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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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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ST에서 이딴 식으로 하면 이겼다고?”

실시간으로 트루의 발언을 전달받은 비숍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니까 그 멤버들 달고 승률이 반도 안 나온 거겠지!”

—이봐

—어어...

—그 말은 좀 논란이 있겠는데

—중국인으로서 BBG의 팬이지만 개인으로는 ST의 팬으로서 말하건데, 그녀는 절대 통나무 위에 올라탔던 선수가 아니었다

—True

하지만 그는 그런 사소한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분노하며 트롤을 보고하는 서비스 센터에 영어로 열심히 트루가 크게 던진 시간대까지 첨부해 5700자의 글을 적어 내렸다.

—내일 붙을 텐데 너무 열 내지 마시오 B 동무

—아아아아아

—내일 이기면 되는 거잖아?

“후우.”

아무튼 그렇게 게임사에 장문의 리폿 메시지를 보낸 비숍은 이제야 좀 진정됐는지, 채팅창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한 판 더 돌리고 자겠습니다.”

새로운 게임은 최근 대회로 인해 활발해진 유럽 서버인 만큼 천상계임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블루 1픽 사일런스?”

그리고 그렇게 잡힌 큐에, 상대 팀의 미드라이너로 추측되는 인간이 선픽으로 사일런스를 박아넣었다.

요즘 체급이 나쁘진 않지만, 어디까지나 궁극기는 상대 팀의 것을 뺏어 쓰는 매커니즘인 만큼 상대 팀의 챔피언을 봐가면서 뽑아야 하는 챔피언이었다.

심지어 몸이 들어가는 챔피언이라, 천상계에서 무지성으로 픽하기엔 부담감이 큰 편이었다.

“돌았나 저게.”

그런 모습을 지켜본 비숍은, 주저 없이 야쇼를 픽했다.

후반 한타 가면 사일런스 쪽이 약간 유리하긴 하지만, 어차피 라인전 맞댈 거 초장부터 찍어 누를 수 있고 사이드에서도 유리한 카드를 뽑았다.

—오

—야쇼라니

—트루를 상대로?

—???

—잠시만

—뭐라고???

—상대 미드가 트루?

—사실이다

—트루임

“상대가 트루라고?”

이번에는 라인이 튕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그는 이번 판에서만큼은 져선 안 된다는 오기가 생겼다.

트롤링—게임을 던지는 행위—을 일삼던 팀원이 상대 팀으로 가서 캐리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다.

특히나 그 장본인이 트루가 된다면 더더욱 그랬다.

‘절대 안 돼.

이제 이건 단순히 솔로 랭크가 아니다.

내일 있을 경기의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힘내

—진정한 미드란 무엇인지 보여줘

—비숍 파이팅

—가자

—본때를 보여줘라

그렇게.

백만이 넘는 팬들의 환호와 함께 시작한 판은ㅡ

[ TSTST -> GomGrills ]

[ TSTST -> JGLing1tool ]

[ TSTST -> Bishop ]

[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했습니다.]

붉은 넥서스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기도 전, 플레이어들의 손에 승패의 행방이 결정되고야 말았다.

이런 종류의 게임이 으레 그렇듯 패배 원인은 비숍이 아닌 다른 라인에 있었으나, 스스로 저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보다 더 추해진다는 사실 또한 명확했다.

결국 그의 얼굴이 점점 빨개짐과 동시에, 새빨간 넥서스와 어울리는 붉은색 패배 이펙트가 그의 화면을 채우고야 말았다.

“이런 개...”

비숍의 완벽한 판정패라는 소리였다.

“아니, 아니! 아니이이이!”

키보드 캡 하나하나가 춤을 췄다.

물론 서로 합이 맞지는 않았고, 그냥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다.

“아까 판에 지금 보여준 거 반의반의 반만 했어도 진즉에 이겼겠다!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분노에 못 이겨 키보드를 쾅쾅 내려치는 그였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감정을 지배하는 당사자는 그저 해맑기만 했다.

“야식 안 드셔도 배부르시죠?”

