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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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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유월 씨….”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물론 상담사로서 눈앞의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지극히 흔한 일이다.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수단이니까.

그러나 무슨 상담도 아니고 보자마자 뿌엥하고 세상이 떠나가라 눈물을 터트리는 경우는….

일단 처음 보긴 한다.

나는 문고리를 붙잡고 서럽게 우는 그녀를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내 방식대로 일단 달래주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해 보였다.

그러나 그때.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의원님이 어제 안 좋은 일을 겪으셨기에, 당연히 안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찾아와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고, 또 자신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그는 그녀의 스탠스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와준 것은 정말 고맙지만, 또 동시에 자신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 생각해, 슬픈 감정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온 모양이었다.

설유월의 착한 성정이 만든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아래에 떠오른 선택지였다.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당신의 넓은 품으로 그녀를 끌어안아 어르고, 달래주십시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아비가 어딜 가겠느냐. 당연히 내 딸의 곁으로 와야지.]

‘…….

죽을래?

딱 봐도 수작질이다.

숨겨져 있는 거 가져와.

[(☍д⁰)]

[숨겨진 선택지를 표시합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85%]

[울어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하며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이게 정상이지.

뭐… 나쁘지 않긴 한데.

일단 이렇게 복도에 있는 건 좀 그렇다.

“뿌에에에에엥….”

나는 일단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방 안으로 이끌었다.

이대로 복도에 계속 서 있는 것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다.

  • 철컥.

문이 닫혔다.

훌쩍이는 그녀를 소파까지 자연스럽게 데려와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그녀가 조금 더 울 시간을 주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설유월의 등이 떨릴 때마다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울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품에 있는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톡톡 두들겨 닦아 주었다.

“…으엥.”

그녀는 그런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서서히 울음도 그쳐갔다.

솔직히 말해 썩 좋은 방향은 아니긴 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있는 지금 이 행동 또한, 그녀의 의존이 깊어지는 방향성의 행동 중 하나일 테니까.

물론 지금은 울음을 그치는 것이 먼저였기에 신경 쓰지는 않았다.

훌쩍거리며 숨을 가쁘게 쉬던 설유월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있다.

“죄송… 합니다… 의원님….”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많이 힘드실 텐데… 저 때문에…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즉시 그녀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젖은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제가 정말로 힘들었으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제 한계를 명확히 아는사람이고, 무리해서 내담자를 만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내담자님에게도 실례가 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첨언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솔한 목소리와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도 유월 씨가 보고 싶었습니다.”

내담자가 나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과 변화를 지켜보는 것.

그것은 상담사로서, 그리고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다.

어제의 그 안 좋았던 일 때문에 내가 쉬어버린다면.

어쩌면 오늘 내가 보았을지도 모를 그 작은 변화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막심한 손해 아니겠는가?

피해를 두배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설유월을 보고 싶었다.

얼마나 변했을지.

또 얼마나 변할지.

그게 내 진심이었다.

내 말의 진심이 그녀에게도 전해졌는지, 푸른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정말… 입니까?”

“그럼요.”

내 확언에 설유월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약간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 의원님….”

“네.”

“저번에 말씀드렸습니다. 제… 새로운 목표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주 멋진 목표였죠.”

분명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또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나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말했고.

그녀의 꿈을 지지했다.

그녀의 부모인 이서령 또한.

“… 그런데 또 하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정말요?”

나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의존이 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인 듯했다.

그녀는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설유월은 주먹을 작게 쥐었다.

얼마나 세게 힘을 쥐었는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어제, 의원님께서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설유월의 푸른 눈동자가 타오른다.

“그때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방 안에서 무력하게 기다리는 것 외에는.”

“이제, 그런 삶은 싫습니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어머니를 잃고… 차가운 동굴 바닥에서 나아지지도 않을 무공을 붙잡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기만 했었습니다.”

“이제, 그런 무력한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흔들리며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어디 가고.

