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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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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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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어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잤던 것 같다.

잔 건지 기절한 것인지조차 애매했다.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알게 모르게 밤샘 작업으로 인한 피로가 잔뜩 쌓여 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시스템 또한 최대치로 가동했었다.

수십 명의 내면을 동시에 읽고, 분석하고, 악마의 기운을 감지하고.

아무래도 능력을 계속 사용하고 누적하는 과정 동안 피로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자다 깨, 쉰 목소리로 녀석을 불렀다.

“친구야….”

너무 피곤해서 혹시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잠시 후 내 시야에 힘겹게 깜빡이는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 (ᴗ_ ᴗ。) Zzz……. ]

그러나 내 시스템 또한 자고 있었다.

자는 와중에 웃겨서 피식 웃고 넘겼었다.

결국, 눈을 떴을 때는 금요일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상담소고 비대면 상담이고 다음 주까지는 셧다운이다.

이번 사태가 터짐과 동시에 그렇게 공지를 띄워놨었다.

막말로 이렇게 스피드런으로 해결 해야 하는 저주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해독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 테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휴가인데….

나는 잠에서 덜 깬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물이라도 한잔 마시기 위해.

창문을 보니 해가 중천이다.

낮 1시였다.

아주 늘어지게 잤구나.

  • 벌컥.

“아.”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잊고 있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고이 놓여 있는 케이크 박스.

치즈케이크.

진세아에게 줘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주지를 못했다.

물론 냉장고 온도도 낮고 당분이 높아서 안전하긴 하다.

오히려 숙성되어서 맛있을 수도 있긴 한데.

슬슬 줘야 할 것 같았다.

금요일이기에… 진세아는 바쁜 편이다.

무슨 일정이 있을지를 모르겠다.

퇴근 후에 주는 게 베스트기는 한데….

“…….”

나는 일단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진세아] [PINNED]

[현재 상태: 개 X같은 일정을 수행하는 중. 해태 길드 때려치우기 0.5초 전 느낌. 아까부터 치근덕거리는 남자 헌터에게 조용히 ‘경고’할까 진지하게 생각 중.]

[메인 스탠스: 아~~ 선우랑 ■■하고 싶…?]

나는 현재 상태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구.

많이 힘든 모양인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진세아의 메인 스탠스를 확인했다.

[삐빅!]

[메인 스탠스: 일정으로 인해 상당히 피곤한 상태 ㅠㅠ 선우가 준다고 했던 케이크가 먹고 싶음.]

오….

타이밍이 좋았다.

마침 줄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 톡톡톡….

일단 메시지를 보내놓긴 했다.

[유선우]: 세아야, 오늘 퇴근하고 시간 돼?

일정이 있다 보니 답이 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러나.

[진세아]: 시간 돼.

1초도 되지 않아서 칼같이 답장이 돌아왔다.

시간이 되니 다행이긴 한데… 어디서 봐야 할까.

내가 그 고민을 하기도 전에, 연달아 메시지가 도착했다.

[진세아]: 고생 많이 했다며? 소문 들었어.

[진세아]: 내가 몸보신시켜줄게.

이런 고마운 일이.

진세아는 추후에 음식점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저녁에 보자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나야 땡큐지 뭐.

모든 약속이 순식간에 잡혔다.

나는 다시 한번 길게 기지개를 켜고, 남은 휴식을 만끽하기 위해 서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

그런데 이제 뭐 하지?

최근 너무 열심히 살아와서 그런지, 막상 쉬려고 하니 방법이 없다.

친구가 많아서 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즐기는 취미라고는 제빵 정도다.

사실 그것도 취미라기보다는… 일에 가까웠고.

컴퓨터를 키긴 했지만 할 게 없었기에.

[헌터 갤러리]

나는 슬금슬금 헌터 갤러리에 손을 올렸다.

진짜 할 게 너무 없다.

들어가자마자 여러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글은 클릭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글, 일명 개념 글 정도는 되어야 그나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해태 주식 진짜 답 좆도없어보이냐?]

[최근 전이된 이방인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어떤 씨 발 새끼가 수인사진이라해놓고 퍼리쳐올렸냐]

[릴리를 품에 안고 싶다]

어, 보다시피 그렇다.

따라서 나는 개념글 목록으로 들어갔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제목을 눌렀다.


✪ 올해 계약 만료 예정인 S급~A급 헌터들 총요약 [315]

작성자: qns빨 | 조회: 135,767 | 추천: 2145 | 댓글: 315


일단 이번 년도 끝나고 풀리는 계약 자체가 엄청 많음

10대 길드 내에서도 대어들 엄청나게 풀리는 듯?

[대해] [쥴리아 메어리] (S급)

  • 말할 게 있나… 대해의 핵심 헌터, 사슬 지옥 공략의 핵심이었고 대해 길드는 최시혁도 잃은 상태.

대해가 재계약에 목숨 걸긴 할 듯. 그래서 FA긴 한데, 미리 재계약할 것으로 유력함.

만약 나오면… 이건 뭐 ㅋㅋ 0순위지.

[유니온][릴리] (A급)

  • 헌갤 점유율 25% 담당하고 있는 릴황, 아마 큰 이변 없으면 유니온에서 안 나오긴 할 듯.

