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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스크림하는 사이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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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날짜에 맞춰 생리 주기를 조절하다 보니 부작용이 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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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영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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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즌 중에는 그냥 약 안 먹고 진행하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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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게임 중에는 생리통도 통증이다 보니 VR 기기가 자체적으로 관련 통증을 차단해 줘서 경기 중 아파서 못하게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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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프라우드의 손목처럼 일상생활에 영향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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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컨디션 난조에 호르몬의 영향까지 합쳐졌을 때, 내 인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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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몇 번 플래시 반응이 조금 느린 적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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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번 플레이오프 시작 직전부터 약을 복용해 주기를 조절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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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부터는 잘못하다간 훅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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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내가 통나무를 들고 캐리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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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선생님이 벌써부터 이런 거 먹는 거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당일에 아픈 것보다야 백 배는 나으니까 별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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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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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랭크를 제외하곤 이번 시즌 몇 번 못 봤던 패배 화면을 뒤로하고,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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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 조절이 참 힘들어요.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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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우리한테 말해 미친녀...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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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를 필두로 다들 얼굴이 빨개져서는 시선을 돌리는 꼴이 참 놀려먹기 좋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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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전의 나였어도 저랬을 테니 반응 자체는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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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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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밀키웨이랑 경기할 때는 괜찮을 거 같으니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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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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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는데 좀 익숙해지다 보니 감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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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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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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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본능적으로 보내는 신호라 나도 분석은 못 한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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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단 스크림 성적은 신경 안 써도 돼. 은설아. 그냥 적당히 감각 유지하는 정도로.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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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크림 4연패 중임에도 감독님은 나를 격려하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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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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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진짜로 나만 멀쩡하면 4연패든 40연패든 경기할 때는 문제 없을 거라는 판단이 서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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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크림의 굴욕은 밀키웨이한테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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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 경기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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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결승전에 먼저 가서 기다릴 팀이 결정되는 3라운드 승자조 경기, ST와 밀키웨이 S의 선수들 나란히 줄지어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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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T의 트루 선수가 건강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 없다로 말이 많았는데, 환히 웃는 모습을 보니 팬분들께선 걱정 접어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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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서니, 오늘따라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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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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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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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화이티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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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팬들이 즐비한 곳에 혼자서 중립석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실현이라도 한 듯한 은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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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는 밀키웨이 유니폼, 겉에는 ST의 바람막이 접퍼를 입고 고래고래 응원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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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참 활발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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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친구겠지. 난 모르는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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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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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나란히 걷던 엔비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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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매의 평균 손절 속도는 스노우볼 굴리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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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의 화풀이와 더불어 은채의 복수도 같이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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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선수들 밴픽 공간에 모두 진입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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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밴픽 시작합니다! 블루에서 시작한 밀키웨이, 일단 카시딘을 밴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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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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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약 좀 팔아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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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T와 스크림의 승패 횟수가 인터넷에 풀렸을 정도라 우리 팀의 밴픽 관련해서 풀린 이야기가 많다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밴을 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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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에 맞춰, 이동기 좋고 성능도 준수한 픽 중 하나인 미호를 우선 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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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밀키웨이가 야쇼와 아제르까지 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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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트루 선수를 노려보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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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원래는 이러면 어디서 기상천외한 걸 들고 오기 마련인 트루 선수지만, 본인들 상대로도 그럴 수 있는지 물어보는 밀키웨이의 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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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 챔피언 선호 순위가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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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란, 미호, 그리고 아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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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은 두 개 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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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몇몇 팀들을 보면 한 라인을 집중적으로 밴할 때 잊는 게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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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밴 당하면 쓸 수 있는 챔피언이 상대만 줄어드는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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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유리할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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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팀 미드라이너 챔프폭보다 내가 좁을 일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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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밀키웨이의 물음에 ST가 되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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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보다 챔프폭 넓어? 네가 뭘 고르든 내가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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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선수이기에 가능한 ST의 대응! 이러면 밀키웨이도 골치 아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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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대는 블루 진영의 이점인 1픽을 밴카드를 그렇게 썼던 미드에 사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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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를 픽하는 밀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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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은 메이지 미드 챔피언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라인전도 강한 편이거든요? 