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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ST에서 이딴 식으로 하면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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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트루의 발언을 전달받은 비숍은 길길이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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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멤버들 달고 승률이 반도 안 나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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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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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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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좀 논란이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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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으로서 BBG의 팬이지만 개인으로는 ST의 팬으로서 말하건데, 그녀는 절대 통나무 위에 올라탔던 선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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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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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그런 사소한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분노하며 트롤을 보고하는 서비스 센터에 영어로 열심히 트루가 크게 던진 시간대까지 첨부해 5700자의 글을 적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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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붙을 텐데 너무 열 내지 마시오 B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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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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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기면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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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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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게임사에 장문의 리폿 메시지를 보낸 비숍은 이제야 좀 진정됐는지, 채팅창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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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더 돌리고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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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게임은 최근 대회로 인해 활발해진 유럽 서버인 만큼 천상계임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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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1픽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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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잡힌 큐에, 상대 팀의 미드라이너로 추측되는 인간이 선픽으로 사일런스를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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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체급이 나쁘진 않지만, 어디까지나 궁극기는 상대 팀의 것을 뺏어 쓰는 매커니즘인 만큼 상대 팀의 챔피언을 봐가면서 뽑아야 하는 챔피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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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몸이 들어가는 챔피언이라, 천상계에서 무지성으로 픽하기엔 부담감이 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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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았나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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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지켜본 비숍은, 주저 없이 야쇼를 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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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한타 가면 사일런스 쪽이 약간 유리하긴 하지만, 어차피 라인전 맞댈 거 초장부터 찍어 누를 수 있고 사이드에서도 유리한 카드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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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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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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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를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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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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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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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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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미드가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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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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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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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트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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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라인이 튕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그는 이번 판에서만큼은 져선 안 된다는 오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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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링—게임을 던지는 행위—을 일삼던 팀원이 상대 팀으로 가서 캐리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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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그 장본인이 트루가 된다면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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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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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건 단순히 솔로 랭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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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있을 경기의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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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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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미드란 무엇인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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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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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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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때를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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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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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이 넘는 팬들의 환호와 함께 시작한 판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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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TST -> GomGril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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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TST -> JGLing1to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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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TST -> Bish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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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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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넥서스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기도 전, 플레이어들의 손에 승패의 행방이 결정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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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게임이 으레 그렇듯 패배 원인은 비숍이 아닌 다른 라인에 있었으나, 스스로 저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보다 더 추해진다는 사실 또한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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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의 얼굴이 점점 빨개짐과 동시에, 새빨간 넥서스와 어울리는 붉은색 패배 이펙트가 그의 화면을 채우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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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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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의 완벽한 판정패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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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아니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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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캡 하나하나가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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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로 합이 맞지는 않았고, 그냥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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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판에 지금 보여준 거 반의반의 반만 했어도 진즉에 이겼겠다!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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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못 이겨 키보드를 쾅쾅 내려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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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감정을 지배하는 당사자는 그저 해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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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안 드셔도 배부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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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는 그렇게 말하며 VR 기기를 벗고, 호텔 직원이 가져다 준 제로 콜라가 가득 든 유리잔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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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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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상대로 야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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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꺼내면 안되는 걸 카운터라고 꺼낸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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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상성이고 나발이고 그냥 보법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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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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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도 나름 야쇼 잘 치는 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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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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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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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장막으로 사슬 막으려는데 심리전 거는 거 꾸역꾸역 다 쳐 이기는 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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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인은 본인 챔피언을 제일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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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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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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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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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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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해야죠. 아무튼, 내일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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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누가 보면 커피라도 되는 양, 아주 천천히 콜라를 음미하며 방송 종료를 알리는 배경 음악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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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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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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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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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모르겠고 일단 오늘 존1나 즐거운 트황이면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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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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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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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러 국룰) 우리팀 ㅂ1ㅅ, 상대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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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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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비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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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 새끼 잠 못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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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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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이렇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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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희비가 엇갈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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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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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에서 