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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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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설유월은 손을 잡고 그대로 협회 부지 가장 안쪽에 위치한 거대한 돔 형태의 단지로 향했다.

그곳의 이름은 요람.

이 세계에 불시착한 모든 이방인이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일종의 유예지대였다.

사실 협회 내부의 삼엄한 경비와는 달리 돔 내부는 평화로운 작은 신도시처럼 보인다.

단지의 입구에서 깔끔한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우리를 맞았다.

나는 내 신분증을 제시하며 말했다.

“상담사 유선우입니다. 내담자 설유월 씨의 진로 탐색을 위해 방문했습니다.”

경비원은 내 신분증을 단말기로 스캔하더니, 내 옆에서 잔뜩 경직된 채 서 있는 설유월을 한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삑.

“네, 신원 확인되셨습니다. 상담사님과 이방인분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설유월의 손을 이끌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여기는 와 본 적 없으신가요?”

협회의 교육과정에 있어서, 교육을 듣기 위해 잠깐 올 수도 있었을 테니까.

나는 설유월에게 물었다.

“아직… 안 와봤어요.”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곳.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이방인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배워나가게 될 것이다.

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삭막했던 협회의 풍경과는 반대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나의 작은 도시가 통째로 돔 안에 담겨 있었다.

돔의 천장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태양 빛이 그대로 들어오고, 잘 가꿔진 푸른 잔디밭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또한 기분 좋은 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냇물을 따라 이어진 길의 양옆으로는 각기 다른 국가의 건축 양식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도심이 존재한다.

물론 실제 도시와 같은 높은 빌딩들이 있지는 않지만, 최대한 현실을 재현하려는 것이 느껴지긴 했다.

설유월은 그런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협회에서도 이 공간만큼은 최대한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저번 루나필드에 견학을 갔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특별 예외 사항이고.

원래 이방인들은 이곳, 요람을 가장 먼저 오게 될 테니까.

그들의 첫인상에 좋게 남기 위해서 꽤나 고생했다 들었다.

설유월에게도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고.

“걸을까요?”

나는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설유월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내 손길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설유월은 잡힌 자신의 손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이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쫄래쫄래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 쫄래쫄래.

나는 그런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오늘의 일정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오늘은 기본적으로 길드 설명회를 들어볼 겁니다.”

“이곳 요람에서는 여러 길드가 유월 씨와 같은 이방인들을 스카우트… 그러니까, 모셔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을 합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덧붙였다.

“힘을 키우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유월 씨가 기댈 수 있는 좋은 둥지를 찾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겠네요.”

설유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도심에 도착했다.

도심은 생각보다 더 북적거린다.

수많은 길드의 지부들이 이 건물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진짜 도시와 크게 다를 것도 없긴 했다.

그곳의 가장 큰 건물 앞 전광판에는 오늘의 주요 일정이 떠 있었다.

[오전 11:00- 신규 이방인을 위한 길드 합동 설명회 (중앙 아트홀)]

나는 설유월을 이끌고 그 건물 안으로 향했다.

강당 안은 이미 수십 명의 각기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국 출신의 이방인들도 있어 보이고….

또 중원 출신은 물론 이곳저곳에서 다양하게 와 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강당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무대 위의 거대한 스크린에 푸른 용의 문양이 떠올랐다.

‘창천맹이네.

오늘의 첫 번째 설명회의 길드는 창천맹이었다.

무대의 옆에서 한 명의 여인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단상 위로 올라섰다.

옥색의 비단 장포, 그리고 머리에 꽂은 봉황 비녀.

이서령이었다.

“?!”

내 옆에 앉아 있던 설유월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 새로운 세계에서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몰랐을 터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방인 여러분.”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수십 명의 이방인을 향해, 유려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서령의 목소리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이서령이 아닌 내 옆의 설유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설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설유월의 푸른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다.

과거 이서령에 대한 언급을 할 때,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그 눈동자는 이제 온데간데없고.

이제 그 두 눈에는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이나, 원망 따위는 없다.

나는 그 우수한 변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후에도 길드들의 설명회가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요지는 단순했다.

“저희 어센트 길드에 가입하시면… 즉시 길드 인근의 최고급 빌라를 제공….”