트루는 그렇게 말하며 VR 기기를 벗고, 호텔 직원이 가져다 준 제로 콜라가 가득 든 유리잔을 들어 올렸다.

—ㅋㅋㅋㅋㅋ

—트루 상대로 야쇼ㅋㅋㅋㅋ

—가장 꺼내면 안되는 걸 카운터라고 꺼낸 대가다

—챔피언 상성이고 나발이고 그냥 보법이 다름

—ㄹㅇ

—비숍도 나름 야쇼 잘 치는 편인데

—하지만 졌죠?

—엄ㅋㅋㅋㅋ

—상대가 장막으로 사슬 막으려는데 심리전 거는 거 꾸역꾸역 다 쳐 이기는 트황

—역시 장인은 본인 챔피언을 제일 잘팸

—Factos

—트루)다

—이게 맞지

—ㄹㅇㅋㅋ

“이 정도는 해야죠. 아무튼, 내일 또 봬요.”

그녀는 누가 보면 커피라도 되는 양, 아주 천천히 콜라를 음미하며 방송 종료를 알리는 배경 음악을 켰다.

—트바

—ㅂㅂ

—내일 이겨줘~

—내일은 모르겠고 일단 오늘 존1나 즐거운 트황이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트롤러 국룰) 우리팀 ㅂ1ㅅ, 상대팀 신

—ㅋㅋㅋㅋㅋㅋㅋ

—비숍비숍아

—오늘 저 새끼 잠 못 잔다

—ㄹㅇㅋㅋ

—아니 이게 이렇게 되네

여러모로 희비가 엇갈리는 밤이었다.


협곡에서 떠난 지 어언 반나절.

대기실에서 여유롭게 안대를 착용하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로 몸을 쭉 눕혀 쉬고 대기하고 있자니 좀이 쑤셔왔다.

“금단증상 생길 거 같아요...”

그리고 내 말을 들은 최근우 선배—토르—는 탑답게 무심히 입을 열었다.

“그럼 그냥 여기서 한 판 더 돌리든가.”

“안 돼요. 이 기분 그대로 스테이지 위까지 들고 갈 거예요.”

“...뭔 소리야.”

“그런 게 있어요.”

어찌 탑이 미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

마인드 컨트롤은 언제나 프로의 기본 소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게임을 하며 느낀 행복한 감정은 오늘 경기에 제격이었다.

“얘들아. 슬슬 갈까?”

아무튼 서로 팀원들끼리 시답잖은 대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따라 경기장으로 향했다.

[자! 그럼 이제 선수들 만나보시죠!]

토르, 에레, 엑소르, 니케.

그리고 각 포지션에 대응하는 상대 팀 선수들까지.

캐스터의 화려한 프랑스어, 영어 소개와 함께 미드 라인 차례가 돌아왔다.

평소와 달리 의도적인 연출을 위해 미드 라인 소개를 맨 뒤로 빼놓은 걸 보니, 게임사 폼 아직 안 죽었지 싶다.

아무튼.

감독님들 간의 코인 토스에서 승리한 BBG가 첫 세트 블루 진영인 터라, 우선 비숍이 내 옆을 지나쳤다.

[자! 먼저 BBG의 미드 라인을 책임지는 이 선수!]

[중국 최고의 미드라이너, 그리고 MSC 디펜딩 챔피언!]

[BBG의 비숍!]

나는 그 소개가 끝난 직후, 띠모 안경이 그려진 안대를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여유롭게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긴장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나를 상대하는 너희들이다!]

[프라우드를 대신해 이번 대회 두 번째 매치를 치르게 될 이 선수!]

[ST의 트루!]

[아, 정말. 저 모습을 보고도 신인이란 말이 어떻게 어울리나요!]

나는 슬며시 웃으며 상대 선수들을 눈으로 훑었다.

‘역시 다 아는 얼굴들이네.

현재 BBG의 세대 교체는 끝난 상태라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다.

그만큼 내가 전생에 활동할 무렵 만난 인간들이 많다는 거고, 분석 또한 그만큼 많이 했었다.

아무리 이름값이나 몸값 높은 상대라 할지라도 내가 꿇릴 게 없다는 의미였다.

