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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75 lines
11 K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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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러니까 ST3의 시즌은 끝났다.
하지만 LOC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일 년 농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어서야 마스터 리그에 국제 대회가 신설되는 것과 다르게, 그랜드 리그—2부 리그—부터는 국제전이 이미 여럿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끝을 장식하는 건 언제나.
LOC 월드컵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명가 ST가 밀키웨이를 월드컵 4강에서 이기고 쓰리핏에 이어 포핏에 도전합니다!]
[해가 지지 않은 제국이! 이번에도 그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일어섭니다!]
[이렇게! ST가 LOC 월드컵 결승전에 먼저 진출하며 블루 드래곤 게이밍과 DJ 게이밍의 승자를 기다리게 됩니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 건설된 전용 경기장의 열기도 물론 대단하지만, LOC 월드컵이 내뿜는 환호성은 화면으로만 봐도 무언가 달랐다.
“진짜 포핏 하냐?”
“일단 용가리 애들 올라오면 무조건 우승같긴 한데.”
“어지간하면 DJG 쪽이 올라오지 않으려나. 용가리 애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용하지.”
“......”
참고로 시즌은 끝났지만 딱히 할 일도 없는 관계로, ST의 영상 제작팀과 협력해 4강 반응과 더불어 결승 예측 중인 우리였지만, 나는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은설이 넌 평소에는 이것저것 예측 잘만 하던데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해?”
벨은 의아해하며 내게 되물었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남은 음료수를 처리했다.
“올라갈 팀이 올라가겠지요.”
“다 해탈한 듯한 그 말투는 또 뭐야.”
“부자 되셨잖아.”
“지금이 딱 돈 맛 보면서 막 쓰고 다니다 현타 올 시기긴 하지.”
마스터 리그 우승 상금 30억.
전원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고, ST측으로 들어가는 돈이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과 더불어 세게 잡아 놓았던 우승 수당을 생각하면 최소한 지방에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살 돈이 내 통장에 있긴 했다.
물론 걱정과는 다르게 나는 그보다 영 개수가 많은 금액도 통장에 넣어두고 록만 하던 인간이기에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지만.
“쟤가 뭘 할 것 같냐. 록 올 스킨 계정 갖겠다고 돈 쓰면 썼지. 다른 데는 안 쓸 애인 거 다 알잖아.”
“그렇긴 해.”
“막 오십만원짜리나 백만원짜리 스킨 나와도 사겠지.”
“그딴 거 만들면 록 망해.”
“누가 삼?”
안 망하고 많이 산 흑우들이 넘쳐날 거라는 슬픈 진실은 넘어가도록 하자.
참고로 그 당시에 나도 샀다.
아무튼, 블루 드래곤 X—BDRX—와 다징 게이밍—DJG—의 대결을 기다리던 와중, 결국 마이크는 돌고 돌아 내게 왔다.
촬영팀을 감독하는 팀장님이 피디 노릇을 하며 내게 승리 예측을 물어왔다.
“저는, BDRX요.”
“예?”
“이번에는 너 진짜 틀렸다.”
“이건 DJG지. BDRX는 8강 이긴 것도 기적인데.”
동료들이 놀려댔지만, 나는 끝까지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새로운 삶을 지내면서 느낀 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다.
물론 ST의 쓰리핏이 예상 외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솔직히 인게임 내에서 손목 멀쩡한 프라우드라면 할 수도 있을 거 같았으니까.
“한번 봐보기나 해.”
내가 할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내 예측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야. 쟤들 벌써 2패 했는데?”
“이번에 지면 끝이야.”
“아. 미리 은설이한테 공약 걸라고 할걸.”
“지금이라도 걸까?”
“...한다고?”
당당한 발언에 스트라이크가 은근슬쩍 발을 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으아악! 여기서 왜 억제기가 재생성되나요!]
[이러면 BDRX 후퇴! 역돌격해야 합니다!]
3세트,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 BDRX에게 악재가 터졌다.
“이거 다 잡히고 끝나는 각 아닌가?”
“아니.”
단순히 지금 상황만 봐도 절대 안 끝난다.
DJG가 운이 좋아 한 턴은 버티겠지만, 이미 집중력에서의 차이가 컸다.
애초에 1, 2세트는 몰라도 3세트는 계속해서 BDRX가 리드한 경기다.
그리고 이미 방금의 교전에서 그 파괴력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빼면서 플레이하진 않을 터였다.
[아! 여기서 BDRX 선수들 재정비하고 다시 옵니다!]
[이걸 한 명도 못 잡은 DJG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게임 끝납니다! DJG의 이번 매치 첫 넥서스 터지면서—지지!]
단 한 세트.
두 번의 패배를 기록하고 겨우 체면치레한 승리 아니냐 하겠지만, 지금 경기를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바뀐 분위기는 단순히 기우로 끝나지 않았다.
[벼랑 끝 매치포인트인 이 시점에서! 청룡이 포효합니다!]
[우리 이미 조별 리그부터 해온 거야! 또 할 수 있어!]
[패패, 그리고 승승! 이 매치, 기어코 실버 스크랩스를 울립니다!]
“...지금이라도 바꿔도 돼요?”
“되겠냐?”
역시 숟가락 패는 건 도구가 잘한다.
