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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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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다소 이른 점심을 먹을 시간.

진세아는 해태에서 S급 헌터인 그녀에게 지급한 스포츠카를 타고 유선우의 상담소로 향하고 있었다.

깜짝 방문이다.

나타나면 좋아하지 않을까?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햇살도 쨍쨍한 게, 선우랑 밥 먹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원래는 어제, 그가 유니온 길드로 왕진을 가기 전에 불쑥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첫 공식 업무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오늘까지 꾹 참았다.

그 인내의 대가로 그녀의 기대감은 더욱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진세아는 그가 새로운 어빌리티를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시험 삼아 사용했던, 그 어설프고 귀여운 시도를 생각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궁금했다. 그와 그리고 그의 새로운 능력에 대한 모든 것이.

‘먼저 물어볼 필요는 없지롱.

그는 분명 내가 따로 묻지 않아도, 혼자 끙끙 앓으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먼저 안절부절못하며 몰래 능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겠지.

유선우는 그런 성격이다.

지독하게 착하다. 그래서 가끔은 걱정되기도 한다.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건물 앞까지 도착했다.

그녀는 차를 대충 세워두고 건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때.

마침 유선우의 상담실이 있는 층의 코너를 돌던, 바로 그 순간

  • 끼익!

상담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거의 튀어나오듯 복도로 뛰쳐나왔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선명한 붉은색 브릿지.

진세아도 아는 얼굴. 유니온 길드의 이방인, 루나였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 전체가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든 채 오직 앞만 보며 복도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바로 옆에 진세아가 서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러나, S급 헌터 진세아는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듣고 있다.

  • 쿵! 쿵! 쿵! 쿵! 쿵!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미친 듯이 뛰는 루나의 심장소리를.

진세아의 모든 감각이 루나에게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판독하고 있었다.

“…….”

진세아의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사라지는 루나의 뒷모습과, 굳게 닫힌 상담실 문을,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으로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영역을 침범한 다른 암컷의 흔적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동자처럼 차갑게 빛났다.

인지는 했다.

그가 정식으로 상담사가 된 시점부터 여성 환자와는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진세아가 느끼기에 방금의 심장소리는….

그러나 그때.

  • 끼익.

다시 한번, 상담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남성의 목소리. 유선우였다.

진세아는 그 목소리가 들린 0.1초의 찰나 즉시 표정을 바로잡았다.

차가웠던 눈매는 반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지고. 굳게 닫힌 입술은 사랑스러운 미소를 만들어 낸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세아’로 돌아왔다.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야?”

복도를 살피러 나온 듯한 유선우는, 그녀를 발견하고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밥 먹으러 왔어!”

진세아는 활짝 웃으며, 똑같이 반겼다.


분홍색 가구가 가득한 방.

파스텔 톤의 벽지에 솜사탕 색의 커튼.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는 그녀의 키만 한 거대한 당근 모양의 인형과,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토순이 양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언제나 바깥세상의 모든 위험과 시선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는 그녀의 토끼굴이었다.

루나는 그 토끼굴의 가장 깊숙한 곳,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노트북.

그녀도 이곳에 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이 기묘한 인터넷이라는 것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자제했지만.

두려웠으니까. 수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쏟아져 나올, 제국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혐오와 경멸이 가득한 글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 것이다.

정말 선생님의 말이 옳았는지.

루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검색창에 어제 그가 보여주었던 영상의 출처를 검색했다.

[헌터 갤러리]

“엔… 터….”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였다.

  • 딸깍.

클릭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루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제목: 헌터 각성 기원 119일차.]

[제목: 이방인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님?]

[제목: 자꾸 남자 헌터 사진 쳐올릴 거면 남헌갤로 꺼져씨발]

이곳은 인종도, 국경도, 계급도, 신분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무질서한 자유.

살아 숨 쉬고, 글자를 쓸 수 있다면 그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아….”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기묘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화면 한쪽에, 돋보기 모양의 아이콘이 눈에 들어왔다.

돋보기에는 '검색'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루나는 조심스럽게… 그 작은 공간, 자신의 평생을 옭아매었던 단어를 입력했다.

‘수인.

엔터.

그러자, 수없이 많은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목: 엘리스 헌터 꼬리 움찔움찔 모음. gif]

[제목: 늑대 수인이랑 연애 후기]

[제목: 수인 발정기가 365일이라는 추측 반박글]

[제목: 현시점 수인 이방인 헌터 랭킹 정리]

형태도 방식도 다양하지만 수인에 대한 안 좋은 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애호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제목: 그런데 솔직히 수인들 피지컬 때문에 순혈 헌터들 경쟁 힘들어지는 건 팩트 아님?]

