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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0 KiB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언제나 끝나지 않을 무한한 폄훼와 갈등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팅창.

—5꽉이다!

—노래를 대령하라!

—ㅅㅂ이걸 5꽉을 가?

—밀키웨이 선수들 다 접어라

—유망주 3군인데 나쁜말ㄴㄴ

—내 돈이 걸려있다고 씹1새들아

—토토충 왔누?

—나만 아니면 돼~

—이게 균형이ㅋㅋㅋ맞네ㅋㅋ

—정신병 사이버 코구 씨1발

—ㅋㅋㅋㅋㅋ

—누가 크보의 미래를 묻거든 마스터 리그를 보여줘라

—마스터리그 특) 예측하지 말 것

—딱 야구긴 하누

—ㄹㅇㅋㅋ

—노래 나오냐?

—캬

각자 제 할말만 하면서 시끄럽다 못해 혼돈의 카오스인 채팅창의 분위기.

5판 3선승제에서 마지막 다섯 판째를 가게 되었을 때 나오는 상징적인 노래인 실버 스크랩스가 흘러나왔음에도 크게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그 노래와 함께 화면에 트루가 잡히자, 분위기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극

—락

—극

—아니 씹 이거 뭔데

—극

—트루눈나

—락

—받아들여라 킹반인들아

—마스터 리그 광대 GOATㅋㅋ

—시답잖은 갈드컵 종결ㄷㄷ

—대놓고 나 귀엽잖아 시전하는데 부정이 안되누

—독기 가득 찬 새끼들 바로 채팅 멈춘거보면 그냥 귀여운게 팩트라는거임...

—ㄹㅇㅋㅋㅋ

—선글라스 내리는 건데 왜 이렇게 간지나냐

—얼굴이 완성임

—ㅋㅋㅋㅋ

트루가 선글라스를 꺼내 쓰기까지, 채팅창에는 밀키웨이 선수를 폄하하는 채팅도, 뜬금없이 1군 선수들을 가져와 패는 짓도 없었다.

선글라스를 내린 채 당당하게 본인의 예측이 맞았음을 자랑하는 듯하기도 했고, 이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한 그녀의 모습이 퍼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래가 끝난 직후.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 설마 우리 결승전에도 그 선글라스 가져올 건 아니지?”

팝콘과 음료수를 리필해 가져온 플루크는 질린 표정으로 내게 실시간 생중계 채팅창을 들이밀며 그렇게 물었다.

“이건 실버 스크랩스 전용 선글라스야.”

혹시 몰라서 거금 들여 장만하고 오늘까지 한 번도 쓰지 않은 신상품이며, 이걸 경기장에 가져온다는 건 당일 경기가 5꽉을 간단 의미다.

그러니 내가 미쳤다고 결승전에 들고갈 일은 없었다.

“우리 결승전은 절대 다섯 판까지 안 갈 건데 왜 들고 가.”

“...그래야지.”

“아무튼, 그거 줘.”

“아. 예.”

플루크는 한숨을 쉬더니 내가 내민 손에 가져온 음료수를 넘겨주었다.

나는 제로 콜라를 쫍쫍 빨면서 플루크가 보여준 실시간 채팅창의 반응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네?”

원래 있던 퍼포먼스긴 한데, 확실히 이 얼굴로 하니 파괴력이 남다른가 보다.

“그게 중요하냐.”

“원래 선수들은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프레임 하나 잘못 잡히면 잘하는 선수도 억울하게 까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이런 사소한 행동으로 호감도를 쌓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남 평판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이런 건 또 따진다?”

옆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벨이 문득 그렇게 말했다.

“저 평판 엄청 신경 쓰는데요.”

“...네가?”

아닌 게 아니라, 방송도 성실히 하고 이렇게 좀 화제도 만들어 주면서 록을 하거나 보는 사람들에게 호감도작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

흠. 방금 눈빛이 좀 불경했는데.

그래도 미드에 잘 들르는 서포터이니만큼 오늘은 넘어가 주도록 하자.

[노래가 끝났다는 건, 이제 정말 마지막에 다가왔다는 뜻이겠죠!]

[마스터 리그 플레이오프 4라운드, 밀키웨이 대 KTT, KTT 대 밀키웨이의 마지막 세트!]

[이번 세트에서 한 시즌이 마무리되는 팀과, LOCK 아레나로 향할 팀이 결정됩니다!]

[그럼 5세트, 밴픽부터 만나보시죠!]

“게임 끝났네.”

밴픽이 끝난 순간.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KTT 조합이 좀 어려운데.”

“밀키웨이는 그냥 궁 딸깍 조합이고.”

1세트의 편의성 엿 바꿔 먹은 밴픽은 5세트를 위함이었는지—1세트 이겼으면 여기까지 올 것도 없이 3 : 0으로 셧다운이었다는 사실은 넘어가도록 하자—밀키웨이는 마침내 강하고 쉬운 조합을 꺼내 들었다.

[오리애나—녹탄 조합!]

[이거 공 달고 날아가면 누가 막습니까!]

[심지어 탑에는 마오이카와 바텀에는 미스 포츠까지 뽑으면서 확실하게 붙들어놓고 패겠다는 밀키웨이!]

