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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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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으로 추정되었던 익명의 헌터 1.

아니지.

그냥 자화연은 내일 방문을 요구했다.

[익명의 헌터 1]: …오늘은 어떻게 안 되겠느냐?

그녀는 당장이라도 오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아쉽게도 방금 막 오븐에서 나와 냉장고로 들어간 케이크는, 맛있게 숙성되지 않았다.

  • 띠링.

  • 띠링.

그리고 지금부터는 다른 내담자들과의 상담이 줄줄이 잡혀 있었다.

메세지가 연속으로 줄지어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유선우]: 아쉽지만, 지금은 달기만 한 빵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유선우]: 미완성의 다과를 천마님께 대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부디 하루만 인내해주신다면….

그러자 자화연은 알겠다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익명의 헌터 1]: 흠, 군주를 위하는 마음을 거절하는 것 또한 군주의 도리는 아니지. 알겠다.

내 답변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잠깐만.

만약, 정말로 그녀에게 다른 심려가 있었던 것이라면?

[유선우]: 그런데 천마님, 혹시 다른 심려가 있으신 건 아니실까요?

나는 순간적으로 내 안일함을 느꼈다.

익명의 가면 안에서만 말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그녀의 가면을 벗겨버린 것은 아닐까.

[익명의 헌터 1]: 그런 것 없다. 그냥 심심해서 해봤느니라.

“아.”

다행인 건가.

차라리. 다행….

아니다, 혹시 모른다.

나는 자화연에게 핀을 걸어, 재빠르게 그녀의 진짜 상태를 확인했다.

[자화연] [PINNED]

[현재 상태: 옥좌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입에서 침이 고이고 태블릿의 화면을 올려 사진을 자꾸만 보게 됩니다.]

[메인 스탠스: 내일이 빠르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금강에게 빵셔틀을 시킬 생각입니다.]

어 그래.

다행이었다.

그녀는 정말 심심해서 메세지를 보낸 것이 맞았다.

그냥 내일 먹을 케이크 생각에 들떠있을 뿐.

나는 갑자기 빵셔틀을 하게 될 금강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제 대화를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유선우]: 상담을 종료해도 괜찮겠습니까?

내담자의 동의를 얻고 상담을 종료하는 원칙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익명의 헌터 1]: 그렇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도록.

그녀의 깔끔한 쿨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자화연의 상태는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그녀는 고칼로리의 전리품을 얻고 상담을 종료했다.

첫 상담은….

성공인가?

아니 이게 상담이 맞기는 한 건가….

나는 아무튼, 옆에 있는 커피를 한 잔 들이켜며 다음 대화창을 열었다.

[익명의 헌터 2: 상담을 요청합니다.]

“또 익명이네.”

다음 비대면 내담자 또한 익명이었다.

뭐 나야 상관은 없다.

대면으로 상담할 자신이 없는 헌터들이 신청하는 것은 좋은 일….

잠깐만.

그런데, 순간적으로 순수한 궁금증이 들었다.

“친구야.”

[네! 부르셨습니까?]

[☆(ゝω・)v]

“혹시… 너는 화면 너머의 상대가 누군지 알아?”

모르는 것이 없는 상태창.

과연 이 완벽한 익명 시스템 너머의 내담자가 누군지도 알 수 있을까?

아마 모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대상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으니까.

[흐음….]

[( ˘︹˘ )]

역시 힘든가.

물론 알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순수한 궁금증에….

[협회 중앙 데이터베이스, 방화벽 해킹을 시작합니다!]

[1차 방화벽… 무력화!]

[2차 백신 프로그램… 무력화!]

뭐?

뭔소리야이거.

“야, 너 뭐….”

[최종 보안 프로토콜 무력화!]

[해킹 완료! ( •̀ ω •́ )✧]

[익명의 내담자 #2의 신원은 유니온 길드 소속 S급 헌터 루나입니다!]

[칭찬해주십시오!]

[(≧∇≦)]

아니… 무슨….

대체 누가 무력화를 하래.

말이 1차, 2차, 최종이지.

내 시야에서는 그 모든 과정이 단 몇초 만에 주르르르륵 하고 올라왔다.

막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다.

최고 등급의 보안이 시스템 앞에서 갈가리 찢겨나간 모양이다.

결국, 익명의 내담자는 루나인 것으로 들통났다.

내 의도와는 매우 다르게.

알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 이런….”

루나는 자화연과는 다르게 뭔가 심심한 일이 있다고 상담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를 직접 찾아오지 않고 익명의 가면을 썼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고민이 남에게 말하기 힘든 종류의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떡하지.

원칙대로라면 이 상담은 여기서 종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담자의 정체를 알아버렸으니까.

그런데 또 그냥 거절하기도 상당히 애매하다.

루나가 나에게마저 가면을 쓰고 털어놓는 고민을 절대로 다른 이에게 요청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 고민은 자연스레 또 그녀 안에 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

[죄송합니다….]

