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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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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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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여파로 피로함을 느끼는 유선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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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뒤로 임시 상담실의 뒷정리를 담당하는 수인 직원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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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니온 길드는 헌터뿐만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해 포지션이 애매한 민간인적 이방인들도 그들의 특성을 살려 직원으로 고용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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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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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가 떠난 것을 확인한 수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찻잔을 정리하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담실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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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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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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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코끝으로 인간은 결코 인지할 수 없는 지독할 정도로 농밀한 향이 폭풍처럼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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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압도적인 위계의 페로몬 앞에서 하위 계급의 동물이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에, 그 자리에 즉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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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살랑이던 꼬리는 다리 사이로 완전히 말려 들어갔고, 양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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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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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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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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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혔던 내담자의 마음이, 아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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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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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해태 길드에 있을 때도, 나는 종종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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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들도 하나같이 좋은 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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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때는 내가 훗날 이렇게 전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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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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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식 헌터 상담사가 될지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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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상념에 잠겨 있다가, 계산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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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수증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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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방금 막 계산을 마친 물건을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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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 앞, 백화점 식품관에서 막 사 온 탐스러운 딸기 한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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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금요일에 있을 유니온 길드의 마지막 왕진을 위한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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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용기에 대한 보상을 해주자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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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생크림 딸기 케이크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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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상담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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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제저녁 확인해 본 바로는, 오늘의 공식 예약은 없었다. 아무래도 현장 접수자들로만 상담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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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원의 랜덤성이 짙다 보니, 보통 당일 몇 명이 올지는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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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안에는 이른 아침부터 내가 직접 구워낸 쿠키의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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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힘망 위에 올려둔 따끈한 쿠키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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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들어는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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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남더라도, 괜찮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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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방법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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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 앉아 갓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의 상담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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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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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쿠키 냄새와 씁쓸한 커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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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찾아올 내담자들을 맞이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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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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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됨과 동시에, 문에 달린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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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번째 내담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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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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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담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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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바쁜 하루가 될 것이라··· 그렇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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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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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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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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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대기실과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쿠키 바구니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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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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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에 한 분이 방문한 이후,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간만에 매우 한가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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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침에 구워두었던 쿠키가 엄청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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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쿠키들을 보며, 곤란한 표정 대신 오히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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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남은 쿠키들을 하나하나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예쁜 리본으로 묶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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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포장을 마친 뒤 나는 그것들을 커다란 박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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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지는 것을 뒤로하고 나는 상담소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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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향하는 곳은 화려한 길드도 소란스러운 번화가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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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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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의 칠이 조금 벗겨진 낡지만 정갈한 보육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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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轉移)라는 현상은, 상당히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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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방인은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이 세계의 새로운 영웅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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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어린아이들 또한 이 낯선 세계로 속절없이 넘어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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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친구도 자신이 알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이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진 그 아이들의 심정을 상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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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컨대, 아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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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과자를 만들어주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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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쿠키와 과자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 두는 이유 또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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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찾아오는 손님이 적어 쿠키가 아주 많이 남기를··· 늘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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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스를 들고 보육원의 문을 조용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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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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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내부의 모습은 내가 알던 것과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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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를 반겨주시던 원장 수녀님은 없고 현관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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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안쪽 마당에서 아이들의, 아주 맑고 높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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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심스럽게, 마당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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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는 검은 토끼 한 마리가, 아이들을 목마 태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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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도! 나도 태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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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조금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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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에는 내가 상담실에서 보았던 그 어떤 요염하고 도발적인 미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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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따스한 진심 어린 미소만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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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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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의 아이들은, 낯을 은근히 가리는 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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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는 이미 완벽하게 친해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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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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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정확히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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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따스한 미소가 순간, 놀라움으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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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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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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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미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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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어색한 정적을 깬 것은, 아이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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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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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엘리스에게서 우르르 떨어져 곧장 내게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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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웃으며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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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들고 있던 박스를 열어, 포장한 쿠키 봉지를 하나씩, 하나씩,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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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한테 이야기하고 하나씩만 먹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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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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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활기찬 대답을 들으며, 나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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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가 어느새, 내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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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쿠키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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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드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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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엘리스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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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여… 괜찮아여…. 그, 그냥, 애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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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거절도 할 줄 알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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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에게 마저 쿠키를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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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둘은 보육원 마당의 커다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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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수녀님 옆에서 신나게 과자를 까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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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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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엘리스가 먼저, 정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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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셨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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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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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녀님이… 늘 고맙게 생각하는 분이 있다고 가끔 말씀하셨거든여. 