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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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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한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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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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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더불어 키보드도 함께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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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시즌 LOCC의 우승팀 미드라이너이자 파이널 MVP, 그리고 록드컵 4강에 빛나는 비숍은 몇 번이고 키보드에 주먹을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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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연습실에는 그저 분노한 록악귀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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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가상 공간이라 소중한 장비가 고장 나는 일은 없었지만, 어찌 됐든 프로가 방송 중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인다는 것부터 예삿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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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서 내가 움직이는 걸 어떻게 다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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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마나 억울했는지 꼭두새벽에 30만이 넘는 시청자 앞에서 세기말 랭크 등반도 포기한 채 리플레이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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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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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의 움직임, 딜교 타이밍, 스킬 시전 순서도 모자라 핑을 찍어 헌터를 부르면서 상대에게 꼬리를 흔들던 것까지 전부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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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이겨! 프라우드도 나한테 이렇겐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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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확신에 가득 찬 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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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자신이 어떻게 록이란 게임을 하는지에 대해 전부 이해하고 완벽하게 해체분석해야 나올까 말까한 플레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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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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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의 벽이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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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피지컬—매카닉—이 좋아서 이기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짓을 해도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듯한 감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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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대체 누군데 이렇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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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플레이만 한 시간 돌려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전적 사이트에 방금 붙었던 트루에 대해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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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리그? LOCK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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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는 한 시간 전 따끈따끈하게 업데이트 된 트루의 신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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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선수가 대체 왜 그랜드 리그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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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C가 영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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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한테 이렇게 상성을 잡는 선수는 드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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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동부팀들 미드보다는 무조건 잘해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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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프라우드 이후로 비숍이 이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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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한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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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가 비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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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면 당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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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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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당신이 보기엔 이 친구 이적료로 얼마가 좋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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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5천만 위안. 아니면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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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 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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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그 이상의 선수를 데려올 때 쓰이는 금액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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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의 발언과 더불어 그녀의 닉네임이 어느새 늘어난 50만 시청자들에게 퍼지고, 다시 또 중국의 온갖 커뮤니티에 풀리기까진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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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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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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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 아레나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고풍스럽고도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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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ST에서 이곳을 촬영과 투어의 시발점으로 잡은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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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한복 안 어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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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옷이 아니라 백정 옷을 입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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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원딜이 왕세자 옷을 안 입으면 뭘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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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백정 옷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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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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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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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대여점에서 다들 한복 한 벌씩 빼입고 와서는 서로 누가 더 잘났네—하고 싸우는 모습이 딱 저 나이 또래 애들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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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들 그럭저럭 사람 소리는 듣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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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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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대여점에서 나온 순간,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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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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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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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기름졌던 머리는 뎅기머리를 곱게 땋으며 재탄생했고, 머리 위에 얹은 조바위—추위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모자—와 어우러지는 색의 밝은 색의 한복은 은은하게 몸선을 타고 내려와 풍성한 치마폭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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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거울로 볼 때는 몰랐는데, 상대적으로 칙칙한 바깥으로 나오니 파괴력이 크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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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은설아! 여기 잠깐 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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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촉이라도 온 건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시던 ST의 촬영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내게 이런저런 자세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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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런 것도 내 연봉에 포함된 만큼 잠자코 자세를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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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이라도 록 때려치고 연예계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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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슨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난 것도 아닌데 거기 가서 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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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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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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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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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칼답이 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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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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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촬영팀의 촬영이 끝나자 오늘 일일 가이드를 해주실 가이드분께서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역사와 상식 주입을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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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여기 다들 한 번쯤은 와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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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고수하는 인간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팀의 미래가 아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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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은 어둡기 짝이 없겠지만, 최소한 록 관련 분야에서는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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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화문 광장으로, 이게 조선총독부가 폭파된 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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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님의 유창한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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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팀의 옆에 여자들이 하나둘 멈춰 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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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真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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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们爱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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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이어 튀어나오는 중국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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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얘 인기 진짜 많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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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이 형 중국어 알아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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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트루래잖아. 저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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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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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닉네임을 부르면서 애타게 종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니 다른 국가 사람일지라도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서, 나는 가이드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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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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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왔다가, 트루를 발견했다. 이거 하는 거.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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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하지만 한국어까지 나름 잘하시고 ST 가방 고리까지 달고 계신 걸 보니 방송이든 마스터 리그든, 나에 대해 전부터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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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숍.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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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랭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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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真棒, 대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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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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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했던 비숍 녀석과의 솔로 랭크 게임이 중국 측에도 화제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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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서야 지겹도록 봤던 녀석에 대한 사소한 복수지만, 당사자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제 2군 승격한 듣도 보도 못한 여자 미드라이너가 중국의 자존심을 잘근잘근 밟은 셈이라 납득이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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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트루 이제 해외로 팔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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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팬들에게 사인을 건네고 같이 사진까지 찍어주고 왔더니, 대뜸 듣는 말이 스트라이크의 헛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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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팀이 대체 이적료로 얼마를 요구할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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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은 커진 규모에 걸맞게 연봉뿐 아니라 이적 시장의 규모도 거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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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FA 계약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 남은 선수를 이적료 주고 데려오는 경우도 훨씬 많아졌고, 이적료 자체도 한없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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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정도면 백억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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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요즘은 LOCK 하위권도 미드 하나에 그거 두 배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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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그랜드 리그 증명도 못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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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증명이 필요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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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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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내 이적료를 저 인간들이 정하는진 모르겠지만, 애초에 나갈 마음 없는 사람 붙들고 저렇게 얘기하는 게 웃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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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안 떠날 거니까 본인 걱정이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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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뼈 묻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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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경쟁 밀리거나 1군 데뷔 때문에 다른 팀 가면 몰라도, 누가 그냥 ST에서 나갈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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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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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에 돌아다녔지만, 적당히 흩어버리고 가이드님에게 집중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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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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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그 근처 유적을 돌면서 말을 거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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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사진 찍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돌인 줄 알았다거나, 중간에 라이브를 켰던 터라 내 팬들도 몇 번 몰려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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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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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LOCK 가야지 뭐 어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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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팬이 몰린 건 어디까지나 나고, 가끔 가다 가뭄에 콩 나듯 플루크 녀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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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벨, 옥스의 팬은 대체 어디 존재하는지 관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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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딸려 얼굴도 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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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길이 넌 호텔 가면 게이밍 노트북으로 록이나 하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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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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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과 옥스가 큭큭대며 스트라이크와 어깨동무를 하는 따듯한 광경을 보니 바보와 머저리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는 말은 틀린 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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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재미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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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끼고 싶어져 같이 어깨동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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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 근데 좀 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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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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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록 길게 하고 싶다. 잡혀가는 건 사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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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등학생이 되면 발육이 멈춘다는데, 어째 점점 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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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유니폼은 한 치수 큰 걸로 주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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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안전 거리를 유지한 바보와 머저리들은 호텔 로비에 도착해서도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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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너희 저녁에 나가서 뭐 좀 사 올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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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긴 뭘 사요. 호텔 안에 다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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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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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층 라운지에 음식들이랑 음료들 다 공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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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 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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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킬 툴팁만 안 읽는 게 아니라 나눠준 팜플렛도 안 읽는 걸 보니 그냥 무언가를 읽고 머릿속에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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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지금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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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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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행력이랑 팀합 좋은 건 어디 안 가는지, 우리는 그대로 로비에 비치돼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최상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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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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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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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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