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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에 들어온 밴픽창에는 이제 막 금지된 챔피언의 초상화 몇 개가 흑백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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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세트 밴픽 밴 끝났고, 이제 블루 진영 1픽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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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아무리 저점이라 할지라도 그 저점 자체를 올려주는 챔피언인 랠을 우선적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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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 상태가 메롱한 바텀 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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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잭슨이랑 릴리안 가져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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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쟤들 그라까스 뽑을텐데. 그냥 나 막픽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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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쟤들 탑에 밴 카드 더 쓸 수도 있어. 나중 가면 잭슨은 밴 당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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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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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는 한숨을 내쉬며 잭슨을 뽑았고, 에레 또한 헌터 챔피언인 릴리안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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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가 뽑은 잭슨과 릴리안에 이어 DWG, 우공과 애나를 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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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가 패시브를 활용해 딸깍 기절시키고, 우공으로 뱅글뱅글 돌면 챔피언 하나 녹이는 건 일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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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나 궁극기인 곰돌이도 은근 강합니다. 한 0.5인분 정도는 한다고 봐야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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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팀에 지금 정신 차린 사람 트루밖에 없잖아! 너부터 녹여줄게! 이렇게 말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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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한 턴 벌어다 주는 픽이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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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그럼 레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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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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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조합은 기본적으로 몸을 들이미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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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안 봐도 잭슨과의 라인전을 리드할 수 있고 한타에서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이 큰 그라까스가 나올 거고, 서폿인 랠조차 일단 몸을 쓰는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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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릴리안의 수면이나, 레나타 플라스크를 이용하면 한두 턴은 벌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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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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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스럽게도 최소한 밴픽에서만큼은 다들 사람답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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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레나타 플라스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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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쓰기 나름인 챔피언이고, 니케가 오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상대 조합에 대응하기 위한 좋은 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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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대놓고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마인드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밴 카드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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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까스 밴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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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거, 버틸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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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르에게 그렇게 말했고, 바텀 조합은 미리 얘기된 대로 카이스와 제린을 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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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대 또한 레나타와 궁합이 좋은 칼리스탄, 그리고 엑소르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자얀까지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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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지금 바루슨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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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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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우리 픽을 보자마자 대놓고 밀어붙이겠다는 픽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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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G, 원딜 픽을 보고 드래이븐을 꺼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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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오늘 상태 안 좋지? 잘 걸렸다! 이거 대놓고 싸우자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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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바텀은 포킹이 아니라, 대놓고 싸워도 딜 교환이 어느 정도 되는 칼날비 룬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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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루슨에 붙어있는 괴랄한 스킬 계수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 후반 가면 둘 다 기능할 테니 딱히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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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문제는 바텀의 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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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1세트 좀 못했다고 우릴 뭘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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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르가 중얼거리는 걸 보니 드래이븐 복권 한 번 거하게 찢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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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드래이븐은 건물이든 미니언이든 뒤틀린 숲의 몬스터든 막타를 치거나, 평타 취급받는 Q 스킬인 도끼 던지기를 이용해 돌아오는 도끼를 받아내면 스택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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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킬을 먹으면 그 스택이 골드로 치환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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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돈을 팍팍 벌면서 상대와의 차이를 벌려 나가는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지만, 한 번 죽으면 그 스택이 반이나 사라지기에 도박성도 짙고 선호도가 그렇게 높은 챔피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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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드래이븐을 픽한 직후, 칼같이 막픽 그라까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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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G의 밴픽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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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뭐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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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챔 중에 괜찮은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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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헌터와 미드 라인의 챔피언은 각각 주문력—AP—과 공격력—AD—기반 챔피언들을 나눠 쓰는 게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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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한 종류의 것을 고르면, 상대의 대응이 쉬워져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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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미 막픽으로 뭘 고를지 결정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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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샨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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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시 직후부터 너프를 지속적으로 당했지만, 아직 아군이 반대편에 있으면 벽도 넘을 수 있고, W 스킬은 저지 불가에다 차징과 방향 전환은 시전자 마음대로 조정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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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킬 톤파 내려찍기의 대미지는 언제나 그렇듯 괴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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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사지 잘린 크샨테를 들고도 게임 하던 내게, 더없이 좋은 AD 챔피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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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샨테! LOCK 최초로 미드 크샨테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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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원래 탑으로 고안된 챔피언이라고 하는데, 제작자에겐 아쉽겠지만 프로씬에서는 미드로 먼저 출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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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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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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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WG LockOn -> ST Nik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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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Exor -> DWG Lock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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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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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조금 더 빨리만 잡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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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라인 지우고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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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텀에서 킬 교환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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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을 잡아낸 건 좋지만, 어찌 됐든 드래이븐이 복권을 먼저 터뜨린 데다 미니언도 다 지운 상태라 서로 우물에 다녀오면 상대가 기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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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청구서가 ST 쪽에 붙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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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1세트보단 무난하게 흘러갑니다만, 역시나 무난하게 밀리고 있는 ST. 