 비우시니 마음이 참 허하구나.”

빅토르의 비아냥에 다른 이들이 경멸이 담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말하는 토끼는 유니온의 간판 헌터이자, 그들에게는 영원한 이방인인 루나였다.

그때, 유독 곱상한 외모를 한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국 백작가의 차남, 리안이었다.

“그래서 그 수인은 오늘 비번인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은근한 관심을 포착한 빅토르가, 혀를 차며 쏘아붙였다.

“알아서 무엇하게 리안? 그 천박한 토끼 계집이 안 오면 좋을 일이지.”

“……그렇지. 나도 안 보여서 좋을 따름이라고 말한 것일세.”

리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안의 와인 잔을 빙빙 돌리며 우아하게 받아쳤다.

그러나 그의 말을 비웃듯 라운지 건너편 소파에 파묻혀 있던 인물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병신, 그냥 보고싶은 건 아니구여?”

검은 토끼의 직설적인 언행에 귀족들의 대화에 정적이 감돌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빅토르가, 분노로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년이 감히… 누구 앞에서 천한 말을….”

“흐응~”

엘리스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쫑긋한 잿빛 귀를 까딱까딱거렸다.

그녀는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들을 향해 경멸과 조소가 뒤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을 향해 삿대질하는 빅토르를 향해 똑같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아주 우아하게.

길고 가느다란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을 길쭉하게 폈다.

빅토르는 이방인이었지만, 저 표현이 무엇인지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빅토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직도 여기가 제국인 줄 아나 봐여. 옆에 등신은 통통한 토끼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 침이나 질질 흘리면서 다니고. 티 안나는줄 아시져?”

빅토르와 리안의 얼굴이, 굴욕감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빅토르의 손이 허리춤의 장식용 검으로 향하자, 엘리스도 오른쪽 다리를 살짝 앞으로 빼며 자세를 낮췄다.

라운지의 공기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끼익.

라운지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명한 브릿지.

루나였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고, 미간을 아주 희미하게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귀족들이 모여있는 쪽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엘리스에게로 향했다.

“오늘 오후에 너 센터 파견 임무 있더라. 가서 무례하게 굴지 말고, 농땡이 피우지 마. 알았지?”

철없는 동생을 타이르는 말투.

그리고 그녀는 할 말을 마쳤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 지금 그거 말해주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엘리스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오늘 상담하러 간다더니.

루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너, 안 가려고 했잖아.”

엘리스는 움찔했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나 갈게. 소란 피우지 마.”

  • 철컥.

“쯧.”

엘리스는 김이 샜다는 듯 털썩 주저 앉았다.

소란 피우지 말라.

루나 언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다음 날 아침,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안고 상담실 문을 열었다.

밤늦게까지 파고들었던 낡은 논문들 때문이었다.

커피를 내리며 오늘 스케줄을 정리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출근 한 나를 맞이한 건 토끼도 내담자들도 아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 덜컹!

상담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검은 정장을 입은 장정 여럿이, 내 허락도 없이 거대한 나무 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풍기는 기운도 평범한 배달원의 그것은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상자가 출입물을 간신히 통과했다.

  • 쿵!

상자가 상담실 로비에 대자로 누웠다.

상자 위에는 기괴한 문양이 찍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내가 묻자, 그들을 지휘하는 듯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지존께서 보내신 물건입니다. 지난번, 의원님의 기물에 손상을 입힌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자화연이 주는 보상?

그녀가 주먹으로 박살냈던, 5만원짜리 조립식 테이블에 대한 보상?

내가 얼타는 사이, 그들은 상자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상자가 열리자 안에서 검은 비단에 싸인 거대한 테이블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이다.

테이블이긴한데….

칠흑같이 검은 흑옥(黑玉)을 통째로 깎아 만든 테이블이었다.

테이블의 다리에는 황금색 용과 봉황 장식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테이블이 꺼내진 상자 안쪽 부드러운 비단 더미 속에서 이번에는 검은색으로 번쩍거리는 거대한 명패를 꺼내 들었다.

[神醫 유선우]

신의(神醫).

진심으로 너무 부담스러운 칭호다.

“잠… 잠시만요.”

내 아담한 상담실은, 이런 제왕의 가구와 칭호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 만류는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테이블을 상담실 중앙에 완벽하게 배치하고, 그 위에 명패를 올리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저희는 이만.”

사내들은 임무를 마쳤다는 듯, 다시 한번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상자의 잔해들을 남김없이 챙겨 들었다.

그리고 문을 나서려던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아, 그리고 지존님의 전언입니다.”

