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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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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모야….”
엘리스는, 아침 출근길 유니온 건물의 복도에서,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꿈이야 그렇다 치자.
사실 그렇다 치기에도 좀 자극적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다 치는데.
갑자기 내가 왜 발정기 전조 현상을 겪고 있냐고….
보통 이런 건 전조가 있지 않나?
발정기 전조의 전조 현상 같은 거.
엘리스는 매우 당황했다.
옆방에서 귀엽게 자고 있던 언니인 루나에게 들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 그녀는 다소 상쾌한 느낌으로 출근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무언가를 시원하게 비워낸 듯한 해방감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후 수순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수인의 이런 종류의 생리 현상에 대해서는, 어미가 딸에게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법이다.
다만, 문제는 엘리스와 루나는 이방인이었고.
어머니와는… 꽤 오래전에 멀어졌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그 사실이 떠올라 기분이 울적해졌지만….
그래도, 그녀의 머릿속에 비슷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니온 길드의 제국 출신 이방인 헌터.
그리고 자신들, 토끼 자매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능숙한 여우 수인.
‘릴리.
그래, 그녀라면 분명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다.
엘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라운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지러웠던 생각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라운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평소처럼 한가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몇몇 헌터들은 커피를 내리며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 사이드에는 하품을 하며 권태로운 표정을 짓는 릴리가 있었다.
엘리스는 그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 킁… 킁….
엘리스가 자신의 반경 5미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코가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권태로웠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그러다가 그녀는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릴리의 눈동자가 엘리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릴리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고민이 있어 보이네?”
정확했다.
엘리스는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상담소로 출근했다.
역시 무언가를 하더라도 집보다는 이곳에 와서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집이, 집이 아니게 되는 느낌이 있으니까.
그리고 양손에는 어젯밤 정성껏 포장해 둔 두 개의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오늘은 이것들 또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나는 갓 내린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진세아에게는 점심시간쯤에 전해주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초콜릿 무스 케이크는….
바로 그때였다.
- 쿵쿵쿵.
누군가가 노크했다.
아니, 노크라기 보다는 거친 두드림에 가까웠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칠흑같이 검은 무복 차림의 천마, 자화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턱을 치켜들었다.
“큼.”
그녀는 헛기침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이 몸이 직접 왔노라.”
“그렇군요. 어서 오십시오.”
나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화연은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 중 한 명이다.
홀대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나는 그녀가 편히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 옆의 의자를 빼주었다.
그리고 며칠간 정성껏 만들어 둔 두 개의 케이크 상자 중 검은색 상자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어제 말씀드렸던 케이크입니다.”
혹시, 지금 맛보고 싶을 수도 있으니 접시와 포크를 가져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녀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의원.”
“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나는 이런 보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좌가 애정하는 의원이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자화연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본좌의 것을 탐하는 자에게는 마땅한 벌이 내려져야 하는 법이지.”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이야기다.
나도 자화연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보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뭔가 해주고 싶었을 뿐.
자화연은 다시 테이블 위의 케이크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 다만, 의원의 정성을 봐서 이번 한 번만은 특별히 받아주도록 하겠다.”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지존.”
원래 가져오려던 접시와 포크를 가져왔다.
상자 안에는 검은 초콜릿 무스 케이크가 담겨 있었다,
나는 케이크의 첫 조각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그리고 그것을 접시에 담아, 그녀의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자화연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설마….
그녀는 움직일 눈치가 아니었다.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나는 결국 손을 뻗어 케이크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떠냈다.
그리고 자화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자화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먹었다.
그러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
자화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을 뿐.
“맛은 어떻습니까?”
나는 그걸 눈치채고도 모른 척 그녀에게 물었다.
“…… 역시 좋구나.”
자화연은 오랫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보면 볼수록 내 숙수가 되는 것도 괜찮겠구나.”
“…….”
“앞으로도 내 곁에서 나를 보필하도록 하여라.”
자화연은 나를 소유욕이 담긴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좀 다재다능하긴 하다.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그리하겠습니다.”
나 또한 웃으며 고개를 숙이며 장난스럽게 받아들였다.
자화연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자화연은 그렇게 한 손에 케이크 박스를 든 채 살랑거리는 발걸음으로 떠났다.
직접 올 줄은 몰랐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와서 직접 맛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는 더 기쁘긴 하니까.
다행히 맛은 꽤나 괜찮았던 모양이고….
이제, 치즈 케이크 하나만 남았다.
진세아가 도착하면 식사 한 끼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케이크를 건네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 삐비비비비빅!!!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건, 재난 문자다.
동시에 창밖, 도시 전체에서 거대한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에에엥에에에엥ㅡㅡ!!!
그리고 잠시 후.
- 쿵!!
상담실의 창문이 통째로 흔들리는 거대한 충격파가 느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
‘뭐지? 전이인가?
웬만한 전이로는 이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대규모 전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는….
나는 책상 아래에 들어가 스마트폰과 화면을 확인했다.
아직도 땅이 서서히 진동하고 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색 경고장과 함께.
협회의 메세지가 떠 있었다.
[긴급 재난 문자: S급 던전 공략 완료.]
[길드: 대해(大海)]
[던전: 사슬 지옥]
[현재 공략 완료로 인한 던전 브레이크로 마력 역풍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침착하게 실내에서 대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해(大海).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
그들이 몇 달간, 길드의 명운을 걸고 매달렸던 S급 던전 공략.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이유 또한, 바로 저 지옥 같은 던전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우려했던 던전.
길드 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 추측했던 던전.
그 재앙에 오직 대해 길드만이 단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그리고, 그 공략이 지금 막 끝났다.
심지어, 성공으로.
- 쿠… 우… 웅….
진동이 서서히 멎어갔다.
나는 재빠르게 상담실 밖의 대기실로 가 TV를 틀었다.
[속보입니다!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 대해가, 지금 막 사슬 지옥의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소식입니다!]
앵커의 목소리는 흥분한 상태였지만, 최대한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현장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화면이 전환되고, 던전이 있었던 도심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곳은 몇 달간 접근 불가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근처 부지는 사슬지옥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사슬에 묶여 박살 나 있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대해 길드의 공략 1팀, 포세이돈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 마스터이자 S급 헌터인 해왕(海王) 강민호를 필두로 메어리와, 파도검 최시혁 등… 최정예 영웅들이 귀환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공략은 S급 던전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앵커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단, 한 명의 경상자를 제외하고는 전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고….]
나는 TV의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지옥의 문턱에서 돌아온 영웅들의 행렬 속에서 유독, 익숙한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무사했구나.”
빛의 각도에 따라 오로라처럼 색이 변하는, 신비로운 연보랏빛 머리카락.
그 광채만큼은 몇 달 간의 공략에도 빛이 발하지 않은 채였다.
‘메어리.
“오랜만이네.”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