떠난 지 어언 반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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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여유롭게 안대를 착용하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로 몸을 쭉 눕혀 쉬고 대기하고 있자니 좀이 쑤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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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증상 생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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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말을 들은 최근우 선배—토르—는 탑답게 무심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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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여기서 한 판 더 돌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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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이 기분 그대로 스테이지 위까지 들고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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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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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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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탑이 미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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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컨트롤은 언제나 프로의 기본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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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어제 게임을 하며 느낀 행복한 감정은 오늘 경기에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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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슬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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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로 팀원들끼리 시답잖은 대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따라 경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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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선수들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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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에레, 엑소르,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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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 포지션에 대응하는 상대 팀 선수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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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의 화려한 프랑스어, 영어 소개와 함께 미드 라인 차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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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의도적인 연출을 위해 미드 라인 소개를 맨 뒤로 빼놓은 걸 보니, 게임사 폼 아직 안 죽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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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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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들 간의 코인 토스에서 승리한 BBG가 첫 세트 블루 진영인 터라, 우선 비숍이 내 옆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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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먼저 BBG의 미드 라인을 책임지는 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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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미드라이너, 그리고 MSC 디펜딩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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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G의 비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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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소개가 끝난 직후, 띠모 안경이 그려진 안대를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여유롭게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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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나를 상대하는 너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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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를 대신해 이번 대회 두 번째 매치를 치르게 될 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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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의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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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저 모습을 보고도 신인이란 말이 어떻게 어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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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며시 웃으며 상대 선수들을 눈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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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 아는 얼굴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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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BBG의 세대 교체는 끝난 상태라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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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내가 전생에 활동할 무렵 만난 인간들이 많다는 거고, 분석 또한 그만큼 많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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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름값이나 몸값 높은 상대라 할지라도 내가 꿇릴 게 없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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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나와 맞라인을 서는 비숍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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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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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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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은 요 근래 열심히 교육한 성과를 중간점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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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게임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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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선수들 기기 착용 완료했고, 이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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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밴픽부터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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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픽창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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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다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는 듯, 밴픽은 빠르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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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BBG. 블루 밴에 고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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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가 진행됨에 따라 챔피언 티어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됐는데, BBG 또한 우선 순위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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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OP픽 소리 듣는 챔피언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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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크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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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드에 오리애나와 탈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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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다들 상성을 어느 정도 타거나, 아니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 블루 입장에서는 우선 OP픽을 하나 정도만 남기고 전부 밴한 뒤, 레드 측의 밴 카드를 확인하는 게 정석적인 밴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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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크샨테에 이어 탈리아도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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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밴을 안 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OP픽 2개를 챙길 수 있으니 저 밴 카드 사용 방식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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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밴 카드를 OP픽에 쓴 만큼, 원하는 OP 챔피언을 남겨 밴픽 자체의 기조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블루 측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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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건 우리 몫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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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아. 오리애나 그냥 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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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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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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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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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자신감 있게 말하니, 감독님께선 걱정하시면서도 원래 밴하려던 다른 라인의 1티어 챔피언들을 적절히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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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1픽, 역시 풀린 오리애나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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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맞춰서 레드 측, 알리스탄과 자얀을 가져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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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어차피 오리—녹튼 쌍으로 뽑을 거잖아! 대응 얼마든지 해 줄게! 들어와! 이렇게 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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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녹튼의 불 끄고 달려들어 궁 연타하는 무서움은 유명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녹튼과 오리애나의 딜이 충분치 않으면 헌터가 그대로 터지는 뒤 없는 돌진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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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관건은 내가 상대 오리애나를 얼마나 말리느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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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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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본 넘치는 조합인데 야쇼를 안 써먹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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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대 헌터는 녹튼으로 확정이고, 남은 픽에 헌터로 요 근래 연속으로 패치 수혜를 받은 다이애난 넣고 볼 거라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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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내가 할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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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토르의 투덜거림이 들려왔지만, 칼챔 좋아하는 인간한테 줄 당근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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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올리프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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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없는 탑에게는 뒤 없이 박을 수 있는 걸 던져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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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와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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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3픽으로 튀어나온 야쇼에 이어, 5픽은 올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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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그러면 탑이랑 미드 어떻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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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챔피언 다 트루 선수와 토르 선수가 잘 써먹은 적 있는 챔피언들이고, 지금 BBG 조합에 있어 잘 크면 가장 거슬릴 챔피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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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튼 그렇게 밴픽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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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결국 ST는 탑에 올리프, 미드에 야쇼를 보내며 밴픽 마무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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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다 할 말이 있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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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인게임이 기대되는 이번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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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숍이 야쇼 들고 내게 털리긴 했지만, 지금 패치에서 야쇼가 챔피언 차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체급이 부족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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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MSC 2라운드 승자조 매치, BBG 대 ST의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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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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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제의 패배는 고스란히 비숍 본인의 손 문제임을 증명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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