내 눈앞에서 시스템 창이 안절부절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반응이 예상과는 다른 것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냐, 네 잘못 아니야.”

그냥 물어본 내 잘못이라 생각한다.

나는 결국 상담사로서의 윤리보다는 일단 루나를 케어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절대, 절대 모른다는 느낌으로.

게다가 갑자기 거절하는 것도, 설명할 명분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제 시스템이 협회 내부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서 강제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범죄 사실 고백도 아니고.

나는 결국 마음을 가다듬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서.

[유선우]: 안녕하세요? 내담자님? 상담사 유선우입니다.

시작은 가볍게.

전송 버튼을 누르고, 얼마 되지 않아 메세지가 도착했다.

익명의 헌터: 안녕하세요. 상담사님.

천천히 이어가면 된다.

[유선우]: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원래였다면 달달한 간식거리를 권유하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겠으나,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따라서 나는 다른 방식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질문을 던졌다.

잠시 후,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아는 루나와는 상당히 다른 말투의 메세지다.

그녀는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철저히 연기하고 있는 듯했다.

문제는 다 알고 있다는 것.

갑자기 양심의 가책이….

[유선우]: 그렇군요, 점심 식사는 든든하게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원하는 눈치는 전혀 아니었다.

그냥 빠르게 진행해보는 것으로 가자.

[유선우]: 헌터님은 요즘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

바로 정론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면 너머 그녀의 대답을 잠자코 기다렸다.

익명의 헌터: 상담사님께서, 이 감정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익명의 헌터: 제가 겪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전부, 설명해 드릴게요.

그녀 또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감정에 대한 규정?

아직까지는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상담사]: 네, 편히 말씀해주세요. 아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한 번에 입력해서 보내려는 듯했다.

익명의 헌터: 우선 저는 여성이에요.

익명의 헌터: 단도직입적으로 최근 한 남성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요.

익명의 헌터: 계속 얼굴을 보고 싶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지고는 해요.

… 응?

나는 그 메세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단 두 줄만 봤지만, 저 증상이 뜻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답변을 하려다가….

다시 이어지는 메세지에 우선 멈췄다.

익명의 헌터: 그리고 다른 여성과 있는 것이 보일 때면 갑자기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익명의 헌터: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음….

익명의 헌터: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여성과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랫배가… 떨려요. 작게, 우우웅 하고.

“…….”

아랫배가 떨린다고…?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익명의 헌터: 일단, 이 정도 인 것 같아요.

나는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그녀가 느끼는 경험들이 가리키는 하나의 감정은… 내가 보기에는 명확했다.

‘사랑.

뭐 사랑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이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가 않는다.

아랫배가 떨리는 건 뭔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나는 일단, 확인을 위해 물었다.

[유선우]: 그렇군요… 그 대상은 혹시 직장 동료이신가요?

익명의 헌터: 네, 일적으로 엮여 있는 관계는 맞아요.

아무래도 직장 동료인 듯한데.

루나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새롭게 좋아하는 사람까지 생겼다는 소리다.

이러면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긍정적인 신호에 가깝다.

이제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줄 시간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타이핑을 시작했다.

[유선우]: 그렇다면, 상담사로서 저의 솔직한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익명의 헌터: 네, 솔직하게 부탁드려요.

[유선우]: 감정이란, 단 몇 가지의 느낌만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보내주신 상황으로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습니다.

[유선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내담자분께서는 그 남성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연인 적인 관점에서요.

보냈다.

빙빙 돌려 말할까 했는데, 그녀도 바쁜 몸이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답변은 오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나는 약간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몇분이 더 흐르고, 메세지가 도착했다.

  • 띠링.

익명의 헌터: 상담사님. 제가 사실 말씀드리지 않은 내용이 있어요. 이것까지 들어주시고 정말로, 그 감정이 맞는지, 다시 한번 판단해주시겠어요?

그녀는 그 이후로 메세지를 쭉 전송해왔다.

익명의 헌터: 그 사람의 물건을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람의 품에 머리를 박고 체취를 맡고 싶어요.

익명의 헌터: 그리고… 가끔은 목덜미를 깨물어버리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강하게는 아니고. 그냥 제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아.

진짜 알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상담은, 상대가 누군지 절대 알면 안 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아얏!]

시스템이 비명을 질렀다.

시스템에게 날린 딱밤이었다.

익명의 헌터: 제가… 여러 가르침을 받는 분이신데 혹시 이건 존경심 같은 건 아닐까요???

루나는 필사적으로 그 감정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뒤늦게 고백한 이야기는 오히려 더 명확하게 만들 뿐이었다.

방향성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존경심은 아닌 것 같은데요….”

세상 어느 존경심도 대상의 체취를 맡고 싶어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유선우]: 사랑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는 결국 메세지를 입력했다.

이게 내가 내리는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