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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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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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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턱을 괴고 악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는 악마.

“네, 네…! 그리고 제가 감히, 뭔가 더 다른 행동을 할 수준의 헌터님이 아니시기도 하고….”

악마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메어리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메어리는 그 말을 무심하게 들을 뿐이었다.

이해했다.

이미 감정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라 더 증폭시킬 수가 없었다는 것.

뭐, 내 감정이 그렇다고 하니까….

사실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참는 것은 메어리에게 있어서 일상이었다.

메어리의 초인적인 인내심은 매 순간순간, 언제나 발휘되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 이방인 격리소에서 처음 만났던 그때, 그 시절의 유선우를 떠올렸다.

과거 선우의 행적과… 대화를 생각해보았다.

당시의 메어리는 고슴도치.

매우, 매우, 매우 날이 서 있었다.

낯선 세계에 던져진 분노와 고향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

모두 그런 그녀를 피했지만… 유선우는 달랐다.

그는 메어리의 가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소하고 세심하며 다정한 행동은 기본이었고.

가끔씩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듣기 좋은 성적인 농담들로 분위기를 녹이기도 했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따라 메어리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하루종일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기에 늘 그랬지만… 그날따라 더욱, 모두가 그녀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 톡톡.

“…?”

유선우가 메어리의 뒤를 지나치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톡톡 두들겼다.

아니지, 꽉 하고 잡았었나.

이건 그녀의 바람일 수도 있고.

확실히 기억나는 건 그가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아침.”

“…….”

그리고 휙 하고 돌아서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당당함에 메어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엉덩이를 만졌다는 것에 대해 화낼 타이밍도 놓쳤고.

상식이 부정당하는 느낌.

메어리가 살던 세계에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는 행위는 연인 간에서나 할 수 있는 애정행각이었다.

너는 나의 것이라는 대담한 소유의 표식 같은 것.

알았다면 미친것이고, 몰랐어도 당황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약간 성난 고양이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주인의 손길 같은 느낌이랄까.

그때는 진짜 ‘나를 좋아하나? ‘유혹하는 건가? 아니면 ‘꼬시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다.

따라서 그에 맞춰 유선우에 대한 그녀의 감정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을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것이었고….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런 부류의 농담도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그때, 유선우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메어리는 자신의 감정을 깊은 곳에 묻기 시작했다.

억눌렀고… 또 억눌렀지만….

그게 사라진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당연하지.

사라질 마음이었으면 품지도 않았다.

그녀는 생각의 흐름을 끊고, 다시 눈앞의 빛의 감옥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악마가 갇혀 있다.

메어리는 턱을 괸 채 악마의 생김새를 관찰했다.

박쥐를 닮은 검붉은 날개. 끝이 날카로운 화살촉처럼 생긴 가느다란 꼬리.

서큐버스다.

메어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좀 괘씸하긴 하네? 내가 널 어쩌면 좋을까?”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자 감옥 안의 악마가 고개를 푹 숙이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전이했던 숙주 ‘님’ 또한 이미 제 오염을 제거하신 상태입니다… 제발 자비를….”

이건 확실히 좋은 소식이었다.

선우는 자체적으로 스스로의 오염을 정화해낸 모양.

역시.

“그래서 네가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

“저는! 저는 수천 년을 살아오며 수만 명의 인간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것을 지켜봐 온 장생종입니다…!”

“그들의 가장 깊숙한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연애, 유혹, 그리고…그런 종류의 모든 지식까지….”

메어리의 눈썹이 희미하게 꿈틀했다.

연애 지식이라….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지식이었다.

메어리는 턱을 괸 채 오랫동안 감옥 안의 악마를 뜯어보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웃으며 손짓했다.

“나쁘지 않네.”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떠 있던 무지갯빛 정육면체 상자가 안쪽으로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 벽은 수축해 작은 목줄의 형태로 압축되었다.

  • 스르르….

무지갯빛 목줄은 악마의 목을 휘감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악마는 목에 채워진 목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오히려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응, 그래.”

메어리가 다시 한번 손짓하자 악마의 형체가 부드러운 빛의 입자가 되어 서서히 구슬로 뭉쳐졌다.

잠시 후 그녀의 손바닥에는 작은 구슬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꽤, 쓸모 있는 자료를 손에 넣었다.


고요한 어둠 속 수억 개의 데이터 라인이, 은하수처럼 흐르고 있다.

이곳은 저의 세상.

사용자님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지켜보는 아카이브.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사용자님의 정신에 몰래 숨어들었던 발칙한 범죄자를 만나러 가볼 거예요.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용자님께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요.

[“내가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줄게.”]

