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63368/109.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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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의 상담이 끝난 후에도, 나의 비대면 상담은 오후까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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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얼굴 모를 헌터들이 화면 너머로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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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담이 끝나고, 나는 오늘 기록을 정리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 진행된 비대면 상담의 익명과 실명 사용자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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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전자가 많았다.
 
따지자면 7대3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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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익명 상담을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는 헌터가 많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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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들도 수치로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다소 개인적인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 수준이 개인적임에 그쳤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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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계속되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상당히 깊고 어두운 이야기 또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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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길드 내부에서의 암투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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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더 나아가, 던전 안에서 동료를 버리고 도망친 적이 있다는 죄책감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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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얼굴을 보고 말하기에는 헌터로서 아주 어려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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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담자의 상담 내용은 절대적으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 대상이 범죄자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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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비밀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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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적으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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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상담사의 윤리 강령은 명확하다.
 
내담자의 비밀은 그가 타인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려는 징후를 보이지 않는 이상 지켜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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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러모로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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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늘의 상담은 끝.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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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뭐, 나쁘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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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하는 것만큼의 효용은 못 뽑아내는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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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눈빛.
 
그런 것들을 볼 수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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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루루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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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화가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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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의 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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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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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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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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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는 한결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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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범 운영 첫날이었는데… 접속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서 서버가 다운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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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터가 전부 접속해도 다운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뭐 그만큼 많이 신청했다는 이야기니 나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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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소 지으며 기분 좋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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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제 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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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덕분에 그동안 기회조차 없었던 수많은 헌터분들이 처음으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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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감사를 들으며 앞으로의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해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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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주일 정도는, 이 비대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자고 했다.
 
그 이후로는 뭐, 내가 직접 상황을 판단하여 대면과 비대면 상담의 시간을 조율하면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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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는 서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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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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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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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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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들어 메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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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세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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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즉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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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응??
 
[진세아]: 왜?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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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다급한 반응에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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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에게는 브라우니 케잌을 내일 전해주기로 약속했다.
 
진세아에게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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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케이크를 가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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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어차피 금강도 상담소로 오기로 했다.
 
나는 내일부터 시작될 비대면 상담 또한, 상담소로 ‘출근’해서, 진행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온라인 상담이라 해도 집과 일터는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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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나 또한 온전히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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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집에서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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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까 자화연에게 전송하기 위해 찍어둔 사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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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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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내일 점심에 시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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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응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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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다.
 
해태 길드의 건물은 상담소 근처라 그녀가 오기에도 용이했다.
 
좀 거리가 있었다면, 내가 직접 배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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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상담소로 와. 감사의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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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 맛있겠다!
 
[진세아]: 근데, 저 뒤에 초코 케잌은 누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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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
 
나는 그녀의 메시지를 보고, 내가 보낸 사진을 다시 확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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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어떻게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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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그냥 봤을 때는 먹음직스러운 뉴욕식 치즈케이크만 보인다.
 
하지만 그 뒤편, 아주 작게 계란을 보관하는 투명 플라스틱 통에, 무언가 검은 형체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자화연을 위해 만든, 초콜릿 무스 케이크가 비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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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본 거지.
 
나는 그 눈썰미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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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할 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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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이것도 선물용으로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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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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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우]: 그냥 아는 사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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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적당히 얼버무렸다.
 
내담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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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ㅠ 알았엉 그럼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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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세아에게도 소식을 전달하는 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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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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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운동이나 다녀오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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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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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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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잠들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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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분명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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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신은 이상할 정도로 말똥말똥했다.
 
그녀는 침대 위를 뒹굴고, 또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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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끙…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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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다.
 
자려고 하는데.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자꾸 그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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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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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각.
 
온몸의 피가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르게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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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의 뜨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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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루나는 이불을 걷어찼다.
 
뭐, 그러나 소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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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는 바깥이 아닌 안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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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루나는 탈진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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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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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그녀는 선생님의 상담실에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그 밝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향이 나는 상담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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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은 향은 난다.
 
그러나, 그 농도가 100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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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짙은 밤이었고,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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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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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낮에 보았던 그 다정한 미소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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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천천히 루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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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단단하고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뺨을 타고, 목덜미를 지나 마침내 그녀의 가장 큰 수치였던 새하얀 토끼 귀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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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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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입술 사이로 뜨겁고 젖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꿈속인데도, 그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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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의 귀를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움켜쥐었다.
 
루나의 연약한 귀가 손아귀 안에서 파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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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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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선생님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그의 품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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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 그녀의 작은 등을 천천히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루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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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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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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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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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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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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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있었던 선생님의 말씀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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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에 루나의 마지막으로 남은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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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선생님의 셔츠를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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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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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담실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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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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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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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전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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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입은 잠옷은 물기에 젖어 몸에 딱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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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가 축축하게 몸에 달라붙는 감촉이 기묘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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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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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붉어진 얼굴로 방금 전까지 꾸었던 그 생생한 꿈의 내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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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
 
선생님의 단단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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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달콤한 향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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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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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몇 초 후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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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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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겪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평생 겪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현상이었다.​
 
루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누워있던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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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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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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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금의 심정을 말하면 약간 상쾌하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무언가를 던져버린 듯한, 그런 종류의 나른한 해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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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 현상이 무엇인지는 루나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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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아니, 매우, 매우, 매우 야한 꿈.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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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수인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겪게 되는 현상.
 
하지만, 제국의 억압과 전이로 인해 자신의 모든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그녀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그런 생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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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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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기의 전조 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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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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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그것을 깨닫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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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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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순간적으로 옆방의 엘리스를 떠올리고 황급히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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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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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다면 무조건 들었을 것이며.
 
설령 안 깨어있더라도 방금 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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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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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깊게 잠을 자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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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도둑고양이처럼, 아니 도둑 토끼처럼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녀는, 증거물이 묻어있는 축축한 침대 시트를 잽싸게 벗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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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탁실을 향해 달려갔다.
 
빨리, 이 흔적을 없애버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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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침대의 시트를 벗겨 세탁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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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빨고, 빨리 씻자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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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탁실에 들어갔을 때.
 
그녀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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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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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는 이미 힘찬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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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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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세탁기 안을 확인했다.
 
의문의 침대 시트가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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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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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욕실에서는 누군가 씻는 소리도 들린다.
 
엘리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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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들고 온 시트와 잠옷을 세탁 바구니 안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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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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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끝에, 이미 바구니 안에 있던 다른 옷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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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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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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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실크 잠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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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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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잠옷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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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과 똑같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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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그 잠옷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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