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909 lines
18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to humans but may be processed differently by a computer.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팀장이 아쉬움에 가득 찬 작은 목소리로 창천맹주에게 말했다.
“… 아무래도 상담사님이 조금 더 상담을 진행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러자 이서령의 입가에 인자하게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제 딸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의원님일 테니. 아직 안정이 필요하다 판단하셨겠지요.”
이서령은 그 인자한 가면 뒤에서, 속으로 생각했다.
‘암시(暗示)를 걸었다.
강하게 걸지는 않았다.
상대는 일반인이기도 하고, 과하게 걸면 흔적이 남기 마련이니까.
부드럽게 동정심을 유발하여 스스로 문을 열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분명.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까 자신의 부탁에 망설이던 그의 눈빛을 떠올렸다.
암시가 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항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거절했다.
타고난 정신력이 강해, 암시에 감정적으로는 동요해도 이성적 판단은 유지한 것인가.
혹은 직업적 사명감이 강하게 나타난 것인가.
어느 쪽이든….
그 순간, 의원이 고개를 들어 CCTV를 무심하게 응시했다.
너네가 뭐라 하든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딸인 유월에게 향했다.
‘…….
그녀의 암시를 거절한 필부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
상담사는 내담자가 무심코 흘리는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그 내면을 좀먹는 정신 질환을 빠르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무의식적인 손짓.
단어 사용.
찰나의 시선.
혹은 어떤 단서라도 괜찮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능력이지만….
그곳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내 상담사로서의 행동의 근간이 되어줄 지식과 경험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설유월의 문제는, 굳이 필요조차 없었다.
단서가 차고 넘친다.
이서령의 태도.
설유월의 비언어적 행동.
스스로 무엇 하나 원한다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대답.
그리고 이제 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자화연의 목각인형이라는 설유월을 지칭하는 단어까지.
이번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다 정정하겠다.
치료는 지독하게 어렵겠지만, 그 질환의 명칭만큼은 어느 정도 명확했다.
‘의존성 성격장애.
물론 그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서령과의 관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서령] [PINNED]
[현재 상태: 암시에 당하고도 면회를 막는 상담사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 있음.]
[메인 스탠스: 자신의 딸인 설유월에게는 질문할 것들이 매우 많음.]
지금부터, 그것이 내가 알아가야 할 부분이었다.
설유월은 내 인사에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히도 당희란 헌터가 나에 대해서 설명해 준 것이 도움이 됐다.
적어도 나를 적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나는 더는 그녀를 유리벽 너머로 바라보지 않았다.
- 띡.
옆의 버튼을 눌렀다.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강화유리가 약간의 소음과 함께 옆으로 열렸다.
아마 상황실에서는 이걸 보며 난리가 났을 수도 있다.
‘주의’ 등급의 이방인을 억제하는 방벽을 해제했다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
설유월은 내가 다가가자 살짝 놀란 듯 벽 쪽으로 몸을 물렸다.
대체 이런 사람이 누구에게 위해를 가한단 말인가?
“이쪽으로 나오시겠습니까?”
나의 제안에도 설유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열린 문과 나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나는 설유월이 망설이는 동안, 이어진 문을 통해 바로 옆에 있는 거실로 나왔다.
방은 상당히 넓고 좋다.
일종의 모델하우스처럼 설계되어 있는 공간은 이방인들이 지내기에 충분히 좋아 보였다.
나는 즉시 주방으로 향했다.
아이스브레이킹.
상담사는 내담자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모든 상담사에게는 각자만의 기술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방법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지만… 가장 쉽게 경계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
냉장고의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훅 흘러나왔다.
가지런히 정리된 신선한 재료들 사이에서, 나는 딸기 상자를 꺼내들었다.
식사를 할 것은 아니다.
그냥…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 정도.
작은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고, 불을 올렸다.
시원한 물로 딸기를 조심스럽게 씻어냈다.
- 슬금슬금.
뒤에서 누군가가 거실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시선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일에 집중하는 척 등을 보여줬다.
- 보글보글.