괜찮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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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남은 메이지 챔피언이 있긴 한가요? ST의 대화 시간이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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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 아예 후픽으로 빼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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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괜찮은데 뭐 생각해둔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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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타겟팅 하드 CC기만 없으면 괜찮은 게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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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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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렐레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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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감독님이 머리를 부여잡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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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좋아진 건 아는데, 진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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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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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대답에, 감독님은 상대 팀을 의도적으로 포킹과 회피보다는 소규모 교전을 유도하는 조합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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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양 팀 모두 전투를 피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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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ST는 끝까지 미드를 픽하지 않으면서 두 번째 밴 시간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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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는 아예 작정을 했는지, 미드에서 쓸 수 있는 트페와 피즌까지 밴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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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 밴 카드 5장을 화끈하게 써버리는 밀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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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진짜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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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밴 카드 집중 덕에 우리가 원하는 챔피언을 챙겨오고 상대하기 껄끄러운 챔피언을 밴하는 건 퍽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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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또 세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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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장치는 들고 뛰어내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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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커스는 위험하게 보이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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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험하면 사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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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레드 5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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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픽을 할 때의 꽃이라고도 불리죠? 탑은 마루를 뽑아 딜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헌터로는 세주를 뽑으며 상체 조합을 탱커로 한 만큼 여기서 ST의 조합 완성도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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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시더니 이내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주저 없이 픽창에서 쓰려고 한 챔피언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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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렐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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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경기장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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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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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것까지 할 수 있어! 트루 선수가 당당하게 이렐레아를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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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양날의 검이에요. 분명히 오리애나 상대로 리드를 잡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근본적인 사거리 차이로 숨도 못 쉴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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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랭크에서야 사기 챔피언 소리 듣는 이렐레아지만, 대회에서 꾸준히 안 나오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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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조절에 능한 인간들만 모아놓은 미드 라인에서 저런 챔피언 가지고 함부로 썼다간 미니언 한 마리 먹으려다 빈사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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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루 선수는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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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게 중요한 겁니다. 밀키웨이, ST만 아니면 우승 후보 소리 듣는 그 밀키웨이 상대로 꺼내든 트루의 프로 통산 첫 이렐레아.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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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보시죠! 경기—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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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와의 라인전에서의 핵심은 역시 사방을 돌아다니는 구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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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어. 옥스는 상대 숲 상층 털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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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미드 라인 절반을 넘어온 상태에서 오리애나가 라인 클리어를 위해서든 뭐든 함부로 구체를 이용한 스킬을 전부 빼면 죽고 싶다고 광고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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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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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의 남은 체력바를 확인하고선, 포션을 마심과 동시에 스킬을 이용해 미니언을 타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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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시점을 이용하면 Q를 이용해 미니언을 타고 들어가는 속도가 한층 빨라서, 스킬 쿨타임이 돌지 않아 느릿한 오리애나 정도는 쉽게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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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렐레아가 여기서 과감하게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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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얼마 없는 미니언들 순식간에 처치하면서 바로 4스택 쌓고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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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는 궁극기가 없는 레벨이고 스킬도 아직 쿨타임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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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렐레아는 평타 기반 챔피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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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아직 E스킬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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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E 스킬로 스턴을 시도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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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플래시 주문이 남아있으니 확실히 잡으려면 엇박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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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타! 평타! 평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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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이렇게 아파요! 정복자 룬까지 터지면서 이렐레아 딜이 미쳐 날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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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먼저 플래시 써서 타워에 더 가까워지는 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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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에서 내가 이겼다면, 그 과실을 챙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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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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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를 미리 뒤에 깔아놓고, 그대로 플래시와 Q를 이용해 거리를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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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다시 E 스킬을 재사용해 미드 라인에 기다란 선을 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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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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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 스턴! 이러면 트루가 이걸 잡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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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 시간은 길진 않았지만, Q스킬 두 번과 평타까진 우겨 넣을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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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이거 아슬아슬하게 평타 한 번 정도의 체력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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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는 포션 두 개 챙기죠! 덕분에 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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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은 체력이 눈에 보이지도 않게 됐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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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들의 도움으로 나만 경험치를 먹으며 찍은 3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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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스킬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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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들이 내 주변에 모이고, 그대로 뒤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움직이며 회피를 시도하는 오리애나를 끝까지 보다가, 검들을 앞으로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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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True -> Milkyway S Env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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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여기서 엔비가 트루에게 솔킬을 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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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애나의 구체가 허무하게 떨어지면서! 트루가 자신이 왜 이 챔피언을 골랐는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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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는 싸움은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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