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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층 시나리오의 연장되었다니.
예상치도 못한 전개에 두통이 치밀었다.
새로 갱신된 퀘스트는 생존.
그리고 그 퀘스트 명 다음에 뜬 퀘스트 기간도 있었다.
생존해야 하는 퀘스트 진행 시간은 60일.
대략 두 달이란 기간을 막연히 살아남으라니.
그것도 날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작자가 날 사실상 납치한 이런 상황에서 말이다.
난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 노력 덕분에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몸을 짓눌렀던 압박감이 그제야 사라졌다.
다행히, 날 죽이려는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식하게 강력했던 거대한 힘이 완전히 사라진 걸 보면.
난 몸의 중심을 서서히 되찾았다.
“…뭡니까?”
눈앞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
[천마]를 향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천마는 싱긋 웃어 보였다.
“널 납치한 것이지. 이 천마신교에 말이다.”
“그러니까 왜요.”
천마라는 작자는 날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얌전히 잠자코 있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천마가 마음을 먹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니까.
다행히 천마는 내 태도 때문에 날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네가 6위계에 도달한 이후, 여섯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내가 오르고 있는 탑의 시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으로 이계 배경보다 무림 배경의 시간 흐름이 느리다고 단언을 내릴 수는 없었다.
초월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시간 흐름은 층계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했으니.
난 일단 가만히 천마의 말을 들었다.
“그 여섯 달이란 시간 동안 전 무림을 뒤졌으나, 네놈을 찾아낼 수 없었다.”
난 슬슬 천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예측할 수 있었다.
“중원 무림에서 본좌의 시선 바깥에 있을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지. 같은 위계라도 마음을 먹으면 알아낼 수 있는데. 6위계인 네가 본좌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걸 해냈으니, 그 점을 아주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섯 달 동안 어디에 있었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선에서는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초월자 갤러리 선배들에게 들은 내용이 있었다.
-
주딱) 탑 속 고위계로 갈수록 ‘탑’의 존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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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받아들이는바, 그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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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검) 물론 그렇다고 자신들이 사는 세계가 그저 탑 세계에 존재하는 세계라고 생각을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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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우리가 탑을 종결할 때까지 과연 탑 내의 서사 세계는 실존하는 세계인지 밝혀내지 못했으니까, 사실 진위는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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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그저 탑의 허구 세계일 뿐인지, 아니면 정말 또 다른 세계에 우리가 잠시 소환되었던 건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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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왕) 벨투이- 보통 정론이라고 취급받는 건 허구 세계라는 가설이지만 말이예요오.
내 생각은.
나도 잘 모르겠다였다.
단, 27층까지 오를 동안 겪은 일을 되돌아보면. 실존하지 않는 세계치곤 너무 겪은 일들이 너무 생생했다.
짧고 긴 모든 인연이.
난 머릿속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주딱 선배의 말대로라면,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나을 수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다고 뭐 목을 검으로 쳐버린다던가 심장을 터트려버리면 안 됩니다.”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좌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러실 수 있으시잖아요.”
천마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거야 그렇지.”
천마는 말을 덧붙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만, 해봐라.”
“알겠습니다.”
별수 있나.
일단 질러봐야지.
“탑이란 게 있습니다.”
“탑?”
난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 층계씩 올라가면서, 그 층계를 해결하면서 성장을 하는 겁니다.”
“음? 뭐 1층, 2층 그렇게 말인가?”
“예.”
정공법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다 설명을 했다.
그래야 이 천마란 작자가 나를 대략 반년간 못 찾은 걸 이해할 테니까.
“네가 6위계를 달성한 게 15층계…거의 10층 전이라는 뜻이구나.”
“그렇죠.”
“네 말이 사실이라면, 무식한 성장세구나.”
“그 성장세가 지금 좀 막혀있거든요.”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하면 돌을 맞을 텐데.”
“원래 본인 고통이 제일 심하게 느껴지는 거 아닙니까.”
천마가 내 말에 피식 웃었다.
“그거야 그렇다만.”
다행히 징징거림에도 어느 정도 동감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해는 했다만, 여전히 믿어지진 않는구나.”
“음, 잠깐만요.”
난 결국 인벤토리를 열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게 제가 한 말들이 진짜라는 증거입니다.”
천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내 손에 들려있던 게 천마의 양손에 올라갔다.
“…뭐냐? 이건?”
내가 건넨 것의 물건의 뚜껑을 연 천마는 그 물건에 코를 갖다 댔다.
“…생긴 것도 이상한데 냄새도 이상하구나.”
“드셔보시죠.”
“먹는 것 같긴 한데….”
천마에게 준 건 요리였다.
27층 층계에 진입한 지 10시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아직 형체를 잃지 않고 있는 음식, [크림 베이컨 파스타]였다.
천마는 미간을 살짝 구긴 채 크림 베이컨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은 있구나.”