설탕물 위로 달콤한 향과 거품이 끓어오를 때쯤.
딸기를 옆에 있는 꼬치에 꽂았다.
그리고 그 꼬치를 잘 녹인 설탕물에 담갔다.
찐득한 액체가 딸기를 뒤덮는다.
원래는 실온에 긴 기간 식히지만… 시간이 없으니 냉동고에 빠르게 넣어서 굳혔다.
잠시 후, 나는 그것을 꺼냈다.
내가 만드는 디저트는… 한때 상당히 유행했던 음식.
탕후루였다.
이질적인 이 세계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를 단맛.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는 주방으로 다가온 상태이기는 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치며, 종이컵을 거꾸로 꽂은 탕후루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 아마 중원에서도 존재하는 다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탕후루를 종이컵을 거꾸로 꽂아 설유월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나직하게 덧붙였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탕후루를 바라보는 설유월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이내 멎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마치, 타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처럼.
“저잣거리 다과와… 낯선 사내가 주는 음식은, 입에 대는 것이 아니라 배웠습니다.”
거절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명확하다면, 내게도 할 말이 있었다.
규칙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군요… 훌륭한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일단 그녀의 규칙을 긍정했다.
“다만, 이건 저잣거리 음식이 아닙니다. 제가 방금 전 깨끗한 주방에서 직접 만들었으니까요.”
나는 바로 옆의 먼지 하나 없이 반짝이는 주방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는 낯선 사내가 아닙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당희란 소저가 말했듯이, 저는 당신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의원입니다.”
당희란 헌터에게는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의원이 환자의 안정을 위해 권유하는 음식이 되겠군요.”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내 마지막 질문에, 설유월은 대답 대신 깊은 고민에 빠졌다.
- 꿀꺽.
탕후루를 보며 침을 삼키기까지 하며,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두 이야기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듯해 보였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전과 같이 감정 없는 목소리였다.
“의원의 말을 따르는 것이, 병세를 가장 빠르게 치료하는 길이라… 그리 배웠습니다.”
그녀의 새하얀 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뻗어와 내가 내민 탕후루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끝에,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 와삭.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단단한 설탕 코팅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설유월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 와삭와삭.
- 와삭와삭.
그녀는 선 자리에서 꼬치 하나를 작살냈다.
“…….”
… 너무 잘 먹는 거 아니야?
다 먹은 뒤, 그녀는 빈 꼬치를 손에 쥔 채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텅 비었던 푸른 눈동자는 이제 내 손에 들린 나머지 두 개의 꼬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작게 헛웃음을 흘리며, 꼬치 하나를 더 내밀었다.
“네, 이것도 의원인 제가 드리는 ….”
- 와삭와삭.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탕후루 하나가 다시금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 사이로 사라졌다.
뭐랄까, 단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상당히 오랜만에 먹게 되어 허겁지겁 해치우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녀는 딸기 탕후루 세 꼬치를 해치운 후에서야 내 앞의 자리에 앉았다.
한 층 편안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오랜만에 먹은 당과는… 맛있었습니다. 심신이 어느 정도 안정됐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이 세계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사실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내 능력은 상대방의 긴장을 낮추고, 안정화 시킬수록 그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어머니.
역시, 일전에 봤던 그녀의 무의식을 지배하던 ‘누군가’는 그녀의 어머니. 이서령일 가능성이 높았다.
자연스레 설유월의 의존적 대상도 그녀일 가능성이 높아졌고.
부모 자식 관계에 있어 적절한 의존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되어버린다.
부모는 성장과정에서 있어, 아이의 세상 전부니까.
다만, 자녀들은 색칠놀이 책이 아니다.
부모가 좋아하는 색으로 자녀들을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내 눈앞에 적합한 답변들이 떠올랐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70%]
[다시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설유월 님은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첫 번째는, 상담사로서의 정석적인 길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두 번째는….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90%]
[다시 한 번 물어볼게. 하고 싶은 게 뭐야?]
