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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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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의 마나가 최시혁의 것이라는 건 메어리만 아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흩어지는 마력 입자들이 증거가 될 것이라 여겨, 자신의 빛 감옥 안에 가둬두었다.

그러나 그 순간, 감옥 안의 푸른 입자들이 빛을 발하더니, 스스로를 화르륵 불살라 버렸다.

“꼴에 잔재주를?”

메어리는 조소했다.

아무래도 그가 마나에 무언가 장치를 해놓은 것 같았다.

그의 마나에 대해 신경을 쏟는 중, 협회 지원팀이 강민호를 들것에 싣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모로 정신이 없어 보였다. 위급상황이기도 했고.

나는 팀장에게 간략하게 보고했다.

“최시혁이 강민호 헌터를 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스탠스에 대해 질문했다.

최시혁이 악마의 권속인 것이 확실시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포 가능 시 생포, 그러나 약간이라도 차질이 생길 시 사살 허가.

수칙 또한 단순 명료했기에 나와 메어리 또한 그 결정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협회가 이런 판단은 매우 빠른 편이다.

나와 메어리는 바로 최시혁의 격리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메어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민호 부길드장은 허수아비야.”

“그렇다면서.”

어제 메어리가 말했었다.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트라우마 발현까지 덧붙여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원래는 길드장의 총애받는 오른팔이었어. 이름만 봐도 알잖아? 바다의 왕, 해왕. 그런데 사슬 지옥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 그 양반은 길드원들의 희생이 너무 클 것이라며 공략을 반대했거든.”

그리고,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 틈을 파고든 게 최시혁이야. 영광이니, 보상이니, 길드의 위신이니… 윗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속삭이며 세력을 키웠지. 결국 패권 싸움에서 밀려난 강민호가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던전의 공략을 총괄하게 된 거야. 웃기지 않아?”

성공하면 최시혁의 공, 실패하면 강민호의 책임.

처음부터 답이 정해진 답답한 게임이었다.

차기 부길드장에 대한 여부도 점점 정해지는 추세.

그를 지탱하던 끈들도 하나 둘씩 끊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 공략은 강민호에게 있어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긴 했어. 나한테 와서… 무릎까지 꿇었으니까.”

원래 메어리는 순수 자유계약 신분이라 한다.

대해 길드 소속이긴 하지만, 길드의 그 어떤 명령에도 구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

그것이 길드가 그녀라는 존재를 묶어두기 위해 제시한 최고의 특혜였다.

S급 던전인 사슬지옥은 메어리가 없다면 시작조차 불가능한 임무였다.

결국 강민호는 그녀를 찾아와야만 했다.

메어리는 그의 절박한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녀가 공략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순간, 그때까지 몸을 사리고 있던 최시혁 또한, 공략팀에 합류를 선언했다.

그게 최시혁과 강민호의 관계였다.

강민호가 부정적인 감정이 가장 먼저 증폭된 것도 이해가 간다.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목숨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격리실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노크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어두운 관찰실 안으로 들어섰다.

유리벽 너머, 환하게 불이 켜진 방 안에는 최시혁이 서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를 기다렸는 듯, 방 중앙에 서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다.

내가 관찰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최시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바로 그때였다.

내 뒤에 서 있던 메어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내 옆에 섰다.

“…….”

최시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태연했던 미소는 사라지고 당혹스러움 반, 분노가 반 정도 뒤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메어리랑 같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표정이었다.

“최시혁씨.”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어리에게만 시선을 뚫어지게 고정하고 있을 뿐.

“왜 둘이 온 거지?"

그는 내게 물어보지 않았다.

메어리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메어리는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사이야.”

메어리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내 손등을 자기 손가락으로 스르륵하고 간지럽혔다.

“해왕한테 재미없는 짓 했더라?”

메어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러나 최시혁은 그녀의 말을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입술 사이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 뭐지?”

​“…왜 달라진 게 없지?”

나는 그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팀장에 올라도… 차기 부길드장으로 내정되어도… 실세가 되어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흐.”

최시혁의 독백에 메어리는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그 조소에 최시혁의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졌다.

그의 고개가 삐걱거리다가, 마침내 나를 향했다.

“… 뭘까 정말… 진짜 좆도 아닌 게….”

그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또 너야?”

“내가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문제는 너였던 거야.”

상태가 영 이상하다.

나는 그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했다.

[최시혁]

[메인 스탠스]

[메어리가 나를 보지 않는 이유는 옛날에도, 지금에도 전부 너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출세하고 강해지는지는 애초에 상관이 없없 %$%@#%!!!]

[죽$%&@어?*$%@??!]

[경고! 대상의 이성이 완전히 붕괴! 기생체의 폭주가 시작됩니다!]