원래의 사용자님이라면 절대 먼저 틈을 보이지 않으셨을 텐데요.

원체 조심스럽고, 또 은근 쑥맥이신 성격이시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저는 재빠르게 조사를 시작했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용자님의 정신에 교활한 악마의 분신 하나가, 숨어들어 있었습니다….

마나가 아닌 감정의 공명을 매개로 정신을 직접 전이시키는 방식.

새로운 패턴이었어요.

하지만, 뭐.

저의 완벽한 ‘안티- 섹’ 백신 앞에서는 소용없었지만요!

어느새 이야기를 하다보니 감옥 앞까지 도착했어요.

“…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야?”

저의 데이터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악마가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네요.

“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저는 방긋 웃어주었습니다.

사실 더 나눌 대화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제 앞에 관리자용 인터페이스를 뿅, 하고 띄웠습니다.

[저장] [분석] [삭제] 그리고….

[소각 🔥]

악마는 그 마지막 버튼을 보고 비명을 터트렸어요.

“자, 잠깐만!!!”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소각’버튼 위로 손을 가져갔습니다.

“왜용?”

악마 씨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장생종이야! 연애나 유혹… 자극적인 멘트랑… 남자를 완벽하게 길들… 체위까지… 전부 다 알려줄 수 있어!!”

음… 흥미로운 제안이네요.

저는 그런 쪽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험자의 데이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사용자님께, 더욱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바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유효성 검증 중….]

[알고리즘 #3 ‘행복 총량 극대화’에 기여할 가능성: 69.74 %]

저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은 확률이에요.

그리고 소각 버튼에서 커서를 옮겼습니다.

악마 씨의 얼굴에 희미한 희망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 커서를 [삭제] 버튼 위로 가져갔습니다.

“?! 안돼!!”

악마 씨의 얼굴에 다시 절망이 떠올랐네요.

저는 다시 방긋 웃었습니다.

“농담이에요~”

[ ( > ω・) ]

저는 커서를 [저장] 버튼으로 옮겨 클릭했습니다.

사용자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나는 내가 방금 그 오염에 전이됐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방금 걸렸었는데, 그거 은근 위험하더라. 근데 걱정하지 마셈. 지금은 괜찮음. 다 나았음.

‘어떻게 했냐고? 백신이 치료해줌.

이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나는 나의 특수한 능력과 정신 저항력을 엮어 최대한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위험한 저주는 전이되고, 나는 지금 치료되었다.

그 핵심만을 그에게 전달했다.

팀장은 내 설명에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그의 얼굴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냐’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패드 화면 위로, 방금 막 감식반의 공식 보고서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대상: 유선우. 상태: 정신 오염 확인. 수치: 7.8.]

[…특이사항: 대상 내부에서, 원인 불명의 자가 정화 기능 활성화. 오염 수치 급속도로 하락….]

[최종 결과: 오염 수치 0.01. 상태 정상, 자가 치료로 추정됨.]

결국 내 결백은 증명되었지만···.

오염의 전이가 확실시되는 순간, 일이 좀 복잡해진다.

그리고 팀장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상담사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지금부터 대해 길드원들과의 대면 접촉은 금지해야 할 것 같군요.”

이제 나와 대해 길드원들 간의 직접적인 대면 접촉은 불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저주가 전이될 가능성을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

… 잠깐만.

정말 그런가?

나는 정신 오염이 치료되었다.

시스템이 만든 백신으로.

그렇다면 이제 오히려···.

나는, 이 저주에 대해 완벽한 면역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재빠르게 시스템을 불렀다.

‘친구야.

[!!]

[네, 사용자님. 부르셨습니까?]

나는 속으로 질문했다.

그리고 팀장의 패드에 떠 있는 감식반이 보낸 저주의 파장 그래프를 보여줬다.

‘내가 감염되었던 오염의 파장과 저 데이터가, 동일한지 확인해 줘.

만약 그렇다면….

[오호!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ง •̀_•́)ง 데이터 심문… 아니, 대조 중… ]

시스템 창이 바쁘게 깜빡였다.

[🔥🔥🔥🔥🔥🔥🔥]

그리고, 잠시 후 메세지가 떠올랐다.

[일치율 99.9%! 완벽하게 동일한 파장입니다!]

[따라서, 본 시스템이 생성한 ‘안티-섹’ 백신은 다른 모든 오염자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저 저주에 전이될 일은 없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방금 거짓말 탐지기(🔥)로, 증언까지 수집한 상태입니다!]

과연 무슨 증언을 수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문은 지웠다.

시스템은 절대 내게 해가 되는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대해 길드원과의 대면 상담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능했다.

단.

‘나만.

나는, 유일한 저주의 면역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