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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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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아침 출근길 유니온 건물의 복도에서,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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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야 그렇다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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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다 치기에도 좀 자극적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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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다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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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가 왜 발정기 전조 현상을 겪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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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건 전조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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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기 전조의 전조 현상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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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매우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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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서 귀엽게 자고 있던 언니인 루나에게 들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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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론적으로 그녀는 다소 상쾌한 느낌으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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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무언가를 시원하게 비워낸 듯한 해방감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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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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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갑작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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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순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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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수인의 이런 종류의 생리 현상에 대해서는, 어미가 딸에게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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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제는 엘리스와 루나는 이방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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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는… 꽤 오래전에 멀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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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그 사실이 떠올라 기분이 울적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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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녀의 머릿속에 비슷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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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길드의 제국 출신 이방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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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들, 토끼 자매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능숙한 여우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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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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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녀라면 분명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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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라운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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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웠던 생각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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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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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한가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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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헌터들은 커피를 내리며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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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드에는 하품을 하며 권태로운 표정을 짓는 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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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그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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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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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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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가 자신의 반경 5미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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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코가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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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웠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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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녀는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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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눈동자가 엘리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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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릴리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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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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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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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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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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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담소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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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언가를 하더라도 집보다는 이곳에 와서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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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집이 아니게 되는 느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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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손에는 어젯밤 정성껏 포장해 둔 두 개의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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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것들 또한 전달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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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갓 내린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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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에게는 점심시간쯤에 전해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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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초콜릿 무스 케이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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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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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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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노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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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노크라기 보다는 거친 두드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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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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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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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그곳에는 칠흑같이 검은 무복 차림의 천마, 자화연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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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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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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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헛기침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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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직접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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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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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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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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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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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편히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 옆의 의자를 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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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간 정성껏 만들어 둔 두 개의 케이크 상자 중 검은색 상자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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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말씀드렸던 케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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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맛보고 싶을 수도 있으니 접시와 포크를 가져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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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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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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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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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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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보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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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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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가 애정하는 의원이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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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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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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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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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좌의 것을 탐하는 자에게는 마땅한 벌이 내려져야 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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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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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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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화연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보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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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뭔가 해주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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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다시 테이블 위의 케이크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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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의원의 정성을 봐서 이번 한 번만은 특별히 받아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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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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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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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져오려던 접시와 포크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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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는 검은 초콜릿 무스 케이크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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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이크의 첫 조각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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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접시에 담아, 그녀의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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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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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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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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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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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움직일 눈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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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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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손을 뻗어 케이크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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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화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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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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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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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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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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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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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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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눈치채고도 모른 척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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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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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오랫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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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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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내 숙수가 되는 것도 괜찮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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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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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내 곁에서 나를 보필하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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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나를 소유욕이 담긴 눈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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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다재다능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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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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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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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웃으며 고개를 숙이며 장난스럽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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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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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그렇게 한 손에 케이크 박스를 든 채 살랑거리는 발걸음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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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올 줄은 몰랐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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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와서 직접 맛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는 더 기쁘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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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맛은 꽤나 괜찮았던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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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치즈 케이크 하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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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가 도착하면 식사 한 끼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케이크를 건네주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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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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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비비비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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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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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재난 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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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창밖, 도시 전체에서 거대한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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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에엥에에에엥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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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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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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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의 창문이 통째로 흔들리는 거대한 충격파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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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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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전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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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전이로는 이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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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대규모 전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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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상 아래에 들어가 스마트폰과 화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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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땅이 서서히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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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색 경고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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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의 메세지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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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재난 문자: S급 던전 공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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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대해(大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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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사슬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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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략 완료로 인한 던전 브레이크로 마력 역풍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침착하게 실내에서 대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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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大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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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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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몇 달간, 길드의 명운을 걸고 매달렸던 S급 던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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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이유 또한, 바로 저 지옥 같은 던전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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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우려했던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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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 추측했던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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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앙에 오직 대해 길드만이 단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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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공략이 지금 막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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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성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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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 우…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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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서서히 멎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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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빠르게 상담실 밖의 대기실로 가 TV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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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 대해가, 지금 막 사슬 지옥의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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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목소리는 흥분한 상태였지만, 최대한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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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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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전환되고, 던전이 있었던 도심의 풍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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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몇 달간 접근 불가 처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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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부지는 사슬지옥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사슬에 묶여 박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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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대해 길드의 공략 1팀, 포세이돈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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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마스터이자 S급 헌터인 해왕(海王) 강민호를 필두로 메어리와, 파도검 최시혁 등… 최정예 영웅들이 귀환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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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략은 S급 던전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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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는 잠시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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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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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경상자를 제외하고는 전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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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의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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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옥의 문턱에서 돌아온 영웅들의 행렬 속에서 유독, 익숙한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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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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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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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각도에 따라 오로라처럼 색이 변하는, 신비로운 연보랏빛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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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채만큼은 몇 달 간의 공략에도 빛이 발하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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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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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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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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