시스템의 경고가 끝나기가 무섭게, 최시혁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 프슉!

그의 등이 부풀어 오르더니, 셔츠와 살점을 찢고 검붉은 촉수 하나가 튀어나왔다.

점액질로 뒤덮인 촉수는, 허공에서 경련하며 꿈틀거렸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으… 징그러···?”

시스템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징그럽다는 듯 촉수를 바라보고 있는 메어리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통상적인 기생체의 폭주는 강력한 충격파를 동반한다.

아무리 그녀라도 위험할 여지가 있었다.

“숙여!”

나는 메어리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 몸으로 그녀를 완전히 덮어, 다가올 충격을 대비했다.

“…….”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없었다.

창문은 깨지지 않았고, 충격파도 없었다.

나는 멀뚱멀뚱한 시선으로 내 품에 안겨 강제로 눕혀진 메어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허리가 꺾인 채, 동그래진 연보랏빛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내려 유리벽 너머를 확인했다.

유리벽 너머의 최시혁은 어느샌가 무지갯빛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감옥과 우리 사이에는, 빛나는 별 모양의 방어막이 덧대어져 있다.

바로 그때, 내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세이프가드 프로토콜 V 2.0 가동!]

[어림도 없습니다! ☆( > ω・)v]

나는 다시 내 품 아래의 메아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다른 한 손에서는 희미한 연보랏빛 마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

“…….”

메어리의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혹시… 나 지켜주려고 한 거야?”

“…….”

그 한마디에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 꽈악.

그대로 붙잡혔다.

그때, 등 뒤에서 감옥을 두들기는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 쾅!쾅!쾅!!

“열어!!!!!”

무지갯빛 감옥 안에서, 이제는 반쯤 악마가 된 그가 우리를 노려보며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메어리는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붙잡은 채,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악마를 가장 빠르게 소멸시키는 법이 뭔지 알아?”

[정답! 소각입니다!]

내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상태창이 눈앞에서 해맑게 답을 외쳤다.

“… 소각?”

“맞아.”

메어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자기 스스로 불타오르게 만드는 거.”

그녀는 덧붙였다.

“자연 발화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어리는 내 뒷목을 감싸고 얼굴을 더 끌어당겼다.

그녀와 나의 얼굴 거리는 1cm도 채 남지 않았다.

옆에서 본다면 흡사 키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메어리의 연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대로… 조금만 있어 봐….”

“잠시만 메어리….”

나는 그녀를 떨쳐내려 했지만, 그녀가 날 막았다.

“내가 악마를 얼마나 죽였는지 알지? 나 믿어.”

메어리의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맞다.

나는 메어리의 눈을 마주했다.

“그만해!!!”

  • 쾅!!쾅!!

등 뒤에서 최시혁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내 시야에서는 그가 보이지 않았지만 메어리는 어깨 너머로 그의 상태를 힐끗 살피더니, 이내 다시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부드럽게 감아쥐었다.

그녀는 내 손을 이끌어, 그대로 자신의 드레스 위, 부드러운 아랫배 쪽으로 가져다 댔다.

  • 텁.

얇은 옷감 너머로,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진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후….”

내 손길이 닿자, 메어리는 안정적인 숨결을 내뱉으며 만족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등 뒤를 향해 턱짓했다.

  • 쾅… 쾅…!

“그 손 안 떼, 이 씨발놈아…!”

최시혁의 절규는 이제 거의 쇳소리에 가까웠다.

나는 이 미친 짓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속으로 다급하게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은 축제라도 열린 듯 반짝거리며 응답했다.

[효과가 굉장합니다! 사용자님!]

[대상 최시혁의 정신 핵의 과부하가 시작됩니다!]

시스템 창 옆으로, 그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질투 항목의 그래프가 붉은 위험선을 뚫고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최시혁은 아무래도 메어리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작은 말풍선 하나가 팝업처럼 떠올랐다.

[TIP: 좀 더 꾹꾹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ω

됐다.

효과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후… 으….”

메어리의 숨이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빛의 감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했다.

“으아아아…!!”

  • 쾅… …쾅… 툭….

등 뒤에서 들려오던 절규와 감옥을 두들기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완전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확인했다.

최시혁의 등에 돋아났던 검붉은 촉수는 반쯤 불타 재가 되어 있었고, 그를 태우던 불길 또한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 벌컥!

바로 그때, 관찰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중무장한 협회 진압팀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전투 대열을 갖추고 방 안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었다.

  • 쿵!

마지막 남은 힘마저 소진한 듯, 최시혁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메어리 또한 바닥에 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감과 함께, 묘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메어리는 나를 올려다보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좋았어… 선우야.”

메어리는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나는 그 주먹에 주먹을 가볍게 맞대었다.

내가 딱히 한 것은 없지만….

악마 퇴치의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