[그에 비해 KTT, 고점 자체는 높겠습니다만 고난도라 밴픽 단계에서 뭐라 말할 거리가 없군요. 인게임을 봐야 합니다!]

마지막인 만큼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파이팅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밀키웨이 파이팅!”

“KTT 파이팅!”

[그럼 지금—만나보시죠!]

뒤틀린 협곡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긴장감 장난 없네.”

“왜요. 혹시 우리도 저럴까 봐 긴장돼요?”

확실히 단두대 매치에서의 마지막 세트는 단순히 승패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긴 하다.

압박감과 부담감이 지난 세트들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당장 감독님이 우리를 전부 데려온 까닭에는 이런 긴장감을 현장에서 체험해보라는 의미도 어느 정도는 있을 거다.

“여기서부터 긴장하면 나중에 LOCK나 국제전은 어떻게 치르려고요?”

내 질문에, 옥스는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알아. 긴장이 선수한테 제일 안 좋은 거.”

“근육도 많은데 그걸로 긴장할 때 떨림이나 잡아요. 패션 근육 소리 듣기 싫으면.”

“......”

헬창들 긁는 데 역시 패션근육 네 글자만한 게 또 없다.

아무튼, 나는 마지막으로 집중하는 건지, 아니면 풀 세트 접전에 몰입해 덩달아 긴장해 굳어버린 건지 모를 플루크를 쿡쿡 찔렀다.

“안 죽었지?”

“...당연한 거 아니냐.”

“넌 내가 특별 관리해 줄게.”

“무슨 관리?”

플루크의 지난 나날들—이라기엔 아직 안 일어난 일이지만—을 생각해 보면, 이 녀석은 특별 케어가 필요한 게 맞다.

LOC 월드컵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데만 6년.

그 뒤로 새가슴 소리 안 듣고 결승전에서도 본인 플레이 펼치기까지 10년.

아마 전생의 록에 일이 년 정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LOC 월드컵 한 번은 들었겠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플루크가 그런 마인드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거다.

내게 필요한 건 주저 따윈 없는 십 년 후의 플루크지, 긴장해서 결승전마다 던져대는 녀석이 아니다.

그러니 특별 개조가 필요했다.

“결승전에서 시키는 거 잘 할 수 있지?”

“...감독님? 은설이 얘가 또 이상한 짓을.”

“에헤이. 지금 안 해.”

“왜 전제가 하긴 한다는 건데.”

나는 입을 꾹 닫고 경기에 집중했다.

안 들린다.

그리고 감독님 백날 찾아봤자, 저 멀리 벨 옆에 앉아 계신다.

찾아봤자 의미 따윈 없었다.


마지막 세트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아! 여기서 KTT가 삐끗합니다!]

[그래도 초중반까지는 이 조합으로 잘 굴리고 있었는데, 밀키웨이가 튀어나온 KTT의 원딜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궁. 궁. 궁. 궁.

묶고, 날아가고, 터뜨리고, 쏘고.

정신없는 연계가 한 번 제대로 성공하자, 그 뒤로 밀키웨이의 파괴력은 더욱 배가됐다.

분명 사이드나 소규모 교전이라면 밀키웨이보단 KTT의 조합이 할 말이 있는 만큼 게임 자체는 어찌저찌 굴러가고 있었지만, 결국 록이라는 게임은 오브젝트—대형 몬스터—를 누가 먹느냐와 타워를 누가 더 빨리 미느냐다.

그리고 그런 전리품을 챙기기 위한 빌미로 열리는 챔피언 열 명의 정면 한타는, KTT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으아아아아! 비이이이이이상!]

[KTT 이거 싸움이 안 됩니다! 궁극기 다 들고 있는 밀키웨이 상대로 정식 한타는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결과만 나와요!]

아이템이 뜨고, KTT를 덮어버리는 스킬들의 데미지가 올라간 순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첫 번째 한타에서는 둘이 죽었고.

두 번째 한타에서는 셋이.

그리고 마지막 4용을 빌미로 열린 한타에서는 밀키웨이의 궁극기들이 지나간 자리에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마무리!]

[밀키웨이가 미드 라인의 미니언을 살리며 KTT의 넥서스로 진격합니다!]

[가장 빠른 부활이 서폿인데, 브라운으로는 라인도 못 지워요!]

밀키웨이는 어떻게든 상륙 작전을 펼치며 중간에서 라인을 끊으려는 브라운까지 순식간에 다시 우물로 보내버리고선 타워를 순식간에 철거해나갔다.

[으아아아! KTT의 꿈이!]

[ST와 밀키웨이의 2강 체제에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던 KTT가 결국! 은하수의 무게에 짓눌립니다!]

[넥서스 터지면서—!]

[지지!]

[이게, 밀키웨이 S입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POM(Player of the Match)를 받은 엔비가 스테이지 한복판에 올라왔다.

“트루 나와!”

계정 레벨이 천도 안 될 녀석의 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트루 선수가 웃네요!]

[너의 도전, 받아주겠다! 이런 거겠죠?]

[근데 약간 웃음이 사악해보이는 건 제 기분탓일까요?]

아주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