눈앞에는 중원의 무인이 서 있었다.

“힘을 키우겠습니다.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만큼.”

나는 아무 말 없이 설유월을 바라볼 뿐이었다.

당장 박수라도 마구 쳐주고 싶은데.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즉, 설유월은 마침내 스스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바로 세웠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인가.

대견함을 억눌렀다.

나는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 싶은 것을 참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주었다.

내가 상담사로서 내담자인 설유월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지와 존중의 표시였다.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솔직히… 조금 멋있기까지 하네요.”

이것 또한 내 진심이었다.

그러자 설유월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아까까지 뿌엥하고 울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럼….”

나는 그런 그녀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곧바로 다음 장작을 넣어주었다.

그게 상담사의 역할이다.

“그 멋진 목표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겠군요.”

나는 우리가 있는 이 아늑하지만 동시에 감옥이기도 한 숙소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앞으로, 이곳에서 나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유월 씨가 직접, 선택해야만 합니다.”

“길드에 들어가, 다시 무인의 삶을 살아도 좋고. 혹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도 좋겠군요.”

​“따라서, 오늘은 그 모든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함께 구경을 다녀볼 생각입니다.”

그것은 내가 미리 계획해두었던, 그녀를 위한 두 번째 현장 학습이었다.

협회의 부지 안에는, 이방인들만을 위한 작은 도시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이방인들이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 전, 자신의 미래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즉, 출소 전… 아니 퇴소 전, 이방인들의 진로를 찾는 공간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오늘은 그곳을 가볼 것이다.

수많은 길드가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스카우터를 파견하고.

또, 평범한 삶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수백 가지의 직업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또한 존재했다.

“가볼까요?”

나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설유월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손을 슬쩍 내밀었다.

“손··· 잡아… 주세요….”

경어체가 아닌 말투는 처음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감싸 쥐어 잡아주었다.

“그럼요.”

그리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요로 끝내는 편이 확실히 듣기에도 훨씬 더 편안하네요.”

내 말에 설유월의 뺨이 희미하게 붉게 물들었다.

“그렇…군요….”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함께 문밖으로 나서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

설유월이 복도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

나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방문이 아주 살짝 열렸다.

문틈으로 붉어진 뺨과 푸른 눈동자만이 삐쭉, 내밀어졌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번에 사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가면 안 될까요…?”

나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당연히 갈아입히고 나갈 생각이었다.

“… 음.”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특별히, 허락해드리겠습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설유월은 내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을 닫고, 안으로 다시 사라졌다.

방 안에서 부산스럽게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생각보다 길 것 같았다.


창천맹의 아침은 그 어떤 곳보다도 고요하게 시작된다.

이서령은 거울 앞에 앉아, 시종들이 자신의 긴 머리를 빗어 넘기는 것을 눈을 감은 채 느끼고 있었다.

“맹주님.”

보고를 위해 들어온 시종 하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의원께서는 오늘 아침. 예정대로 설유월 소저를 만나러 가셨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이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전날 그 끔찍한 일을 겪고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의 일을 다하는 사내.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갈수록··· 멋있다고 느껴진다.

이서령의 붉은 입술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바로 그때, 그녀의 몸단장을 돕던 어린 시종이 코를 킁킁거리며 활발한 목소리로 물었다.

“맹주님!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겁니까? 혹시 조찬 메뉴는 특별한 것인지요?”

이서령은 그제야 눈을 떴다.

“… 닭고기 덮밥과 조갯국이란다.”

계란과 닭고기를 비법 간장에 졸여 따뜻한 밥 위에 올린 것.

그리고 목이 멜 것을 염려해, 시원한 조개를 가득 담아 맑게 끓여낸 조갯국까지.

도시락으로 가져가기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었다.

“와! 맛있겠습니다!”

“···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구나.”

  • ♪~ ♩~

“그분께서 말이야.”

이서령의 입가에서 작은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시종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갸웃했다.

맹주님이 저토록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