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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의 마나가 최시혁의 것이라는 건 메어리만 아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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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흩어지는 마력 입자들이 증거가 될 것이라 여겨, 자신의 빛 감옥 안에 가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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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순간, 감옥 안의 푸른 입자들이 빛을 발하더니, 스스로를 화르륵 불살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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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에 잔재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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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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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가 마나에 무언가 장치를 해놓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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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나에 대해 신경을 쏟는 중, 협회 지원팀이 강민호를 들것에 싣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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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정신이 없어 보였다. 위급상황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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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팀장에게 간략하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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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이 강민호 헌터를 살해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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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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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스탠스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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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이 악마의 권속인 것이 확실시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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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포 가능 시 생포, 그러나 약간이라도 차질이 생길 시 사살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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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칙 또한 단순 명료했기에 나와 메어리 또한 그 결정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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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이런 판단은 매우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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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메어리는 바로 최시혁의 격리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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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메어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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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부길드장은 허수아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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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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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메어리가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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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트라우마 발현까지 덧붙여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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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길드장의 총애받는 오른팔이었어. 이름만 봐도 알잖아? 바다의 왕, 해왕. 그런데 사슬 지옥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 그 양반은 길드원들의 희생이 너무 클 것이라며 공략을 반대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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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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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을 파고든 게 최시혁이야. 영광이니, 보상이니, 길드의 위신이니… 윗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속삭이며 세력을 키웠지. 결국 패권 싸움에서 밀려난 강민호가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던전의 공략을 총괄하게 된 거야. 웃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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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최시혁의 공, 실패하면 강민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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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답이 정해진 답답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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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부길드장에 대한 여부도 점점 정해지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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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지탱하던 끈들도 하나 둘씩 끊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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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략은 강민호에게 있어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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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선을 다하긴 했어. 나한테 와서… 무릎까지 꿇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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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메어리는 순수 자유계약 신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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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길드 소속이긴 하지만, 길드의 그 어떤 명령에도 구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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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길드가 그녀라는 존재를 묶어두기 위해 제시한 최고의 특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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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던전인 사슬지옥은 메어리가 없다면 시작조차 불가능한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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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민호는 그녀를 찾아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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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그의 절박한 부탁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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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가 공략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순간, 그때까지 몸을 사리고 있던 최시혁 또한, 공략팀에 합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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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최시혁과 강민호의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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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가 부정적인 감정이 가장 먼저 증폭된 것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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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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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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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격리실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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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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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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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두운 관찰실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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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너머, 환하게 불이 켜진 방 안에는 최시혁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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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침대에 앉아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를 기다렸는 듯, 방 중앙에 서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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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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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찰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최시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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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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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서 있던 메어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내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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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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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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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했던 미소는 사라지고 당혹스러움 반, 분노가 반 정도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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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가 메어리랑 같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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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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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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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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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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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에게만 시선을 뚫어지게 고정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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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둘이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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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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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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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어리는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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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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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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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손등을 자기 손가락으로 스르륵하고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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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한테 재미없는 짓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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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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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시혁은 그녀의 말을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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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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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의 입술 사이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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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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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달라진 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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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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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에 올라도… 차기 부길드장으로 내정되어도… 실세가 되어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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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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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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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의 독백에 메어리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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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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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소에 최시혁의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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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개가 삐걱거리다가, 마침내 나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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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까 정말… 진짜 좆도 아닌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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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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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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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문제는 너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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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영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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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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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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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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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가 나를 보지 않는 이유는 옛날에도, 지금에도 전부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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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출세하고 강해지는지는 애초에 상관이 없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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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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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대상의 이성이 완전히 붕괴! 기생체의 폭주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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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경고가 끝나기가 무섭게, 최시혁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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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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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이 부풀어 오르더니, 셔츠와 살점을 찢고 검붉은 촉수 하나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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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액질로 뒤덮인 촉수는, 허공에서 경련하며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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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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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징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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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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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징그럽다는 듯 촉수를 바라보고 있는 메어리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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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기생체의 폭주는 강력한 충격파를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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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녀라도 위험할 여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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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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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어리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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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몸으로 그녀를 완전히 덮어, 다가올 충격을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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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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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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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은 깨지지 않았고, 충격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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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멀뚱멀뚱한 시선으로 내 품에 안겨 강제로 눕혀진 메어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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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허리가 꺾인 채, 동그래진 연보랏빛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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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내려 유리벽 너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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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너머의 최시혁은 어느샌가 무지갯빛 감옥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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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감옥과 우리 사이에는, 빛나는 별 모양의 방어막이 덧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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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내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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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가드 프로토콜 V 2.0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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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도 없습니다! ☆( > ω・)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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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내 품 아래의 메아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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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른 한 손에서는 희미한 연보랏빛 마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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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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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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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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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 지켜주려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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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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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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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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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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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등 뒤에서 감옥을 두들기는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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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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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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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감옥 안에서, 이제는 반쯤 악마가 된 그가 우리를 노려보며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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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붙잡은 채,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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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가장 빠르게 소멸시키는 법이 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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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소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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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상태창이 눈앞에서 해맑게 답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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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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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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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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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자기 스스로 불타오르게 만드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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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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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발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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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어리는 내 뒷목을 감싸고 얼굴을 더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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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의 얼굴 거리는 1cm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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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본다면 흡사 키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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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연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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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조금만 있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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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메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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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떨쳐내려 했지만, 그녀가 날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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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마를 얼마나 죽였는지 알지? 나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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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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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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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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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어리의 눈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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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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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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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최시혁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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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야에서는 그가 보이지 않았지만 메어리는 어깨 너머로 그의 상태를 힐끗 살피더니, 이내 다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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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내 손목을 부드럽게 감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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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손을 이끌어, 그대로 자신의 드레스 위, 부드러운 아랫배 쪽으로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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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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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옷감 너머로,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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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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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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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길이 닿자, 메어리는 안정적인 숨결을 내뱉으며 만족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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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 뒤를 향해 턱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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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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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 안 떼, 이 씨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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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의 절규는 이제 거의 쇳소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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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미친 짓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속으로 다급하게 시스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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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축제라도 열린 듯 반짝거리며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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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굉장합니다! 사용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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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최시혁의 정신 핵의 과부하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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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창 옆으로, 그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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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항목의 그래프가 붉은 위험선을 뚫고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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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은 아무래도 메어리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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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으로, 작은 말풍선 하나가 팝업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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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좀 더 꾹꾹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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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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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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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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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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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숨이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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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빛의 감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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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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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쾅…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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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들려오던 절규와 감옥을 두들기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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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완전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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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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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혁의 등에 돋아났던 검붉은 촉수는 반쯤 불타 재가 되어 있었고, 그를 태우던 불길 또한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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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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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관찰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중무장한 협회 진압팀이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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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전투 대열을 갖추고 방 안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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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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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힘마저 소진한 듯, 최시혁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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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메어리 또한 바닥에 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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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은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감과 함께, 묘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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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나를 올려다보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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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선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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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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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주먹에 주먹을 가볍게 맞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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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딱히 한 것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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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퇴치의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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