특히나 나와 맞라인을 서는 비숍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러니 오늘은 요 근래 열심히 교육한 성과를 중간점검할 시간이다.

나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게임에 접속했다.

[자, 선수들 기기 착용 완료했고, 이상 없습니다!]

[그럼 바로 밴픽부터 만나보시죠!]

밴픽창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양 팀 다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는 듯, 밴픽은 빠르게 시작되었다.

[아, BBG. 블루 밴에 고민이 없습니다.]

[MSC가 진행됨에 따라 챔피언 티어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됐는데, BBG 또한 우선 순위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OP픽 소리 듣는 챔피언은 셋.

탑에 크샨테.

그리고 미드에 오리애나와 탈리아다.

나머지는 다들 상성을 어느 정도 타거나, 아니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 블루 입장에서는 우선 OP픽을 하나 정도만 남기고 전부 밴한 뒤, 레드 측의 밴 카드를 확인하는 게 정석적인 밴픽의 시작이었다.

[역시나 크샨테에 이어 탈리아도 밴.]

아예 밴을 안 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OP픽 2개를 챙길 수 있으니 저 밴 카드 사용 방식은 필연이다.

물론 밴 카드를 OP픽에 쓴 만큼, 원하는 OP 챔피언을 남겨 밴픽 자체의 기조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블루 측의 특권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건 우리 몫이었고.

“은설아. 오리애나 그냥 밴 할까?”

“아뇨. 그냥 놔두세요.”

“괜찮겠어?”

“네.”

이렇게까지 자신감 있게 말하니, 감독님께선 걱정하시면서도 원래 밴하려던 다른 라인의 1티어 챔피언들을 적절히 잘랐다.

[블루 1픽, 역시 풀린 오리애나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레드 측, 알리스탄과 자얀을 가져오네요!]

[너희 어차피 오리—녹튼 쌍으로 뽑을 거잖아! 대응 얼마든지 해 줄게! 들어와! 이렇게 말하는 거죠?]

오리애나—녹튼의 불 끄고 달려들어 궁 연타하는 무서움은 유명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녹튼과 오리애나의 딜이 충분치 않으면 헌터가 그대로 터지는 뒤 없는 돌진 조합이다.

그러니 결국 관건은 내가 상대 오리애나를 얼마나 말리느냐겠지.

“야쇼 주세요.”

에어본 넘치는 조합인데 야쇼를 안 써먹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 상대 헌터는 녹튼으로 확정이고, 남은 픽에 헌터로 요 근래 연속으로 패치 수혜를 받은 다이애난 넣고 볼 거라 더 그랬다.

“...아, 그거 내가 할까 했는데.”

옆에서 토르의 투덜거림이 들려왔지만, 칼챔 좋아하는 인간한테 줄 당근은 따로 있었다.

“대신 올리프 하잖아요.”

뒤 없는 탑에게는 뒤 없이 박을 수 있는 걸 던져주는 게 맞다.

[오오와아아악!]

[레드 3픽으로 튀어나온 야쇼에 이어, 5픽은 올리프!]

[아니 이거 그러면 탑이랑 미드 어떻게 되는 거죠?]

[두 챔피언 다 트루 선수와 토르 선수가 잘 써먹은 적 있는 챔피언들이고, 지금 BBG 조합에 있어 잘 크면 가장 거슬릴 챔피언들입니다!]

뭐, 아무튼 그렇게 밴픽이 끝났다.

[자, 결국 ST는 탑에 올리프, 미드에 야쇼를 보내며 밴픽 마무리짓습니다.]

[양 팀 다 할 말이 있는 조합.]

[그래서 더 인게임이 기대되는 이번 경기!]

어제 비숍이 야쇼 들고 내게 털리긴 했지만, 지금 패치에서 야쇼가 챔피언 차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체급이 부족하진 않다.

[그럼 지금부터 MSC 2라운드 승자조 매치, BBG 대 ST의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만나보시죠!]

그러니, 어제의 패배는 고스란히 비숍 본인의 손 문제임을 증명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