* * *
BDRX 창단 첫 록드컵 결승 진출
—일단 용가리 팬들 소리 질러
└ㅅㅅㅅㅅㅅ
└이겼다이겼어
└캬
└4강에 남은 유일한 중국팀 컷
└ㅋㅋㅋㅋㅋ
└4시드에 잡히는 1시드
└개웃기네
└ㄹㅇㅋㅋ
└패패승승승은 ㄹㅈㄷ다
└기적 존나 잘쓰네
└뭔 기적이 매판마다 일어나누?
ST, 결승 상대는 BDRX
—프라우드 인터뷰) 쓰리핏을 넘어 포핏을 향해 도전할 것. BDRX와 최선을 다한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겸양 ㅈ되네
└솔직히 ST가 방심 안하면 무조건 이김
└ㄹㅇ
└리그에서 털었는데 질 리가
└ㅅㅂ록드컵 쓰리핏도 안 믿겼는데 포핏을 하면 갈드컵은 대체 뭘로 여냐?
└ㅋㅋㅋㅋㅋㅋ
└바퀴벌레들 아직도 살아있음?
└샤샤샥
└저건 박멸 안됨
└그래서 프라우드 ‘얘’ 넘었냐
└(트루.jpg)
└엄ㅋㅋㅋ
└일단 미드로는 넘었는데 미드로는 평생 못 넘을 듯
└시1발아
└넘으면 이상한 거잖아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트루 근황
—(영상_링크)
트루) DJG가 진다.
└역시 예측은 트황
└ㅋㅋㅋㅋㅋㅋ
└않이;;
└이걸 대체 어케 맞췄누?
└ㄹㅇ
└BDRX 8강 경기력도 그닥이었는데
└솔직히 북미 안 만났음 8강딱이었음
└ㄹㅇㅋㅋ
└이걸 맞추네
└근데 진짜 트루 신기 있음 지금까지 입 밖으로 낸 예측 다 맞춤
└촬영팀 매니저가 결승 우승은 누군지 안 물어봄?
└그것도 있음
?? : 우승팀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트루<---감다죽이면 개추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지나가는 개 붙잡고 물어봐도 답 똑같을 듯
└그냥 업보 안 쌓으려고 조용히 하는거지
└?? : 우승은 어차피 우리가 할 거다.
└ㅅㅂㅋㅋㅋㅋㅋ
└업보 쌓고도 우승할 정도로 실력 차이가 크시단 거지~
└그럼 BDRX랑 ST는 업보 쌓으면 못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력실 차이가 적다는 거냐?
└왜 일리가 있냐
└트루트루야...설마?
└ㄷㄷㄷㄷㄷ
└‘예측’ 해버렸구나
└본인 BDRX에 인생 올인하러간다 ㅅㄱ
└???
오늘도 록갤은 평화로웠다.
아직까지는.
* * *
익숙한 멜로디의 곡이 흘러나온다.
올해 록드컵의 주제가는 내 기억과 다르지 않았다.
“...나 잠깐 나갈래.”
“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아니고, 내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로 정의하면 될 듯싶다.
“속이 거북해.”
“야. 쟤 또 그거 말하기 전에 그냥 보내.”
“아.”
물론 저 인간들이 생각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 그냥 나가는 척만 했다.
"은설아, 오늘 불편하면 그냥 반응 영상 안 찍어도 되는데...”
이미 한참 전부터 호감도를 쌓아온 촬영팀 직원분들—나 나오면 조회수가 두세 배씩 나온다고 좋아하신다—께선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이 경기를 봐야 할 일종의 사명이 있었다.
“...볼게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선 플루크의 팝콘을 뺏어 그대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건 왜...”
“솔랭에서 후픽 탑으로—”
“가져가. 가져가.”
평생 놀려먹어야지.
약간 기분이 풀려서 저 경기 화면을 쳐다볼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 * *
록드컵 결승전은 북미에서 열리는 터라 가진 못했다.
하지만 지금 경기를 지켜보는 ST 팬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 가길 잘했다—고.
승패승패.
이 경기를 보는 모두가 정신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이 순간에.
우리는 패배를 직감했다.
[으아아아악! ST 비이이이이상!]
[이걸 어떻게 막나요! 아트록쓰가 죽질 않아요!]
한타를 휘젓는 BDRX의 탑.
체력바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그에 반해 ST는 뒤를 잡히고부터 한 명씩 쓰러져간다.
[검 한번 휘두를 때마다 ST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트록쓰! 저 친구가 문제에요! 죽질 않습니다!]
[프라우드가 오리애나로 궁을 성공시키며 시간을 벌어봅니다만, 진짜 말 그대로 시간 끌기일 뿐이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일런스에 칼리스탄도 날뜁니다!]
[이거 이러며어어언!]
검이 흩날리고, 기계는 파편으로 흩어져 강가에 흩뿌려진다.
프라우드의 초상화마저 흑백으로 변하고, 미니언을 몇 대 치면서 체력바를 풀로 채운 아트록쓰를 필두로 BDRX가 진격한다.
“...이거 끝나...나?”
스트라이크가 몰라서 물어보진 않았을 거다.
단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일 뿐이지.
하지만 그 희망은 이미 거대한 기적에 짓눌렸다.
[미드 억제기 부수고! 쌍둥이 타워 거침없이 철거합니다!]
[가장 빠른 부활이 토르인데 아직 십 초는 남았습니다!]
[ST의 넥서스가 노출되고!]
나는 그저 컵을 들어 차가운 콜라를 입에 들이부었다.
[지지—!]
[청룡의 기적! BDRX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기적의 기적을 이룩하며! 영원히 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ST를 가장 높은 곳에서 꺾고 승천합니다!]
그렇게, 한 시즌이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