프라우드의 빈자리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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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하나 없다고 스킬샷부터 글러먹게 되는 저 넷의 정신 상태가 궁금했지만, 이미 막 쓰고 있는 스킬을 다시 잘 겨냥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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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예정된 결과를 바꾸고 싶으면 내가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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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위쪽으로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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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이븐은 성장 차이를 더욱 벌리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본인의 글로벌 궁극기로 충분한 지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바텀으로 향했고, 니케가 깊숙이 박아 놨던 와드에 위치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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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뒤틀린 숲 상층 오브젝트 싸움에서 막 부활한 바루슨까지 부르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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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G, 드래이븐을 아래로 내렸으면서 안 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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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탑은 잭슨 상대로 그라까스가 라인전을 리드한 지 좀 됐고, 이게 크샨테가 궁 켜기 전까지는 어쨌든 탱커라서 라인 클리어에서 조금 밀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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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DWG, 헌터인 드림이 먼저 오브젝트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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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먹고 빼자. 지금 이 생각 하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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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호에 맞춰서 우공 재우고 붙어서 일점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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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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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무슨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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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알아. 니케랑 에레는 플래시 쓰면서 둥지 들어갈 생각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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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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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언제 쓰게? 지고 나서 넥서스 앞에서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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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지만, 협곡에서는 차라리 과민반응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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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지어 지금은 과한 게 아니고, 높은 확률로 유리해지는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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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시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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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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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걸어 강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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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라인 위쪽의 시야가 전혀 없긴 했으나, 그건 내가 걱정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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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 트루의 크샨테는 당당해요! 너무 당당해서 상대도 당황할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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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그냥 대놓고 들어가기 무섭거든요? 그런데 트루는 거침없이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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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반 박자 빠른 이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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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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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와 동시에 강가를 서성이며 1세트에서 내가 아제르로 5인 궁 토스를 성공시킨 그 자리를 지키던 애나를 톤파로 내려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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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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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가 걸린 애나가 무빙으로 피해보겠답시고 이리저리 움직인 순간, 게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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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를 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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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를 차징하며 이매진의 무빙을 확인하고, 가는 방향에 맞춰 돌진해 상대를 강가 위쪽 벽에 붙여 기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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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르, Q 차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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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시와 함께 바루슨의 Q 스킬이 차징되며 활에 화살이 점차 커지고, 동시에 내 신호를 알아들은 에레와 니케는 궁극기를 아낌없이 써가며 상대의 진영을 둘로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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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우공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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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타 궁극기 대박 터지고 강타 싸움 할 필요도 없이 상대를 재운 릴리안이 둥지 안에 있는 오브젝트 쏙 빼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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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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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 애나를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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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넘어가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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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각도로 궁을 사용해서 아예 벽을 쭉 타고 이매진을 ST의 뒤틀린 숲으로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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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플래시를 써 봐야 이미 몬스터 둥지에는 릴리안과 레나타가 넘어가 있고, 그렇다고 우리 진영 더 깊숙이 들어가는 플래시를 쓰면 뚜벅이인 애나와 달리 이동기가 적잖은 내가 결국에는 잡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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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이매진이 할 선택은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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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심리전을 하면서 패시브에 달린 기절을 먹이고 아예 탑 라인쪽으로 도망쳐 DWG의 잔당들과 합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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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으레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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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는 짓이 뻔하면 예측도 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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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을 이용해 깔짝대면서 상대의 템포를 무너뜨리고, E로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면서 톤파를 애나의 머리에 내려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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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샨테를 미드에서 많이 만났었다면 궁극기 사용 후 크샨테의 E 스킬의 돌진 거리가 생각보다 더 길다는 걸 알았겠지만, 아직 그 정도 데이터가 쌓이진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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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샨테 Q3타, 충격파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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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이매진 선수 생각이 더 복잡해져요! 어느 순간에 플래시를 써야 하지? 잘못 쓰면 그대로 끝장이다! 이런 생각이 들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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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다를 강요할 수 있는 순간부터, 프로 기준에서 이미 심리전은 없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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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로 선 진입 후, 플래시를 써서 도망칠 위치에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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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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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끄트머리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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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트루 선수 이거까지 예측하나요? 스턴에서 회복해 애나가 열심히 도망치지만, 크샨테 궁이 안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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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애나랑 이동속도가 별 차이가 없는데, 아니 더 느린데 돌진기가 기니까 거리가 계속 좁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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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나에게는 너무 공포스러운 크샨테가! 기어코 애나의 뒤를 잡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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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기로 날카로워진 톤파를 애나의 머리 위에 정확하게 내려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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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애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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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True -> DWG Imag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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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의 목을 베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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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여기 나 이겼어! 강가 상황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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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킬 로그 직후 다른 동료들의 초상화가 흑백으로 바뀌며 위에 시뻘건 숫자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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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에 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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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레나타 Q로 우공을 잡아서 원딜한테 던지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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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잭슨이 봉 돌리기 맞췄으면 잡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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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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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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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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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한 내가 이번에도 잘못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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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극한으로 좋은 구도를 짰는데도 한타에서 약간 손해를 보는 모습을 보니 정겹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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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나도 오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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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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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크샨테는 다리 하나가 잘리겠지만, 최소한 오늘 ST에게 있어 패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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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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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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