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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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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덜덜….

유니온 길드 라운지 가장 구석진 소파.

루나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길드에서 안내한 비대면 상담 프로그램.

루나는 그 비대면 상담의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10시 정각.

정확히 상담이 시작되는 그 시간에 들어갔다.

썼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안녕하세요.

이건 너무 딱딱한가.

‘선생님!

이건 너무 나잖아….

그녀는 결국, 조금 딱딱하더라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궁금하고, 상담받고 싶은 것은 그녀의 트라우마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만큼은 다시금 언젠가 그의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따라서 그걸 물어보고 싶은 건 아니었고.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요즘 자신을 뒤흔드는 정체 모를 이 감정.

물론 선생님이 수인에 대해 잘 알 리는 없었기에, 어느 정도 감안해야 했겠지만.

일단.

물어보고 싶었다.

유선우: 존경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선우: 사랑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흐…에에…?”

루나의 얼굴이 점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목덜미부터 얼굴까지.

정말?

정말로?

진짜로요?

루나: 그럴… 그럴 리가 없어요….

결국 루나는 연기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부정했다.

유선우: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정확히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유선우: 저는 언제나 가능성이 높은 쪽을 말씀드린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그러면….

진짜 사랑이라고 치자.

선생님을 향한 감정이 이 사랑이라고 하자.

그럼 나는.

방금, 그 당사자에게.

너를 향한 이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물어본 것이고.

그 당사자는 아주 친절하게도.

그 감정이 자신을 향한 사랑이 맞다고, 직접 확인해 준 것이 아닌가?

루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하고 끊어졌다.

“사랑… 사랑….”

루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라운지 소파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부정할 수 있는가?

모르겠다.

선생님이 틀린 말을 할 리가 없다.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어떡하지…….”

지금이야 비대면 상담이니 괜찮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평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감정의 정체를 자각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설레기만 하던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안… 될 텐데….

선생님이 나를 좋아해 주실 리가 없어….

그녀의 머리 위, 보이지 않은 베일 너머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 추욱.

그녀의 투명한 토끼 귀가 힘없이 아래로 쳐졌다.

  • 토독토독….

루나는 결국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메세지를 보냈다.

루나: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궁금증이었다.

답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이 직접 정답을 알려주세요.

그렇게 떨리는 심정으로 조금 더 기다리던 그때.

  • 띠링.

답변이 도착했다.

유선우: 우선, 그 감정이 정말로 사랑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선우: 만약 그 감정이 사랑이 맞다고 확신이 드신다면.

유선우: 천천히, 그분에게 다가가 내담자님의 마음을 조금씩 표현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루나는 화면 위에 떠 오른 문장들을 읽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내렸다.

감정을 느끼는 대상에게 천천히 다가가 표현하라고.

루나는 다급하게 질문했다.

루나: 이게 잘못된 감정은 아닌가요?

유선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유선우: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다?

루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이다.

아직….

좀, 더 확실히 하고 싶어졌다.

루나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성격이고.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루나: 선생님. 저는 사실 수인이에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어느새부터 루나는 상담사라는 칭호를 써, 정체를 숨기려고 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루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격지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인의 사랑에 대해서.

제국에서는 그것을 천박하고 불경하며.

수인들의 본능과 욕망은 억제되어야 하는 짐승의 것이라 했다.

평생을 그렇게 배워왔다.

그러나.

유선우: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유선우: 내담자님이 수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은 이번에도 그렇지 않다고 했다.

“…….”

유선우: 이 세계에서는 절대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절대 아니라고 했다.

루나의 뺨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선생님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나인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루나에게 하는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그저 익명의 내담자를 향한, 이론에 입각한 위로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생님.

그 말에 루나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불안의 벽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되뇌었다.

서서히 달아오르던 뺨이 이제는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 루나의 입가에 오랜만에, 진짜 미소가 피어올랐다.

선생님이….

허락하신 거예요.


[익명의 헌터]: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고민이 많이 해소됐어요.

유선우: 다행이네요. 저도 기쁩니다.

유선우: 그렇다면 이제 상담을 종료해도 괜찮을까요?

[익명의 헌터]: 네… 나중에 다시 뵐게요.

유선우: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채팅 창을 닫고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좋은데.”

그냥 단순하고 새로운 연애상담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상담 도중에 루나의 익숙한 감정이 튀어나왔다.

수인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뿌리 깊은 자격지심.

그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치료해왔던 문제의 전부였다.

그래서, 겸사겸사 좋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과 수인에 대한 자격지심 모두 타파할 수 있게끔.

나는 그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그녀에게 조언했다.

결론적으로는… 좋았다.

그녀 또한 어느 정도 납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건 별개의 이야기지만….

과연 루나의 마음에 들어온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이건 순수한 궁금증이긴 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아주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그 깊은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줄 수 있을 만큼 다정하고 또 속이 깊은 사람이겠지.

수인이라는 편견 없이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 줄 수 있는 그런 남자.

나는 나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가 마침내 좋은 인연을 찾았으면 좋겠어서.

상담사로서 기뻤다.

루나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이번 비대면 상담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

‘핀.

마음속으로 루나에게 핀을 걸었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으잉…? (・ㅁ・;)]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쓱싹쓱싹 … _〆(。。) ]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루나 [PINNED]

[현재 상태: 유니온 헌터의 길드 라운지 소파에 편하게 앉아있습니다. 선생님과의 대화 이후, 마음이 매우 따뜻하고 안정된 상태입니다.]

[메인 스탠스: 나의 감정은… 나쁜 게 아니였구나. 선생님이 옳다고 하셨어.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부정할 필요가 없어….]

나는 그녀의 메인 스탠스를 읽었다.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뭔가 뉘앙스가 살짝 다르긴 한데.

내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

뭐, 그래도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사랑이 나쁜 것도 아니고.

부정할 필요도 없는 감정은 맞다.

아무래도 루나는 잘 이해한 것 같았다.

자신을 혐오하고 부정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비록 시작점은 누군가의 격려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이 작은 긍정의 씨앗을 수인이라는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단단한 자긍심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추후에 있을 루나의 상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물론, 루나가 상담 신청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그때.

  • 띠링.

새로운 상담 요청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 발신자의 이름은.

[유니온 길드 S급 헌터: 루나]

루나?

뭐지, 방금 상담한 거 아닌가….

아, 아니지.

방금 상담한 사람은 ‘익명의 헌터’다.

나는 그녀의 상담을 수락했다.

루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유선우: 안녕하세요 루나 씨.

나는 반갑게 맞이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루나: ㅠㅠ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의 대면 상담은 언제쯤 다시 시작되는지, 여쭤보려고요…

아.

그녀는 비대면 상담을 통해 하는 이야기는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좋다.

상담에 대한 의지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유선우: 아마 일주일 내로는 진행할 거 같습니다. 아직 시범 운영 단계라서요.

루나: 그럼 그때 바로 신청할게요! 그때 봬요 선생님!

루나: ₍ᐢ _ ᐢ₎

그녀의 전매특허인 토끼 이모티콘까지.

저건 어떻게 입력하는 걸까.

유선우: 네. 그때 뵙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채팅방을 나갔다.

나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내 두 번째 내담자였던 루나.

그녀와의 상담도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