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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했던 찬합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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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가 잔뜩 들어갔다더니, 먹는 것만으로도 몸에 열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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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착각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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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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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서령이 미리 준비해온 차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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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앞에는 인공적인 시냇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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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을 즐기기에도 딱 적합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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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신기한 듯 시냇물에 손을 담그며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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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물장구를 칠까 하다가, 순간 너무 아이를 대하듯이 하는 것 같아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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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그런 딸의 모습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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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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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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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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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내 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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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는 언제쯤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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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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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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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협회의 규정상 이방인은 정말, 최소 한 달 정도의 사회화 적응 기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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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경과나 추이를 보고 그 기간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한 달 내외로 갖는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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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설유월은 그 경우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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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그녀의 사회화와 적응을 담당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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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족이자 완벽한 보호자인 이서령또한 그녀의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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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기간은 훨씬 더 단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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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이방인은 어딘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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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울 외부의 이방인이나. 그 외 많은 수의 이방인들을 전부 내가 담당할 수는 없기에 등급이 높은 이방인들만 우선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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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협회 또한 설유월의 처우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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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의 이방인을 대비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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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그런 바람에 대해 어울려줄 생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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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설유월의 치료는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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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고르고 골라, 대답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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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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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장구를 치고 있는 설유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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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유월 씨에 대한 공식적인 헌터 테스트도 진행될 겁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이 원하는 진로까지만 정해진다면… 그 이후는 일사천리가 될 것이라 보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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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생각하는 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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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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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약간 복잡미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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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설유월의 뒷모습을 아련한 눈빛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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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내게, 자신의 진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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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고민이 있습니다.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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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돌려 이서령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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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허락의 의미로 여겼는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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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가 만약… 제 품, 그러니까 창천맹으로 돌아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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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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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이서령의 비호 아래 안전할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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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 또한 설유월을 보호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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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둘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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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저 아이가 제 품을 벗어나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이 어미의 마음이 또 너무 허전하고 쓸쓸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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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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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오는 것이 어떠냐고 하면, 분명 저 아이는 받아들이겠죠…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게 옳은 길인지 저 또한 모르겠습니다. 또 어미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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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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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 또한 나의 내담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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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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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가 내게 털어놓는 고민들은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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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흔한 종류의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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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 가벼운 고민이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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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미래와 자신의 욕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 세계의 모든 부모들이, 매일 밤 하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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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게는 감히 측정할 수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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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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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결코 잘못된 고민도 아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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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할만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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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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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이 평범한 부모로서의 고민을 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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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내 눈앞에 익숙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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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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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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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인 설유월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원하는 길이 있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생각 중입니다. 그 두 생각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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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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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사용자가 하려던 말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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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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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 사용자의 머리를 사용자의 무릎 위에 눕히십시오. 그리고 품으로 살짝 끌어안아 주세요. 머리를 토닥토닥 거리며 ‘고민이 많았구나’ 하면서, 지아비로서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내 품에서 쉬거라.’ 라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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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용자를 갈망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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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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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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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번째 선택지를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녀석은 신경도 쓰지 않고 주르르륵, 다음 행동 지침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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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만족 적합률 88%의 답변은 대충 ‘네가 알아서 하라’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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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그냥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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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스템을 떠보는 듯한 느낌으로 한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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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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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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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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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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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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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집에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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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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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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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말 이야기를 깊게 나눠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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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사랑의 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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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해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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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Д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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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스템을 저 멀리 치워버린 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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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앞에 앉은 이서령을 향해, 한 명의 상담사로서 나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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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맹주님께서 하시는 그 고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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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담백한 말에 이서령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약간의 평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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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자식의 미래와 자신의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겪는 가장 당연한 고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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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서령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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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맹주님께서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스스로의 뜻을 강요했다면 그때는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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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맹주님은 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뇌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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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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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어머니가 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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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말에 이서령의 행동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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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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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의 붉은 입술이 적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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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있던 눈가에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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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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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얼굴을 내게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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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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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의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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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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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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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내려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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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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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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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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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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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단 급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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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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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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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떨리는 등과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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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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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이 내 품으로 살짝 파고들어 기대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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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가슴팍에 이마를 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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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감사합니다…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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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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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위로하는 대답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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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멀리서 우리의 이 기묘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설유월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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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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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의 눈에는, 내가 그녀의 어머니를 꼭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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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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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금…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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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설유월이 뒷걸음칠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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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머니와 아버지의 애정행각을 목격하고 자리를 피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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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핵심은 내가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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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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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품에 기댄 이서령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턱으로 필사적으로 그녀의 옆 테이블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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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휴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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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를 뽑아서 좀 주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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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운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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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내 눈빛을 읽은 설유월이 뒷걸음질을 멈추고 내게 다급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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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알아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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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휴지를 한 움큼 뽑아내 손에 쥐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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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주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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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유월에게 받은 휴지를 이서령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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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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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기댄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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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직접 그녀의 젖은 눈가를 조심스럽게 톡톡 두들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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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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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진정이 된 이서령이 내게서 몸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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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은 복사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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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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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깊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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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의원님. 제가 또 추태를 부리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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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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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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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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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어색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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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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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협회에서 허가된 외출 시간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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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슬슬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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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사람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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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붉어진 눈가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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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 또한 어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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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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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텅 비어버린 찬합들을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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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즐거웠던 캠핑의 뒤처리를 하는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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