“그렇죠?”
천마는 이제 내 말을 얼추 믿는 모양새였다.
“아, 본좌도 네게 말해줄 게 하나 있었구나.”
“뭔가요.”
“네가 도와주었던 연설아의 남매, 연유신은 본좌의 두 번째 제자로서 신교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내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진짭니까?”
천마는 그래도 천마답게, 입에서 음미하고 있던 파스타를 삼킨 이후에 말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본좌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난 소름이 돋았다.
이거….
호북연가가 정파의 오점 취급을 받는 게 오명이 아니라, 마땅히 받을 만한 취급이었나?
“본좌의 제자와 함께 수련하고 있다.”
천마는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백리세가의 장남을 해하고 도주하던 연유신을 신변의 안전을 확보해준 셈이지. 연유신의 말에 따르면, 치명상에 가까운 피해는 입혔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했었지. 아.”
그렇게 말을 한 천마의 눈에는 이채가 흐르고 있었다.
뭐야.
또 어떤 술수를 부리려는 거냐.
“네가 본좌의 제자. 그리고 연유신과 대련을 해서 네 실력을 향상 시키면 되겠구나. 연유신이 널 마주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한 적도 있다.”
나도 연유신이 이곳 천마신교에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한번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참이었다.
“근데 방금 제가 한 가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마는 내가 묻고 있는 게 뭔지 빠르게 알아차렸다.
“내가 지금 밟고 서 있는 땅이 허구의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거 말이냐?”
“예.”
“당연히 개소리라고 생각하지.”
천마의 대답에는 거침이 없었다.
“설령, 네 말에 한 치의 거짓이 없다고 해도. 내게 넌 그저 이방인의 입장일 뿐이다. 내가 살았음 쉬는 세계에 들어온 이방인.”
이방인.
그 말이 썩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나의.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의 입장에 이방인이란 호칭은 꽤 잘 들어맞았으니까.
탑을 오르는 동안, 어떤 세계에도 명확히 소속될 수 없는 처지.
“내가 살아온 생의 흔적이 있는데 이 세계가 허구일 리는 없지 않느냐.”
“…그렇죠.”
저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가자.”
천마는 검지로 네모난 창밖을 가리켰다.
“제자와 연유신은 같은 곳에 있으니.”
천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천마신교의 풍광은 광활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무림계에서 가장 강대한 무력 집단 중 하나라고 했으니.
웅장한 전각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압도적인 풍경의 건물들 아래로, 무수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각주들이 네게 호기심이 많은 모양이구나.”
천마는 그저 얇은 초승달 모양의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을 뿐이지만, 내겐 그 말이 적잖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각주요?”
내 물음에 대답을 한 건, 천마가 아니었다.
“오각주(五閣主)를 말씀하시는 겁니다.”
방금 있던 장소의 문을 열자마자 그 뒤부터 쭉 따라온 흑의를 입은 사내였다.
“이 천마신교에는 다섯 개의 각(閣)이 존재합니다.”
[NPC – 패혼십위(覇魂十衛) 칠위(七衛), 6위계 정운복]
패혼십위.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호위대 열 명이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천마에게 호위대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지만.
정운복은 내게 친절히 설명을 이어갔다.
주군의 손님이란 명목으로 존댓말을 계속 쓰면서 말이다.
“검각, 창각, 권각, 천각, 살각.”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건 총 둘이었다.
검각주와 천각주.
[NPC – 검각주(劍閣主), 7위계 표위헌]
[NPC – 천각주(天閣主), 7위계 목연]
표위헌은 강골을 가진 사내였다.
피가 연상될 정도로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천각주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여성이었다.
둘 다 천마의 앞이기에 기세를 꺼트리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서 마주 했을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설마 가만히 있는데 공격을 하고 그러겠어?
“오각은 저희 패혼십위와 달리, 평소 각주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물론, 각주는 교주님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릅니다.”
난 감이 잡혔다.
“독자적인 무력 집단을 가진 최측근…그런 느낌입니까?”
“예, 맞습니다.”
“간혹 교주님보다 각주를 더 따르는 부하들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정운복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단언했다.
“각주들과 교주님의 무력 차이가 그 정도로 좁혀진 적은 신교의 역사에 없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천마에게 위해가 갈 일은 없으니 내가 염두에 둘 바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아주 잘 알았다.
그렇게 각주 둘을 지나치고.
천마의 걸음이 드디어 멈춰 섰다.
“제자야.”
천마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계속 들으면서 느낀 건데, 목소리는 참 좋아.
“무림맹 주최의 쟁천무회 우승자다. 쓰러트려라.”
“예?”
그 좋은 목소리로 뭔 개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의문을 내뱉기도 전에.
쐐애애애애액!
고즈넉한 지붕 위에서 초신속의 원거리 참격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