루나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컹했다.

흐름상, 자국민의 입지를 좁히는 수인 헌터들에 대한 비난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으니까.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글을 눌렀다.

[작성자 ㅇㅇ] [조회수: 212314] [추천: 1971]

본론만 말하면 기존 순혈 각성자 헌터들, 내 휴지 도둑 입지가 굉장히 줄어들었음.

‘…휴지 도둑?

루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였다. 왜 기존 헌터의 입지를 논하는데, 휴지를 훔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진짜 미안한 말이지만 수인들 피지컬이 걍 말이 안 됨.

토끼 수인인 엘리스부터 시작해서 여우 수인 엘레나까지. 몸매가 이미 씨발 ㅋㅋㅋ gg

그리고 그 아래에는, 그녀의 쌍둥이 동생 엘리스와, 다른 여우 수인 헌터의 수영복 차림의 터질 듯한 화보 사진들이 여러 장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사진)

(사진)

빠아아아아아앙 ㅋㅋㅋㅋㅋ

못 참겠다 으르르…

그 마지막 문장을 보는 순간, 루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휴지 도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입지가 뜻하는 바를. 피지컬과 몸매를 운운하던 이유를.

루나의 얼굴이, 다시 한번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붉어졌다.

“서…선생니임….”

그녀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선생님을 뜨거운 숨결이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루나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자신의 어깨를 더듬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에, 유선우가 ‘꽈악’ 쥐었던 바로 그 자리.

그러나 루나는, 자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수인이 기존 헌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수인이 기존 헌터들을 대신해 남성들의 욕정의 대상으로서의 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그런… 소리였다.

그녀가 그런 혼란스러운 광경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 콰앙!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언니!!! 뭐해!!”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인 토끼굴에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쌍둥이 동생이자 또 다른 토끼, 엘리스였다.

  • 푸욱!

그녀는 말과 동시에, 침대 위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웅크리고 있는 루나의 위로, 그대로 몸을 날려 덮쳤다.

“히익?!”

갑작스러운 무게에, 루나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엘리스는 그런 루나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으며 이불을 확 걷어냈다.

“혼자서 뭘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 어라라?”

이불 밖으로 드러난 것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언니토끼 루나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S급 헌터들을 주제로 한 패션 매거진.

수영복을 입은 채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엘리스 자신의 화보 사진이었다.

저번에 이벤트로 한 번 찍었었다.

“이거는 머지이이?”

엘리스가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더 들이밀었다.

그녀의 짓궂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노트북 화면 아래의 댓글 창으로 향했다.

“……?”

엘리스는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는가 싶더니, 이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뭐야 언니? 내 화보 보고 있었어? 이런 음흉한 댓글들도 읽고?”

“아, 아니야! 그, 그냐앙… 진짜인가 해서….”

루나는 필사적으로 노트북을 닫으려 했지만, 엘리스가 더 빨랐다.

그녀는 바둥거리는 루나의 허리를 꽉 껴안아 움직임을 봉쇄하고는, 그대로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악질적인 댓글들을 하나하나 작게 속삭였다.

“아~ 토끼는 역시 귀를 꽈악… 붙잡고… 못 움직이게 한 다음에 이렇게… 으럇… 으랴앗…….”

“아냐! 아냐!! 그거 아니야!!”

루나가 거의 울먹이며 바둥거리기 시작했으나 엘리스는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즐겁게 그녀를 껴안을 뿐이었다.

언니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오랜만이라, 엘리스도 신이 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로 다음 댓글을 낭독했다.

“자 다음은~ 어디 보자… 길가에 얼굴 빨개진 토끼 수인 보인다? 걍 100%임 그대로 끌고… 우와…… 얘네 장난 아니네?”

그녀는 큭,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스는 제국의 귀족들이 보내는 음흉한 시선이나, 팬들이 보내는 시선에 섞인 희롱에는 익숙했지만, 이토록 원초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욕망은 또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품 안의, 이제는 저항을 멈춘 언니. 루나를 내려다보았다.

루나는 이미, 과열된 엔진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상태로 엘리스의 품에서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정신이 반쯤 날아간 듯, 붉은 눈동자의 초점마저 흐릿했다.

엘리스는 마지막 한 마디를 준비했다.

이제야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려는 언니의 등을 떠밀어줄 가장 강력한 마지막 한 마디.

“오… 근데 여기에도 제대로 된 정보는 하나 있다. 그치 언니?”

루나가 멍한 눈으로,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엘리스는 그런 루나의 귓가에,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종족 본능 발현기… 마음만 먹으면 365일 내내인 거….”

“…….”

“얘네… 어떻게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루나는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