[그리폰][이설하] (S급)

  • 신궁이긴 한데… 요즘 폼이 좀 많이 안 좋지? 흉흉한 소문도 돌고

바이아웃 조항 때문에 사실상 나온 것으로 추정되긴 함.

[해태] [백시은] (A급)

  • 이하 설명 X 범죄자.


메어리 이외에도 풀리는 헌터들은 많았다.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시감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스크롤을 내려, 댓글 창을 확인했다.


  • ㅇㅇ: 근데 왜 여헌터밖에없음?

└ qns빨: 그럼 나보고 남헌터를 정리하라는 소리임?

└ ㅇㅇ: ㅈㅅ

└ mercy: 남헌터들도 해주세요~

└ qns빨: 완장 이새끼 갱차좀

  • ㅇㅇ: 근데 메어리 뭐 나간다는 소문도 있던데

└ ㅇㅇ2: 대해 좆망하겠네 ㅋㅋㅋ

└ qns빨: 다른곳가면 궁금하긴 함

  • Xmas: 백시은 헌터는 불쌍하네.. 나는 아직도 누명일 거라고 믿음.

└ dasbade: 이새끼 아직도 이러고있네 병원좀 가보라고

└ Xmas: 주인님이 계속 약 주시는데 왜 가?


기시감의 근원은 여헌터들만 나열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해는 한다.

여기 갤러리 자체가 그런 느낌이다.

몇 개의 글을 더 읽다, 다시 전체 글 목록으로 나왔다.

그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이 하나 있었다.

[메어리, 만약 해태 길드 가면 어떨 것 같아요?]]

나도 평소에 갖던 생각이었다.

뭘 좀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 나는 글을 클릭했다.


메어리 해태 길드로 가면 어떨 것 같아요? [11]

작성자: juila123 | 조회: 57 | 추천: 0 | 댓글: 11


진지하게 어떨 것 같으세요?

대해랑 재계약 안 할 수도 있다던데?


  • 구조대원함: 뭘 어때 96층에 개쳐물린 나 탈출시켜주는거지

  • ㅇㅇ: 진세아랑 메어리… 걍 레전드네… 쌍으로 꼴림

└ juila123: ??? 비교가 되나? 걍 메어리가 훨씬 낫지않나요?

└ ㅇㅇ: 난 둘다 ㄱㅊ

└ juila123: 시력이 좀 나쁘신가보다~

나는 그 첨예한 논쟁을 잠깐 지켜본 뒤 조심스럽게 댓글을 달았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 ㅇㅇ2: 둘이 시너지 잘 나는 듯

└ juila123: ㅋㅋㅋ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

작성자는 내 댓글을 비웃었지만, 번개와 신성력은 애초에 잘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속성상 그렇다. 둘 다 자연의 무결한 힘, 곧 신의 힘이니까.

사람 사이의 궁합이야 잘 모르겠다만.

나는 더 이상 논쟁에 시간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미련 없이 컴퓨터를 껐다.

마침 메시지도 도착해 있었다.

[진세아]: (지도 사진)

[진세아]: 여기로 와~

사진을 보니 유명한 백숙집이었다.

원기 회복에 좋다고 유명한 곳이라더니.

공짜로 얻어먹는 거라 나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할 옷을 입었다.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상자를 꺼내 들었다.

케이크의 주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예약된 룸의 문을 열자 창밖을 보고 있던 진세아가 나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뭔가… 느낌상 되게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야.”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러게.”

나 또한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나는 들고 있던 하얀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

“아이스팩 넣어두긴 해서 문제 없을 거야.”

“힝… 고마워….”

그녀는 상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잠시 상자를 내려놓고,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생… 많았다면서?”

이번 사건을 해결한 사람은 나와 메어리 둘이다.

언론에 보도도 그렇게 됐고.

따라서 그녀도 이미 소문을 접한 모양이었다.

“약간?”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진세아는 그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역시, 속일 수가 없다. 허세가 통하지를 않는다.

진세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우물쭈물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혹시… 안에서 별일은 없었고?”

“응?”

“아니~ 그냥… 계속 며칠이나 붙어있었다며?”

메어리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녀는 저주를 이겨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별일 없었어. 일만 했지. 메어리도 저주를 이겨내서 딱히….”

“정말? 하긴, 너희 둘 사이도 별로 안 좋아졌다고 네가 옛날에 그랬었으니까….”

진세아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 맞다. 그거 말이야.”

갑자기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하고 있었던 오해에 대해서.

“그냥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진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었더라고. 서로 바빠서 연락을 미루다 보니까, 둘 다 똑같이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서로 연락을 피해서 서로 서먹해졌던 거지. ”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어이가 없다.

그렇게 몇 년을 태운 걸 생각하니.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하하. 그래…? 그랬구나….”

진세아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재밌다. 웃기네.”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덧붙였다.

“그럼, 사이가 나빠진 게 아니니까. 앞으로는 계속 연락하겠네?”

“뭐, 그렇지 않을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응… 그렇구나. 근데 너 입장에서는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겠다. 선우 바쁜데.”

“뭐, 연락 정도는 괜찮아.”

​“아··· 괜찮구나. 응.”

진세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갑자기 좀 덥네? 선우야, 문 좀 열게?”

“어? 응···.”

살짝 쌀쌀하던데.

  • 쾅!

진세아는 창문을 거칠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