[(설유월의 뒷 머릿결에 손을 넣어 목덜미를 콱 붙잡으세요. 입꼬리는 끌어올리지만, 눈은 웃지 않으며… 목소리는 낮게.)]
“…….”
뭐야 이건?
나는 그 정신 나간 선택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게다가, 적합률이 90%?
대체 어떻게 이런 선택지가 적합률마저 높은 거지?
내가 그 숫자를 의심한 바로 그 순간.
- 지직.
풍경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눈앞에 한 장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 겪는 현상이었다.
장면 속의 나는 망설임 없이 설유월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콱, 붙잡아 낚아챘다.
공포에 질려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눈동자에는 학습된 복종심이 담겨 있었다.
내가, 웃음기 없는 눈으로 나직하게 물었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 네가 하고 싶은 게 뭐야?
그러자 설유월이 반응했다. 그녀는 내 눈을 피하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에… 네… 바로 말씀드리겠사옵니다…. 소녀가, 소녀가 하고 싶은 것은….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난 그런 설유월을 뿌듯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 허억.”
나는 짧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친….
이 그지 같은 장면은 대체···.
나는 순식간에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 선택지가 존재하는지. 또 적합률이 왜 이렇게 높은 건지.
‘이서령….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젓고, 마지막 선택지를 바라봤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저를 아버지라고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장 질척이고 위험한 길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두 번째 선택지보다는 이해가 갔다.
정신 나간 선택지처럼 보일 수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답변의 의도 자체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것 같다.
대부분의 의존성이 심한 내담자와 환자는, 자의든 타의든 형성된 그들의 의존의 대상에게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갑작스러운 독립이나 분리를 시도하면 오히려 불안정해지며 붕괴한다.
즉,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는 소리다.
심할 경우, 그 모든 무게가 상담사에게로 쏟아지는 역전이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치료법이 존재한다.
바로 ‘의존 대상의 전이’.
기존의 병들고 위험한 의존 관계를, 상담사라는 통제 가능하고 안전한 대상으로 옮겨 심는 것.
완전무결하게 안전한 존재인 상담사가 그 대상이다.
내담자에게 일시적인 의존을 허락한 후, 그 울타리 안에서 점진적으로 내담자의 자율성을 길러낸다.
아주 천천히, 내담자 스스로 걷는 법을 가르친다.
건전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마지막에는 그 울타리마저 스스로의 힘으로 부수고 나가게끔.
상담사와의 건강한 이별을 통해, 완전한 독립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내담자가 기댈 수 있는 일시적인 안전 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아버지’라는 언어의 선택 자체는 문제가 있지만….
나 또한 저 방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
이번에는 내 방식으로 하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바깥에는 설유월 소저의 어머니가 와 있습니다.”
그 말에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사시나무 떨리듯이 흔들렸다.
두 번째 선택지의 장면과, 설유월의 이 반응으로 그녀가 이서령을 어떤 대상으로 여기는지 쯤은 알 수 있게 됐다.
“맹주께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제게 소저와의 면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천천히 덧붙였다.
“그러나 이곳의 규칙은 다른 사람이 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약속했다.
“저는 그분의 의사보다는 소저님의 의향을 묻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모든 규칙은 설유월 소저의 뜻으로 정해집니다.”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조용히 물었다.
“설유월 소저. 면회를 원하십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뒷걸음질 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저는 잘 모르겠….”
그녀는 지금, 선택의 기로 앞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다.
이 이상의 회피는 불가능하다.
설유월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면회를 막을 방법은 없다.
“모르겠… 어요….”
그러나 설유월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 내부에서 있는 공포심이, 답변을 막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방금 전 보았던 그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감정적으로는 거부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내면의 의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나는 설유월에게 다가가 목덜미… 아니,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나’처럼 입꼬리만 끌어올린 채, 웃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아니요. 대답하세요.”
설유월의 눈이 나와 정확히 마주쳤다.
“당신의 의사를, 당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겁니다.”
나는 조용히 문 쪽을 가리켰다.
“만약 내담자분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반드시 약속하겠다.
“그 누구도 저 문을 열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의 상담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