“저희 팔라딘 길드에 가입하시면, 어떤 길드보다 높은 연봉을 약속….”

우수한 숙소를 제공하고.

높은 연봉을 제시.

게다가 최고급의 장비 지원까지.

그들이 이방인에게 제시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

설명회가 서서히 끝나가는 와중, 나는 설유월에게 어떤 길드가 좋아 보이는지 질문을 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 털썩.

우리 옆 비어있던 자리에 누군가 자연스럽게 앉았다.

익숙한 난초 향이 코끝을 스쳤다.

“아가, 설명회는 재밌었니?”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서령이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설유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설유월 또한 기뻐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서령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더니 내게 똑같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저번부터 느꼈는데, 그녀가 내게 차리는 예의가 엄청나게 과하다.

설유월의 의원인 나를 자신보다 더 높은 존재로 여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서령은 그대로 설유월의 옆을 지나, 내 곁의 빈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두 분을 위해 점심식사를 조금 준비해왔어요.”

그녀는 강당 밖, 창문으로 보이는 공원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이 설명회가 끝나는 대로 공원의 벤치로 와주시겠어요?”

이서령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내게 제안했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밥은 먹어야 했고.

설유월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할 리 없으니까.

“그럼요.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이서령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이서령은 우리를 뒤로한 채, 강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설명회가 끝이 났다.

나야 뭐… 전부 아는 내용이니 지루했지만.

설유월은 그렇지 않았다.

좋은 구경을 했다는 듯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그럼 이제 밥 먹으러 가 볼까요?”

설유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톡톡….

나는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톡톡 건드렸다.

“?”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설유월이었다.

“손… 좀….”

설유월은 당연하다는 듯, 작은 손을 내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잡아… 주세요….”

나는 그 요구에 결국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설유월에게 다시 손을 뺏겼다.

  • 꽉.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 아주 세게도 쥔다.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강당을 빠져나와 햇살이 쏟아지는 공원의 벤치를 향해 걸었다.

나는 걷는 도중 그녀에게 오늘의 소감을 물었다.

“어떤가요? 가고 싶은 곳은, 정하셨나요?”

물론 설유월의 퍼포먼스나 진짜 실력은 추후 있을 테스트에서 드러나게 되겠지만….

지금껏 본 바로는 그녀가 결코 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라서 길드가 선택하는 게 아닌, 설유월이 선택하는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음….”

그러나 설유월은 아직 고민하는 눈치였다.

“괜찮습니다. 지금 바로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약속 장소인 아트홀 앞의 커다란 나무 벤치에 도착했다.

이서령은 벤치 위에 하얀 비단보를 깔고, 그 위에 자신이 정성껏 싸 온 화려한 찬합들을 하나씩 펼쳐놓고 있었다.

“아니… 이걸 전부 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맑은 조갯국과 보기 좋게 담겨있는 각양각색의 나물무침 그리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닭고기덮밥까지.

말이 도시락이지 이건 거의….

이서령은 우리를 발견하더니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나와 설유월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뚜껑을 연 덮밥을 내 쪽으로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닭고기덮밥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의원님의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숟가락을 들었다.

“아… 먼저 드세요.”

나는 이서령에게 먼저 권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의원님께서 먼저 드셔주세요.”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정성껏 만들어준 닭고기덮밥을, 크게 한술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입에 델 정도의 뜨거움.

그리고 이어지는 탱글탱글한 계란과, 쫄깃한 닭고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입에 넣자마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맛있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서령에게 솔직한 평가를 전했다.

그러자 이서령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계(鷄)와 란(卵)이 한데 어우러지는 그 맛은, 예로부터 사내의 기력을 돋우는 데 우수하다 하였답니다.”

이서령은 음식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 냠냠.

옆에 앉은 설유월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오랜만에 느끼는 이서령의 손맛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와구와구.

이서령은 그런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참… 의원님께서 좋아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나를 천천히 바라봤다.

“아… 그렇군요.”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숟가락을 들었다.

“후후….”

이서령의 입가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 냠냠냠.

“더 주세요…!”

찬합에 코를 박고 있던 설유월이 고개를 들며 외치는 말과 함께.

나도 다시 수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