아이들 간식거리를 잔뜩 사다 주시는 분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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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울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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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주고 남은 마지막 쿠키 봉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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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집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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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엘리스 씨는 여기 무슨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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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이곳에서 엘리스를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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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는… 자주 오다가 상담사 준비 때문에 잠시 못 오고 최근에야 다시 오기 시작했으니, 그 공백기 동안 그녀가 드나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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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그냥… 길드 봉사 때문에 가끔 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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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짧게 대답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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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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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좋아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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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엘리스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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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씁쓸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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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여. 싫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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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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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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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 다정한 눈빛 사이의 모순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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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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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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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자아이 하나가 서툰 솜씨로 엮은, 클로버와 민들레가 뒤섞인 커다란 화관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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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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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자랑스럽게, 엘리스에게 화관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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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주려고 일주일 전부터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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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얼굴에서 씁쓸한 미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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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을 살짝 감으며,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고개를 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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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엘리스의 머리 위에 솟아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잿빛 귀 때문에, 화관을 어떻게 씌워야 할지 몰라 한참을 낑낑거리며 헤맸다. 그러나 엘리스는 아이를 재촉하거나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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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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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아이는 쫑긋 솟은 두 귀 전체에, 화관을 멋지게 씌우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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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신이 씌워준 화관을 쓴 엘리스를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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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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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엘리스는 아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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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원장 수녀님이 아이를 불렀고 아이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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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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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의 행동으로 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이를 싫어하기는커녕 좋아해 마지않는 이가 할 법한, 따뜻하고 다정한 행동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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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엘리스를 조용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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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는 다시 한번, 더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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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일을 못하잖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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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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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귀찮게 할게 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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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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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봉사 활동만 아니었으면 굳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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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없이 아까 내려놓았던 쿠키를 다시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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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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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애들 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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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거절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입술에 쿠키를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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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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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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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냄새를 맡던 그녀의 붉은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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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네여…? 저번부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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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이 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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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어린아이처럼 내 손에 들린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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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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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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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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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로 넘어오고,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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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능력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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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겉과 속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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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시스템 창 너머의 속마음으로는 상대를 비난하며 질투하고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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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매일같이 마주해야 했던 인간의 민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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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적나라한 감정들을 마주하기에는 당시의 내가 너무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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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짓고 평소처럼 대해야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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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찌할 줄 모르며 방황하다… 나는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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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서의 우연한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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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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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미소와 호의에는… 어떤 계산이나, 대가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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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물길처럼 겉에 보이는 것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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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이들은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 속, 내 삶에 있어 유일한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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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엘리스의 그 투명한 눈빛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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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눈빛은, 과거에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미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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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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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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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뜬금없는 말에, 엘리스가, 쿠키를 오물거리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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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이라고 묻는 듯한 의문이 담긴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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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쿠키를 하나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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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바닐라 맛이 입안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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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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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름에,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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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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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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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곳으로 오게 됩니다. 다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거나 들켜서는 안 됩니다. 엘리스는 S급 헌터. 아이들이 인질로 잡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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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이자 약점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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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투명한 물길처럼 드러나지만, 그녀의 가면 뒤에 숨겨진 고독감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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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님 같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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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나는, 알아도 모르는 채 하며 살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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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헌터라는 위치에 있는 그녀는, 무언가를 좋아해도 그게 약점이 될까 봐 티를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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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녀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상담사로서, 그리고 그녀와 같은 비밀을 짊어진 한 사람으로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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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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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엘리스는 그대로 내 말에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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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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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한번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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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풋’ 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보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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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맑고 투명한 웃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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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 끝에는 작은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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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눈가를 붉어진 소매로 닦아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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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이제 가면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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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켰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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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어딘가 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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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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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드럽게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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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까 그건 고백인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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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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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호한 대답에 엘리스의 미소는, 오히려 더욱 화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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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그러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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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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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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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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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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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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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을 매만지며 정돈하고는, 조금 수줍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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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공주님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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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엘리스 답지 않은, 그 순수한 질문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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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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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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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잠시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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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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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처럼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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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듣는, 투명한 웃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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