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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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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헌터가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녀의 능력은 너무나도 강력했고 또 위험했다.
적뿐만이 아니었다.
아군마저도 그녀의 힘의 여파에 휘말려, 다치거나 혹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런 그녀를 피했다.
따라서 그녀 또한, 그들을 밀어냈다.
혼자인 것이 익숙했고 또 편했다.
“자 이쪽이 이번에 우리 길드로 오게 된 신입이다.”
위재완 팀장의 목소리에 훈련장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진세아는 그 소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를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훑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유선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선우.
이방인이라고 했다.
… 저게?
형편없이 약한데.
- 저벅저벅.
진세아는 으레 있는 신입 소개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려 휴게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등 뒤에서, 다른 길드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 또 저러네….”
“선우 씨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요. 원래 세아 헌터가 좀….”
그러나.
유선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뒤돌아가는 진세아의 앞에 섰다.
진세아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에, 당혹감이 어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그리고 고개를 깊이 숙여 진세아에게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대놓고 무시한 사람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 네.”
오랜 침묵 끝에 진세아의 입술 사이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녀 또한 인사를 받은 것이다.
“어머….”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유선우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유선우과 진세아는… 아니, 우리는 같은 팀이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가 자원했다고 한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유일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그의 곁은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을 S급 헌터 진세아로 대하지 않았다.
친한 동료, 진세아로서 대했다.
어떠한 기대도, 두려움도 없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경계가 점점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
그리고, 유선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팀 진세아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었다.
B급 게이트. 평범한 고블린 소굴이었다.
진세아에게는 산책과도 다를 바 없는, 쉬운 임무.
하지만 그녀는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유선우가 다치면 안 돼.
길드 상부에서도 테스트해보기 위해 일부러 쉬운 미션을 준 것이다.
과연, 진세아가 팀원을 가질 수 있는가?
만약 여기서 유선우에게 상처라도 입힌다면….
그녀는 또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직 그의 안위에만 쏠려 있었다.
하지만 유선우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았고.
그날따라 진세아의 번개도 그녀의 말을 잘 들었다.
진세아는 신이 났다.
그와의 전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어쩌면, 이대로 팀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던 순간.
- 쿠구구구궁…!
던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가장 깊숙한 곳.
바닥에서부터 거대한 차원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히든 던전.
- 크륵.
그 안에서 기어 나온 것은 고블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키메라.
S급 헌터 파티가 전력을 다해야만 겨우 상대할 수 있는, 재해급 괴수.
그것의 입에서 검붉은 브레스가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진세아를 향해서.
즉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번개는 가장 중요한 순간, 그녀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었다.
‘못, 피해.
진세아는 눈을 감았다.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 콰앙!
대신.
그녀의 눈앞에 번개가 내리쳤다.
진세아의 번개가 아니었다.
유선우였다.
그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섬광처럼 빠르게 달려온 유선우는 그녀에게 향하는 공격을 빗겨 막았다.
“큭…!”
물론 그가 그 공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는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던전의 벽에 강하게, 처박혔다.
진세아는 미친 듯이 그에게로 달려갔다.
“빨리 가!”
유선우는 웃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부러진 팔다리가 꺾인 채로.
그는 웃고 있었다.
“금방 따라갈게.”
거짓말.
진세아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부터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
대체, 왜.
방금 전 그가 보여주었던 그 속도라면.
그는 자신을 버리고 혼자서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반드시 살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그녀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세아는 피를 쏟아내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울었다.
그녀는 그날 깨달았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려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좀 더, 빨랐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내가, 약해서.
결국, 내가 약해서.
이 저주받은 힘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또다시 나를 배신해서.
유선우가 죽는다.
그래서는 안 된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개에 먹혀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뇌후(雷后)가, 마침내,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S급으로 각성하던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목소리였다.
[뇌후(雷后)의 히든 어빌리티가 개방됩니다.]
[어빌리티: 신뇌합일(神雷合一)]
[이제, 번개가 당신이고 당신이 곧 번개입니다.]
그 문장을 마지막으로 진세아의 온몸을 푸른 뇌전이 휘감았다.
그를 바라보던 유선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리고 웃었다.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이, 얼마나 강해진 건지 예상조차 되지 않아서.
유선우는 남은 숨을 끌어모아,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나… 지켜줄 수 있겠어?”
그의 그 작은 속삭임에 진세아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응….”
무조건.
언제든지.
내가, 반드시….
너를 지킬게.
***
나는 눈을 떴다.
아니 뜨려고 애썼다.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침대.
붉은색의 낯선 천장.
그리고 그 붉은 공간의 중심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백시은.
그녀는 속옷만 입고 있었다.
속옷이라기보다는 몸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검은 천 조각에 가까웠다.
그녀의 등 뒤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나비 모양의 마나 날개가, 지금은 어둠 속에서 기이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선우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부드러운 손길로 식은땀에 젖어있는 이마를 쓸어주며 속삭였다.
“좋은 꿈… 꿨어?”
“백시… 은.”
내쉰 목소리에 그녀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백시은]
[메인 스탠스]
[당신을 완벽하게 조교하여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고자 합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응응. 괜찮아. 약효가 좀 세서 그래. 금방 익숙해질 거야.”
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에게 납치당했다.
커피에는 그녀의 능력이 담긴 약이 담겨 있었다.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인 거야.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뒷감당?”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아주 해맑게 웃었다.
“내가 뒷감당을 왜 해?”
“어차피, 나중에는 네가 좋아서 한 일로 되어 있을 텐데.”
그녀의 눈에는 단 한 줌의 죄책감도 서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는 아무도 모르는 지하실이야. 정말, 아무도, 못 와.”
전혀 몰랐다.
백시은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이제 기분 좋은 거 하자?”
그녀는 그런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빤히 들여다보았다.
“흐응…그런데 이상하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슬슬… 숨이 가빠져야 할 시간인데….”
“그럴 일은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내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지켜본 백시은은 조용히 속삭였다.
“그거야~ 곧 알게 될 일이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흘렀다.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약효가 강하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어져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약은 내 몸을 잠식했지만, 내 의식을 잠식하지는 못했다.
“…….”
그 모습에 백시은은 손톱을 깨물며 나를 불안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 너 혹시 고자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닌데… 분명 엄청나게….”
그저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할 뿐이었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끌어올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글쎄….”
나는 고작 약의 효과에 취할 만큼 나약하지 않다.
그리고.
“네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지도 모르지.”
내 마지막 말에 백시은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내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래, 그냥 바로 하지 뭐. 어디까지 그렇게 굴 수 있는지 한 번 보자.”
백시은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의 여유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내 안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찌르르… 하고 울리는 희미하지만, 익숙한 감각.
분명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공명.
나는 그 정체를 깨닫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감당할 수 있냐고 물었지.”
“하… 어차피 전부 네가 좋아서 하게 된 일이라니까?”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 우르르르릉….
어디선가, 하늘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울림.
“… 뭐야?”
백시은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지하실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안 들려?”
나는 웃었다.
“천둥소리가.”
그러자.
백시은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