그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마치 신탁을 읊듯 전했다.

“곧 방문하겠다. 그리 알거라.”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나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머리야.”

어차피 부서진 테이블은 협회에서 지급하는 금액으로 처리하면 된다.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생긴게 그래서 그렇지 상당히 고급스러운 가구같았다.

게다가 명패에 각인된 금색의 글씨.

이거 설마 진짜 금은 아니겠지···?

나는 일단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지금 시간은 8시. 슬슬 일어나서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9시에 바로, 내담자의 예약이 있다.

나는 작은 부엌으로 들어가, 오븐을 예열하고 미리 준비해둔 반죽을 꺼냈다.

달콤한 버터와 설탕이 녹는 냄새가 상담실 안을 가득 채운다.

나는 갓 구워낸, 따끈한 쿠키 위에 방금 막 휘저어 올린 새하얀 생크림을 정성스럽게 발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딸기 하나를 그 위에 살포시 얹었다.

나는 작은 접시에 담긴 쿠키를, 자화연이 선물한 테이블의 한가운데에 올려두었다.

‘… 안 어울려.

검은색 테이블 위에 깜찍한 쿠키라….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물건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풍경을 잠시 바라보고 있을 때.

  • 끼익.

정확히 9시 정각.

상담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루나였다.

그녀는 상담실을 오는 복장과 출근할 때의 복장이 다르지 않았다.

조금 편하게 입어도 될 텐데.

“안녕하세요?”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그녀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루나도 마주 고개를 숙이며 주저하듯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붉은 눈이 일순간 방 중앙을 차지한 검은 테이블과 거대한 명패를 보고 놀란 듯 커졌다.

“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배송이 잘못된 것 같네요.”

일단 명패라도 좀 치워둬야겠다.

“아무튼··· 와주셔서 다행입니다.”

내 말에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했다.

“솔직히, 조금 걱정했거든요. 혹시 저를 싫어하게 되진 않으셨을까 하고.”

나는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껄끄러운 사건들을 수면 위로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을 내 탓이라 돌렸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제 능력이 멋대로 실례를 ….”

“아… 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루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루나]

[메인 스탠스]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100%]

[우선, 그녀를 위해 만들어 둔 음료와 과자를 권하십시오.]

상태창도 양호하다.

적의나 불안한 심리 상태또한 없었다.

이제 천천히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나는 테이블을 향해 손짓했다.

그 위에는 준비해 둔 두 개의 찻잔과 작고 하얀 접시가 놓여 있었다.

“마시고 싶으신 걸로.”

나는 두 개의 잔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

하나는 씁쓸한 아메리카노, 다른 하나는 달콤한 라떼.

뭘 좋아할지를 모르겠어서, 일단 두 가지 다 준비했다.

그녀의 선택은 라떼였다.

나는 내 몫인 아메리카노를 가져오며 테이블 위, 작고 하얀 접시를 부드럽게 밀어주었다.

“그리고 이건… 약속했던 딸기입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 말에, 루나는 접시 위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붉고 탐스러운 딸기가 올라간 쿠키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망설이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녀가 쿠키를 집어 들기 직전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입에 맞으실 지 모르겠습니다. 수인분들은 단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말들이 있어서요.”

“아… 저는 좋아해요.”

그녀는 대답과 함께, 쿠키를 작은 새처럼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그녀의 붉은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떠졌다.

아마 어제 그녀가 받았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식어버린 것을 포장했던 어제와 달리 지금 이건 쿠키는 오븐에서 나온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까.

입안 가득 퍼지는 식감, 버터의 풍미, 부드러운 생크림, 상큼한 딸기까지.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그녀의 어깨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이게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데, 잘 만든 디저트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

이제… 진짜 상담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루나]

[메인 스탠스]

[자신의 치부를 전부 아는 상담사입니다. 차라리 전부 터놓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80%]

[무엇이든, 편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어떤 일이든 상관 없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69%]

[근데 귀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때 보니까 예쁘던데요. (낮은 목소리 및 강압적인 톤으로)]

‘……?

첫번째 적합 답변은 이해가 간다.

지극히 정석적인 상담사의 접근법이다. 80%라는 높은 만족률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근데, 두번째는 대체 뭐지?

당연히 적합률이 낮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높았다.

심지어 강압적인 톤으로?

보통 나의 능력은 정답과 명백한 오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두 가지 모두 꽤나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의미였다.

나는 쿠키를 오물거리는 루나를 바라보며, 두 개의 선택지가 의미하는 바를 빠르게 분석했다.

아무리 봐도 다음 답변에 앞으로의 상담 방향성이 결정될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나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